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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2화
2019-08-17 17:14:13
  • orbis
  • [ 중급 테이머 ]
  • 조회수 123
  • 추천1

 ​늑대는 계속해서 멘델을 핥다가, 킁킁거리다가, 발로 밟았다. 멘델은 기분 나빠하면서도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을 생각해냈다.

 "혹시 얘 사람 안 먹나? 채식주의자, 뭐 그런거야?"

 "크르르르렁!"

 아, 아닌가 보네. 늑대가 질렸는지 이빨을 아주 가까이에 들이댔다.

 탁!

 그 때 누군가 늑대의 엉덩이를 때렸다. 그것도 손바닥으로.

 늑대는 풀쩍 뛰어 멘델에게서 물러나더니, 자신의 엉덩이를 때린 범인을 쏘아보았다. 탁한 빛이 도는 금발을 한 사내였다. 그는 무기라고 할 만한 것을 들고 있지 않았다. 늑대 앞에서 손바닥이나 방금 주운 부러진 막대기가 무기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나 사내는 늑대가 뛰어들기 전에 막대기로 늑대의 머리를 내리쳤다. 늑대가 잠시 휘청거렸다. 그러나 곧 몸을 털고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튼튼하네."

 사내는 옆으로 비켜나 뛰기 시작했다.

 쉬이잉,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돌맹이가 날아왔다. 손바닥으로 맞은 부위를 한 대 더 얻어맞은 늑대는 뒤를 돌아 돌이 날아온 쪽으로 달려갔다.

 모자를 푹 눌러 쓴, 또 다른 사내가 서 있었다. 그 사내는 손으로 무언가를 빙빙 돌렸다. 붕붕, 하고 공기가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돌맹이가 튀어나갔다.

 "키이잉..."

 돌은 정확히 늑대의 머리를 가격했다. 늑대는 비척비척거리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처음의 사내가 멘델에게 다가왔다.

 "운이 좋았구나. 꼬마야."

 "아... 예."

 멘델은 어정쩡하게 사내를 쳐다봤다. 그런데 누구지? 상위 컬렉터? 혼나려나? 어... 요즘 지옥행 낭떠러지 참 좋네! 떨어지지 않아도 자동으로 찾아오고.

 그러나 멘델의 예상은 빗나갔다. 사내는 종이를 꺼냈다. 종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나와 저 사람은 의뢰를 받아서 알을 찾고 있는 중이다. 혹시 이렇게 생긴 알을 발견하면, 마을 여관에 있는 3층에 있는 사람에게 전해주면 좋겠구나. 도와 준 값이라고 치고. 응? 그러면 조심하거라."

 그렇게 말하고 사내는 다른 사내가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둘이서 떠드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뭘 그렇게 또 나서. 제대로 긁어부스럼 만들 뻔 했구만."

 "응. 떠돌이어서 다행이었지."

 "그냥 총 쐈으면 빠르게 해결됐던 거 아니야? 그러면 지나친 소란인가?"

 "그래. 그리고 맨 손 사냥이라고 했잖아."

 "슬링도 맨 손은 아니다만."

 소리가 아예 안 들리게 되자 멘델은 주위를 둘러봤다.

 "어, 그러니까, 마을이 어느 방향이었더라."

 덧붙여서, 멘델이 향한 방향은 뜰의 방향과 정반대쪽이었다.

 

 


 한참을 걷다가 슬슬 길을 완전히 잃었음을 자각할 무렵, 절벽에 한 동굴이 나왔다. 이거 조난당했을 때 흔히 나오는 레퍼토리 맞지? 일단 동굴에 들어가서, 불을 핀 다음, 나무를 구해서... 잠깐 그 와중에 불은 어떻게 피지?

 "....제길."

 멘델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동굴 안 쪽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무지하게 어두웠다.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멘델은 입구 쪽으로 나가 동굴 벽면을 천천히 짚었다. 그러다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으악!"

 제길! 을 한 번 더 뱉으려다 만 멘델은 뭐가 있었나 하고 바닥을 더듬었다. 무언가 있었다. 동그랗고, 매끄럽고, 뭔가 울퉁불퉁한 면이 있고... 역시 돌멩이겠지?

 멘델은 그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동굴 입구 쪽으로 나갔다. 아까 사내가 보여주었던 종이와 같은 알이었다.

 "찾았구나!"

 갑자기 밖에서 사내가 툭, 튀어나왔다. 멘델은 놀라 자빠질 뻔 하다가 말했다.

 "어디서 나오신거에요? 저 따라왔어요?"

 "응. 어쩐지 걱정이 되더라고. 마을하고 아주 반대쪽으로 들어가던데. 솔직히 말해 봐. 길 잃었지?"

 정곡을 찔린 멘델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내가 손을 뻗어 말했다.

 "그러면 일도 마칠 겸, 마을까지 데려다줘야겠다. 그 알 이리로 주려무나."

 그 때 멘델은 이상한 것을 봤다. 아니, 보지 못한 것이 맞았다.

 "거기 가슴에 왜 아무런 표식도 없어요?"

 콜렉터들은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저마다 특별한 배지를 달고 다녔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초짜 콜렉터인 멘델에게도 돌을 깎아 만든 배지가 있었다.

 "아, 실수로 놓고 왔어."

 "배지 놓고 오면 규칙적으로 활동 할 수 없어요."

 길도 잘 잃고, 전투 소질도 없고, 대책도 없는 주제에 쓸데 없이 무모했지만 다행히 아는 것은 많았다. 멘델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배지는 그렇다 쳐도 암즈까지 놓고 올리는 없어요. 그렇죠?"

 "꼬마야."

 사내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설령 알고 있어도 그 순간만큼은 잊어버려야 하는 순간이 있어."

 "아는 데 어떻게 잊어먹어요?"

 마을도 잘 알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 설득력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 설득력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멘델이 말을 이었다.

 "아저씨 헌터죠?"

 "그래."

 사내는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인정했다.

 "체포라도 되고 싶어요? 왜 순순히 인정해요?"

 "왜냐하면 체포 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꼬마."

 뒤에서 또 다른 사내가 나타났다. 아까 슬링을 던지던 사내였다.

 "대화는 즐겁나? 꼬맹이 상대로 뭘 하고 있어?"

 "대화를 하고 있네."

 "내가 대화는 즐겁나? 라고 말한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사내 둘이 떠드는 사이에 멘델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굴 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밖에도 별 것 없었다. 어떻게 도망치지? 입구도 막고 있고, 아까 들어보니까 총도 가지고 있다는 것 같은데. 그러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미소 지었다.

 "아저씨. 카멜레온 알아요?"

 슬링을 던지던 사내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소리쳤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니면 다른 거라도! 나뭇가지로 변하는 자벌레! 돌덩이처럼 변하는 다른 동물들, 바닷속에 몸을 파묻는 뭐라고 했더라? 하여튼 생선인지 뭔지!"

 슬링을 던지던 사내는 얘가 돌았나 하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멘델이 말을 이었다.

 "아저씨 알 좋아하죠? 헌터니까! 그러면 이거 가져가요!"

 슬링을 던지던 사내는 아주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헌터라면 당연히 목표물이 손에 들어왔다면 좋아해야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니었다. 슬링을 던지던 사내가 뜨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뭐 하자는 거야! 제대로 말해! 빨리 말해! 한 마디로 요약해서 말해!"

 "뒤에."

 "뒤에 뭐?!"

 두 사내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뭐하자는 거야?!"

 "샤아아아."

 슬링을 던지던 사내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거대한 뱀이 서 있었다. 뱀이 아니라 거대한 드래곤이었지만...

 "서펀트 드래곤! 제가 기억하기론 알을 무진장 좋아한다죠? 아마!"

 아니나 다를까 서펀트 드래곤이 알을 들고 있는, 슬링을 던지던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그 사내는 알을 내던지더니 순식간에 총을 꺼내 쏘았다. 다만 너무 순식간이라 자세도 못 잡고 준비도 못해서 빗나갔다.

 멘델은 몸을 날려 알을 잡았다.

 그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사내가 묵묵히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서펀트 드래곤을 향해 뻗었다. 

 챙! 하는 소리가 나더니 칼이 날아갔다. 서펀트 드래곤의 꼬리가 살짝 베였지만 별 타격이 없는 듯 했다.

 주의는 완전히 헌터들에게 끌렸다. 멘델은 알을 붙들고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슬링을 던지던 사내가 총을 빼들어 멘델을 조준하였으나 서펀트 드래곤에게 가로막혔다.

 "아싸, 럭키!'

 멘델이 소리쳤다. 그러나 진짜 행운은 그 다음에 있었다. 멘델이 정확히 뜰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던 것이다.

 

 알을 들고 뜰에 도착한 멘델은 탈리가 맞이했다. 그리고 바로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2시간 지났어. 변명이라도?"

 "응! 차고 넘쳐!"

 멘델은 주저리주저리 방금까지 있었던 일을 풀어냈다. 이야기를 들은 탈리의 표정이 계속해서 바뀌었다. 그 중 대부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살짝 벌린 상태였다. 

 이야기를 마친 멘델은 큰 깨달음을 얻은 현자같은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이를 거야?"

 탈리가 어이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아니. 비밀로 할게. 대신, 그 알. 같이 돌보자."

 그렇게 지옥행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세 번째 행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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