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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리메이크
2019-11-27 22:45:21

하얗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들은 하나같이 하얀 색을 띄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주변은 하얀 붕대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바닥은 풍선처럼 푹신했다. 


그가 시선을 끝도 없이 펼쳐진 공간에 두어 잠시 멍을 때리자, 어디선가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들리는가?] 


낮으면서도 담담한 노년의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음질이 썩 좋지 않아 치지직 거리는 소리 또한 들려왔다. 


그는 울리는 소리를 따라 끝이 없는 하얀 공간을 걸어갔다.


 소리는 마치 옆에서 라디오를 틀어 놓은 것처럼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지만,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소리를 내고 있는 사물 혹은 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랜만이네. 아, 지금의 자네는 날 모를 수도 있겠군.] 


낯선 목소리가 그의 귀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의문을 가졌다.


어째서 낯설디 낯선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 지는 것인지에 대하여.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목소리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 이름을 말한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니.]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아.' 


애초에 그의 기억은 누군가에 의해 갈기 갈기 찢어져 있어, 그에게 있어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건 하늘과의 서약을 깨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네가 누구인지, 나와 어떤 관계인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과도 같은데, 어째서, 네가 나에게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었으면, 마음이 계속해서 울리는 걸까.' 


마음이 울린다. 


감정이 복받치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마법과도 같은 신비로운 힘에 억제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잊혀진 듯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던 것이었다. 


그가 곰곰히 기억을 되짚어보는 와중에도 그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쪽에선 잘 지내는고 있는 지 모르겠군. 참, 며칠 전엔 스완도 만났다네.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더군.] 


몇 초의 정적 이후에 아련한 중얼거림이 작게 들려왔다.


[...아쉽게도 평화는 곧 깨지겠지만 말일세.]


카데스라는 단어에 움찔, 그의 손이 반응했다. 


'카데스...라는 것 또한 들어본 적이 없다.' 


그가 힘을 주어 떨려오는 주먹을 꽉 지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무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카데스라는 단어가 잊혀진 기억의 키워드였던 것일까. 


지워진 듯한 기억의 일부분이 되살아났다. 


기쁨과 슬픔. 과거를 후회하던 죄책감과, 약속한 대로 지켜야 된다는 사명감.


[...한 가지 부탁이 있다네.] 


그가 바닥에 주저 앉았다. 


복잡해진 감정이 머리를 더욱 아프게 만들어 왔다.


떠오를 것만 같은 기억은 무언가에 억제되어 떠올려지지 않는다. 


[아모르님의 부활을 위해 우리를 좀 도와주게나] 


'...아모르라는 것도 마찬가지.' 


계속해서 잊혀진 기억과 관련된 키워드를 알게 될 때마다, 그가 일부분을 떠올려내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또한 더이상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그에게 가까워져만 갔다.


[운명이라는 쇠사슬에 구속된 가여운 영혼들을 위해서.] 


한 마디, 한 마디를 내 뱉을 때마다 감정이 격렬해져 가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멈추지 않고 떠오르는 기억들은 하나 둘 동시에 상기되기 시작했다. 


꼬리의 꼬리를 물고 나타난, 그동안 그의 무의식 속에 갇혀 있었던 모든 기억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부디 다시 한 번 유타칸을 구해주게나.] 


그리고 마침내.


[고르] 


'...' 


그는 모든 걸 떠올려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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