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마치 천사같아!"
..그것이 처음 귀가 열렸을 때 들은 첫 한마디였다.
이윽고 주변은 잔잔하게 들리는 공기의 흐름, 말소리, 나 자신이 방금 태어났고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심장소리가 귀를 채워나갔다.
눈을 천천히 뜨자 세상은 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 숨을 쉬었다.
그래, 나는 고귀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태어났으며.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자연스레 내가 되었다.
내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순간에서도 주변은 나를 향한 미소를 아끼지않았다.
"아이의 이름은 어떻게 할까?"
"글쎄, 일단 확실한건 알겠어. 이 아이는 생긴 것 처럼 '천사'를 본 받을거야!"
이리하여 '천사' 는 곧 나를 의미하게 되었고, '나'는 곧 천사를 의미하게 되었으므로.
다른 이들 사이에서는 '유타칸의 엔젤'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처음 거울로 본 나의 모습은내가 보기에도 천사와 극히 유사했다.
뽀얗고 결이 보드라운 피부에, 정갈히 정리된듯한 약간의 금빛이 도는 가녀린 흰색 머릿결과 맑은 바다를 담아낸 듯한 푸른 벽안, 아름다운 청아한 목소리까지. 그야말로 천사가 따로 없었다.
허나 불행히도 어렸을 때부터 다가오는 사람들의 손길과 시선은 위선, 그리고 욕망으로 가득했다.
'천사같이 착하고 순수한 아이'란, 나를 의미하는 멋지고 낭만적인 말이었지만 그것의 틀은 내게 족쇄로 다가왔다.
"안녕, 너 걔 맞지? 유타칸의 엔젤!"
"네, 맞는데 누구신지 물어봐도 될까요?"
"너 나 몰라? 흐음, 어쨌든 나랑 어디 좀 가주라!"
"실례지만 저희는 초면인데다가, 대체 어디를..."
천사가 조금이라도 거절의 조짐을 보이면 그들의 눈빛은 돌변했다.
질 낮은 어떤 것들은 언행을 조심하지않았고, 어떤 것들은 폭행을 저질렀다.
감히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않으면 안됐고, 거절을 할 용기조차 없어.
"물론, 가야죠! 어디로 가는지만 알려주세요."
..라고 밝게 웃으며 답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화를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약한 존재였다.
"정말? 그냥 따라오면 돼!"
그는 답을 듣자마자 곧바로 내 손목을 확 잡아채 끌고가기 시작했다.
"저기, 손목은...!"
그는 내 말을 못 들은채하곤 나를 질질 끌고갔다.
어딘가 잘못 됐다는 것 꺠달은 순간 잡힌 손목을 빼보려 하지만 이에 더 세게 대응하였다.
"..."
놓아줄 생각이 없는듯한 뒷모습에 체념한 채 입을 다물었다.
점점 손목이 욱신거리고 아려왔다.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나올때쯤, 들어본 적 없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와 그를 불러세웠다.
아는 사이인듯 보였다.
"잠깐만!"
"...너였냐? 시리엘."
"저 사람은..."
나를 가르키는 말이었다. 나는 최대한 이름모를 그와 눈을 마주치며 구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얘? 유명하잖아, 내 친구."
"...친구?"
내 눈빛의 묘한 기류를 읽은건지 시리엘이라는 사람은 나와 나를 붙잡고 있는 그를 보며 번갈아 되물었다.
"왜, 왜그래?"
"보통 친구끼리 손목을 잡고 끌고다니...."
"참견마, 네가 뭐라도 돼?
이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와 동시에 손에 힘을 더 쥐었고, 손목에 힘이 가해져 순간 아픈 탄식이 나왔다.
"아야..!"
"놔주지그래? 아파하잖아."
"이게 뭐가 아프다고....!"
"내 폐어니까 놔줘."
그는 아마 나와 자신을 폐어라고 둘러대 보내줄 생각인 듯 했다.
(폐어 - 둘이서 행동하는 무리.)
"이 계집애가 너랑 폐어라고? 거짓말 마!"
"폐어의 동료를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네가 제알 잘 알텐데."
"...."
그것은 내 손목을 풀어주고는 화를내곤 '운 좋은 줄 알라' 며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쳤다.
안심이 되면서도 화나고 괘씸했다. 언젠가 또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침울해졌다.
"괜찮으세요?"
나를 도와준 사람이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키가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컸고, 나처럼 흰 은발에 벽안을 품고 있었다. 나와 같은 천사의 형상은 아니었지만
온화하고 무해해보이는 분위기를 품고있었다.
"...감사합니다."
"'엘리엔느', 맞죠?"
"네,네...제 이름은 어떻게...."
누군가 이름으로 불러준 것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어째서인지 어딘가 간질간질하고 붕 뜨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타칸의 엔젤로 유명하시잖아요, 근데 막상 이름을 몰라서 알아봤는데... "
'혹시 실례가 됐나요?' 하고 묻는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나에게 이리 예의있게 대하는 사람은 거의 처음이었다. 괜히 웃음이 났다.
"아뇨, 괜찮아요! 그쪽은 시리엘?"
"네, 맞아요."
시리엘 쪽에서도 웃음으로 대응해주었다.
"참, 아까 폐어라고 둘러대긴 했는데.. 또 그러지않게 제가 잘 일러둘게요."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아녜요, 이정도야."
또 다시 지어오는 예쁜 눈꼬리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나에게 이토록 진심으로 웃어주는 사람이 있었는가.
자꾸만 심장이 바르게 뛰었다. 나에겐 그가 '천사' 처럼 와닿았다.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린 채 시리엘이 입을 열었다.
"그..혹시 불편하면 거절해도 되는데,"
"뭔데요?"
"폐어라는거, 진짜로 해버릴까요?"
"네? 어, 우리가요?"
"그, 그니까, 그쪽한테 저런 놈들이 더 안꼬일테고, 더 안전하니까...!"
횡설수설 하는 시리엘의 말을 듣자 안 그래도 빠르게 뛰던 심장이 더욱 더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온몸이 화끈대고 왜인지 설렜다.
이러한 나를, 지금껏 사랑 받아본 경험이 없던 나는 이해하지 못하며 혼란스러워했다.
잠깐 정적이 흐르자 시리엘이 멋쩍은듯 말했다.
"역시 불편하죠..?"
"아,아뇨, 해요!"
다급한 마음에 시리엘의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머릿속은 이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갑자기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인지도, 어떤 차림인지도 갑자기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이토록 내가 이해되지 않은 적은 난생 처음이었다.
"...정말요?!"
시리엘은 더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맞잡으며 나에게 되물었다. 따뜻하고 큰 손과 맞닿으니 기분이 괜스레 좋아졌다.
나는 살풋 웃으며 끄덕였다. 시리엘의 귀가 살짝 빨개진 것이 보였다.
"...엇,죄송해요."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는지 황급히 놓았다. 상대가 의식하니 나까지도 부끄러워져 갈 곳 잃은 민망한 손으로 부드럽게 머리를 만졌다.
쑥스러운듯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시리엘은 목을 더듬더니 나에게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잘...부탁해요, 엘리엔느."
"..저도요, 시리엘!"
이리하여, 나는 처음으로 남의 천사가 아닌. '나의 천사'라는 또 새로운 것과 동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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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대충 고신엔젤 로맨스판타지맞슴니다^~^
거의 처음 글 써보는건데 피드백이나 추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