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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모음집3 「선과 악(2)」
2020-09-16 06:32:48
우리는 함께 자랐다.

서로가 성장해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뼈를 이는 서늘한 밤바람에 온기를 나누며 잠을 청했고, 참으로 이기적인 아비를 함께 섬겼다.

하지만 아둔했던 머리가 커갈 수 록 들려오는 다른 이들의 비수와 같은 말들은 내게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깨닫게 해줌이 충분했다.

너에게는 찬사와 경외의 찬란한 빛이 쏟아졌고

내게는 경멸과 두려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

네가 부러웠다. 

네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리하여 결심했다. 이 아둔함에 너를 상처입힐 바에야 그 곁을 떠나리라고.

하지만 스스로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너를 위한다는 그 허울 좋은 말에는 너무나 빛나 나를 온전히 덮어버리는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그릇되지 못한 욕심이 숨어있었음을.




너는 울고 있었다.

"다크...닉스."

내 목을 비트는 손아귀와는 달리 처량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제발...뭐라고 변명좀 해봐..."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른히 웃음을 토해냈다. 

이것이 씁쓸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스스로의 최후를 비웃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잖아...제발, 네가 그런게 아니라고 말해줘..."

누구것인지도 모를 피가 잔뜩 묻은 뺨에 차갑게 식은 물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멍청하고 순진한 나의 형제.
그래서 찬란히 빛나는 나의 형제.


너를 오롯이 미워할 수 없었고.
너를 오롯이 사랑할 수 도 없었다.

네가 백이라면 나는 흑.

네가 정의라면 나는 악.


우리는 태생부터 너무나 상반된 존재였기에 

결코 함께 걸을 수 없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검은 용에게서 흘러나온 붉은 피들은 어느새 땅을 주홍빛으로 물들였다.

사내는 그 붉은 피를 물끄러미 내려보다 이내 걸음을 띄었다.

얕게 파인 발자국에는 자박자박 작은 물웅덩이가 고였다.






너를 죽였다.

내손으로 목을 비틀었다.


 붉은색인지 푸른색인지

아무런 색도 보이지 않았다.


네가 죽은 뒤.

내 세상은 잿빛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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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차리셨을 수도 있겠지만 다크닉스와 고대신룡의 이야기입니다. 
이글에서는 대부분 인간상태의 모습으로 묘사했어요. 오글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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