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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기전 »

21 팜파오
  • 조회수466
  • 작성일2021.01.02
[ 이무기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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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여 그대라는 아름다운 축복을 받았고, 사랑하여 그 축복은 뼈저린 저주가 되어 내 모든 것을 앗아갔다. 하지만 너무나도 늦게 깨달았다. 그대는 진정한 축복이었으며 추악한 저주는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 어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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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저 작고 하찮은 계집애였지만, 너는 그저 외로움에 떠는 계집애였지만, 너는 그저 다른 사람과 다를 것 하나 없는 계집애였지만, 그런 네겐 원대하다면 원대한 꿈이 있었다. 그 누구도 맞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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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작고 하찮은 뱀이었지만, 나는 그저 땅 위를 기는 뱀이었지만, 나는 그저 다른 뱀과 다를 것 하나 없는 뱀이었지만, 그런 내겐 원대하다면 원대한 꿈이 있었다. 천년의 수련을 끝내고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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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시작했다. 끝이 보이지도 않는 그 수련을. 하지만 그 수련의 결말을 알았다면, 절대로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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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 육십 년 정도 진행되었을 때, 다른 날과 똑같던 그 날에, 네가 여느 때처럼 밖으로 쫓겨난 그 날에, 넌 무슨 일인지 추위에 떨며 숲으로 향했다. 밤은 깊어만 가고 바람은 그칠 줄 모르던 그날 밤, 넌 내가 있는 동굴로 들어오더구나. 아무 두려움 없이, 아무 스스럼없이. 그 시절의 난 인간을 꺼려했기 때문에 한없이 순수하던 너를 그냥 잡아먹으려 하였다. 하지만 내 부주의함 탓인지 너는 그 고운 눈을 떴고 추한 나를 그 고운 눈망울로 바라보더구나.

   " 멋있다... "

그저 거대한 뱀 한 마리의 어딜 보고 멋있다는 말이 나온 건지 난 알 수 없었지만 너의 그 눈빛, 그 얼굴 그리고 그 말을 마주하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너의 주변에 똬리를 틀어 너를 껴안고픈 감정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넌 매일 나를 찾아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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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밤이 깊어가도 넌 내게 오지 않았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내 가슴속에서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내 마음속에 떨어졌다. 왜인진 모르지만 난 얼마나 오랜만 인지도 모르겠는 시간만에 내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 감정의 이름은, 염려였다. 한결같던 네가 바뀌자, 여러 가지 걱정들이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떨어졌다. 최대한 기척을 감추고 항상 네가 오는 마을로 가보자 내 푸른 눈에 너의 모습이 비쳤다. 너는, 한없이 고운 너는, 아비라 부를 수도 없는 그놈의 손에 이끌려 기방이라는 곳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또다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내 가슴속에서 가을의 산불처럼 미칠 듯이 피어올랐고, 왜인진 모르지만 펑 소리가 나고 연기가 피어오른 후, 난 인간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그 감정의 이름은, 분노였다. 가녀리고 어여쁜 꽃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져버리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나에게 넌, 들판의 아름다운 들꽃보다 훨씬 향기롭고, 훨씬 아름다운 존재였으니. 큰 뱀이 그려진 푸른 도포와 녹색 옥대를 한껏 늘어트린 검은 갓을 걸친 난,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다.

   " 그 손 놓거라. 숨통을 끊어놓기 전에. "

너의 아비란 자의 손에서 네 손을 빼고 그 고운 손과 내 손을 겹쳤다. 따스한 체온이 뱀의 비늘이 아닌 인간의 피부로 느껴졌다. 쌍욕을 퍼부으며 그놈이 뒤따라와 달려들었으나 그저 내가 바라보는 것 만으로 움직일 수도 없는 치였다, 그는. 네 부드러운 손을 꽉 쥐고 숲을 지나 동굴로 뛰듯 걷던 도중 네가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 ㄴ... 나리... 놔주십시오! 아픕니다... 그리고 도대체 누구시길래 소저를 깊은 밤에 이리 숲으로 데려가십니까? 기방에 끌려가지 않게 도와주신 건 감사하나... 천한 소저는 이미 연모하는 자가 있사옵니다. "

어리고 약하지만 신념이 있고 지조도 있는 네가 마음에 들었다. 아니, 무엇보다 네가 연모하는 그자가 누군지 짐작이 가서 마음에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구나. 그 밤이, 너를 향한 내 감정이 사랑으로 바뀐 날이었다. 당황스러워하는 너를 달래는 것이 맞았겠지만, 네가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을 봐서인지 화가 잔뜩 나있던 난 외쳤다.

   " 요즘 인간들은 짐승도 못한 놈을 아비라 하더냐? 금수도 딸을 팔진 않는다! 그리고 내가 누구냐고? 네가 연모하는 자, 그리고 너를 연모하는 자다. "

다시 펑 소리가 나고 본모습인 이무기로 돌아온 나를 본 넌 얼굴을 붉히고 입을 막으며 말을 더듬더구나. 귀엽게도... 나중에 알게 된 사정이지만, 그날 넌 열여섯이 되어 아비에게 기방에 팔려가던 중이라 하였다. 그렇게 동굴에서 어쩔 땐 인간이고, 어쩔 땐 이무기인 나와 함께 살게 된 넌 내 사생에 따스한 봄날 햇살 같은 감정을 피어나게 하였다. 그 감정은, 행복이었다. 너의 손을 잡고, 너와 눈을 마주치고, 너와 담소를 나눌 때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이제는 더 이상 작은 소녀가 아니라 어엿한 여인인 너는 빠르게 나를 스쳐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내가 가장 예측하지 못한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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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왕, 다른 말로 옥황상제는 인간의 모습으로 현신을 하여 자신이 다스리는 지상을 두루 둘러보는 중이었고, 어느 날 나는 그와 숲 속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아, 그때 그 만남이 없었더라면...

   " 이무기로구나. 수련은... 한 500년쯤 했으려나? 느껴지는 기가 범상치 않구나. 가히 훌륭한 재능이로다. "

다짜고짜 나를 분석하는 그는 내 심기를 건드리기 충분했고, 난 그와 한 합을 겨루고 온몸의 비늘이 찢겨 나가떨어졌다. 한 손가락. 단 한 손가락만으로 내 일격을 막은 그는 나를 움직이지도 않고 순식간에 제압한 후 내 수련이 아직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과 다른 여러 가지를 듣고 내게 제안했다. 100년의 수련을 마치면 용으로 승천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상상도 해볼 수 없는 제안이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단 한가지 있었다. 바로 너. 용이 되겠다는 목표보다 소중해진 너라는 존재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있었고 그 때문에 나는 망설였다. 그리고 청했다. 부디 사흘의 말미를 줄 수 있겠냐고. 내 호기로운 말을 들은 옥황상제는 크게 웃더니 내 청을 들어주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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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로 돌아가자 넌 따스한 웃음으로 나를 맞았고 그 웃음은 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였다. 내 큰 상처에 놀란 넌 내가 해준 얘기를 듣고 더 놀라며 뛸 듯이 기뻐했다.

   " 부디 승천하소서. 천하디 천한 소녀 따위는 생각지 마시옵고, 승천하소서. 그것이 나리를 위한 길이옵니다. "

승천. 짧은 평생 동안 바라 온 것이었지만 온몸에 족쇄가 채워진 듯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자꾸만 바라보고픈 너, 너를 두고 내가 어떻게 승천할 수 있을꼬? 하지만 그때의 난 어리석기만 했다. 하지만 후회만 남을 선택을 한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니 누굴 탓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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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천하기로 결심한 난 약속한 100년의 수련을 채우고 벅차오르는 설렘 반, 그리고 미어질듯한 슬픔 반으로 멀고도 가깝게 느껴지는 구름 위를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지상을 내려다보니 눈물 한 방울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 순간, 혹시라도 날 볼 수 있을까 하늘을 올려다보던 너와 눈이 마주쳤다. 그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시 바라보면 떠나지 못할 것 같았기에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들어 올리려 할 때, 난 힘을 잃고 지상으로 추락했다. 손에 잡힐 것만 같이 가까워진 구름은 이제 내게서 멀어지기만 했고 난 한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쿵! 굉음이 울리며 난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깊이 떨어져도 내 마음이 떨어진 것보다 깊이 떨어졌을까. 아무리 아파도 부서진 내 마음만 했을까. 부서지고 떨어져 나간 비늘로 힘들게 땅을 기고 피를 토하며 난 네게 물었다. 어찌 그랬느냐고, 네가 어찌 그랬느냐고.

   " 세상 모두가... 내게 등을 돌려도... 크윽... 너만은... 너만은 내 편이라 믿었건만... 다 내 잘못이로구나... 인간을 믿고 연모한 내 잘못이로구나... "

난 스스로를 탓하며 자책하고, 슬퍼하고, 아파했고, 그런 나를 본 너는 아무 말 못 하고 추춤추춤 뒷걸음질 치더니 그 하얀 손을 떨며 어여쁜 입술을 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사모하고, 또 사모하였사옵니다. 송구스럽고, 또 송구스럽습니다. 다음 생에는... 부디 다음 생에는 뱀과 사람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아니면 뱀 대 뱀으로 만나고 싶사옵니다. 천하디 천한 제 삶에 조금이라도 빛을 비춰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마음 깊이, 아주 깊이 사모하옵니다... "

눈물을 흘리며 미소 짓던 넌, 한마디 말을 마지막으로 천길 낭떠러지로 몸을 던졌다. 그때 내가 슬퍼했는지, 기뻐했는지,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 나는 지금도 모르겠구나. 그때 너를, 그 가녀린 너를 죽인 것은, 결국 나였던 것일까. 그리고 무미건조한 십 년이 흘렀다. 너와 승천, 두 삶의 이유를 모두 잃은 난 죽지 못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들려온 풍문은, 동굴 속에만 틀어박혀 지내던 나를 천계로 이끌었다. 십이지의 황룡이, 한 이무기의 승천을 막았다. 그 이무기의 정인을 죽게 만들었다.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난 그 길로 바로 천계로 향해 십이지의 황룡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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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까진 멀고도 먼 길이었지만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천계의 수문장 앞까지 다다른 난 크게 외쳤다. 십이지 황룡은 당장 나오라고. 끓어오르는 살의를 어찌하지 못하던 나였으니, 달리 어찌할 수 있겠었느냐.

   " 황룡님은 너 따위가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시다. 썩 꺼지거라! "

하지만 내가, 너를 잃은 내가 그 정도로 멈출 것 같더냐? 앞길을 막은 모든 것을 치우고 부수며 난 십이지의 처소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도 죽이진 않았다. 그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일 터이니. 처소에 도착하자 황룡을 제외한 모든 십이지가 나를 친히 맞아주더구나. 무기와 주먹으로. 고통도 못 느끼고 그 11명을 모두 때려눕힌 난 곧바로 황룡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황룡이 아니더구나. 악한 짓을 하고 허물을 벗으니 예전의 그 누런 금빛 비늘은 온데간데없고 검은 비늘의 흑룡이 내 앞에 있더구나. 분이 풀리려면 사흘 밤낮을 패도 모자라겠지만 그가 맞아 기절해버리기 전, 목을 잡고 포효하며 눈물로 물었다. 도대체 왜 그랬냐고. 도대체 왜 너를 죽게 만든 거냐고. 대답이 가관이더군.

   " 네놈이... 쿨럭! 승천하여... 용이 되면... 카학... 천계가... 어지러워질 것이... 뻔해서... 컥! "

질투와 열등감으로 찌든 그 대답을 더 들어줄 수가 없어서 그의 사지를 분해한 난 순순히 옥황상제 앞으로 피로 칠갑된 온몸이 쇠사슬에 감긴 채 개처럼 끌려갔다. 여전하더구나, 그 양반. 내 죄가 막중하나 천상 대전에서 손오공을 상대로 백의종군해 공을 세우면 죄를 사해주겠다고. 그리고 너를, 환생시켜 주겠다고.

   " 옥황상제의 이름을 걸고 약조 하마. 큰 공을 세우면 그녀를 환생시켜주마. "

전혀 할 마음이 없었고 그땐 죽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던 나였지만 그 말을 들으니 귀가 탁 트이더구나. 바로 아무 무기 없이 맨손으로 참전해 소문만 무성하던 손오공과 싸웠다. 역시 소문처럼 강하더구나, 그놈. 결국 승자를 가리지 못한 채 무승부가 나고 손오공이 봉인된 후, 너의 환생은 흐지부지된 채 난 천계에서 쫓겨났다. 그리하여 기다리기도 십칠 년. 하루하루, 일분일초가 지옥이 따로 없었지만, 다른 무엇보다 단 것을 좋아하던 너, 네가 가장 사랑했던 내가 가장 사랑하던 너, 아름답고 어여쁘기 그지없던 너, 그리고 언젠간 환생할지도 모르는 너를 기다리며 버텼다. 버티고 또 버텼다. 오직 네가 준 이름인 어린 이무기를 줄인 '어묵'과 함께, 언젠가는 찾아올, 오늘 같은 날을 위해.

   " 보고 싶었다, 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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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그리고 그거 아느냐? 너의 이름인 '백연'(白緣)의 연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인연 연(緣) 자가 아닌 예쁠 연(娟) 자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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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기전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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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오랜만이네요...ㅎㅎ... ㅈ... 죄송합니다!! 제가 또 압수를 당했던지라... 큼. 새해라 한국적인 단편을 가져왔습니다! 드래곤, 용이 되지 못한 뱀, 즉 이무기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입니다! 마음에 드실진 모르겠네요... 그리고 하나만 묻자면, 제가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듭2 비하인드 스토리를 완결내고 시작할까요, 아니면 그냥 번갈아가며 연재할까요? 연재한다면 제목은 [ 드래곤 하이스쿨 ]이 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0년보다 행복한 새해 되시길 바라며 전 이만 밀린 글을 쓰러 가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의견,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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