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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밤
2021-04-30 16:31:52

밤은 짧았고, 새벽은 여명이 밝아오기 전까지 너무 길었다.​


사람들은 한 송이의 붉은 꽃이 그의 잎을 떨어뜨리듯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쓰러져 갔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눈에 덮인 평야 위에는 모든 걸 잃은 한 소년이 우두커니 홀로 서 있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둡고 차가우며 고요히 변해버린 주위에선 여전히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왔고, 눈앞에서는 자신을 기다리던 그의 동료가 적의 칼 앞에 쓰러지는 환영이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라도 눈을 뗐다 다시 돌아보면, 기운차게 일어나서 웃어보일 것만 같은 친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항상 웃는 얼굴로 그에게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던 소녀에게서, 그는 더이상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얼굴로 일그러뜨리며, 그들을 잃었다는 사실은 애써 부정해보는 그였지만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 없었다.



쏟아져 내리는 눈보라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을 덮어버릴 기세로 내리던 눈이 쌓이기 시작했으나 그는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엇다. 


"왜 홀로 서서 구슬프게 울고 있는 것이냐."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 무엇하나 내가 지킬 수 있는 건 없었어."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잘 알던 그였기에,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저 눈앞에 쌓여가는 눈을 바라보며 힘 없이 말을 내뱉었다.


"왜 지킬 수 없었던 것이더냐."


누군가가 물었다.


"계획이 실패했거든."


얼마안가 그가 대답했다.


"그렇더라면 어찌하여 실패할 계획을 세웠던 것인가."


낮으면서도 진정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그에게로 흘러갔다.


"모두를 살리기 위했던 거였지만, 지금 보니까 그건 내 욕심이었어."


그제야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본 그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뭐라도 달라졌네."


그리고는 고개를 뒤로 돌려, 감정이 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다른 한 소년을 향해 말했다.


"이번에도 늦었네. 아무도 구할 수 없었어."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소년을 보고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고르."


그의 말이 고요한 평야에 맴돌았다.



"이제 끝내자."

​​​

눈보라는 그치지 않았고, 세상을 차가운 눈으로 덮어갔다.






오랜만에 단편

생각해보니 글쓰기 귀찮으면 그냥 단편을 끄적이면 되는거였음



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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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함ㅋㄲ

    2021-05-01 12:35:16

  • 노잼ㅋ

    2021-05-01 12:34:26

  • 와우! 단편! 잘 보고 갑니당 어우 다시 봐도 묘사 미쳤어... 대박이야

    2021-05-01 03:44:57

  • 전이제 또 몇달 잠수타러가니 제글대신 팜파오님글보게 많이 홍보해야겠음

    2021-05-01 03:51:13

  • 엌 아닙니다 백지님 글 홍보하셔야죠..ㅋㅋㅋㅋㅋㅋ

    2021-05-01 22: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