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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아카데미 단편 : 여장 ]

21 팜파오
  • 조회수499
  • 작성일2021.05.03
[ 단편 : 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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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아, 선배~ 한 번만요~ "

   " 시, 싫어! "

   " 저도 나중에 부탁 하나 들어드릴 테니까, 딱 한 번만요오! "

아니, 얘가 왜 이래! 지금 엔주는 내게 무려 여장을(!) 해달라 하고 있다... 아까 그 말에 덥석 넘어가는 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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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아까 자유시간, 반으로 찾아와 말을 거는 엔주의 제안이었다.

   " 데빌 선배, 혹시 오늘 수업 끝나고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

약속은 없었고, 혹시나 엔주와 오후를 같이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 기대에 찬 눈빛으로 수락했다. 역시 내가 예상한 대로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 앞에서 만나자는 엔주에 말에 난 남은 수업 내내 멍하니 앉아 왜 나를 부른 것일까, 과연 부탁은 뭘까 생각했다.
   여느 때보다 훨씬 길게 느껴지던 수업이 끝나자 난 서둘러 기숙사 앞으로 달려갔고, 엔주는 담장에 기대어 낮게 휘파람을 불며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미안. 많이 기다렸어? "

내가 이렇게 말하며 다가가자 엔주는 아니라며 생긋 웃은 후 앞장서 걸었다. 설렘 반, 호기심 반으로 엔주의 뒤를 따라가며 여자 기숙사 복도를 둘러보던 내게 엔주는 한 방 앞에 멈춰 서서 문을 열었다.
   이층 침대 하나와 싱글베드 하나가 각각 양쪽 벽에 배치되어 있고 탁자와 의자 세 개가 방 중간에 배치되어 있다는 걸 제외하면 가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가구를 살펴보고 난 후, 내 시선은 책과 학용품이 널려있는 바닥으로 향했다. 깔끔하다고 말하긴 어려운 방은 엔주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녀는 이빨을 까득 깨물며 낮게 말했다.

   " 이것들이 내가 방 깨끗하게 정리한 게 어젠데... "

욕설을 내뱉으려던 엔주는 뒤에서 우물쭈물거리며 멋쩍게 서있던 날 의식했는지 탁자에 앉으라 말하며 옷장 문을 열었다. 그때까지도 엔주의 방에 대한 호기심에 가득 차 있던 난 방을 둘러보느라 엔주가 옷장에서 뭘 꺼내는지 보지 못했다. 군데군데 붙은 포스트, 아기자기한 인형들 그리고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 내가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엔주는 옷장에서 무언갈 꺼내고 뒤로 숨기며 나를 불렀다.

   " 어, 어? 응, 왜? "

   " 일단... 제가 부탁이 뭔지 말하기 전에 약속 하나만 해주세요. 그 부탁이 뭐든, 들어주시겠다고. 저... 믿어주실 수 있죠? "

다른 사람이라면 부탁이 뭔지 말도 안 하고 그러냐며 거절했겠지만 엔주가 저렇게 물어오니 난 조금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얼마나 중요한 부탁이길래 저렇게까지 말할까, 라는 생각을 하며 엔주의 눈을 바라보던 내 얼굴이 일그러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엔주는 미소를 지으며 뒤에 숨긴 물건을 꺼냈다.

   " 이거... 딱 한 번만 입어주세요. "

얘가 뭐라는 거지?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화려한 드레스. 굉장히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나한테 입어달라 하는 엔주의 눈은 기대로 가득 차있었다. 자세히 보니 옆에는 내 머리카락 색깔과 똑같은 붙임머리도 있었다. 저걸 입고 저걸 머리에 붙이는 게 엔주의 부탁이었고, 내가 그 부탁을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 그... 그러니까... 저 드레스를 입고... 저 붙임머리를 붙이라는 거지...? "

내가 당황한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묻자 엔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 정확해요. 자, 저 눈 꼭 감고 있을 테니까 이제 갈아입으셔도 돼요. "

엔주는 이렇게 말하고 눈을 손으로 가렸지만, 손가락 사이로 날 쳐다보고 있는 걸 내가 모를 리가 없다.

   " 시, 싫어! 이런 걸 어떻게, 그리고 왜 입으라는 거야? "

그러자 엔주는 아쉬운 듯이 눈을 가린 손을 내리며 말했다. 난 여전히 당황한 상태로 너무나도 화려한 드레스와 붙임머리, 그리고 엔주를 번갈아 바라보며 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 아니, 왜요~ 아까 약속하셨잖아요?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시겠다고. "

그리고 시점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어이없어하며 거절하는 나, 드레스를 들이밀며 매달리는 엔주. 아니 얘가 왜 이러지? 하, 어쩌자고 그런 약속을 해버려서... 난 속으로 한숨을 쉬다가 다시 엔주가 내미는 드레스를 흘끗 바라보았다. 한눈에 봐도 값비싸고, 귀한 드레스다.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저런 옷은 꿈에도 꿔본 적이 없는데...

   " 선배, 약속은 지키셔야죠. 안 그래요? "

   " 아니 그건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드레스라니, 드레스라니이! "

난 거의 절규하고 있었지만 엔주는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내 말을 끊은 엔주는 붙임머리를 들고 내게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 딱, 딱 한 번만요. 엄마 장롱에서 이걸 보는 순간, 딱 선배 생각이 났다니까요? "

엄마 장롱...? 그러면 이게... 빛의 어머니, 엔젤 드래곤 님의 드레스라고? 아니 그런 드레스를 보는데 내 생각이 왜 나...? 괜히 비싸 보인 게 아니었구나... 내가 뭐라 하든 엔주는 어느새 내 옆자리에 앉아 붙임머리를 붙이고 있었다. 어라, 가까워. 엔주는 붙임머리를 내 검붉은 머리카락에 붙이는데 집중해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는 내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선명한 붉은색 눈동자, 오뚝한 코와 금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머리카락. 도도한 느낌을 풍기는 예쁜 고양이상 얼굴에 생기가 도는 살구빛 볼. 집중하느라 앙다문 분홍빛 입ㅅ...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 자, 다 됐ㅇ... "

다 붙였는지 엔주는 조금 거리를 두고 내 모습을 관찰하다 말을 멈췄다. 왜... 왜 저러지? 혹시 이상한가...? 불안해진 난 살짝 고개를 들고 엔주를 바라보았지만 엔주는 고개를 돌리고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 아아, 좋은 건 한 번에 봐야 해요! 선배, 빨리 옷 갈아입어요, 알았죠? "

엔주는 끝까지 나를 바라보지 않으며 문을 닫고 나갔다. 쟤가 뭐라는...
   붙임머리 하면 어떻게 보일까? 달라진 내 모습이 궁금해진 난 거울을 찾으려 방을 두리번거렸지만 여자애들 방이니 아마 거울이 있을 거라는 내 추측은 보기 좋게 틀렸다. 손거울 하나도 없다니...
   결국 거울을 찾지 못한 난 탁자에 놓여있는 드레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쩌지. 이걸 진짜 입어야 하나. 아무리 단 둘이라 해도 이런 걸 입는 건... 부끄럽단 말이지.
   고민하던 난 결국 한숨을 쉬며 옷을 하나씩 벗었다. 옷 속에 숨어있던 살결이 공기에 닿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괜스레 부끄러워진 난 몸을 웅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드레스를 입어본 적이 없어서(아니 이런 걸 입을 일이 있겠어?) 처음엔 조금 헤매던 난 결국 손대기도 황송한 엔젤 드래곤 님의 드레스를 입었다. 아아,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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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 들어와... "

내가 수줍게 말하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난 엔주를 바라보지 못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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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용님이 엔주와 데빌이 그림을 두 장 그려주신 덕분에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렇게 단편을 적어 올립니다! 데빌이... 여장해도 예쁜 거 실화인가요... 용님의 금손에 찬사를...
   월프 스포어와 드래곤 아카데미 본편도 틈틈이 쓰는 중이지만 빨리 돌아오겠다고는 못하겠네요...ㅠ 요즘 온클 때문에 글을 쓸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 지라... 노력해보겠습니다!
   문단 나누기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보았는데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이 자리를 빌려 용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전 다시 물러가 볼게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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