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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덮인 동굴
2021-06-05 22:55:06

애룡과 함께하던 때가 있었다.


애룡과 함께 유타칸을 여행하고, 몬스터를 해치우고, 새로운 드래곤 알을 발견해 키우고, 그렇게 세력을 불리고, 불리고, 불려서 마침내 유타칸의 영웅이 되고, 유타칸의 영웅이 다크닉스와 사악한 해골 바가지를 무찌르고, 또 다시 해저를 구하고, 하늘왕국도 돕고, 그랬던 적이 있었지.


그래, 그 나날들은 정말로 행복했었어. 물론, 고난도 많았었거든. 나와 애룡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오해한 나머지 너무 강한 적은 상대해, 나와 나의 용 모두 수모를 겪은 적이 있었어.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자양강장제를 엄청 마신 적이 있었는데, 나랑 그 친구는 자양강장제 때문에 기가 다 빠져서 병원 신세를 졌어야 했거든. 그때는 용들이랑 테이머들이랑 모두 쉽게 지쳐서, 조금 빡세게 일한다 하면, 보통 자양강장제를 입에 달고 살았던 경우가 많았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겪었던 고난과 시련이... 우리의 업적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아.


그런데, 명심해, 나는 유타칸과 밖을 드나드는 사람이야. 때때로는 바깥 세상에 중요한 일이 터지지. 그런데, 나는 유타칸보다 바깥 세상에 더욱 큰 의무를 갖고 있어. 유타칸에서만 사는 사람, 드래곤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중요한 일이 있어. 상점 주인들이 물건 파는 것에 종사하고, 전문 테이머들이 드래곤에게 최대 능력을 발휘하게끔 하고, 그런 것처럼 말이야. 두 글자로, 생업이라고 하는 것 때문이지.


나는 생업이 바빠서 잠깐 유타칸에 오는 것을 까먹었어. 유타칸으로 오랜만에 가는 길에, 이 생각이 문득 떠오르더라. 내가 동굴을 마지막으로 떠날, 그 때 애룡과 대화를 나눈 게 기억이 났어. 당시 만렙이었던 40레벨짜리 캡슐 고대신룡이었는데, 점수가 0.0이라서 다른 사람들은 그 용 승천시키라고 하더라. 그런데, 내가 고생해서 키운 자식같은 드래곤이라 그래선지 그럴 수가 없더라고. 물론, 사람이 드래곤을 낳을 순 없지만 말이다.


"조만간 돌아올게."


고신이는 왠지 불안한 표정을 지었었어. 내가 오랜 시간 못 돌아 올 걸 안 것 같이.


"정말로 돌아올 거라니까. 약속할게."

"사나이는 약속을 지킨다."


시간이 촉박해 빨리 뛰었다. 즈믄과 누리에겐 이를 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곧 돌아오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깥 세상의 일은 정말 많았다. 바깥 세상의 일은 힘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난 5년간 바깥 일만 하고 다녔다. 공부했다. 누구보다 빡세게. 그런데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빡세게 공부했다. 결과는 조금 나아졌다.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왠지 못 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빡세게 공부했다. 좀 많이 피곤해졌다. 그렇게 무언가를 반복하는 삶을 살았다. 드래곤을 키우는 것과는 달리, 명확한 결과가 보이지 않았다. 삶은, 마치 다른 테이머들과 경쟁하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서서히 동굴 속의 드래곤을 잊었다. 캡슐 고신을 각성 고신으로 각성시키려던 나의 야심찬 계획도, 하늘왕국로부터 침입자를 무찌르기 위한 계획,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 다섯 해 동안 아주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동안 동굴은 바뀐 게 없었다.


어느 날, 나는 문득 옛날이 그리워졌다. 시험을 마치고, 휴대폰 게임이 하고 싶어졌다. 먼지 덮인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갔다. 익숙하게 게임을 살펴봤다. 마물을 통해 다른 마을을 공격하고, 대포와 궁수, 그리고 마법사들의 힘을 빌려 내 마을을 지키는 게임, 그러다가, 내가 사랑하는 고신이에게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조만간 돌아올게"


그러고는, 내가 언제 동굴을 떠났는지 고심해 보았다. 5년 전이었다. 그 약속을 한 게 어제 같았는데 벌써 5년이나 지났다니! 이런 맙소사. 빨리 유타칸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기차에서 지난 5년간 있었던 일과, 드래곤을 키울 때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 경험을 다시 떠올리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유타칸에 당도했다.


많은 게 변하였다. 유타칸이 빛과 어둠의 최전선이라 그런지 매주 일어나던 전쟁도 멈췄다. 어디를 돌아다니던, 바다, 하늘, 지옥, 탐험 지역을 돌아다녀도 피곤해지지 않았다. 마치 자양강장제를 한 기분이었다. 마을의 테이머를 슥 봤는데, 성체 드래곤하고 한참 다른 드래곤들이 여럿 있었다. 저건 캡슐도 아니었고, 각성 드래곤도 아니었다. 애초에 저 드래곤이 그랬을 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 동굴의 위치가 기억이 안 나 촌장한테 물어봤다.


"촌장님 제 동굴 위치를 찾고 싶습니다. 여기 테이머 면허입니다."

"저거 몇 년 전에 발급된 면허 같은데... 저걸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잠깐 창고에 다녀올게. 로나 씨는 잠깐 데스크를 맡아 주세요."


나는 로나랑 잠깐 담소를 나눴다.

"보통 촌장님은 서류 정리의 대가라서, 뭘 찾느냐 고생하는 걸 처음 봐요."

"그렇겠지요. 혹시 오랫동안 안 오셨어요?"

"네. 한 5년은 안 왔지요."

"에이... 거짓말 치지 마세요. 5년 동안 안 오다가 돌아온 사람을 본 적이 없는걸요?"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진짜로요."

"네?"


그렇게 내가 '나 드래곤 기를 적에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근데 지금은?' 하며 대화하는 시간이 흘렀다. 조금 뒤 촌장이 말했다.

"동굴 위치를 찾았어. 생각보다 가까워요."

"아마 마을이 만들어진 지 그닥 오래되지 않은 때에 판 동굴이라서 가까운 거일 거야."

"거기로 가렴."


난 자리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러다가 촌장이 말했다.

"잠깐. 다시 우리 마을을 찾아줘서 고마워. 우선 네 볼 일 먼저 보고 다시 와 줬으면 좋겠어."


난 내 동굴을 찾았다. 많은 게 변해서, 동굴이 있는 곳으로 가는 데 한참 걸렸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드래곤들이 갑자기 낯선 사람의 등장에 놀란 것 같아 보였다. 한편 고신이는 굉장히 이상한 느낌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목소리와 냄새는 조금 변했지만 비슷한 행동거지, 이해할 수 없지만 왠지 비슷한 말투. 아! 그 사람이다! 오랜 기간 기다려온 그 사람! 같이 모험을 했던 인간! 고신이는 깨달았고, 경계 태세를 갖춘 어린 드래곤들, 의아해하던 성체 드래곤들, 고신이의 친구 어둠고신에게 말했다.


나는 드래곤들의 말소리가 공격 명령인 것으로 오해하고 떨고 있었다. 그런데, 온데간데 없이 고신이가 가까이 와 줬다. 그리고, 냄새를 잘 맡아 주었다. 그러고는, 특유의 표정으로 나를 들여다 보았다. 고신이가 굉장히 기쁠 때, 또는 다행이라고 느끼고 편안함을 느낄 때 짓는 표정이었다. 조금 뒤, 통역사 역할을 하는 스마트드래곤, 똑똑이가 나에게 다녀왔다.


"고신이 말이, 오랫만이라 반갑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와줘서 기쁘대."

"약속을 지켜 줘서 고맙대."

"진짜? 내가 여러 해 동안 오지 않았는데두?"

"드래곤들은 부활할 때 까지 수십, 수백만 년을 기다리기도 하지. 우리는... 무슨 드래곤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인내를 잘 해. 수십만 년을 알에 갇힌 채로, 기다린 적도 있는데 고작 오 년 못 왔다고 너를 미워할까?"

"사실 우리가 걱정을 안 한 건 아니지."


나는 똑똑이랑 내가 동굴에 없었을 적에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내가 먹이를 안 사오는 덕분에 직접 동굴 앞에서 낚시를 하기도 하고(물론 맛은 없었다고 하지만), 고신이는 그 명성을 갖고 먹이를 구하기도 하고... 낡은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드래곤들은 나 없이도 잘 살았다. 애초에 드래곤들은 자유로운 생물이 아니었는가.


다만, 내가 없어 재미없었다고 했다.


"아참, 즈믄하고 누리 좀 만나 봐라. 네가 갑자기 몇 년간 사라져서, 많이 놀랐다고 하더라. 아마 하늘왕국 관련 소식은 걔네들이 잘 알거야."

"그래? 고마워. 우선 모두 동굴에서 나와 보라 그래. 모두 함께 같이, 마을로 가 보자. 나랑 오랜만에 산책 나가는 거잖아."


드래곤들은 오랫만에 주인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닌다는 것에 기뻐하는 듯 했다.


누리의 집에 찾아갔다. 누리는 오년간 많이 변해 있었다. 소녀의 모습이 어느 정도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거침 없는 성격은 그닥 변하지 않았지만, 아무렴.

"어, 이게 누구야?"

"누군지 알 거 같은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즈믄이 쏘아붙였다. "걔잖아. 너랑 같이 마을의 영웅이 된 친구."

"오년간 얼굴을 못 보니까 까먹어버렸어... 미안해."


누리의 집에 들어가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하늘왕국은 어때?"

"똑같아. 아직은 훼방꾼들이 많은가 봐."

"생각보다 많은 게 바뀌진 않았구나."

"아니! 많이 변했지! 마을을 봐. 나를 봐. 너도 많이 변했어."

"맞는 말이야. 5년은 긴 시간이지. 그 시간동안 유타칸에 있지 않아서 썩 기분이 좋진 않네."

"그렇다면, 하늘왕국을 구하러 가 볼까?"
"그러자. 고신이, 어둠고신이, 흑룡좌 모두 준비 되었지?"

모두 기뻐하는 눈치였다.


애룡과 함께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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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뽐내기에 글을 써 본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드래곤빌리지 앱을 잘 보면 언제 계정을 생성했는지가 나오는데, 2014년부터 이 게임을 했습니다. 그런데 2016년 쯤에는 이 게임이 물려서 그런지 그만 뒀습니다. 그러다가 요즈음 드래곤빌리지를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피로도도 없어지고, 많은 컨텐츠가 늘어나고, 전쟁이 사라지는 등 많은 게 변했고, 이에 감명을 받아 쓴 소설입니다. 누리를 10대 청소년 정도로 가정하면, 5년이 지난 지금은 20대 초반까지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드래곤빌리지 1 세계관은 시간이 멈춰 있기 때문에, 절대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한편 소설이니까, 가능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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