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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테제 - 3. 도주
2021-07-09 17:58:38
"쌍문동마법사둘리 군, 현재 신성들의 교육 상태는 어떻게 되고 있다고 하던가?"
"......9기 신성들 말입니까?"

'마법사'의 기도는, 닿는 법이 없었다.

"그래. 그들. 혹여 주목할만한 이들이 있나?"
"우선 '상미니'가 검술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에스피노자'는 회복 마법 쪽에서 굉장히 재능을 보이고 있는데, 이 정도 능력자는 모든 기수를 통틀어도 드뭅니다. 기껏해야 저희 측의 '댄서'외에는."

'마법사'는 다시 소원을 빌었으나, 아모르는 여전히 귀를 막고 있는 듯 했고 그 이름이 튀어나오자마자 그는 입술을 꽉 깨물어야만 했다.

"쌍문동댄싱퀸또치 군 말인가?"
"...예. 아, 그리고...최악의 낙제생 하나도요. 다른 의미의 주목이긴 합니다만."
"최악의 낙제생?"
"검술은 힘줄을 끊으려 들거나 아예 재기도 못하도록 공격하는 식으로 너무 비열하게 쓰려고 해서 에메랄드 드래곤이 직접 낙제시켜놓고 특별 교육을 하고 있고, 백마법 외 각종 마법은 이론적으로 완벽히 이해하나 마력이 없다는 문제로 애초에 쓰지도 못해서 실습으로 넘어간 지금은 미출석 상태. 지리는 필기를 하는 대신 그 시간에 교수 설명 들으면서 각 지역 별 지도 그리고 있고..."

누군진 모르겠으나,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무엇보다 사상 교육 시간엔 매일 자거나 빠지고 그나마 두각을 보이는 것이 마공학 계열인데, 위에서 말씀드렸듯 마력이 없으니 총탄을 만들어 쏘는 게 안되어 실습시간에 계속 보급받는 걸로 예산을 잡아먹는데다 일전에 누가 무늬를 만들기 위해 깃털을 뽑고 날개를 잘라서 날지 못하게 된 새의 날개를 잘라내고 대신 마공학 날개를 달아준 것 때문에 그 새의 주인인 학생과 동물에 관한 문제로 대판 싸운 적이 있습니다."
"선한 면모도 보이는데, 뭐가 문젠가?"
"...그 문제로 싸울 당시 그녀가 술을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그 자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자마자 주먹부터 나간 다음, 머리에서 피가 엄청나게 흐를 때 까지 스패너로 머리를 계속 내리쳐버렸습니다. 그 학생은 과다출혈 및 뇌진탕으로 의식을 잃은 뒤 별로 돌아가버렸고 새는 어디로 날아가서 찾을 수도 없습니다. 그녀는 그걸 '머리통을 까버린다' 라고 표현하더군요."

술. 이 문제로 인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단 하나였다.

"마이네하스 양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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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교육소의 낙제생, 막나가는 계집애, 이론만 완벽한 여자. 그녀가 이 곳에서 약 3달 - 현실 기준으로는 대충 9일 정도를 보내며 얻은 여러 다양한 호칭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이대로 고대신룡과 그 따까리들이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있기만을 바랬다. 다만...

"멈춰요, 마이네하스."

빛으로 구현된,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상대의 한쪽 아킬레스건을 끊어 쓰러뜨린 뒤 바로 정수리를 쑤셔서 뇌까지 끝장내기 일보 직전에 에메랄드 드래곤이 빛을 거두며 마이네하스의 검이 바닥을 찌르게 만들었다.

"왜 계속 머리를 찌르거나 힘줄을 끊으려고 하는 겁니까? 진심으로 죽이려고요?"
"알 바야? 두달 정도 술 못마셔서 개빡친 상태니까 자제하는게 좋겠지요, 우리 에메랄드 친구?"
"대체 왜 자꾸 그러는 겁니까.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요? 고의적 태만입니까?"
"응. 니 눈알을 파내버리고 싶은데 못 하고 있거든."

에메랄드 드래곤의 눈을 파버리고 싶어 그렇다는 것은 사실 정확한 이유가 아니었다. 정확히 그녀가 이러는 이유는 여러가지였는데, 첫번째 이유는 그녀가 남의 머리통을 까버린 이후 에메랄드 드래곤이 내린 금주령이었고 두번째 이유는 에메랄드가 자신이 메사이어라도 만나러 가려 들면 어디서 뭘 듣고 귀신같이 나타나는지, 그녀가 외곽에 접근만 해도 나타나선 그녀를 붙잡고 데려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일단 자기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얼굴도 자주 봐가며 살뜰하게 챙기는걸 선호하는 그녀로써는 지금의 물건만 보내는 상황이 그리 탐탁치 않은 일이었다.

"말 조심하라는 이야기 3달째 하고 있..."
"알 바냐고. 내가 워픽이랑 모닝스타 얘기 했지. 너네 지금 털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크닉스가 털러 오지도 않아서 불안해가지고 똥줄타는 걸 내가 못 들었을 줄 알았냐? 내 주둥이 신경 쓸 시간에 니들 부하 입단속이나 시키지 그래?"

에메랄드 드래곤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매사 관심 없다는 듯 지나가는 사람만 관찰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다 듣고 있었단 말인가? 역시 고대신룡의 말대로, 일반 병력 보다는 첩보원으로 쓰는 것이 옳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으나 그녀의 성질머리를 생각하며 다시 그 생각을 누그러뜨렸다. 그녀는...첩보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호전적인 성향이었기에. 일전의 '새 날개 사건'만 봐도, 그녀의 호전적인 기질은 충분히 증명되어 있었다.

"그래 뭐, 어디서 무지는 행복이라고 한 거 들은 적 있긴 해. 이 동물학대의 개념도 모르는 무식한 자식아."
"...오늘 특별 수업은 이 쯤 해두겠습니다. 당신도 고쳐지지 않는 걸 고치려면 힘들테니까요."

그 말을 마치자마자, 마이네하스는 크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녀 입장에서 보자면, 웃을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고쳐지지 않는다니. '고치지 않는다'로 정정해주고 싶었으나 그녀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날개가 잘린 불쌍한 새한테 새로 멋진 날개를 달아준 걸 가지고 내 새 건드렸다고 뭐라 하는 애를 옹호하는 놈들인데, 이들에게 자신의 진의를 알려서 무엇 하겠는가?

그녀가 2개월 전 에메랄드 드래곤이 직접 짜준 시간표를 확인했다. '목적의 이해'라고 쓰여있으나 사실은 사상교육인 시간. 방에 가서 쉴 겸 자기한테 지급된 마공학 총이나 좀 만지작거릴까 하며, 그녀는 사타리엘을 불렀다. 자기 좀 태워달라고. 사타리엘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관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잠시 드는 궁금증에 초보자 패키지에서 지급하는 시타엘이라 그럴 것이라고 그녀는 자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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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나 흡입기니까, 이걸 어떻게 톡톡 건드리면 아마 주번 마력을 빨아들여서 쏘는게 가능해질 거란 말이지..."

그녀가 조심스럽게, 자기 마공학 총을 분해해서 부품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마력 흡입구를 총의 디자인인 것 처럼 양 옆으로 내놓아 마나를 주변 마나를 포집하는 디자인으로 변경한 뒤 진행한 결과는 '물총'이었다. 이번엔 수정을 좀 건드렸고, 그 결과는 처음과 같은 안 나옴. 그리고 몇시간을 만들고 방아쇠 당기고를 반복하다 마침내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총알의 형태를 한, 살상력이 있는게 나갈 때 즈음, 총은 그 형태만 유지하고 있을 뿐 보급된 모델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달라져있는 상태였다. 사용자의 마력을 흡수하는 수정도 붉은색이 되어 있었고.

"...이제 이걸 어떻게 안 개조했다고 속이지?"

너무 많은걸 건드린 탓에, 모든게 달라져버린 총을 붙잡고 그녀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봤자 나오는 게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대충...지금 가지고 있는 둘 중 하나를 잃어버렸다고 한 다음 재보급받기로 결정했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복잡하게 살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건 얼레벌레 해결이고. 이 놈을 어쩐다...너무 심심하게 생겼는데."

그러다 그녀는 레이저 인두에 생각이 미쳤고, 창문을 도로 닫은 뒤 열 방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장식들을 전부 제거해 밋밋해진 몸체의 뒷부분 - 자기에게 가까운 부분을 타지도 녹지도 않는 염료로 붉게, 총구 쪽으로 갈 수록 희미하게 칠한 뒤 음각으로 무어라 적어넣기 시작했다. 레이저가 쇠를 파내려가는 매캐한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상시의 안전장치 용도로 설계한, 마력 흡입구를 막는 부분의 오른쪽 끝에 전쟁을 상징하는 붉은 기수를 그려넣은 그림을 붙이고는, 그녀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짓는다. 그려넣은 그림은, 놀랍게도, 꽤 아름다운 유화 느낌이었다.

'Et ut invicem se interficiant.
Et datus est illi gladius magnus."
"헤헤. 마음에 든다. 사람들이 서로 죽이게 하는 권한을 얻었으니, 곧 큰 칼을 받은 것이라. 아, 그래. 나도 무기에 이름 붙이는거 해보고 싶었는데. 이 총 이름은...어..."

이름 지을 때 고민하는 것은 그녀가 늘 해오던 일이었다. 총 이름이 '큰 칼'이어도 재미있을 것 같았고, 구절을 따온 4기사 중 전쟁의 이름을 따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고민하다 그녀가 고른 결과는...

'Bellum                 Gladius Magnus'
"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먹지. 또먹으면 배탈나..."

가장 고전적인 선택 방식이었다. 종이에 이름 두 개를 적어놓고 옛 노래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이다 멈추는 것을 따르는 방식. 그 결과로 나온 것은 'Bellum', 즉 전쟁이었다.

"그럼 이건 벨룸이네. 내 손에 전쟁이 들려져 있나니, 에헴!"

나름 폼을 한번 잡아보며, 그녀가 총을 들어올렸다. 사격장에 아무도 없을 때 실제 사격 연습을 해봐야겠다 생각하며, 그녀가 창문을 여는 대신 화장실 문을 열고 환풍기를 켰다. 위층 놈들 엿 좀 먹어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 10분 쯤 지닜을까...

'따르르르르르르르릉!'
"염병..."

엿을 먹이려다 화재 경보 시스템에게 엿을 먹어버려 당황한 그녀가 급하게 창문을 열어젖혔다. 자기가 그러지 않았다고 얼버무리기 위해서. 그러고는 새 총의 마나 흡입구를 막은 뒤, 총을 밖에선 보이지 않도록 외투 안주머니에 대충 쑤셔넣고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 방 안의 매캐한 냄새는 전부 사라지고 없긴 했지만, 혹시 몰랐으므로. 그리고 나가는 김에, 메사이어를 볼 계획도 추가했다. 온 동네가 떠나가라고 알람이 그리 울려대는데 그 잘나신 천리안 에메랄드라 해도 자길 쫓아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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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 걔 오늘도 안 온거야? 저번주도 내내 안 온거 보면 무슨 일 있는거 아냐? 왜, 요새 사람들 가끔 뭔 전단 보고 사라진다잖아."
"소원 들어준다는 그거? 에이. 아니겠지. 그 음침한 애한테 소원이나 있겠니?"
"혹시 모르잖아? 다 죽이고 지옥 가게 해달라는 소원도 들어줄지."

지금 다른 세계에서 마이네하스라는 이름으로 지내고 있는, 유지연에 대한 이야기가 그녀가 일하던 섬유 공장에서 돌기 시작했다. 염료로 손이 절은 중년 여성들이 제일 먼저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걸 시작으로 이야기의 크기와 범위가 그 덩치를 점점 불리기 시작한다.

"사실 내 고등학교 동창 아들이 없어진 그 때부터 난 그거 믿거든. 진짜 그거일지도 몰라."
"네 고등학교 동창 아들? 혹시 전에 얘기한 몸 막굴리는 걔 얘기니?"
"아아니, 걔 말고 딴 애 있어. 얼굴은 곱상해가지고 누구한테 시집가나 봤더니 얼굴빨로 땅부자 아들을 꼬셔서 결혼한 거 있지? 역시 세상은 얼굴 빨이라니까."
"땅부자 아들을 꼬실 얼굴이었으면 꽤 이뻤것구만. 그래서 갸는 일 안혀?"
"안 하지. 부러워 죽겠어 그 가시나..."

남들의 시덥잖은 대화에 김유빈은 귀를 닫았다. 간신히 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친해진 다음날 바로 이틀 연속 무단 결근에 한 주를 내내 빠져버린다니. 그녀를 놀리는 거래도 이건 너무 잔인하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차라리 정말로 소원 전단에 의한 거였으면 좋겠다고 빌던 중, 작업반장이 들이닥쳤다. 쉬는 시간 끝이라는 뜻이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지연을 닮은 어두운 얼굴이 되어간다. 한참의 노동이 끝나고 나서 주어지는 식사도 마다하고 휴게실에서 제 선반의 과자나 까먹고 있던 중 눈에 띈, 누가 붙였는지 모를 그 '소원'전단지.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드립니다!

지금 삶이 힘들진 않으신가요?
지금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으신가요?
지금 견디기 어려운 고통속에 있으신가요?
그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 전단을 쥐고, 소원을 비세요.
그 소원이 무엇이든, 이루어드립니다.'

작은 주의사항은 읽을 새도 없이, 그녀가 소원을 빌었다.

"지연이를 찾게 해주세요...데려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위치만이라도..."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가 사라졌다. 휴게실 한 복판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그녀가 정말 사라졌음을 목격한 건 오직 구석의 감시 카메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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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혁명을 기억하시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만, 해당 작품은 복구가 안됩니다.

분명히 후속작까지 계획이 있었고 시놉시스도 있었는데, 폰 바꾸면서 백업해둔 글이 죄다 깨져서 곏?내 마?ㅇ프 < 이딴 식으로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한테 남은 건 과거 제가 홈페이지에 백업해둔 설정 모음밖에 없고 그마자도 세계관 한정입니다. 인물이고 뭐고 날아갔다는 뜻입니다. 힝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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