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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behind story [Ⅷ]
2021-11-13 05:57:54
Re : behind story

          

 

 

 

   “ 일하러 가야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

   “ 그래도오…….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돼? “

   “ 안 돼. 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 “

   “ 알지……. 아는데…… 하아. 알았어. 빨리 다녀올게. “

   고대신룡은 가기 싫다는 듯이 일어나며 엔젤 드래곤의 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빨리 가라니까? 일찍 와. “

   “ 으응……. “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레어를 나선 고대신룡에게 그를 기다리던 에메랄드 드래곤이 웃으며 말했다.

   “ 오늘도 한 소리 들으셨나요. “

   고대신룡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 아아니. 듣기 전에 나왔지. 하아…… 빨리 끝내자. “

   “ 네. “

   둘은 날개를 펼치고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너…… 이쪽이 어느 방향인지는 알지? “

   “ 응? 당연하지! “

   내 불확실한 질문에 아오라는 확신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이 방향은……

   “ 마을로 향하는 방향인데……? “

   그러자 아오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과의 접촉은 아오라로도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이라.

   울창한 숲속엔 정해진 길이라곤 없다. 모든 곳이 길이고 모든 곳이 벽일 뿐. 자신의 선택이 자신의 길을 정한다. 정해진 길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 하는 일이다. 자신 주위의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맞춰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는 존재들.

   그리고 드래곤은 영겁을 살아가는 존재다. 인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강대하고 굳센 존재다. 드래곤은 잊지 않는, 아니 잊지 못하는 존재다. 망각하지 못하는 그의 시선엔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다.

   생명이 태어나서, 자라나서, 죽어간다. 생겨나고, 발전하고, 스러진다. 그것이 드래곤이 보는 생명이다. 내가 보는 생명이다. 사랑하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다.

   인연은 있었다. 내 주변에 소중한 존재들도 많았다. 하지만 전부 사라지고 아스러진다. 드래곤이, 그것도 나와 같은 고대 드래곤이 아니라면 나의 시간을 견딜 수 없다. 정확히 2110년의 세월. 그래서 관계를 끊는 쪽을 택했다. 그러면 상처를 받을 일도 없으니까. 그런데 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인간이 내게 다가와 나를 변화시키려 한다. 이미 잊혀진 지 오래인 행복을 내게 다시 일깨워준다.

   난 이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아오라를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 아까부터 왜 계속 쳐다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

   아오라는 그러곤 얼굴의 이곳저곳을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 엄청 많이. “

   “ 어, 진짜? 뭐가? 어디에 묻었어? “

   “ 아름다움. “

   두려웠다. 또 한 마리의 작은 나비처럼 내게 날아온 그녀가 내 곁을 떠나버릴까 무서웠다. 마음을 열고 싶지 않았다. 부서진 내 마음은 더 많은 상실의 고통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으니.

   하지만 난 인정해야만 했다.

   “ 아무래도 나…… “

   아니, 아직은 이르다. 너무 이르다. 난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진 아오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진실은 진실로 남겨두고, 미래는 그녀의 선택에 맡기자. 나와의 관계는 그녀의 손 안에. 이렇게 결정한 난 비참한 사실을 인정하며 중얼거렸다.

   “ 난 또 변해가겠구나……. 너라는 작은 나비로 인해서. “

   “ 어…… 어? 뭐라고 했어……? “

   “ 별거 아니야. 빠르게 가자. 타. “

   인간의 모습에서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온 난 잠시 고민하다 아오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를 태우고 날아가려 했지만 내 몸에 올라타기에 그녀는 너무나 작았다. 내 거대한 손을 잠시 어찌할 줄 모르며 바라보던 아오라는 살며시 내 손에 올랐다. 난 그런 그녀를 내 목 위에 조심히 올려주며 새침하게 말했다.

   “ 내 위에 탄 인간은 네가 처음이야. 자랑스러워해도 좋아. “

   그러고 보니 진짜 처음이군. 내 위에 올라탄 인간은.

   그리고 난 거대한 칠흑 같은 날개를 펼쳤다. 지상에서 본다면 어둠의 장막이 하늘을 뒤덮었다고 생각될 것 같다. 몇번 날갯짓을 하자 광풍이 일었으며 우리는 그대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내겐 딱히 신기하거나 놀라운 장면은 아니었지만 아오라에겐 충분히 그랬다 보다. 내 목 위에 앉은 그녀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것이 느껴졌으니.

   “ 그렇게 격하게 움직이지 마라. 떨어진다. “

   “ 그, 그래도…… 너무 높은데. 무, 무섭단 마, 말이야……. “

   이런, 고소공포증인가. 이걸 어떡한다.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바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 어, 어? 꺄아아아악! “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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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피오님 복귀하셨군요? 여전히 글 잘 쓰시네요.

    2021-11-14 10:21:12

  • 아이고 과찬이십니다...ㅋㅋ큐ㅠㅠㅠ 아직 부족하죠. 댓글 감사합니다!

    2021-11-14 17:11:34

  • 영겁의 세월을 살아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또 절대이루어질수 없는 관계라...비극이니네요...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해피엔딩을 바래봅니다...

    2021-11-13 20:51:16

  • 결말을 스포해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향을 잘 지켜봐주세요! 뒤통수 조심해주시고요! 댓글 감사합니다!

    2021-11-14 04:03:37

  • 다크닉스와 아오라의 여러 모습을 픽크루로 만들어보는 것에 맛들려버렸습니다.

    ' 다크닉스으... 내가 한 말 진짜 진짜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응? 알겠지? 제바알! '
    '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달라붙지 마! '

    2021-11-13 06:03:13

  • 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드디어 주말이네요. 오늘은 작가의 말로 쓸 말이 떠오르지 않으니 항상 하는 말을 반복해야겠군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댓글 남겨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2021-11-13 06:0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