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알이 바다를 가로질러 육지에 도착하였다.
해변에 덩그러니 남겨진 알은 그 자리에 쓸쓸히 남아 있었다.
''봐봐, 저기 알이 있어!!"
근처에서 놀고 있던 작은 드래곤이 소리쳤다.
"음...저거 무슨 드래곤 알이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알이야."
"그럼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드래곤들은 알을 빤히 쳐다보다가 툭툭 쳐봤다. 그러다가 알을 두 손으로 들어올렸다.
"이거 생각보다 가벼운데? 공놀이 하는 데 쓰면 딱이야."
"야, 안 돼. 아직 태어나지 못한 아기 드래곤이 들어있다고. 그러다가 부수기라도 하면..."
"그런 걱정할 필요 없어. 살짝 던진다고 깨지진 않아."
'정말 괜찮은 게 맞나...'
" 못 믿겠으면 진짜로 던져보라니까? 자 이쪽이야! "
드래곤은 알을 상대에게 건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리쳤다.
' 그래도 어쩐지 불안한데.. 에잇 모르겠다! '
조금 망설이던 다른 드래곤이 알을 던졌다. 그런데 너무 힘을 쎄게 주고 말았다.
" 이러다 깨지는 거 아니야?! "
" 첨벙! "
알은 순식간에 멀리 날아가다 물 속에 빠져버렸다.
"아차차!"
그런데 알에서 갑자기 빛이 터져나오며 자그마한 드래곤의 형상이 희미하게 보이기 때문에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불길이 감싸며 드래곤은 서서히 의식을 되찾아갔다.
하늘에서 내려쬐는 눈부신 빛과 함께 누군가가 속삭였다.
'구원자여, 다시 한 번 부활과 함께 타올라라. 그리고 잃어버린 땅으로 나아가라.'
그러고는 구름이 주위를 맴돌다 사라졌다.
하지만 어린 드래곤들은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갓 부화한 드래곤 한 마리가 쓰러진 모습으로 있었다.
드래곤들은 새끼 드래곤을 데리고 자신의 아지트로 돌아갔다.
'으음...'
파란색 비늘로 덮인 아기 드래곤은 다음 날 아침이 되서야 정신을 차렸다.
우거진 숲 속에 있는 한 동굴 안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알 상태로 있었나. 몸이 뻐근하네.'
드래곤은 힘겹게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자신이 낯선 땅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여긴 내가 살던 곳이랑 다른 세계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와 버렸군.'
알에서 막 깨어난 상태지만 그는 신기하게도 이전에 있던 기억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빛의 힘으로 탄생한 처음의 일,
불의 힘으로 많은 이들을 도왔던 일,
그리고 신과 혼돈의 거대한 싸움으로 세상이 뒤흔들렸던 그 최악의 전쟁까지.
그리고 소용돌이에 봉인되었던 그 순간까지 너무 자세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드래곤은 무기력한 표정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치열한 결투 속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지만, 고향과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초조함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흘러 그 곳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기 어제 그 드래곤이 깨어났어!"
"얘 정말로 괜찮긴 한 거야? 어제 네가 무지 세게 던져서기절했었다고."
"아니, 먼저 알로 공놀이 하자고 한 네 잘못이지."
두 드래곤은 서로의 잘못을 따졌다.
푸른 비늘의 드래곤은 그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