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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프렉테티스트
2022-01-13 17:30:38
 달이 밝았던 작일에는 철야했다. 그러한 이유는 혈의 적색 그림자 속에서 생명을 엮는 내가 괜스레 감상에 젖어 비탄의 눈물을 머금은 채 잠에 드는 것을 자아가 내겐 온당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나는 남의 명을 짓밟는 재주에는 관심이 없다.

 허나 온전치 않은 몸으로 억겁의 세월을 부실하다못해 빈약한 찰나의 치료로 덧붙이는 것만이 내 최선이었다. 그것이 신적 존재의 존재와 윤리성 따위를 갉아먹고, 공허로 솎아낸다는 것을 진즉 상기했으나, 탐욕의 손아귀에서 아름아름 놀아나는 꼴을 의문스럽게도 버릴 수가 없었다. 이따금 이 피바다, 전쟁터가 하나의 거대한 묘지가 아닐까 하는 상념에 잠기곤 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혹은 사랑 자체의 추상적 개념의 죽음이라거나. 그런 것들이 한 곳의 심연과 돌무더기 아래에 묻혀 있다는 말이다.

 그래...요컨대, 고작 발 밑 아래에 무고한 이들이 묻혀 있어. 그 신들은 이 피바다에서 다시금 삶의 실을 뽑아내고, 죽음을 덮어 땅을 비옥하게 할 터고. 광명과 심연의 궤멸 속에서 우리의 희생은 덧없는 소모였다. 빛과 어둠은 너무나도 아둔하다.

 그들에게 지친 나는 오랜 피바다 속에서 눈을 떴다. 그래, 죄책감⋯ 죄책감이라는 건 퍽 지독해. 하지만 너도 알겠지. 아니, 알아야만 해. 그것들은 노량으로 일을 지체시키는 것만 도울 수 있다는 건.
우리가 전장에 있는 이상 그 조포한 부정들을 삼키고 또 삼켜야 한다네.
둔하게 삭은 날로는 무엇도 베지 못한다. 

 "프렉테티스트."

 "내 이름인가? 누가 나를 창조했지? 나는 누구의 수하인가, 잔재여? 묻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아⋯"

 "그래, 너는 축복받은 아이니라. 하지만 어둠 또한 가졌지. 마치 황혼과도 같아. 묘하군."

 "⋯방금 무덤에서 나온 건가?"

 "그래. 피바다 속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골격, 성향, 그리고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이었다. 알 껍데기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자연 발생한 용이라, 기묘하지 않은가.





반응 괜찮으면 추가로 써보겠습니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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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잘 쓰십니다. 다음편 나온다면 챙겨보겠습니다

    2022-01-21 15:5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