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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프렉테티스트
2022-08-03 02:54:30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골격, 성향, 그리고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이었다. 알 껍데기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자연 발생한 용이라, 기묘하지 않은가.


"혼돈도, 어둠도 아니다. 그렇다고 긍정인 것도 아니리라. 하지만 말이지⋯ 네게서는 익숙한 냄새가 나." 

 순간 프렉테티스트는 자신의 영혼으로부터 얼음장같이 차가운 몸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러고선 전장의 한가운데와도 같은 피바다 속에서 무거운 몸을 이끌어 기어가기 시작했다. 어째서 날 수 없던 것인가, 응?

 그러고서 용은 수십 걸음을 기었다. 실은 수십 걸음보다도 훨씬 멀리 뻗어나갔다. 살기 위해서는 성체들의 공성전으로부터 최대한 도망쳐야 했다. 따가운 용암이 비늘을 태워도 개의치 않았다. 애당초 타질 않았던가. 주린 배를 애써 달래며 그것은 생존을 위해 나아갔다. 운석이 쿵! 하고 떨어질 때면 얼음 기둥을 방패 삼아 잘라낼 정도의 힘은 있었지만 눈에 띄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새이다.

 변종은 순종들 사이에 마찰을 능구렁이처럼 파훼해나갔다. 몸이 이끼와 젖은 돌덩이, 종국에야 숲에 걸치기 시작하자 바스락, 파삭, 하는 소리가 고요한 숲에 울려퍼지고, 그 수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프렉테티스트는 영롱한 양식을 마주할 수 있었다. 새의 알과 같이 미끈한 것이 뱀의 형상을 닮은 그것에게는 만찬일 뿐이었으니까. 굶주린 탓에 가리지 않고 주둥이를 쩌억─ 벌리고서 그것을 삼켜버리기 직전에⋯

빠드득!
⋯하고 둔탁한 것이 알 안쪽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프렉테티스트는 황당해하고는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 알 속에서 조그만 용이 머리를 내밀고서 프렉테티스트를 응시했다. 뭐, 그런들 제 몸집보다는 조그만 것이 한입거리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식사를 방해받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부화할 줄은 몰랐어⋯ 산 채로 먹어 주마. 아니면 조용히 알로 돌아가던지."

"⋯ 먹어? 뭘?! 나도 줘어."

"⋯ 멍청한 건가, 아니면 죽고 싶은 건가."


프렉테티스트의 한 입 크기에 걸맞은 회색 깃털을 가진 조그만 해치는 세상 물정은 당최 모른다는 표정으로 선명한 노란색 눈동자를 도로록 굴려대었다.

"그으⋯ 멋지다. 차가워 보여⋯. 날카로운 주둥이나⋯ 빼곡한 이빨만 해도 무서운데에. 파란 눈이랑 얼음처럼 반사되는 비늘들하거니와⋯ 해치, 맞는 거야? 나는 이렇게 생겼는데. 짱 불공평해!"

"⋯너는 이름이 뭐야, 파랑이? 나는 레가토라고 해에. 아빠가 잠시 어디 간 사이에⋯ 웬 불청객인가 했네."

두 해치는 서로를 쳐다보고선 동시에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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