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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검은 혁명 - 1. In the Web (2)

0 카타스트로프
  • 조회수434
  • 작성일2016.08.10
"아무것도 손 대지 마!"
"이단 색출 작업의 일환이니, 제가 보여드리는 걸 본적이 있거나, 그것과 관련있는 물건을 갖고 계신것이 있다면 저에게 말씀하십시오. 지금 말씀하신다면 모든 것을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성기사 여럿을 대동하고 나타난 사제가 주민들의 눈앞에 여러가지 그림을 보여준다. 하나같이, 모르겠다고 고개만 젓는 그들. 이내 이 가정방문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성기사들과 사제가 떠날때까지, 가족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어머니 품 안에서 파르르 떠는 어린 소년이 제 어미에게 제 안의 두려움을 묻는 소리만이 들린다.

"엄마, 정말로 이단이 있는거야? 나 무서워..."
"엄마도 모른단다. 에드워드...지금은 그냥, 기사님들을 믿고 있자. 알았지? 무서우면 울어도 돼. 응..."


이그나이트가 그를 기다리고 있던, 항구라고 알려진 지점은 의외로 가까웠다. 어릴 적, 아델이 여동생과, 그리고 이그나이트와 놀던 난파선 근처. 그가 추억이 생각난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하. 어릴 적 생각나네. 이그나이트랑, 여동생이랑 놀았었지. 그때 어디에 상자 하나를 묻어놨었는데..."
"어서 가자구요. 추억을 떠올릴 때가 아닙니다."
"쪼끄만게 갑갑하긴. 알았다고."

그의 투덜거림에도 라세다르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한참을 걷고 걸어, 수중동굴에 도착한 그들을 이끌던 그녀가 벽에 손을 댄 채 무언가 말하기 시작한다.

"빛의 노래를 멈추고, 고요한 지평선을 허물어라. 우리는 항상 이룰 수 있는 것보다 많은것을 탐하리라..."
"뭐래는거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쪽 벽이 사라지며 통로를 드러내보였다. 그 안으로 여유있게 들어가는 라세다르를 쫓아 아델이 들어온다. 그러자 벽이 다시 생겨나 앞을 막는 모습을 보고 아델레온의 눈이 실로 오랜만에 호기심으로 빛났다. 이그나이트도 놀란 듯 계속 고개를 돌려댔다.

"어어? 이거 어떻게 한거야? 벽이 생겼잖아?"
"홀로그램이에요. 과학의 힘이죠. 물론, 실제 벽처럼 만져지고 느껴지는 건 마법의 힘을 빌렸지만..."
"과학과 마법의 융합...인건가..."

그는 연구자의 아들이었지만, 과학이라는 것을 체감해보진 못했기에 홀로그램이 신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생각도 잠시, 바닥이 아래로 내려가며 그를 낙원을 향해 내려보냈다. 곧 그의 눈에 수많은 사람들이 비쳤다. 하나같이 몸 어딘가에 H자의 낙인°을 찍은, 혹은 찍었을 그들이었다.

(° : 신성왕국 엘피스에서는 Heresy {뜻 : 이단} 의 머릿글자를 낙인으로 찍어 이단과 비이단을 구분한다. 빈민가에 떠도는 비하성 농담에 의하면, 저 H자가 자신들의 죄를 상징하는 문자의 앞글자라고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H는 Heresy 외에도 Hypocrisy - 위선이나 Harlot - 음란한 여자, 매춘부 의 앞글자이기도 하다.)

"낙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가 이단의 낙원에서 본 것은 실로 놀라운 것 투성이였다.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수많은 기계, 기계들. 시계탑을 겸하는 커다란 건물 하나와 그 위에 떠있는 '태양'을 구심점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마을. 누가 이 지하에 마을이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대단하네. 여러모로."
"이것이 저희, 검은 로브의 기술력입니다."
"그런...잠깐만. 검은 로브?"
"아, 당신은 저희가 20년 전에 사라졌다고 알고 계시지요? 하지만 그건 저쪽의 위선자들이 만들어낸 거짓일 뿐이에요. 아, 마침 다 왔네요. 이곳이 '카스(Khas)'. 이 지하도시를 다스리고 있는 곳이랍니다."

낙원의 제일 안쪽에 들어서있는 카스의 건물 안으로 먼저 들어선 사일이 그르릉거리며 자신들이 왔음을 알린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곡선형의 테이블과 그 앞에 앉은, 흔히 이야기하는 '높으신 분들'이 보였다. 그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달그림자로부터 온 사람입니까?"

은연중에 그는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고, 그러자 5명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겼다.

"당신이 예언을 실행할 '선지자'군요. 반갑습니다. 저희는 카스의, 그리고 이 도시의 심판관들입니다. 당신에게 카데스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어...예에...카데스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저희는 당신같은, 그들이 사는 세계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존재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세세하면 더 좋겠지요."

조언이라. 그는 침착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들은 20년동안 이곳에만 있었을테고, 그랬기에 바깥에서 용이 무슨 목적으로 '사육'되는지 모를터였다...그런 그들을 위한 완벽한 조언을 아델레온은 떠올렸다.

"밖에서 성기사단한테 사육되는 용들이 있거든?"
"호오...용들이 사육된다구요? 그런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신기하군요. 용들 또한 그들의 탐욕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인가..."
"뭐, 그렇다고 해두자고. 아무튼 그 용들, 아마 꽤 쓸모가 있을거야. 그것들을 일단 해방시켜주자고."
"사육당하는 용들의 해방이라...알겠습니다. 테마리에게 연락을 취해두죠."


방금 성기사단이 들이닥친 집을 메르헨의 유모가 힘겹게 청소하고 있다. 궁시렁거리는 말은 분명히 성기사단에 대한 잠깐의 불만 토로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한 메르헨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모의 일을 살짝 거든다. 유모가 살며시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고마움의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인 그는, 집안을 다 치울때 까지 유모를 도왔다. 곧 부모님이 들어오셨고, 그간 있었던 일을 유모에게 묻는다. 그러자 그는 부모님이 눈치채기 전에 얌전히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의 부모는 그렇게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메르헨. 니가 청소 도와드린거니?"
"어...네에..."
"잘했어. 착한 아이구나?"
"아니에요. 뭘요...."

쑥쓰러운듯 얼굴을 붉히는 그 얼굴은 아직 어린아이의 그것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성기사단이 말한 '이단'이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졌는지 순수한 눈빛으로 부모에게 질문한다.

"엄마, 아빠. 이단은 어디에 있길래 성기사님들이 찾으러 다니는 거에요?"
"그건 엄마도, 아빠도 모른단다, 메르헨. 아마 성기사님들이 찾아주실거야..."
"나도 그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다구요. 그러니까...!"
"메르헨..."

그의 어머니가 그를 품에 안았다. 마치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마치 아들이 바스러져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듯 살포시 끌어안은 아들에게 어머니가 속삭인다.

"지금은...지금은 그냥 있자. 응? 영웅은...언젠가 나타날거야. 나중에...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평범한 사람처럼, 평범한 주민처럼 살자. 알았지?"

메르헨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어머니가 미소짓는다. 마치 오랫동안 잃어버린 것을 찾았다는 듯이. 아버지가 아들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그래...메르헨. 잘 생각했다. 정말 착한 아이로구나."
"...네. 아빠."

그는 항상 착한 아이였고, 이번에도 그랬다. 그는 자진해서 착한 아이라는 이름의 굴레에 묶여있었다. 자기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장난감 가게, 세바의 선물에 성기사단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주인의 허락조차 받지 않고 그가 클라이드를 도왔을 때 썼던 기계들을 가져가버린다. 그리고 그가 복원한 기계장치들까지. 고작 장난감일 뿐이었지만, 그들은 그것이 우상인 양 가죽부대에 쓸어담았다. 클라이드를 도왔던 남자가 소리친다.

"뭐하는거야! 내가 아니었으면 해방군인가 뭔가 하는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을거잖아! 내버려두라고! 이것들이...! 너희들이 강도냐? 이 망할...!"
"시끄럽다, 이단자!"

성기사들은 그가 이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듯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로 그에게 대꾸했다. 연행당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번제로 바쳐질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는 어린 양과 같았다. 그가 광장의 가운데, 대주교가 연설을 하곤 하는 그 장소에 선다. 무릎이 꿇려진 그는 억울하다는 듯 이를 바드득 갈고 있다. 문화의 혜택을 받은 것들이 자신을 쫒아내다 못해 죽이라고 찬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저거 이 가는것좀 보게?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른다는 태도 아니야? 죽여버리십쇼! 사제님들! 저건 세상에 있을 필요가 없는 놈입니다!"
"맞아요! 죽여버려요! 자기가 왜 끌려왔는지 모르는 저런 뼛속부터 이단인 사람은 죽여버려야죠! 자비가 필요없는 사람이네!"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그로써는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사제를 도왔을 뿐인데 이런 취급이나 받을 줄 그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가 눈을 돌려 클라이드를 바라보았다. 클라이드는...

"제가 들어갔을때, 이단의 기계를 고치고 있었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모르는 듯 했습니다..."

그를 배반하고 있었다. 변호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이내 그 사람들이 H자의 낙인을 볼에 찍고, 그가 이단이며, 용서받지 못할 자임을 공포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외부의 잡음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가 클라이드를 바라보며 분노를 담아 외친다.

"클라이드! 날...날 배신해? 누구덕에 해방군이라는게 있는지 알게된건데! 두고 봐, 언젠가 이 수렁에서 기어나와서 네 머리에 총알을 박아버릴테다! 이 아모르의 개!"

고통도, 억울함도 외부에서 흘러들어오는 세계의 파편들일 뿐이었다. 지하감옥에 던져진 그가 성기사를 향해 울부짖는다.

"이런 망할 아모르의 개들! 벼락이나 맞아라! 아아아아!!"

시간이 지나자 그에겐 무기력함밖에 남지 않았다.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때의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자신이 엎어져있는 바닥이 끝도 없는 심연으로 보였다. 그 아래에서 그가 본것은 수많은 입과 눈들. 한발짝만 내딛으면 아마 저것들이 날 잡아먹겠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텅 빈 웃음과 공허한 목소리만이 아무도 없는 감옥을 울린다.

"하...하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모르님...구해주십시오...아모르님...아모르...아모르...? 그런 신이 존재하긴 해? 내가 지금 이렇게...이렇게 억울하게 갇혀있는데...아무런 대책도 안 내놓는게 신이라고? 신? 웃기지 말라고 해. 이게 자신을 잘 믿은 인간에게 아모르가 내리는 보상인가? 자기 개한테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게? 그런것도 자비에 들어가서 자비로운 신 아모르라고 광고하는 건가? 하하...아하하하..."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가 혼자라는 사실과 아래쪽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눈과 입은 변하지 않았다. 이젠 오히려 그쪽에서 손을 뻗어 자신을 끌어 내리려는 것 같았다. 괴로움에 눈을 감아도 눈꺼풀 아래로 그 눈과 입들이 떠올랐다. 자신을 향하는 손가락질, 언제 자기 도움으로 이단이 있는 것을 알았냐는 듯 무정한 모습의 클라이드...모든것이 자신을 배신했다. 그런 것이었다. 그 때, 감옥 문이 열리고 자기 눈 앞에 자신을 이 좁은 심연 안에 던져넣은 성기사가 보였다. 다만...그의 눈은 영 풀려있었다. 그의 뒤에는 한쪽 눈을 앞머리로 가린 것도 모자라 눈 아래를 전부 가려, 한쪽 눈만 드러낸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가 그를 향해 손을 뻗었고, 한쪽 손에 들고 있던 총을 그에게 넘겨준다.

"이건...내가 만든 총이잖아? 찾아준거야? 그것보다...당신은 누구지? 누군데 나한테 이렇게..."
"파르신이라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일단 어서 나와. 곧 이곳에서 사육되는 용들이 해방된다."
"해방...? 일단 알았다고."
"그래. 이쪽으로. 너, 길을 안내해라."

그가 성기사에게 명령하자 성기사가 비틀대는 걸음으로 출구를 찾아나간다. 감옥의 출구에 다다르자, 그가 다시 그에게 명령한다. 침착하다 못해 소름끼치는 목소리였다.

"자, 이제 죽어라. 네 칼로 네 목을 찔러서."
"어...어이! 그게 무슨...!"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눈이 풀려있던 성기사는 그의 명령에 따라 칼로 자기 목을 찔렀다. 그는 짧은 순간 성기사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보았고, 그제야 그는 자기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그에게 무슨 술수를 써서 저 성기사의 정신을 지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한 그의 모습을 보고도 그 태연한 모습을 유지한 파르신이 입을 열었다.

"멍하게 있을거야? 곧 사람들이 온다고."
"어? 가야지! 응. 그런데 왜 날 도와주는 거야?"
"일단은 뭐, 우리도 이단이기 때문이니까. 이쪽으로."

그가 자신을 파르신이라고 한 남자를 따라 숲속으로 향했다. 얼마나 그를 따라갔을까. 용들의 외침이 멀리서 들려왔다.


세바의 선물을 운영하던, 알베른 아저씨의 아들은 아마 이단이라고 낙인찍어지리라고 클라이드는 생각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를 보호해줬다간 자신이 이단이 될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는 고작 말단 사제였기에 대주교의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진 않았다. 왜 자신이 굳이 미안해야 하는가 하는 그의 잔인한 생각이 자신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감에도 그는 표정의 변화가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그는 잔인했다. 엘피스를 지배하는 권력이 형상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그의 형상일 것이다. 어쩌면 그가 권력의 현신일지도 모르고. 그가 다시 자신의 잡무를 처리할 무렵, 갑자기 용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르...크아아아아!!!"
"뭐야? 시끄럽게."

그가 창고에서 나와서 본 것은, 대주교가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 사육하던 용들이었다. 물론 겉으로는 '신전에서 용들을 판 수익금은 아모르님께 헌금됩니다' 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런데 지금, 그 용들이 몽땅 탈출을 감행했는지 누가 풀어줬는지 난리를 치고 있었다. 그는 다급히 대주교를 찾았지만 대주교는 어디에도 없었다. 주변에서 성기사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소리가 울렸고 그 쪽으로 향한 그의 눈에, 탁한 남색과 금빛의 갑옷을 차려입은 백발의 여검사가, 경비를 서고 있었던 성기사들을 완전히 도륙하고 있는것이 보였다. 갑옷에 박힌 보랏빛 보석 위에 피가 튀어 붉게 빛났다.

"어라, 한놈 남아있었네, 뭐야 넌? 꼬락서니로 봤을땐 아마 말단정도 되어보이는데. 덤빌테냐?"
"글쎄...그쪽이 하기에 따라서."

그러면서 그는 조용히 신성마법을 준비했다. 슬그머니 뒤로 조금씩 가서는 한방 먹이고 자신만 탈출할 생각으로. 그의 계획은 그 여검사의 눈에는 슬금슬금 뒤로 빠지는 것으로만 보였는지 그녀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하, 그래- 도망쳐보라고. 겁이라도 먹으셨나? 응? 하긴, 어려보이긴 한다만은. 얼른 도망가라고."
"그래...도망가지 뭐. 이것 좀 주고 나서! 홀리 애로우!"

그 말을 마치자 마자 그가 손에 신성력으로 이뤄진 활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마찬가지로 신성력으로 이뤄진 화살을 쏘아낸다. 보랏빛을 띈, 에너지로 날이 이뤄진 검을 이용해 화살을 능숙한 솜씨로 튕겨내는 그녀였지만 기습공격에는 대비하지 못했는지 한 발은 튕겨내지 못하고 팔에 맞았다. 그녀는 고통보다는 자신이 한낱 말단사제 따위의 홀리 애로우 같은 하찮은 것에 맞았다는 것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듯 보였다. 

"너...너 따위가...! 한낱 말단사제 주제에...!"
"말단사제라도 신성마법 기본은 배우고 있거든? 그러게 왜 그렇게 얕보셔서 그러실까."
"...하. 그래, 인정하지. 뭐...내 임무는 끝났고, 더 이상 이쪽엔 볼 일도 없으니, 시체로든, 살아서든간에. 볼 수 있으면 또 보자고, 말단사제 양반. 그리고...우리 점술가 나부랭이씨도 목적은 끝나신 모양이니까. 이만-"

그녀는 떠나며 목적이 끝났다 라는 알 수 없는 말만을 내뱉었다. 그 알 수 없는 말에 의구심을 가진 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주교는 어디론가 내뺐음이 틀림없고, 사제들도 대부분 시체가 되어 나뒹굴고 있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다냐. 귀찮게스리."

그러던 그가 실로 오랜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말 진지한 모습이었다. 그가 곧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작은 수첩에 무언가를 마구 끄적이기 시작한다. 현재 상황에 대한 정리, 대주교의 행방 예상도 등을 대강 적은 그는, 곧 무질서하게 쓰여진 글귀 중 문화의 혜택을 좀 누리고 살만한 것들이 좋아할, 혹은 먹혀들 상황들을 추출해서 종이에 질서정연한 발표문의 형식으로 적어놓는다. 그 종이를 들고 그가 밖으로 향한다. 신전 밖은 이미 혼란상태에 빠져있었다.


"대주교님은 실종상태이며, 현재 정체불명의 세력들이 신전을 습격. 성기사단의 기사들 중 일부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바로 지금, 아모르님의 성도인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아모르님을 위해서..."

그에 동요하는 것 또한 옷을 좀 차려입은 인물들 뿐이었다. 뒤에서는 낙원이 곧 지상에 올 것이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작은 소리만이 간혹 짧은 단어의 형태로 새어나올 뿐이었다. 낙원, 해방, 구원 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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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이름은 없다.
나는 그저 타락자들(The Fallens)의 한명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이게 다 누구 탓이더라. 아, 아모르 덕분이지.
이곳에서 나는, 한장의 멋진 그림을 본다.

해를 닮은 황동색은 달빛을 머금은 은빛으로 바뀐다.
천사가 악마가 되고, 악마가 천사가 된다.
성흔은 낙인으로, 낙인은 성흔으로
신성은 죄악이, 죄악은 신성이
찬미는 비난으로, 비난은 찬미로 변하는 세상.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예언자는 이 세계를 예언하고 우리는 그를 위해 노래한다.
이는 곧 올것이다. 아니, 오게 만들고 말겠다.
이 낙원에, 선지자 또한 도착했으니 이제 이루어지리라.
모두의 소원이 이뤄져서, 모두가 행복해지리라.
카데스를, 이 낙원을, 그리고 선지자를 따르는 모두가.
이기적인 신은 짓밟히고 이타적인 신이 오리라.
그 신이 가진 천 개의 눈 아래 모두가 화목하리라.

아모르? 알게 뭔가. 
그 조잡한, 짜깁기로 만들어진 신따위가 뭐라고?
신이 나를 버렸으니, 나도 신을 버리겠다.
그들이 나에게 아모르의 참모습을 보인 것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어쩌면 그리 고마운 일을 해줬단 말인가.
카데스의 이름으로 찬미받을지어다, 아모르의 개들이여.
카데스의 축복이 그대와 그 사원에 깃들기를.
나를 이곳에 오게 해준 사제, 클라이드도 축복받을지어다.
카데스의 이름으로!


아모르와 달리, 순수한 신인 카데스의 이름으로.



Khas Arash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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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구약성경 시절, 사제들은 신체의 손상을 입거나 장애인이 되면(예 : 실명, 사지 내지는 손,발의 절단 등)을 입으면 그 직위를 막론하고 사제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제단 앞에 설 수 조차 없었다.

                           - 구약성경의 요약문 일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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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못하는 이유는 제가 소설 올려놓고 알바를 하거나 게임을 하기 때문입니다. 현ㅅ 아 아니 알바는 그지같고 게임은 재밌습니다. 아 왜 현실은 2153년 경의 테란 자치령이나 2066년 옴닉과 인간이 공생하는 세계가 아닌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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