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외경 1장 4절.
"...마이아 아오라께서 그들을 위해 희생하사 검은 용이 제 아비를 저주하며 어둠에 몸을 던지니라. 두 빛의 첫번째 자손이 서로 싸우니 이 세계가 불 속에 던져짐을 당한 나무와 같이 남은 것이 없더라. 결국 빛이 면류관을 쓰고 앞으로 나아가며 생명과 평화를 향해 나아가니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오더라. 그러나 곧 아트마가 G스컬을 불러내 이 땅에 피의 유성을 떨어뜨리니 모든 드래곤이 사라지고..."
코트를 벗고, 다리뼈는 멀리 던져둔 그가 마이아서를 읽고 있다. 창가를 흘긋거리며, 주변에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을 엿본 그가 음악소리를 조금 더 키웠다.
'what have I to lose?
unless their price is you...'
그러자 밖으로 흘러나오는 소리라고는 여가수의 노랫소리 뿐이었다. 사람들은 노래소리를 가끔 듣고 지나갈 뿐 그가 안에서 무얼 하는지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10년 전, 광명을 먹기 전 그들이 일상적으로 그랬듯이.
'Under the spreading chestnut tree
I sold you, and you sold me.
There lie they and here lie we.
Under the spreading chestnut tree...'
그 노래를 들은, 세뇌되며 길러진 아이들이 쫑알대며 지나가고, 화사해빠진 옷을 입은 여자가 깔깔거리며 웃어제끼다가는 머리에 총을 쏴서 자살하고, 그걸 또 머릿속에 사탕을 박아넣은 여자라고 지껄이며 사람들이 신고할 때에도, 그의 의족과 검은 코트는 그것이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는 듯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나. 책도 조작되고 있는게 이걸로 확실해졌어. 그보다, 경전까지 조작할줄은. 물론 그럴만도 한 자들이긴 하지만."
그가 '아트마서' 라고 되어있는 책을 펼쳤다.
'...아트마께서 그들을 위해 희생하사 하얀 용이 제 아비를 저주하며 어둠에 몸을 던지니라. 두 빛의 첫번째 자손이 서로 싸우니 이 세계가 불 속에 던져짐을 당한 나무와 같이 남은 것이 없더라. 결국 빛이 면류관을 쓰고 앞으로 나아가며 생명과 평화를 향해 나아가니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오더라. 그러나 곧 아오라가 G스컬을 불러내 이 땅에 피의 유성을 떨어뜨리니 모든 드래곤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서로 뒤바뀐 내용이었다. 아트마가 빛이 되고 아오라는 어둠이 되어있었다. 뒤바뀐 빛과 어둠은, 그에게 낮선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가 황급히 마이아서를 숨기고 광명을 삼켰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격해져갔고, 그제사 환각이 보이기 시작한 그가 문을 열었다.
"어이, 어제 도시락!"
"예? 아아, 그랬던가요? 네! 하하. 생각났네요. 친구에게 도시락을 준다고 했다가..."
"그건 필요없고, 네놈, 그 친구가 이 자인가?"
전혀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그는 마지막 제정신을 쥐어짜서 거짓말을 지어냈다.
"네에! 그렇고 말고요. 그 놈, 잘 왔나요?"
"아니니까 묻는 거지! 사악한 종자들이 어쨌는지 아니면 굶어 죽었는지, 나타나질 않아서 하는 소리다! 알아들어?"
"예, 예! 그러니까 제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건가요? 하하하! 이거 영광인데요?"
"서둘러서 밖으로 따라나와! 광명 챙기고! 짐 쌀때까지 7분 주겠다!"
"네, 네! 그러고말고요!"
"저기, 이 사람, 지금..."
"아하, 그렇군. 이봐, 이걸 받아라."
그가 건넨 것은, 광명과는 반대되는 검은 색의 알약이었다. 그것을 처음 보는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죠? 신기하게 생겼는데요?"
"광명을 해독하는 약이다. 원래는 심문용이지만...제 정신일 때 짐을 챙기고 길도 찾아야 할테니까."
"광명을 없앤다고요? 안돼! 그런 건 싫단 말입니다!"
"...세뇌가 잘 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군. 주사형 암영을 강제로라도 투약시켜!"
그들이 그를 우악스러운 손길로 붙들고는 주사를 하나 놓았다. 어둠같은, 검은 색의 주사약. 효과가 서서히 돌기 시작했고, 그의 눈에서 환각이 벗겨져나갔다.
"음...어? 으악! 검은 깃털인가? 누구야!"
"...이봐? 이전의 이야기는 잊었나?"
"아, 그러고보니...생각났군요. 짐을 싸는데 7분이라고요?"
"그래. 다행히 부작용은 없는 모양이군. 서둘러라. 들어올 때 먹을 광명은 꼭 챙기고, 사악해진 주민."
그들이 문을 닫고 나갔고, 그가 짐을 조용히 챙기기 시작했다. 죽은 사제의 메달과 마이아서, 그리고 반지를 맨 밑에 깔고 그 위에 비상식량과 식수, 그리고 의족의 긴급정비를 위한 도구와 생존물품을 몇개 챙겨넣고 마지막으로 광명이 든 통을 넣은 그가 늘 입는 검은 코트를 걸친 뒤 가방을 들고 나오자, 사람들이 그를 검은 천으로 감싸 데려간다. 관문에 다가서자, 근무를 서던 경비들의 목소리가 천 너머로 흘러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그 사람은 뭐고?"
"밖으로 나간 주민이 실종됐다. 그래서 그 자와 유일한 인연이 있는 자를 데려가려는 중이야. 그 없어진 놈이 광명 떨어진 상태라, 제복만 보고 발악할지 누가 알아?"
"아...이해했어. 다녀와라."
관문이 열리고, 그가 걸어나가는 동안 그들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기가 친구라고 주장한 사람이 어디가서 무얼 할 예정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 자의 이름이 피에레 알포스인건 알고 있을테고, 원래는 바람의 신전 쪽에 가서 가르시아를 채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GPS 신호가 두절됐고, 그래서 찾고 있는
중이야. 혹여 몬스터한테 당하진 않았나 해서 말이다. 그가 살던 곳 주변이 뒤숭숭해질 우려도 있고."
"저, 그러고 보니 이 사람한테 GPS를 안 붙였습니다."
"뭐? 멍청한 놈! 당장 붙여!"
그가 가방을 꺼내서 황급히 작은 기계장치를 붙였고, 기계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와 검은 코트 위에 흩뿌려졌다. 기계를 붙인 경비가 머리에 꿀밤을 먹었고, 그러자 그 경비가 구시렁대기 시작했다.
"아이, 핵꿀밤 좀 그만 쓰시라니까요, 대장님."
"핵꿀밤은 개뿔. 살살 치는 거야."
"네?"
"됐고, 바람의 신전 쪽으로 이 작자 이동이나 시켜. 찾고 나오라고."
"근데 이 자도 실종되면..."
"상관 없어. 완전 히키코모리에 무연고자니까. 그래서 고른거야. 친구라는 것도 의심되긴 하는데."
"알겠습니다..."
밝은 어둠이 그의 검은 코트를 휘감으며 기어올랐고, 그가 눈을 떴을 때는 홀로 덩그러니 바람의 신전에 남겨져 있었다. 그가 헛웃음을 내쉬었다.
"허, 이 넓은 곳에서 그 얼굴도 방금 알아낸 작자를 찾으라고?"
몬스터들이 그를 슬슬 피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저 하루 종일 그를 압박했던 광기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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