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브 원고가 다행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1-2편은?
하ㅏ하ㅏㅎㅎ하ㅏㅎㅎㅎ하ㅏㅎ핳ㅎ하ㅏ
망할, 어쨋든 1-1편 갑니다!
션의 눈이 번쩍 떠졌다. 한쪽 눈은 감은 채, 션은 주변을 살짝 둘러보았다. 평범한 전등에, 깔끔한 벽. 션은 다시 눈을 감고 약간 뒤척였다.
잠깐이였지만, 그래도 그동안은 션은 편안했다. 하지만 몇초 후에 든 생각은 자기가 언제 동굴에다 침대를 놔두었냐는 질문이였다.
션은 뭔가가 이상하다는걸 느꼈다. 빠르게 일어난 션은 이불과 베개가 떨어진것도 눈치채지 못한 태로 방안을 둘러보았다.
적당하게 넓은 방 안엔 평범한 장롱 하나와, 널브러진 통 몇개와 알 수 없는 필체로 쓰여진 편지같은 종이 한장이 장롱 옆에 책상에 있었다.
침대 옆에는 고기가 끼워진 빵 한 조각과 적당히 잘라놓은 과일이 있었다. 션은 먹을 것들을 한번 쳐다보고, 아무도 없자 과일 조각을 하나 들고 방 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떨어져 있는 작은 베게를 침대 위로 올려놓고, 션은 내려와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책상 위에 있던 종이에는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휘갈겨져 있었으나, 몇몇 단어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부상.....생존?" 션은 종이를 한번 쳐다보며 대충 읽었지만, 별 쓸모있는 내용은 아니였다. 옆으로 걸음을 옮겨서 장롱 안을 열어봤다. 모자 몇개가 걸려있었고, 아래에 목도리가 잘 접혀있었다.
모자를 하나 꺼내서 써보려던 션은, 주변에 거울이 없는 것을 알고 멈칫했다. 모자를 내려놓은 후,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정확하게는 옆에 있던 과일과 빵만 집어서 다시 돌아다녔다.
빵을 우물거리던 션은 장롱 옆에 있는 서랍장을 슬쩍 열어보았다. 작은 유리병 안에 좀 큰 콩만한 작은 알갱이들이 있었다. 그 아래엔 찢겨진 노트 한장과 연필이 있었다.
션은 그만 돌아다니고, 잠깐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과일 몇개를 집어먹으며, 여기가 어딘지에 대해 생각했다. 부드러운 과육에 진득한 단맛의 과즙이 흘러나왔다. "흠. 이정도 시설이면 감옥은 아닐텐데?"
앞발에는 과일즙이 묻었고 끈적거렸다. 손을 씻을곳이 없자, 션은 당황했다. 그래도 다른 조각들을 계속 입안에 집어넣으니 문제가 없었다.
션은 오히려 여기가 좋았다. 나름 편안하기도 했고, 빛도 적당히 있었다. 창문이 없는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했다.
문이 있긴 했지만, 션은 잠깐 머물러 있기로 했다. 과일을 먹으며, 굳어있던 날개를 한번 쭉 폈다. 우드득 소리가 나며, 약간 근육이 풀어졌지만, 그 후는 꽤 아팠다.
"억....아프다...." 오른쪽 날개에 부상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하게는, 어디서 언제 다쳤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매우 아프다는 것.
피가 지혈이 되서 흐르진 않았지만, 약간씩 나왔다. 날개에 크게 뚫린 구멍은 보기에도 흉측했다. 션은 잠시 몸다짐을 하고, 문 쪽으로 날개에 무리가 가지 않게 천천히 걸어갔다.
문 앞에서 약 한두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션이 앞으로 나가려던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션은 잠시 주춤했고, 문 뒤에 있던 누군가도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였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문이 슬쩍 열렸다. 날개에 달린 앞발 하나와, 머리 하나가 방 안을 잠깐 쳐다보았다. 그와 함께 문이 열리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와이번이였다.
전체적으로 밝고 부드러운 색상의 갈색이였고, 진하지만 가벼운 주황 눈동자가 인상적이였다. 목에 걸린 초록 목걸이는 빛에 비쳐 반짝였다. 와이번은 놀라는 눈치로 션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어머! 너 일어났구나! 맞아, 일어났던 용 치곤 아픈 용은 없었으니까 말야. 3일동안 계속 누워만 있더니, 꼭 죽은줄 알았어!" 와이번의 눈이 빈 과일접시로 돌아갔다. 깔끔하게 비워져 있었다.
"노트를 보고 먹은거니? 그나저나, 너 배고팠나 보구나? 좀 더 챙겨줄걸 그랬지? 맛은 어땠어? 내가 괜찮아 보이는 과일로 가져왔는데, 맛잇었을진 모르겠다." 와이번은 빈 과일접시를 들고 션을 바라봤다.
"상처부위는 어때? 연고를 바르고, 붕대도 감아놨지! 왼쪽 다리, 맞아. 아프진 않아?" 궁금한 눈으로 물어본 와이번은 가져온 수레에 과일접시를 싣고, 가까이 다가왔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자기소개도 안했네? 난 핀이야. 원래 이름은 좀 더 긴데, 외울 필요는 없어. 그냥 핀이라고 불러. 참, 너는 이름이 뭐니?"
"션이요. 션이 끝이에요. 더 뭐라 할건 없어요." 핀은 약간 고개를 기울이다가 잠깐 미소를 짓고 일에 다시 열중했다. 션은 그냥 잠시 서서 핀의 질문들에 대답했다.
핀은 꽤 여러가지 일들을 빠르게 해냈다. 침대를 정리했고, 책상에 널브러진 잡동사니들을 한구석으로 모은 후 정리했다.
끌고온 수레에서 큰 걸레봉 하나를 꺼내,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물기가 약간 있어서 닦은 부분이 반짝거렸다. 션은 깔끔해진 방을 둘러보다가, 핀이 청소를 할 수 있게 약간 비켜주었다.
션은 가만히 서있다가, 약간 무안해져서 핀에게 물어보았다. "제가 도울건 없나요? 필요하면 도와드릴게요." 핀은 슬쩍 돌아보고 앞발을 흔들었다.
"괜찮아. 환자는 쉬어야지. 이게 내 일이기도 하고! 게다가 일도 얼마 없어서, 도와줄 필요는 없어. 잠깐 쉬고 있어!" 핀은 밝게 대답해주었다.
일이 거의 끝나갈 쯤, 션은 일어났다. 핀은 이마를 한번 쓱 닦고, 남은 몇몇가지를 정리했다. 션이 정리한 것들을 대충 보니, 핀은 그다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편은 아니였다.
하지만 핀의 수레는 꽤 반짝거렸다. 게다가 수레에는 황금빛으로 글씨까지 새겨져 있었다. '핀'. 그녀는 자신의 수레를 꽤 아끼는것 같았다.
핀은 어디서 났는지는 모를 약을 들고 왔다. 붕대도 꽤 많이 들고 왔다. 션은 약간 놀랐지만, 크게 내색하진 않았다. 핀은 일단 몇몇가지를 내려놓고, 약 2개를 가져왔다.
"지혈제랑 진통제야. 진통제는 많이 아플때만 먹어. 꽤 귀한거거든. 지혈제는 피가 많이 나면 발라. 어디인지 알지?" 핀은 션의 오른쪽 날개를 가리켰다.
흰 알약과 병에 든 바르는 약 하나가 핀의 손에 놓여있었다. 션은 알약을 집어 바로 삼켰다. 핀이 약간 놀랐지만, 션은 그다지 내색하지 않았다.
션은 자기 날개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병에 든 약을 바라봤다. 약 뚜껑을 열자 쓴 냄새가 코속으로 들어왔다. 핀이 다리에 묶인 붕대를 푸는 동안, 션은 잠시 멈칫했다. 매우 따가웠다.
붕대는 오래된 피로 얼룩져 있었고, 상처 부위는 못봐줄 정도는 아니였지만 꽤 징그러웠다. 그러나 핀은 별로 내색하지 않고 붕대를 다시 감아주었다.
"좋아. 청소, 붕대 감기는 끝났고.....날개 상처....그래." 핀은 책상에 놓여 있었던 글씨가 휘갈겨진 종이를 보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션은 저렇게 어지러운 글자를 어떻게 읽는지 꽤 궁금했다. 하지만 핀이 날개를 확인하느라 별로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핀도 날개에 구멍은 조금 싫었는지, 한번 부르르 떨고 다가갔다. 핀은 날개에 구멍을 보다가, 어떻게 할지 몰라서 약간 당황한 눈치였다.
아니면 션에게 말하기 조금 끔찍한 말이였을수도 있다. 약을 발라주던 도중에도 핀의 입은 닫힐 줄을 몰랐다. 말이 정말 많아서, 션은 안그래도 피곤한 데에다 더욱 피곤했다.
그래도 대화가 재미없지는 않았기에 꾸준히 이어져 나갔다. 하지만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리는 것을 보니, 핀도 많이 힘든 것 같았다. 대화로 버티는 것 같았으므로, 션도 나름 재미있게 대답했다.
"세상에,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이건 마법공격이라서 쉽게 낫지 않을텐데....게다가 상처도 커서 자연회복이 될 리도 없고....." 핀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아, 괜찮아요. 지금은 그다지 아프지 않으니,버틸 만 해요. 오히려 아픈 쪽은 왼쪽 다리죠." 핀은 혼잣말로 한 말이 들려서 그랬는지 흠칫 놀랐다.
다시 약과 붕대를 집어서 수레에 올려놓은 핀은, 수레를 구석으로 치워놓았다. 그리고 션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눈짓을 했다. 천천히 걸어나온 션은 바깥을 한번 둘러보았다.
언제인지 모르게 핀이 옆에서 말을 걸었다. "멋지지? 여기가 경치 하난 끝내주지! 용도는 그렇게 끝내주진 않지만." 핀은 위에 창문 밖을 보며 말했다.
밖으로 나온 션은 몇몇가지를 구경했다. 길게 뻗어나가는 복도는 꽤 장관이였다. 핀은 밀어놓았던 수레를 다시 잡고, 그 위에 살짝 기대었다.
기댄 수레가 미끄러져 핀이 넘어질 뻔했으나, 균형을 다행히 잡아 넘어지진 않았다. 션은 애써 핀을 못본척 했다. "뭘 보니, 션? 밖에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있어?" 핀은 마지막으로 방을 둘러보고 치울걸 마저 치우던 중에 말했다.
"아, 아니요. 별 물건은 없는데, 저....건 뭐죠?" 션은 창가에 놓여있던 꽃병을 가리켰다. 꽃병에는 화려한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고, 꽤 화려했다. 꽃병에는 꽃이 네다섯송이 꽂여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냄새를 맡으려 하자, 핀이 눈치를 챘다. "어! 그건 가짜 꽃이야....미안해. 냄새는 안나지만 보긴 좋더라. 옛날엔 진짜였는데,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용이 들어와서 바꿨어. 여긴 병원이라 치명적일수 있거든."
"아...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션은 약간 아쉬운 감이였다. "그래도 레온의 정원에 나가...잠깐! 뭔가 부족했는데, 맞다!!!! 잠시만 기다려. 금방 올게."
핀은 갑자기 어디론가 뛰어갔다. 션이 뒤에서 핀을 불렀지만, 잘 듣지 못한 듯 했다. 션은 갑자기 홀로 복도에 남게 되었다. 포근한 자리였지만, 뭔가 공포스러워졌다.
션은 불안에 괜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별건 없었지만, 지금 보니 께름칙했다. 션은 덜 불안하기 위해 그냥 돌아다녔다. 복도는 약간 먼지가 타서 검은 부분이 약간 있었고,
바닥에도 약간의 더러운 자국이 있었다. 그래도 큰 상관은 없었다. 션은 가만히 앉아 핀이 올때까지 가만히 생각을 했다. 날개에 뚫린 구멍이 매우 신경쓰이긴 했지만, 마음이 약간이나마 편안해졌다.
그 외엔 별것이 없었다. 션은 가만히 있는 꽃병을 쳐다보았다. 가짜지만 꽃들이 션에게 인사했다. 션은 가짜라는걸 잊고 무의식적으로 또 코를 대보았지만, 역시 향기는 나지 않았다.
꽃을 하나 빼내본 션은, 잠시 꽃을 구경하고 다시 집어넣었다. 멀리서 말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핀의 목소리와,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이쪽이에요, 빨리 와요." "미안해, 내가 길을 좀 까먹어서 말이지. 금방 갈게, 잠깐만 기다려." 복도 끝에서 핀이 꼬리를 탁탁 치는 소리가 들렸다.
핀은 곧 모습을 드러냈고 뒤에 따라온 것은, 션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핀이였다. 그리핀이 모두 사라졌다고 알고 있던 션은, 적잖이 놀랐다.
"션, 여긴 레온이야." 핀은 션에게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고, 그 다음부턴 뭘 해야하는지 알것이라는 생각인 듯 툭 쳤다. 션은 머무거리며 인사했다.
"아...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당황한것 같은데, 맞지? 맞아. 그리핀들은 요즘 거의 없으니까 말야. 그럴만도 해." 션은 레온이 자기가 생각하는걸 딱 짚어낸 걸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흠, 내가 너무 앞서나갔나? 그랬다면 미안해. 허...어디보자...뭐 궁금한것이나 불편한 점은 없니?" "많죠, 매우 많아요. 일단 얘기해 봐도 될까요?"
핀이 잠깐 끼어들었다. 음...션, 괜찮겠니? 다리의 상처가 꽤 심한것 같던데..... 어디 앉아서 얘기하지 그래?" 그녀는 걱정되는 눈으로 션의 다리를 쳐다보았다. 간지 얼마 되지 않은 붕대였지만, 출혈이 심해 붉어져 있었다.
"그래, 션. 어디 앉아서 얘기하자. 따라와, 앉아있을 곳은 알지?" 레온은 핀에게 되물었다. "네, 알죠. 몇번이나 가는 곳엔데요, 뭐." "따라와, 할일은 많잖니?" 레온은 션에게 말하고 그대로 돌아섰다.
"핀, 앞장서." 핀은 조그마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왔다. 물론 조그마한 수레와 함께였다. 종종거리며 앞서가는 핀과 느릿느릿 발을 내딛는 레온을 보며, 션도 무겁게 한발을 내딛었다.
지금 상태론 왼발을 쓰지 않는게 나았다. 그렇다고 날개를 쓸 순 없었다. 뻥 둟린 구멍은 너무 끔찍했다. "하하, 망할. 잘되는 일은 요즘 없다니까." 션은 혼자서 궁시렁거리며 아픈 다리를 끌고 그 둘을 따랐다.
그래도 조금 편하게 앉아서 얘기할 수 있는 곳으로 간다고 하니 안심은 했지만, 그래도 가능 동안은 아플 것 같았다. 션은 벽에 몸을 최대한 붙이고 걸었다. 깔려버린 오른쪽 날개근육이 굳었다.
"뭐, 최소한 다리는 아프지 않네.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하나....." 션은 한숨과 함꼐 조용히 말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레온은 빠르게 앞서가는 핀을 불러 속도를 좀 줄이라곤 했지만, 쉽진 않았다.
레온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미안하다, 네가 움직이는걸 생각하지 못했구나. 날개가죽을 덧대고 해줄 유능한 정비공은 알고 있으니, 걱정은 안해도 돼. 하지만, 지금은...뭐... 내 등에 업혀라. 널 생각 못한 내 잘못이니."
션은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업혔고, 레온은 발을 옮겨 남은 길을 마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