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윽…하아, 하아, 하아.”
한 밤의 용이 어린용을 품에 꼭 안아들고 밤의 숲을 내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위에서 초승달이 빛을 발했다. 밤의 숲은 무서우리만치 조용했다, 아니, 밤의 용의 헐떡거리는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내 밤의 용의 발밑으로 눈이 푹푹 밟혀왔다. 어린용은 처음 보는 눈에 얼굴을 화악 밝히며 좋아했지만 밤의 용은 그를 더욱 더 품속으로 안고 빠르게 달려갔다. 차가운 느낌을 느낄 새도 없이 달려가는 밤의 용 뒤로 커다란 피어가 들려왔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밤의 용은 다시 내달렸고, 이미 찢겨진 날개와 온 몸에 새겨진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대한 멀리 도망치려 해 봐도 ‘전령’ 에 의해 자신의 날개가 찢긴 이상 따라잡히는 것은 금방이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밤의 용은 남은 힘을 다 써서 날아올랐다. 뒤에서도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고, 밤의 용은 더욱 더 추운 곳으로 날아갔다. 북녘의, 자신의 친구들이 사는 곳으로. 밤의 용의 날개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은 얼어붙은 채 떨어져 지상의 눈밭에 안착했다. …아름다운 핏빛의 보석들이 눈밭에서 반짝였다.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근육들이 통증을 호소했고, 상처는 시큰거리다 못해 이제는 감각조차 사라져 버렸다. 날카롭게 자신의 얼굴을 할퀴고 가는 바람에 어린용은 칭얼댔다. 밤의 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금만 더 가면…조금만 더 가면 ‘친구들’ 의 둥지가 나올 텐데…! 하지만 그런 상황에 안 맞게, 어린용은 밤의 용의 품속에서 기어코 빠져나와 머리만 쏙 내민 체 밤의 용의 뒤를 쫒아오는 이상한 형체를 보았다. 그의 안광에서 흉흉한 붉은 기운이 터져 나왔다. 크게 벌려진 입에서는 썩은 내가 진동하여 어린용은 자연스레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날개에 감겨진 건…. 기다란…흰색 천?
“마…마…?”
칭얼대듯 밤의 용에게 안긴 어린용은 이상한 형체가 무서웠다. 가끔 자신들을 따라오는 이상한 형체에서 천이 나부낄 때마다 밤의 용의 품속으로 파고들어갔다. 그가 크게 피어를 내지를 때마다 맡아지는 고약한 냄새에 코를 쥐어 매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으로 밤의 용을 올려다보았다. 밤의 용은 자신의 품에 안긴 어린용을 다시 보고 힘을 내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밤의 용의 머리 위에 우뚝 솟은 금색의, 은은한 발광을 하는 뿔이 길을 밝혀주었다.
‘전령’ 은 자신의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달빛에 이상한 듯 그것을 쳐다보았지만 그저 밤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이라 치부하고는 생명체의 기척을 향해, 혈향이 짙은 곳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날아갔다. 순간 밤의 용의 몸이 기울어졌고, 곧 곤두박질치듯 아래로 떨어졌다. 쿵! 하는,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떨어진 밤의 용의 주변을 커다란 만년설이 에워싸고 있었다. 은은한 빛이 만년설을 통과하며 더욱 아름다워졌다. 밤의 용은 마지막을 고하듯 어린용의 이마에 짧은 키스를 남기고 만년설 안으로 어린용을 집어넣었다.
“마…마마!!!”
곧 외마디 비명이 어린용의 입을 막았다. …어린용의 눈에 비친 커다랗고, 이상한 형체. 그것이 \'마마\' 를 뜯어 먹고 있었다. 희미한 빛을 내던 뿔이 불완전하게 깜박이고는 이내 빛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를 반복했다. 어린용의 뿔에서도 아주 미미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지만 다행히 이상한 형체는 그것을 볼 겨를이 없었다. 곧 힘없이 스러져 내리는, 밤의 여왕인 초승달의 빛. 어린용은 다시 입을 열었지만 곧 나타난 검은 형체에 입이 막혔다. 검은 형체는 어린용의 입을 가리고, 눈을 가리고, 뿔을 가렸다. 곧 어린용은 어쩔 수 없이 어둠 속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고, 만년설 밖에서는 밤하늘에 걸린 초승달이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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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스름한 청록빛이 감도는 새벽이었다. 새들도, 나무도, 꽃들도 모두 새 태양의 탄생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었다. 포근한 정적이 주변에 감돌았다. 드디어 수줍은 듯 먼저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는 햇빛. 붉은 햇빛이 새 태양의 주위에 감돌며 곧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새벽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밤의 끝자락을 잡고 있었지만 기어코 밤은 햇빛에게서 멀어져갔고, 곧 하늘도 점점 붉게 변해갔다.
어스름한 청록빛도 곧 사라지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자리를 잡았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은 수줍은 소녀처럼 자신의 빛을 감싸고 있었지만 이내 고개를 힘차게 들어 올리며 찬란한 금빛으로 하늘을 수놓았다. 밤의 신비함을 뿜어내는 별과는 달리, 자신의 따뜻함을 온 세상에 내려놓는 태양. 곧 새 태양의 탄생을 축하하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고, 잎에 맺힌 이슬도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였다. 햇살의 따스함은 지상의 모든 것을 포용했고, 이내 꽁꽁 얼어붙은 만년설에도 손을 뻗쳤다.
“으음….”
두꺼운 얼음 안, 아직 햇빛이 당도하지 않아 차가운 냉기로 가득 찬 이곳에서 어떤 형체가 몸을 뒤척였다. 그의 주위에는 이미 지나가버린 밤의 마지막 어둠이 빛을 잠식하듯 고요히 내려앉아 있었다. 심지어 햇빛에 가려지지 않은 별빛도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신비로운 풍경은, 분명히 해가 떴는데도 형체의 주위에는 달이 떠 있었다. …밤의 여왕인 달은 아직 햇빛이 이 어둠을, 고요한 정적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는 듯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어둠에 살짝 물러난 햇빛은, 다시 그 어둠을 정복하기 위해 더 강하게 내리쬐었다. 결국 달빛과 별빛은 아쉬움을 고하며 형체에게서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결국 정적이 깨지며 얼음 안의 공기가 따뜻하게 데워져갔고, 결국 그 이상한 형체도 밤의 날개를 쭉 폈다 접으며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밤의 용은 기나긴 하품을 하고 밖을 바라보았다. 아침을 알려오는 새의 지저귐이 들려오고, 잠에서 깨어난 자연의 푸르른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아침이 다가오는 얼음 속, 밝은 햇빛이 밤의 용의 금빛 눈에 내리쬐어졌다. 아직 약한 빛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그 햇빛에 밤의 용은 눈을 감고 가만히 자신의 몸을 맡겼다. …붕 떠오르는 것 같은 의식이 굳어있는 그의 몸을 깨웠다.
그는 자신의 몸을 크게 털었고, 곧 완전한 아침이 그 속에 찾아왔다. 그의 주위로 별빛이 맴돌다가 사라졌다. 햇빛에 비친 그의 몸은 평범한 용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조금 남색 빛을 띠고 있으며 그의 뒤로 별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것을 빼고는. 그는 다시 천천히 눈을 뜨고 떠오른 태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얼음 속의 분위기와 묘하게 맞물려 떨어지는 새 태양의 탄생에 밤의 용은 얼음 바깥을 응시했다. 태양은 떠오르며 빛을 내뿜었고, 빛이 방울방울 그의 눈에 내려앉았다가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에 찬란히 흩어졌다. 얼마간 멍하니 밖을 바라보던 그는 찌뿌드드한 몸을 쭉 펴고는 일어섰고, 곧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프로이드?”
잠시 어둠 속에서 고른 숨소리가 멈췄지만, 다시 들려오는 낮은 숨소리에 밤의 용은 낮게 툴툴거리며 아직 햇빛도 채 들어오지 않은 깊은 어둠 속을 바라보고는 그곳으로 몸을 돌렸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둠이 깊게 그를 잠식해왔고, 약간의 틈을 타 다시 달빛이 은은하게 그의 주위를 감쌌다. 어느새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온 밤의 용. 그의 앞에는 그 보다 훨씬 큰 검은 깃털뭉치가 보였다. 하지만 그 검은 깃털 사이로 이상한 문양을 그리며 나 있는 흰색의 깃털들이 숨을 쉴 때마다 살랑살랑 나부꼈다. 프로이드라 불린 검은 형체가 크게 숨을 내쉬자, 주위로 한기가 몰려왔다. 그 시린 기운에 온기를 담은 햇빛 멈칫했지만 밤의 용은 그런 한기가 아무 상관없다는 듯 가만히 그를 보고 있었다. …금빛 눈동자가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프로이드 루인!”
“……으음…루니?”
루니라 불린 밤의 용이 작게 한숨을 쉬었고, 그제야 루인은 몸을 크게 떨며 일어났다.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금빛 눈동자를 향해 움직였고, 두 개의 금빛 눈동자는 째려보듯 검은 형체, 루인을 보고 있었다. 루인이 몸을 돌려 루니가 들어온 곳을 보았고, 밝은 햇빛이 얼음 안으로 비집고 들어온 것을 보며 아차 싶은 얼굴로 루니를 보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서는 루인. 그의 뒤로 깃털 몇 개가 떨어졌지만 루인이 크게 날갯짓을 했고, 깃털이 사르르 정리되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하지만 루인을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지가 없었다. …루니가 많이 화가 난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루니는 한번 삐지면 달랠 때까지만 2~3시간은 거뜬히 걸리는데….
“…루인 삼촌.”
“……응?”
“배고파~밥 줘!”
심각하게 말하던 루인은 갑자기 폭 안겨오는 루니에 당황하며 자신의 품에 안긴 루니를 보았다. 그러다 결국 루니가 계속 파고들자 작게 웃고는 같이 루인을 꼭 안아주었다.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부드럽게 휜 채 제 몸을 꼭 안고 있는 밤의 용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루니가 고개를 들더니 밥 안줘? 라고 짧게 말했고, 루인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루니를 떼어내고는 이제야 햇빛이 들어오는 방 안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루인이 숨을 쉴 때마다 한기가 내뿜어져 햇빛은 자꾸 들어오기를 머뭇거렸지만 루니는 웃으며 루인과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 …텅 빈 어둠 속을 겨우 비집고 들어온 햇빛 속의 온기가 따스하게 감쌌다.
“루인 삼촌.”
“응?”
“…먹을 게 없잖아!!!”
“어? …….”
결국 씩씩거리며 완전한 아침이 밝은 바깥으로 나오게 된 루니는 기분 나쁘다는 듯 온몸을 크게 떨었다. 아슬아슬하게 루니의 몸을 덮고 있던 밤의 장막은 이내 루니의 도리 짓에 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아직 완전하게 다 큰 성룡이 아닌 루니는 밤의 기운을 잘 가릴 수 없었고, 때문에 마을에 갈 때마다 밤의 기운을 억제하는 목걸이를 하고 갔어야 했는데, 이때의 기분이 아주 메스꺼운 지라 루니는 왠만 하면 아침이나 낮에 밖에 잘 나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오늘 같은, 아주 특별하게 용무가 있는 날이라면 어쩔 수 없이 마을로 향했다. 저만치 멀어져 간 루니의 뒤를 루인이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의 그와는 다른, 굉장히 가라앉은 눈이었다.
“…글래시어 님.”
“…굉장히 오랜만에 날 부르는 군, 프로이드.”
순간 얼음이 진동하며 낮은 공명음이 들려왔다. 마치 저 깊은, 마음 속 에서 들려오듯 아득하고 몽환적인 목소리였다. 순간 밖에서 푸드득 하고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루인의 옆쪽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나왔다. 점점 쿵 쿵 하는, 심장박동 소리가 루인의 귀에도 뚜렷하게 들려왔고, 루인의 옆쪽에는 어느새 거대한 얼음 심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인과는 다르게 박동 소리가 굉장히 느렸고, 대사 반응도 훨씬 느리게 일어나고 있었다.
“오래 전에…네가 처음 나에게 왔을 때가 생각나는 구나…. 그리고 네가 키우는 그, 루네어란 녀석이 온 것도 생생히 기억나….”
“예나 지금이나 미천한 저를 거두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제 친자식이나 다름없는 루니도요.”
“루네어(lunaire)라…‘달’ 이라는 뜻이냐…?”
“…예.”
루인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렸다. 그의 에메랄드 빛 눈이 박동하는 심장을 뚫어져라 보았고, 어느새 그의 옆에는 빙기(氷氣)가 흘러나오는 한 노인이 그의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루인을 보고 있었다. 그의 비늘은 어딘가 밝은 물빛의 색이었고, 눈동자 또한 시원한 파란빛의 색이 들어 차 있었다. 그는 루인의 눈을 직시했다. 루인의 검은 몸체가 살짝 흠칫하는 듯 했으나 그 때문에 철그렁 하는, 목에 채워져 있는 쇠사슬 소리가 나자 그는 멈칫하고는 다시 예전처럼 몸을 굳혔다.
“크로이센(croissant) 루네어(lunaire)…. 초승달…초승달이라…….”
“…웃기실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름은 제가 그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이 초승달 아래였기 때문입니다, 글래시어 님.”
“아니, 괜찮다. …그래, 그래서 녀석의 엄마가 레벤 그 녀석에게 데려다 주려 했던 아이를 네가 대신 받아버렸지. 불쌍하게도 레벤은 북쪽이 아닌 남쪽에 있었는데 말이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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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루인이 처음으로 루니를 만났던 날. 루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주변의 동물들을 학살하고 피를 온 몸에 묻힌 채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분노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구속의 저주를 걸어버린 ‘그’ 를 향해 분노를 토해냈다. 그래서 그의 권능인, ‘균형’ 을 조금이라도 망가뜨려 보려고, 어떻게든 이 세계의 균형을 깨트려 ‘그’ 를 자신의 눈앞에 다시 불러오고자 계속해서 학살하고, 또 학살했다. 그리고는 힘이 다 되어서 실신하고, 그런 일이 하루걸러 한번마다 계속 일어났다. 그날도 실신할 때 까지 분노를 쏟아 붓고 지친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 가까이 다다랐을 무렵, 루인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깜깜한 밤하늘에는 보석을 뿌려놓은 듯 별빛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루인의 눈은 별이 아닌, 초승달을 향했다. 보름달처럼 아름답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세상에 자신의 빛을 뿌리며 별빛과 ‘균형’ 을 이루는 초승달.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이미 힘이 다 빠진 루인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자신의 집 앞에서 초승달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힘든 것도 모른 채 후다닥 달려 온 루인은 초승달에 가까이 다가 선 순간 몸이 뻣뻣이 굳었다. 거대한 흰 물체가, 썩은 내를 풍기는 미라가 보였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크레브…전령 크레브……설마 저 아이가…?”
루인은 자신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다른 출입구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전령 크레브와 밤의 용이 있는 곳으로 가 밤의 용을 보았다. 순간 눈동자가 마주쳤고, 밤의 용은 전령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안간힘을 써서 자신의 아이를 루인이 있는 곳으로 밀어 넣었다. 그 순간, 전령이 밤의 용의 목을 물어뜯었고, 밤의 용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결국 빛을 잃어갔다. 아이는 나가려고 꾸물거렸고, 순간 루인은 있는 힘을 다해 아이를 막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어느새 피곤했던 건지 잠들어 버린 아이. 그의 어미처럼 뿔에서는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게…초승달 이었나……내가 잘못 봤던 건가….’
얼마가 지나자 바깥에서도 뭔가가 뜯어 먹히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아주 약하게, 루인이 겨우 들을 정도의 숨소리가 들려왔고, 루인은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나가 밤의 용을 보았다. …처참했다. 목은 다 물어뜯어져 있었고, 가까이서 보이 날개도 다 찢기고 부러져 있었다.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가망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밤의 용은 계속 헐떡거리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루인이 가만히 밤의 용을 보며 짧게 애도를 표했고, 밤의 용은 뭐라고 말하고 싶은 듯 입을 열었다.
“…레, 레벤에게……아이를…오르도를………워니스를…….”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당신이 데려 온 아이는 하나….”
“…‘질서’ 와 ‘혼돈’ 은 하나다……….”
헐떡거리며 마지막 말을 마치고 금빛 눈으로 초승달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그녀의 눈. 루인은 곧 쓰러질 것 같았지만 엄숙하게 마지막 죽음의 의식을 지켰다. 그 순간 루인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방을 바라보았다. 에메랄드 빛 눈동자 안쪽, 검은 동공이 커지며 방 안의 아이가 보였다. 꿈틀거리며 작은 숨을 내쉬는 작고 여린 아이. 루인은 다시 밤의 용을 바라보았다. 밤의 용은 뭐라고 중얼거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눈을 감았고, 순간 초승달이 은은하게 빛나며 밤의 용은 그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 때 엄청 놀랐습니다. 글래시어 님. 갑자기 밤의 용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그 용은 원래 죽음을 맞이할 때 달의 일부가 되어 사라지지. 그 때문에 그 용이 죽음을 맞이할 때 달이 차오르고, 그 용이 태어날 때 마다 달이 스러진다고들 하지.”
“…그런데 마지막 말은 대체 무슨 뜻이었을까요?”
“아마 그 말은….”
순간 쿵, 쿵 하고 울리던 심장박동 소리가 위험하게 멈췄다. 루인과 대화하던 노룡(老龍)은 얼음이 깨지듯 사라져 버렸다. 마치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듯,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정적이 루인을 감쌌다. 루인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빛을 잃어가는 곳을 강하게 눌렀다. 심장박동이 몇 번 지속되었지만…빛은 사라져버렸고, 아까까지도 조용하게 루인의 말을 들어 주던 글래시어는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얼음이 죽어가고 있었다.
“…글래시어 님? ……글래시어 님?”
순간 루인이 이상한 것을 깨닫고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루인의 목에 나타난 칼로 인해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썩은 내가 루인의 방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벌려진 입 안에서 나는 썩은 냄새는 곧 리넨 천에서도 풍겨오기 시작했고, 더러운, 썩어 버린 리넨 천이 투두둑 끊어졌다. 루인의 귓가에서는 죽은 자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낮은 피어가 방 안에 울려 퍼졌지만 그가 송곳니를 내밀자 곧 조용해졌다. 루인은 조용히 펜을 들고 종이 위에 짧게 무언가를 적고 ‘전령’ 을 따라갔다.
‘얼음은 자연으로 돌아갔다. Homeless. 생명을 찾아 지구의 반대쪽으로 가라. 초승달의 빛이 얼음의 심장을 가르쳐 줄 것이다. Don\'t fin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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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염치 없게 슬금슬금 기어 들어와 이렇게 소설을 쓴다고 죽치고 앉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시간도 남는 겸(물론 공부를 다 한 후 겠죠...? ㅎㅎ)...타락도 올릴 겸...예전에 쓰던 소설을 리멕해 보았습니다.
허헣...제가 드빌에 들어온 후 가장 처음 썼던 소설이라 항상 미련이 남아 있었습니다ㅎㅎ
그래서 이번 기회에 완결은 아니더라고 스토리를 좀 진행시킨 후 고등학교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래야 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 질 것 같습니다ㅎㅎ
타락은 내일 아침 11시에 뵙겠습니다!
p.s-사실 제가 인터넷 시간 사용 제한에 걸려서요...허헣 매끄럽게 수정 좀 하고 데려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