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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사도외경 1장 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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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263
  • 작성일2016.10.22
사도외경 1장 6절.




검은 로브 이전의 과거를 생각하며 피식 웃던 그가 캠프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걸어나왔다. 바람에 휘날리는 푸른 풀이 언제나처럼 그의 의족을 간지럽히려 노력했고, 노을은 붉은 빛으로 근처에 있는 치유의 샘을 물들였고 신전의 기둥은 그저 그 곳에 있는 의무를 다하려는 듯 서있었다. 이 곳에서의 일탈자는 그 혼자였다.

"...전에도 이랬을까?"

그는 엘피스 밖으로 나와본 적이 없었다. 그저 희망의 숲쪽이나 들락날락 해봤을 뿐이었다. 그것도 어릴 때, 놀기 위해서. 그마저도 그러다가 해가 질 무렵, 부모님이 찾으러 왔다고 알리듯 외친 자신의 이름을 듣고 집에 돌아가, 옛날 이야기를 듣다 잠드는 희미한 추억에만 남아있는 공간일 뿐이었다.

"희망의 숲에서만 머물지 말고, 마을 밖에 자주 나와볼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그가 미소지으며 속삭였다. 실로 오랜만에 짓는, 진심에서 우러난 미소였다. 석양이 지는 바람의 신전을 배경으로 가만히 근처에 서 있자, 차를 타고 나타난 밤빛 깃털이 그를 데리러 나타났다. 다채로운 풍경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 형태는 충분히 이질적이었다.

"어이! 갑자기 위치 추적이 안되던데, 무슨 일이야? 걱정돼서 따라나왔다고!"
"그, 치유의 샘물에 빠졌었습니다. 누가 밀어버리는 바람에..."
"사악한 종자들 짓인가? 그보다 실종된 알포스라는 자는 어딨지?"

그가 알포스에게서 넘겨받은, 찢어진 옷을 건네주며 그가 죽었다고 말하자, 그들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래, 죽었다고?"
"그리고, 괴조 투사의 부리에 찔린 것 같았습니다만..."
"...그래, 어서 가지."

그들이 뒤로 돌아서며 지은 어두운 미소를,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놀란 표정이 작위적이었던것 같다며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할 뿐이었다.

¤

'Under the spreading chestnut tree
I sold you, and you sold me
There lie they, and here lie we,
Under the spreading chestnut tree...'

이상하리만치 슬픈 느낌을 자아내는 음울한 가락이 울리는 가운데, 옛날 검은 로브 단복의 사내가 원탁보다 위에 있는 옥좌에 앉아 느긋하게 잔에 담긴 붉은 액체만을 바라보고 있다. 가끔 중얼거리는 말은, 제 신세에 대한 한탄인지 이곳의 현실에 대한 한탄인지 알 수 없는 소리들 뿐이었다.

"이건 내가 생각한 그게 아니야. 사제 놈들이 꾸물꾸물 기어들어오질 않나, 단체로 광증에 빠지는 약을 먹질 않으면 승리한 상황이 아니질 않나. 거기다가 이탈자까지. 하아, 이래선 지배한 의미가 없거늘..."

그 와중에도 음울한 노래가락은, 그저 그를 위해 열심히 노래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잔 속의 와인을 들이마시거나 말거나.

'I've never been alone
it's a comfort to know
leaves a chill in my bones...'

가운데가 텅 빈 원탁과 의자, 그리고 왕좌 외의 부수적인 시설물이라곤 석재 벽돌로 만들어진 벽에 걸린 그림 밖에는 없는, 붉은 카펫이 깔린 바닥에 그가 이젠 비어버린 잔을 툭 뒤로 넘겼다. 그 소리에 조각상마냥 기다리던 메이드가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나와 유리조각을 치워낸다. 저게 몇번째더라, 하고 생각하던 검은 로브의 사내가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듯 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것이 일상이라도 되는 듯, 메이드가 치즈 한 조각과 와인을 들고 나타나고는 그가 즐길 수 있도록 세팅한 뒤 밖으로 나갔다. 표정은 밀랍인형마냥, 미소짓는 표정으로 굳어져 있었다. 그녀의 목 뒤에 사각형의 흉터가 선명하다. 홀로 들어가는 문의 바로 앞에 있는 석재 복도에서 누군가가 끌려가며 비명을 지르든 어쩌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짓는 얼굴로 그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저 가만히.

¤

서늘한 바람이 그의 등골을 타고 흘렀다. 차 안에서 보이는 풍경은 그에겐 하나같이 낮설었다. 의족을 닦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그의 바로 옆에 탄 밤빛 깃털 사내가 입을 열었다.

"어이, 그 다리는 어쩌다 그런거야?"
"...단순 사고였습니다."
"몇년 전인데?"
"10년 전이었습니다만."
"그래? 거 안됐네. 우리 때문은 절대 아니지?"
"아닙니다. 아니고 말고요."

그가 격하게 고개를 저은 뒤 입을 다물어버리자, 밤빛 깃털이 주제를 바꿨다.

"그보다, 마을에선 뭘 하고 지내? 직장은 있고?"
"직장은 없습니다. 부모님의 유산으로 지내는 중입니다. 그 정도면, 여생은 보낼 수 있으니."
"...부럽네. 난 그런 게 없거든. 다른 이유도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는 셈이지."
"다른 이유...?"

밤빛 깃털의 눈빛에 잠시 수심이 깃들었다가는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그러고는, 시키지도 않은 제 이야기를 줄줄이 내뱉었다.

"내 부모님은 신전에 십일조로 끌려가신 분이셨어. 두분 다 사제가 되길 강요받았고 순결하길 강요받았지. 그렇지만 두분은 서로 사랑에 빠져버렸고, 결국 날 가지게 되셨대."
"그래서, 두분은 어떻게 됐습니까?"
"물론 그 결과로, 사제직에서 쫓겨났어. 두분 모두 재산은 없었지. 그 상황에 내가 태어나버렸고. 두분은 해보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하셔서 날 키워내셨어. 그러다가 검은 로브가 그 악랄한 빛의 사제들을 몰아냈고, 부모님은 난리통에 돌아가셨지. 그리고 나는, 그 악랄한 사제놈들한테 복수도 할 겸 검은 깃털이 되었고."

악랄한 빛의 사제. 선전용 방송이나 포스터에도 나오지 않는 신랄한 비판이었다. 그에게 그 이유를 물을 겸, 정확한 의미가 무슨 뜻인지도 물었다.

"악랄...하다고?"
"자기 기준에 사람을 억지로 맞춰놓고 거기 안맞으니까 내팽개치는 게 말이 돼? 그게 악랄한게 아니면 뭐야? 안 그래, 사악한 주민 양반?"

그가 밤빛 깃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보니 그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러자 검은 깃털이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가까이서 본 밤빛 깃털의 얼굴은 생각보다 젊고 말끔했다. 그의 또래 쯤 될까?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래, 말 나온 김에 말이야, 너도 밤빛 깃털 한번 해보지 않을래? 보수도 두둑하고, 일할 맛도 있고, 무엇보다 광명을 안 먹어도 되는데. 어때? 난 네가 꽤 마음에 들거든! 장애우 특별 채용도 있으니까, 한번 도전해봐!"

열변을 토하던 그를 가만히 보던 의족의 사내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는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한숨만 푹 내쉬었다. '아깝다...' 하고 젊은 나이의 밤비 깃털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난 뒤, 차가 멈춰섰고 그가 제 가방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문 앞에 서자 건네지는 광명. 그가 광명을 입 안에 털어넣었고 곧 아름다운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즐거운 발걸음으로 도시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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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주기를 놓친 이유는 직장 때문입니다. 직장 찌벌탱.
그리고 알고 보면 검은 혁명이나 사도외경의 배경이 좀 무섭습니다 여러분.../속닥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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