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혁명 Halloween Edition
- Hollow In Elphis
신성왕국 엘피스의 어두운 골목길. 호박등이며 유령 장식이며 하는, 흔히 말하는 할로윈 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세계는 우리가 속한 세계가 아닌지라, 이 주간이 할로윈이라고 불리진 않았다. 아, 우선 말하려면 설명을 좀 해야겠지.
승천절이라고 칭해지는 이 주간은 어둠속성 드래곤들이 대거 회개하고 라테아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제 혼을 깨끗이 하는 주간이라고 전해지고 있으며, 그들의 죄악과 타락과 더러움과 어둠을 먹기 위해 몬스터들이 활발해지는 주간이라고 전해진다. 물론, 그건 다 새빨간 거짓이고 몬스터들이 활발해지긴 하나 어디까지나 제 구역 안에서 있는 일이며, 그럼에도 신성왕국은 '이는 대주교님의 신성력과 성기사들 덕분입니다! 다들 기도합시다, 아멘!' 따위의 같잖은 소릴 지껄이고 다녔다.
물론 승천절 전통은 우리네와 같다. 어린 아이들이 나름 무서워 보이는 분장을 하고 사탕과 장난의 양자택일 선택지를 주면, 어른들은 겁에 질린 체 하고 사탕을 내어주던지 아니면 그냥 문을 꽝 닫아버리고는 집 벽에 아이들이 한 괴발개발인 낙서를 다음 날 감상하던지.
그리고 이건, 엘피스에서 그 날 있었던 일이다. 우선, 한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시작될 무렵에서부터 출발하기로 하자.
¤
호박등을 나뭇가지에 매달고선 앞을 걸어가는 남자 하나가, 조용히 엘피스의 골목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가 바닥에 잠시 앉자, 척 봐도 졸부밖에 되지 않는 행색의 남자가 그에게 골드 하나를 툭 던진다. 아니...어쩌면 정말 대를 이은 부자일지도 모른다. 요새 엘피스의 부자들은 다 저렇게 오만에 찌들어있으니, 구분할 길이라고는 그 사람의 이름 뿐이었으니까.
아무튼 그 사내는 돈을 던지는 손길에 인상을 확 찌푸렸고, 그걸 신경쓰지 않은 부자는 호박등의 노란 불빛에 드러난 사내의 일그러진,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잠시나마 찌그러진 얼굴을 보지 못했다. 오똑한 콧날이 돋보이는 사내의 얼굴은 비록 인상을 쓰고 있어도 정부를 찾는 귀부인들의 입맛에 맞을 꽤나 괜찮은 상이었다. 맑은 가을 하늘빛의 머리카락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고 푸른 눈은 머리카락과 색을 맞춘 듯 안 맞춘듯, 하늘빛이었지만 조금 달랐다. 거울같은 호수에 비친 가을 하늘 빛이라고 하면 좋을까. 사내는 이야기책을 폈다. 승천절에 어울릴 법 한 이야기를 찾던 중, 한 아이가 쫄래쫄래 걸어와서 그 사내에게 승천절의 대표격인 대사를 읊었다.
"Trick or Treat! 사탕이냐 장난이냐 선택해요!"
"어...이를 어쩐다. 난 지금 사탕이 없는걸."
"그럼 장난이네요!"
"으음. 대신 나한텐 이야기 보따리가 있는데. 무서운 얘기 해줄까? 승천절 주간에 딱 맞는 으시시한 이야기야."
그 말 한 마디에, 아이의 얼굴에 화색이 만연했다.
"우와! 그럼 친구들 불러올래요! 그래도 되죠!"
"물론, 물론이지."
"와아아! 그럼 다녀올테니까, 거기서 꼼짝도 하지 말아요!"
아이가 뛰쳐나간 골목길엔 다시 그 혼자였다. 검푸른 밤하늘에 대비되는 호박등 하나와 그의 머리카락은 그를 눈에 아주 잘 띄게 만들었다. 달은 보이지 않았다. 그믐이라 그런걸까?
"아저씨! 친구들 데려왔어요! 으시시하고 재밌는 얘기 해주세요!"
"하하, 그래. 그럼 이건 어때? 내가 이런 날 특별히 꺼내는 이야기란다."
그가 목청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이 이야기는 고대신룡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란다.
먼 옛날, 다크닉스가 봉인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고대신룡은 휘하에 어둠과 혼돈, 그림자 속성 드래곤들까지 거느리고 있었어. 고대신룡은 그들을 포용하려고 애썼지. 수많은, 어둠과 가까운 속성의 드래곤들도 그의 말을 잘 따르고 그를 존경했어. 그는 누구보다 강했고, 지혜로우며, 용감했거든. 엔젤드래곤의 말도 역시 그랬지. 모두가 그들을 정말 완벽한 지도자라고 생각했어.
어떤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야.
어느 날, 고대신룡과 엔젤드래곤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어. 그 용의 이름은 고대주니어. 너희도 알고 있지? 뭐, 여기까진 괜찮아. 그렇고 말고.
그런데 문제는, 너무 오냐오냐 크다 보니 제 가족부터 이어진 제 본분을 새카맣게 잊고, 제 멋대로 하기 시작했다는 거야. 수많은 여자 드래곤들과 멋대로 놀아나고도 뭘 하든 용서받는다고 생각했지. 그런 그 용에게도 동생들이 생겼는데, 그 두 용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자 아이들이었단다. 둘은 꼭 닮은 쌍둥이였지. 고대주니어는 그 아이들이 두려웠어. 제 치부를 모두 드러냄과 동시에, 가족들의 지원과 사랑을 그 작고 여린 아이들이 훔쳐갈 것 같았던 거야.
그래서 결국...
한 아이를 목졸라 죽여버렸지.
울지도 못하고 캑캑대기만 하던 아이가 죽어버린걸 느꼈는지, 옆에 있던 또 다른 아이가 앙앙 울어대기 시작하자 고대주니어는 자기가 한 일이 갑작스럽게 두려워지기 시작했어. 동족이자 제 피붙이를 죽였다는 그 공포가 그 아이의 목을 졸랐지. 두려움에 떨던 고대주니어는 무언가에 쫓기듯 근처에 있던 샘물로 손을 씻어냈어. 그러자 그 기억들도 전부 사라지는 것 같았지. 이전의 망나니 고대주니어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어.
그리고 그가 손을 씻는걸 본 한 나이트드래곤이 있었지. 고대주니어는 그걸 봤고, 두려움 때문인지 그 나이트드래곤에게 다급히 달려가 자신의 죄악을 모두 털어놓았어. 그 나이트드래곤은 두려움에 벌벌 떨던 고대주니어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그런...걱정 마십시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니, 그저 속죄하시면 됩니다. 앞으로는 동족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제게 맹세해 주십시오."
고대신룡은 그 나이트드래곤의 갑옷에 맹세했어. 변하지 않는 그 갑주처럼, 그의 맹세도 영원할 것이라고. 그리고 고대신룡이 그 시체를 보았고, 그 나이트드래곤은 약속을 지켰어.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한거야. 아무것도.
그러자 그 사건의 불똥은 어둠, 혼돈, 그리고 그림자 속성 드래곤들에게 돌아가게 되었어. 고대신룡은 그들이 제 아이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무참히 학살했지. 고대주니어의 맹세를 들은 나이트드래곤이 그를 말렸지만 그는 막무가내였어. 엔젤드래곤에게 호소도 해봤지만 그녀 역시 듣지 않았지. 나이트드래곤은 고민했어. 어떻게 해야 그를 막을 수 있을까 하고. 고대주니어가 그걸 놓칠리 없었지. 그는 자기 죄를 저 나이트드래곤이 털어놓을까봐 두려웠던거야. 그래서 그는 거짓말을 했어.
"아버지, 사실은, 아버지를 말리던 나이트드래곤이 동생을 죽이는 걸 봤어요!"
고대주니어의 그 말 한마디가 가지는 위력은 어마어마했어. 그는 바로 잡혀서 고문당했지. 고문당하기 시작한지 3일쯤 지났을까? 이내 그 나이트드래곤의 사지는 뜯겨나갈 지경이 되었고, 온 몸은 고문 자국으로 뒤덮여 성한 데를 찾을 수가 없었지. 결국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그는 거짓 자백을 하고 말았어. 자기가 엔젤주니어 중 하나를 죽였다고...
결국 그가 사형대 위에 올려졌어. 그는 죽을 운명이 되자 용기가 생겼는지, 자신을 배반한 고대주니어에게, 그리고 우둔한 고대신룡에게 크게 소리쳤어.
"고대주니어! 내가 당신의 죄를 묵인해주었는데, 당신은 나를 팔아넘기는 것입니까! 내 갑주에 한 맹세는 어찌 되는 것입니까! 대답하십시오! 고대신룡님, 저는 죄가 없습니다! 죄인은 당신의 아들입니다!"
그러나 분노에 눈이 먼 고대신룡은 그 말을 듣지도 않았어. 그는 결국 단두대 앞에 서게 되었고, 그는 사형인의 마지막 말을 듣게 되었어. 마지막으로 할 유언이 없냐는 말. 그러자, 그가 일갈하며 외쳤지. 저주가 한껏 서린 목소리로.
"고대신룡, 고대주니어! 아니, 고대신룡과 그 일가 모두! 너희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리라! 후일 너희보다 강한 드래곤들이 속속 나타나게 될 것이며, 너희는 그저 우상 따위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름뿐인 존재가 되고 말거란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너를 찾는 존재는 어린 아이들이나 될 것이다! 똑똑히 기억해라, 고대신룡!"
그리고 그 나이트드래곤의 목이 뎅겅, 하고 잘려버렸어. 그 몸과 머리는 수목신의 묘지에 있는 한 샘물 근처에 파묻혀졌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대신룡보다 강하고 힘있는 드래곤들이 여럿 등장하기 시작했어. 어둠과 혼돈, 그림자 속성의 용들은 전의 학살때문에 모두 그를 떠나버린 상태였던데다, 그보다 나은 용들이 나타나니 고대신룡에게 실망한 자신들을 이끌어달라 청하고, 빛속성 중에서도 그보다 강하거나, 지혜롭거나, 용감한 용들이 속속 등장했지. 고대신룡과 그 일가의 입지는, 그 나이트드래곤이 말한대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단다. 그 저주어린 외침이, 무섭게도 들어맞은거야.
거기에 두려움을 느낀 고대신룡과 그 아들이 그의 시신을 버린 수목신의 묘지로 향했어. 그의 영혼이라도 달래면 뭐가 나아질 것 같았던 모양이야. 그들이 자기들이 시신을 버린 샘 근처를 찾아갔어. 그리고 열심히 땅을 팠지. 묻혀있는 그를 찾기 위해서. 그러나 그의 시신은 어디에도 없었고, 오직 시체에서 흘러나온 핏자국들과 고대주니어가 맹세했던 그 갑주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단다...
◆
"어때, 오싹하지?"
"...으앙-! 집에 갈래-!"
"이런...본의 아니게 애들을 울려버렸네. 이를 어쩐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성기사들이 그를 잡아냈다.
"무...무슨 일..."
"고대신룡과 그 일가에 대한 모독죄로, 네놈을 즉결심판하겠다!"
이야기꾼의 비명이 골목길에 퍼졌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으레 그렇듯이. 그 옆 골목에선 검은 로브 복장을 한 아이가 끌려가고 있었다.
"이건 그냥 할로윈 코스튬이란 말이에요! 왜 끌고가는 거에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안 그럴께요! 안 그럴께요...! 다시는..."
"시끄럿! 이단자 복장을 한 자는 끌고 가야 한다!"
어린 아이의 부질없는 저항이 이어지는 동안, 그쪽을 지나던 한 중산층의 여인이 소리쳤다. 마치 자신과는 관련없는 일이라는 듯이.
"맞아요, 끌고가요! 죽여버려요!"
그 말에 어린 아이가 말을 잃음과 동시에 안색이 파리해졌고, 그것도 모르고 그대로 지나가버리는 그녀의 품에는 아기가 안겨 새근새근 잠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새근새근.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제 자식이 검은 로브의 최연소 회원이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만 했다. 오열하는 모습이 아-주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이단자의 어머니라는, 있지도 않은 죄 아래에 짓눌려 목이 달아난 것은 말할것도 없었다.
"..."
그 틈 사이에 있는 진짜 이단자는 무시한 채, 이단자를 잡았다며 임시 축일이랍시고 공표하기 바쁜 그들을 보며 아델레온이 실소했다. 그러고는 골목 뒤로 사라지며 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길게, 제 죄악만큼이나. 물론 이 길이에는, 빈민가에서 태어난 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
오늘의 교훈
- 깊이 파고들면 신성왕국 엘피스에서 일어나는 일이 더 호러다
- 카타스트로프는 무서운 이야기랍시고 뭐 쓰지 말자
뭐 이야기 속에 이벤트 참가용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보상이 없진않겠죠 그러리라 믿습니다 네 아니면 저 이야기만 뽑아서 올리고...
그리고 사실 현재 드래곤들 등급과 이용 빈도의 상태를 보고 생각해낸 게 절대 맞습니다.
보상은 [드빌2 / 카타스트로프] 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