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는 점점 불리해졌다
어둠속성을 제외한 모든 용들이 모여 유타칸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다크닉스를 지배한 카데스의 힘으로 세뇌되고,더욱 강해진 어둠의 용들이
몬스터 떼와 함께 쉴새없이 공격하니,저항에도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고고한 어둠의 수호자에서 파괴의 악마로 변해버린 다크닉스의 압도적인 힘이 문제였다
처음부터 최강의 힘을 지닌 존재였으니,그가 없는 유타칸의 미래는
바람앞의 촛불처럼 금세라도 꺼질듯이 위태로웠다
시도때도 없이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공격,이성을 잃고 날뛰는 다크닉스,
아무리 난전을 계속해봐도 피해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아름다웠던 풍경은 강처럼 흐르는 피로 얼룩졌고,
가는곳마다 시체들이 산더미가 되어 쌓여가고 있었다
그에 따라,악신의 힘은 강해져 갔다
어떻게든 더이상의 피해를 저지해야 했다
그러나 도무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고대신룡은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며,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부인인 엔젤도 깊은 수심을 얼굴에 드리우고 남편과 그 감정을 공유했다
잠시후 전령이 들어와 상황을 보고했다
"불의 산 중턱에서 몬스터 무리들이 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블랙퀸 님이 가셨으니 금방 진압될테지만,그떼문에 본부 전투부대의 전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내가 가지,당신은 난파선에 모여있다는 매복부대를 처리해
끝나는 대로 바로 이쪽에 합류해서 다크닉스의 본대를 막는다"
"...응"
재빨리 전투 준비를 하는 둘에게,초록빛 머리칼의 소녀가 나타났다

"에리카..."
"............"
"너도...갈꺼야?"
"...다크닉스... 제가...습니다"
"......뭐라고?"
"다크닉스의 본대로...제가 가겠단 말입니다"
부부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얼굴이 새하얘진 둘은 간신히 말을 이었다
"에리카...다크닉스의 편에 서겠다는 거냐..."
"...아뇨"
"그럼 대체 뭐때문에..."
"스파이가 되겠습니다"
또다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고대신룡은 얼굴이 하얘지다 못해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너...그게...얼마나 위험한지..."
"제가 하겠습니다.적의 정보를 빼내서 전달하고,다크닉스의 전력을 약화시켜 놓겠단 말입니다"
"아...안돼...절대로 안돼...차라리 배신하겠다고 말해줘..."
언제나 온화한 표정만 가득하던 그가 그녀의 결정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부인 엔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지마...제발 그 말 취소해줘...제발 차라리 다크닉스를 따르겠다고 해..."
"아시잖...습니까...지금 상황이 어떤지...더이상의 생명이 죽어나가는것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든 이 전쟁을 끝내야 하고...그러기 위해선..."
"들키면 넌 곱게 죽지도 못할거야"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아니,죽이지도 않겠지,영원히 널 죽음보다 더한 고통속에서 울부짖게 만들거라고
네 사지가 갈갈이 찢겨 흩어질테고,정신은 조각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가루가 되버릴거야
전쟁의 종결을 위해서라도 내 동생을 그런 위험에 뻐뜨릴수는 없어"
"......우리는...무슨일이 있어도 이 땅의 생명들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어떤 위험이라도 감수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또한...그를 위해 어떠한 고통이라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의무도...있습니다"
"안된다고 했잖아!!!"
"당신은 내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습니다!이것이 내 결정입니다!"
"제...제발...또다시 가족을 잃을수는 없다고...부탁이니까 그만둬..."
단호한 에리카의 결심 앞에 빛의 아버지는 그 위치에 어울리지 않게
그녀에게 매달리며 울부짖었다,마치 부모에게 떼쓰는 어린아이같이
둘의 충돌을 지켜보던 엔젤은 슬픔에 가득 찬 얼굴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그가 널 사랑한다는 점을 이용해서 스파이짓을 하겠다는 생각이잖아...
그런건 네 신변뿐만 아니라 너와 그의 사랑까지도 깨부수는 일이란 말야"
"저는...생명의 편입니다
너무나도 슬프서 가슴이 찢길듯 하지만 더 많은 생명들을 위해 이 길을 걸어야만 합니다
부디 더이상 저를 말리지 말아주세요,안그러면 발걸음조차 뗄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이말을 끝으로 돌아서버린 에리카는 포탈을 열어 사라져버렸다
그 자리엔 절망에 빠진 부부와,그녀의 눈물만이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발을 딛은 곳은 암흑의 성 앞,다크닉스의 본진이자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그가 머무는 곳이었다.다큰기스는 오늘 전장에서 발견된 적이 없었다
그는 아직 여기에 있는것이 분명했다
'분명...다크닉스 바로 앞으로 가는 포탈을 열었는데...왜 여기지?'
암흑의 성을 둘러보던 에라카는 성 전체에 결계가 쳐있는것을 발견했다
이것 때문에 포탈로도 성 내부로 진입하지 못한 듯 하다
'......알아서 발로 걸어서 찾아오라는 건가...'
빛진영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전투가 한창인 광경이 보였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며 성 내부로 발길을 돌렸다
성문 앞으로 걸어가자 그곳을 지키던 어둠의 용들이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그녀가 손을 한번 슥-하고 휘젓자,그들은 곧바로 쓰러져 잠들었다
성의 각 층을 올라가며 마주친 수많은 경비대들은 모두 그녀의 손짓에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태초의 생명체 중 하나인 그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쓰러진 경비대들을 보며 에리카는 또다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아야햇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소중한 동료였던 그들이 이성을 잃고 악신의 꼭두각시가 되버린것이 너무나 슬픈 그녀였다
다크닉스의 방 앞으로 가기까지 만난 쓰러진 모든 경비대들은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모든 용들 중에서 가장 강한 5위 안에 들 정도로 강했지만,마음이 유리잔처럼 여린 그녀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거나 다치게 할 만큼 냉정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전투란 이런 것이었다
섬뜩한 장식이 새져진 거대한 문 앞에 서자,틈 사이로 끔찍한 기운이 새어나오는것을 느꼈다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어떻게든 들어가 그를 만나야 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손잡이에 닿으려는 순간,문이 젖혀지더니
강한 힘이 그녀를 끌어당겼고 순식간에 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문은 굉음을 내며 닫혔고,그녀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머리를 문지르며 고개를 들자,다크닉스가 그녀위의 옥좌앞에 서있었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평소엔 잘 꺼내지 않던 날개까지 전개하고,머리를 두손으로 싸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무언가 사악한 기운이 머리까지 차오르는것을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끄으으...으아아아악!!!...아아악!!!...끄으으윽..."
그러다 그녀가 밑에 와있는것을 보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식은땀까지 흘리며 간신히 입을 열고 말했다
"이 멍청한 년같으니...왜...왜 여길 온...끄아아아아아아악!!!!!!!!!!!!!!!!!!!!!!!"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을 본 그녀는 얼굴이 새파래졌고,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다크닉스!!!정신 차려요!!!갑자기 왜이러는 거야...다크닉스!!!"
그러자 비명이 멎더니,다크닉스가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 들어온 그의 모습은 그녀가 알던 사랑스러운 연인의 표정이 아니었다
"무슨일로 여기에 온거지"
놀라울 정도로 싸늘한 목소리에 그녀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무슨일로 왔냐 물었다"

눈에 실핏줄이 생겼고,얼굴에는 그림자가 가득 드리웠다
그의 입가의 붉은 선이 서서이 열려지더니,이내 시뻘건 이빨이 나타났다
이것이 다크닉스의 심한 분노를 의미한다는 표시인것을,그녀는 금방 깨달았다
"다...당신...에게...있고 싶...어...서...왔어...요"
"........."
그 말을 들은 그의 표정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에리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다크닉스가 무서운것은 마찬가지였다
"나와 함께하겠다는 것인가"
"......예"
그녀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던 다크닉스는 갑자기 에리카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렸다
"꺄아악!!!뭐...뭐하는 거에요!!!"
그는 아무런 대답 없이,그녀를 안은 채로 어딘가로 걸어갔다
"어딜 가는 거죠?"
겁에 질린 그녀의 말을 듣던 다크닉스는 한참동안 입을 다물다가 이내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내 방"
무슨 뜻인지 이해한 에리카는 그에게 안긴 채로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쌌다
다크닉스는 그녀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