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다시 찾아온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훨씬 강하고 쓰라렸다
무엇때문인지,머리를 싸매고 주저앉을때마다 눈의 실핏줄이 선명해졌고
지진이라도 난듯이 몸의 떨림이 멈출 줄을 몰랐다
이런 고통이 벌써 며칠이나 계속되고 있었다
머리는 깨질듯이 아프고 그 속은 끝을 모르고 요동쳤다
온몸이 불타오르듯이 뜨거워졌고 심장이 찢겨질것 같이 찌릿찌릿했다
세상이 빙빙 돌았고,균형을 잡기조차 어려워졌다
벽을 잡고 가쁜 숨을 내쉬었지만 그 쓰라린 고통은 도무지 멈출줄을 몰랐다
또다시 아래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끔찍한 기운이 느껴졌다
동시에 자신 내의 두개의 의식이 맞부딪치고있었다
하나는 다크닉스,본인의 의식이 분명했다,너무나 익숙한 기운이었기에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악신 카데스에 의해 변질된 그의 의식
원래의 그였으면 당장 악신의 기운을 뽑아버리려 애썼겠지만
지금 이렇게 고통을 호소하는 때에는 누가 적의 의식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했다
본인과 악신이 하나의 몸에서,서로 주도권을 갖기위해 벌이는 치열한 싸움.
그에 따른 엄청난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되는 쪽은 그의 몸이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정말로 죽을것만 같았다
붉은 이빨까지 드러내며 열린 그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쏟아졌다
혼신이 공유하는 고통이 깃든 비명을 한번에 질렀기 때문이었을까
서서히 고통이 잦아들고 정신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어째서인지 자신의 몸이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안락한 자신의 공간에 들어온듯한 느낌...
원래대로라면 이 고통이 멎을때쯤,뭐든지 박살내버리고 싶을만큼의 증오가 솟아오를텐데...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깊은 고뇌에 빠져들던 중,
그는 하나의 생각에 직면했다
"원래의 나로 돌아온건가?"
언제나 악신의 의식에 짓눌려버렸던 자신의 의식이,
이번에는 그것을 꺾고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았던 것인건가
드디어 온전한 나의 의식으로 내 몸을 움직일수 있는것인가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뭔가 중요한걸 잊고 있엇단느것 직감했다
"뭐였지...?뭔가 아주 중요한 걸 잊은것 같은 기분인데..."
머리를 다시 감싸고 잊어버린 것을 떠올리려 애썼다
깊게까지 파고들어봤지만 그게 뭔지 쉽사리 생각나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에게 무엇인가가 서서히 떠올랐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아"
생각났다,그런데 그게 별로 좋지 못한 것이었다
아니,이건 무엇보다도 심각했다
자세한 것들이 머릿속에 떠오를수록 점점더 얼굴이 굳어지더니
마지막 최근까지의 기억을 회상해본 순간,
그자리에서 쓰러져버릴것만 같던 몸을 간신히 일으켜세웠다
"에...에리카...
내가...내가...대체 뭘...
어...어어...아아..아아아아...."
극도의 충격이 미칠듯한 자기혐오로 바뀌기 시작했다
얼마 전의 모든것이 떠올라버렸다
충격으로 멍하니 서있던 다크닉스,그는 고개를 밖으로 돌리더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방을 빠져나갔다
엄청나게 꼬여버린 자신의 머릿속탓에,제대로 된 생각을 할수 없었던 그는
달려가면서도 벽과 기둥에 부딪히고,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뛰어갔다
부딪혔던 벽이 갈라져 돌덩이가 쏟아지고 기둥이 아예 박살나 천장 일부가 떨어지는데도,
그 잔해에 머리를 얻어맞았는데도 그에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생각나는 것은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지하 최하층에 도달하자 그 앞에 서있던 경비병이 그의 얼굴을 보고 놀랐지만
그가 지금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황급히 그의 앞에서 비켰다
굳게 닫힌 지하감옥,암흑의 성의 병사들 사이에서 흔히 "고문실"이라고도 불리는 그곳이었다
두껍고 육중한 철문이었는데도 그가 밀치자 가루 단위로 조각나버렸다
넓디넓은 지하감옥을 미칠듯이 헤집으며 찾으려고 하는 그의 연인,하지만
얼마전에 저지른 엄청난 실수로 이곳에 끌려가버린 그녀를,
눈이 돌아가버린 그가 이곳을 질주하며 감옥을 하나하나 지나쳐갔다
그리고 마침내,가장 어둡고 으슥한 곳에 위치한 감옥 안에서
초록빛이 아주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것을 보았다
그대로 문을 부숴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안의 광경을 봐버린 그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도저히 얼마전에 본 그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태였다
http://blog.naver.com/kimminwoo5503/220851253793
(삽화가 약간 선정적이라 생각되어 링크로 대체합니다 전체공개니 보고싶으신 분만 클릭하시길)
언제나 단정하던 옷의 여기저기가 찢어져 그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또한 언제나 티 하나 없던 그녀의 얼굴과 몸에 시커먼 멍이 가득했다
찢어진 상처,찔린 상처는 셀수 없이 많았다
무엇보다,피부가 원래 흰색이었다는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몸은 피범벅이 되어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머리카락마저 머리에서 흘러나온 듯한 피로 일부만이 그 색을 보존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입은 검은 천으로 묶인 상태였다
아마 그녀는 끔찍한 고문을 당하며 이 무수한 상처를 입으면서도 비명 한번 지르지 못했을 것이다
언제나 요지부동이던 그도 죽기 직전의 상태가 되버린 에리카의 모습을 보자
더이상의 감정을 억누를수가 없어져버렸다

서있을 힘조차 없어,다리가 풀려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소리없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눈에서 불꽃이 조금씩 솟아올랐다
입가의 붉은 선이 찢겨지며 붉은 이빨이 드러났다
가슴 정중앙에서부터 시뻘건 기운이 가지처럼 뻗어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메말라 버린줄만 알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도무지 그 감정의 편린조차 볼수 없을 듯하던 그에게서 눈물이 폭포처럼 흐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럴때가 아니라는것을 떠올리고 재빨리 다시 일어나 그녀의 손을
위로 묶었올렸던 사슬을 끊어버리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얼마나 강하게 손목을 조였었던 건지,손목이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제발 살아있어줘,제발 살아있어줘,이 말을 수천번씩 쏟아내며
그녀의 심장에 귀를 대었다
천만다행이었다.희미하지만 아직 뛰고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금세라도 꺼질듯이 미약했다
재빨리 힐링 스킬을 써보지만,이런 방면에 영 소질이 없는 그였기에
그 회복이 너누 더디었고,그의 마음은 다급해져만 갔다
"제발 좀 되라,제발좀...제발...제발...
무슨 대가를 치르던간에 좋으니까 제발...
젠장...젠장....흐...으...으으으으윽...흐으으으아아아아...."
처음으로 아이처럼 울음소리를 냈다
왜 나는 이렇게 파괴에만 치중해있어서 사랑하는 연인조차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건가
사랑을 내손으로 깨부수고,이렇게나 깊은 상처를 입혀놓고도,그걸 제대로 되돌리지도 못하다니
난 도대체 어디까지 한심한 녀석인가,나같은게 대체 왜있는건가
미칠듯이 자신의 무능력을 자책할수밖에 없었다
"......커윽...커허...허어억..."
의식이 없던 에리카가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게 한 데까지는 성공한 듯했으나,
이미 안쪽을 심하게 다친 그녀의 상태를 치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아...하아...하아.."
"말하지 말고 가만 있거라...어떻게든 되돌려 놓을 테니까...움직이지 말고 제발 가만 있어..."
"하아...아...ㄷ...다크...닉...스..."
"말하지 말라고 했잖느냐!!!!!!!!!!!!이 멍청한 년같으니!!!!!!!!!!!"
"다크닉...스...다...다크닉스..."
"........제발 좀 그대로 있으란 말야...이러다 진짜로 숨이 넘어간단 말이다..."
"ㅁ...이...아...아...ㄴ... 흐...에...ㅇ...ㅇ...요..."
".....?"
"미안...해...요...당신을...배신...해...서..."
"........."

"미안해요...다...내 잘못...이에요...모두를...구하고 싶어...서...
당신의 사랑을...이용...해서...정말로...미안해요..."
"..........."
도무지 믿을수가 없었다
이 여자는 대체 어디까지 착해빠진걸까
나때문에 이모양 이꼴이 됬는데도
계속 끝까지 잘못이라며 내게 용서를 빌고 있다니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는데도 그것을 죄라고 여기다니
이렇게 선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에게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준 자신이 너무나 혐오스러워졌다
나같은 놈이 이런 여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니,
내가 감히 이렇게 착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니,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에,다크닉스의 눈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갔다
"커허억!!!크억...하아...하아..."
에리카의 상태는 갈수록 심해졌다
아무리 힘을 써봐도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형편없는 힐링으로는 에리카를 치료할수 없었다
그순간,또다시 고통이 엄습해왔다
이번에는 악신이 다시 그의 몸을 지배하려 덤볐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어지간한 힘으론 그를 세뇌할수 없다는것을
조금전의 일로 깨달은 악신이 더욱더 힘을 높여 그의 정신을 공격했다
또다시 몰려오는 죽음같은 쓰라림 때문에 엎어질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의 앞에는 빨리 치료해줘야하는 에리카가 있었다
이대로 악신에게 침식당하면 또다시 에리카는 같은 고문을 받게 될것이었다
잠시동안만이라도 그 기운을 억누르자는 심상으로 모든 힘을 정신에 집중했다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그녀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해 줄수 잇는것이 더이상 아무것도 없어서 정말 미안하다
다시 만날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만......
부디 무사히 살아있기를 바라겠다...사랑한다..."
그와 동시에 손을 휘저어 포탈을 연 다크닉스는 에리카를 그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재빨리 포탈을 닫아버렸다
에리카를 탈출시켜 모든 힘을 소진한 그에게 다시 악신이 깃들었다
전보다 더 차가워진듯한 그의 얼굴이 비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