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커:무언가를 찾는자들(7
이 슈
아메스 가문의 저택은 마을 중앙 광장을 가로질러서 가다보면 나온다. 짙고 푸른 녹색의 뱀을 마크로 쓰는 가문. 이 아메스 가문의 대표인장은 신을 죽이는 뱀, 요르문간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셨군요."
방금 전, 나와 집에서 만났던 기사가 갑옷을 철컥거리며 나와 유그에게로 다가왔다. 지근거리에 들어온 후 내 얼굴을 확인하고 유그를 쓱 보더니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잠시 동안 그를 따라가니 저택 뒤에 은밀하게 있던 담쟁이 덩굴로 가려진 나무문이 들어났다. 흔히 보이는 나무문처럼 보였지만 그 뒤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이 뒤에 루커님이 계십니다."
기사는 그 말을 끝으로 문 옆에 서서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 말을 걸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유그, 들어가자."
"아우!"
고풍스러운 나무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가자 따뜻한 난로 옆에서 붉은 실크 카펫위에 의자에 앉아있는 소년이 있었다. 아마 그가 아메스 리 루커 일 것이다.
루커는 내가 방으로 들어오자 자리에서 슥 일어나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하루님. 저는 아메스 리 루커라고 하지만 이름은 알고있죠? 혹시 편하게 하루 형이라고 부르면서 말을 놓아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나또한 그 인사에 경의를 갖추며 대답하였다.
잠깐동안 본 이 루커라는 소년에게서는 소문그대로의 귀족스럽지 않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다른 귀족들과 같이 차갑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다.
또한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는 점또한 굉장히 특이했다. 비록 귀족과 평민의 경계가 흐려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귀족들은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소년에게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뭐랄까, 자신과 동등한 그런 위치에서 대해주는 듯 보였다.
"그러면 말을 놓을께요. 우리 말 돌리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가볼까요?"
어린 귀족 소년의 기운이 달라졌다. 풀어졌던 방금 분위기와는 달리 지금은 차갑고 강렬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나 또한 얼굴에 띄고 있던 미소를 없에고 차가운 눈빛으로 응수했다.
"아아, 별거는 아니고 옆에 그 아이 드래곤이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흠칫 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범주의 내라서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렇다면?"
"놓고 가."
바람이 루커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 후 그 를 중심으로 서서히 회전하였다.
놓고 가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그가 드래곤인것을 파악한 것 부터 어떻게 한 건지를 알아야할 것 이다.
그러나 지금 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째서인지 지금 나에게서는 유그를, 내가 알에서 깨운 이 아이를 내게서 빼앗기면 안된다고 온몸의 세포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내가 왜 그 부탁을 들어주어야 하지?"
잘못 파악한 것 같다. 그가 나에게 보여준 모습은 자신과 동등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아래로 두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여줄 수 있었던 모두에게 평등한 모습.
바람의 회전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책장의 책들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형, 이 상황을 잘못 파악한 듯 한데 이건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야. 나와, 뽀삐."
난로에서 구름뭉치가 튀어나왔다. 루커가 뽀삐라고 부른 이 구름뭉치는 어디선가 본 듯 한 모습이었다.
아, 그래. 드래곤이네. 드래곤이야.
어?..
"피우우으!!"
"형의 목숨을 빼앗고 가져가는 방법도 있다는걸..
잊은건가요?.."
구름형태의 드래곤이 포효했다. 그에 따라 루커의 주위를 돌던 바람들 또한 그 포효에 맞추어 더욱 더 미쳐날뛰기 시작했다. 주변 사물들은 이미 쓰러지고 날라다니기 시작한지 오래였다. 나 또한 서있기가 힘들정도 였다.
"좋은 말로 할 때 주시면 좋을 것을.. [윈드커터]"
착 가라앉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루커는 4서클의 윈드커터를 시동어만으로 발동했다. 4서클에 막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숨겨왔던건가!
하지만 나 또한 이럴 때를 대비해 넬슨이 빌려준 아티팩트인 매직 프로텍터가 있다!
"매직 프로텍터!"
시동어와 동시에 밝은 빛의 방어막이 펼쳐져 나아갔다. 나아가는 모습이 꼭 천사의 날개 같았다.
강력한 바람의 칼날이 펼쳐진 방어막에 의하여 흩어져 갔다. 바람을 묶어 놓았던 마력들또한 실오라기처럼 사라졌다.
'콰직'
그러나 이 한 번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매직 프로텍터또한 부서졌다. 비싸게 주고산 반영구제라고 하셨는데..
아아.. 넬슨.. 사기당하셨네요..
"역시 준비를 해왔군요.. 그렇지만 이걸로 끝입니다."
루커는 다시 한번 윈드커터를 발동하였다. 이걸로 끝난건가.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퍼석'
갑자기 마력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천천히 눈을 떠보니 유그가 내 앞에 서있었다.
유그는 푸른 녹색의 오라를 두른채로 내 앞에 당당히 서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부수는..
태풍
《누가 내 아빠를 함부로 건드려도 된다고 했지?》
머릿 속에서 청명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유그의 목소리인가? 언제부터 말을 할 수 있던거지?
그와 동시에 의식이 점점흐려져간다. 이제 보니 아까 매직 프로텍터로 막은 윈드커터가 복부쪽에 상처를 남기고 갔었다.
《요새는 하급 드래곤들도 왕에게 덤비는 건가? 어이가 없군.》
왕?.. 그게 뭐지?..
뒤에 유그가 무언가를 더 말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나는 복부에 난 상처로 인한 출혈로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