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방랑자(소설판)(프롤로그)
아컄컄컄 아키악
비가 온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서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수많은 함성소리와
무기가 금속음을 내며 쫓아오는 소리.
나는 본능적으로 도망친다.
나의 두 날개는 이미 못쓰게 된지 오래다.
그들 때문에.
땅에서 푸른 결정이 솟아오른다.
가까스로 피했지만
눈 하나와 팔 하나. 입은 포기할 수밖에.
두려움이 나를 집어삼킨다.
몸이 굳었다.
반항해도 소용없다는걸 이미 알기에
모든걸 내려놓았다.
칼이 내 배를 관통했고
그다음부터는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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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이 울린다.
나는 졸린 몸을 일으켜 겨우 밖으로 나왔다.
왕실 기사학교 2주째.
나는 새내기 기사 하이드다.
이름의 유래는 나도 모른다.
뭐, 상관없다. 내가 마음에 드니까.
수업은 지루하고 따분하다.
새내기 때는 실전보단 이론에 의지한다.
이윽고 점심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치타처럼 뛰어나간다.
모두가 나를 급식충으로 알지만
기사학교 기사들 중에서
나보다 충성스런 기사는 없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기사학교 뒤편.
잔디밭에 분수 하나.
분수대에 장식되어있는
기사단장의 동상
사막의 방랑자를 죽인 영웅이시다.
이제 남은 방랑자는 셋이다.
나도 언젠간 기사단장님처럼 훌륭한 기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