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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less_00_눈물을 잃은 자

38 [Lefream]
  • 조회수532
  • 작성일2019.07.21
쿵-


굉음과 함께 외진 숲 속의 연구소에서 눈부신 푸른 빛이 쏟아져나온다. 놀랄 만한 상황이지만 안의 연구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치를 기록한다거나 약물을 투여한다거나 할 일을 계속할 뿐이었다.


그리고 바쁘게 돌아가는 연구소의 중심에는 커다란 통에 잠겨 눈을 감은 사내아이가 있다.


사내아이의 몸은 꽤나 흉측했다. 왼쪽 팔은 통째로 기계로 대체되었고, 온몸에는 괴상한 부품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굉음의 정체는 그 유리통이 지하에서 올라오는 소리였다. 안에 담긴 아름다운 푸른색의 액체는 점점 짙은 핏빛으로 물들어가고, 미동도 없던 아이의 몸에 작은 떨림이 일기 시작한다.


"...성공인가?"


누군가가 조심스레 던진 말에 작은 동요가 일기 시작한다. 동요는 기쁨으로, 다시 환호로 번져간다.


"드디어, 드디어 퇴근할 수 있어! 이 지긋지긋한 흰색 건물을 다시는 안 봐도 된다고!"


그들은 핏빛 유리통을 응시하며 각자 자기만의 기쁨을 누린다. 물론 변함없이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입가에는 만족스런 미소가 걸려 있다.


모두가 행복해하던 때, 누군가가 노트를 들고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사람의 손목을 턱 잡는다.


"뭐야, 지금 장난칠 상황이 아ㄴ..."


툭-


가볍게 목을 가격하는 것. 그걸로 끝이었다. 그 연구원은 바닥으로 픽 쓰러졌다. 한 명을 쓰러뜨린 그는 만족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달려들어 목을 잡아챘다.


"내 아들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해댄, 거냐."


남자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한 음절음절 끊길 때마다 연구원의 강냉이가 우수수 탈출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말을 마칠 쯤에는 이미 앞니가 전부 나가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연구소에 모인 모두는 갑작스레 등장한 사람인데도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이 연구소를 건설한 사람. 강화인류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된 사람. 최종 성공한 실험체의 아버지인 로렌 데우스.


그리고 계획대로라면 저 사람은 지금 여기 있으면 안 됐다. 아니, 애초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조차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다..당신은 분명..."


그는 앞을 가로막는 한 명의 목을 꺾어버리며 성큼성큼 다가갔다.


"왜 살아있냐는 멍청한 질문은 하지 마라. 니들 통수칠거 대비해서 웬만한 독약에 내성을 가지려고 쓴 시간이 적지는 않으니까. 설마 내가 만든 독에 내가 당할까."


짜증을 내는 사람도, 계획을 짜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이 있었다.


'두려움'


곧 죽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두려움, 다시는 가족들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복합적인 두려움들이 한데 뒤섞여 그들을 엄습한다. 살 방법을 궁리해야 했다.


누군가가 앞으로 나가 소리쳤다.


"저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정부에서 가둬두고 일 시키는데 저희라고 무슨 방도ㄱ..."


"닥쳐."


물론 대답은 가차없었다. 어느 순간 로렌의 손에 들려있던 작은 칼이 그의 목에 붉은 선을 그었다. 그는 그대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다른 이에게 용기를 주었다. 누군가 다시 나와 소리쳤다.


"당신도, 당신도 같이 했잖습니까! 가족이 연루되니 이제 와서 입을 닦고 정의의 사도인 척 하는 겁니까? 내가 나쁜놈인건 맞지만 당신도 결국 다를 거 없어!"


"나쁜놈은 죽어야지."


이번에도 그의 대답은 가차없었다. 이제는 나란히 누운 시체가 두 구가 되었다. 로렌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내 죽음은 걱정 마. 니들이 걱정 안해도 알아서 뒤져줄 테니까."



그리 말하고는 로렌은 등에 맨 기다란 총을 꺼내들었다.



"허튼짓 하는 놈은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 버릴 거다. 안아프게 대가리 한방이 내가 줄수 있는 최대의 자비야."



총을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쨍그랑 하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쩅그랑? 내가 알기론 쩅그랑은 총을 쏘는 소리가 아닌ㄷ..."



연구원은 말을 뚝 멈췄다. 뒤를 보고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특수 강화유리로 만든 시험관에 금이 가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깐! 너무 일러! 컨트롤러와 동기화도 안 된 상태로 작동을 시작하면...!"



작동을 시작하면 안됐다. 진짜로 안됐다. 그 안은 공기를 만나면 점화되는 물질과 가연성 액체, 폭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가. 실험관은 다시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큰 굉음이 울렸다. 아까와 다른 점은 연구소가 통째로 무너졌고 그 안에 살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안해... 미안하다... 내가 널 지켰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이런 일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소용은 없었다. 그의 숨은 꺼져가기 직전이었고 각종 안전장치에서 해제된 소년은 몰아치듯 들어오는 감각의 파도에 휨쓸리고 있었다.



최초의 강화인류 TearsLess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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