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불의 신전과 바람의 신전 사이에 살고있어요. 가디언은 바람의 신전에서 발견한 첫 드래곤이고요."
"..거기,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었어?"
"아..다행히도 저희 아버지가 그랜드 테이머셔서.."
"....그렇구나. 빙설룡, 빙하고룡. 가자."
"응!"
"알겠어 아키."
펄럭-
빙하고룡이 날개를 쫙 펴며 불의 산 쪽으로 활강하자, 빙설룡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시니카..라고 했던가, 가디언을 꼭 안고 내 털을 잡아. 좀 빠를테니까."
"에...아키님처럼 날다간.. 중간에 날아갈거 같은데.."
"푸핫-"
"..?"
"빙하고룡은 사대신룡이니까 저 속도로 날 수 있는거고, 난 평범한 성체보다 약간 빠른 정도야. 그리고... 아키 아니면 저정도로 날면서 버틸 사람도 없어."
"..역시, 아키님은 대단하네요. 가디언! 수고했어."
"끼잉-!"
시니카는 가디언을 쓰다듬으며 바람의 정기를 줬고, 가디언은 기분이 좋은듯이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시니카는 웃으며 빙설룡의 목 부분의 털을 꼭 쥐었고, 빙설룡은 웃으며 천천히 활강하기 시작했다.
등에 타있는 어린 소녀와 해치가, 놀라거나 다치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빙하고룡, 오랜만에 나왔다고 너무 신난거 아니야?"
"아, 빙설룡, 왔구나?"
"응 아키. 여기가 집이구나..."
"앗..고마워 빙설룡!"
빙설룡이 말을 마치고 자세를 낮추자, 시니카는 총총거리며 집으로 다가갔다.
"저..오늘은 감사했습니다..!"
'..가기 싫은건가.'
달칵
그 때 문이 열리고, 시니카는 놀라며 땅에 주저앉았다.
"시니카! 나간지가 얼마나 지났는- 당신은?"
"..역시 그랬구나, 안녕하십니까. 랭킹 1위 아키 칼로스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시니카, 어머니셔?"
"ㄴ..네..?"
"호호, 맞아요, 제가 시니카의 어머니랍니다. 랭킹 1위분께서 여긴 어쩐일로 오셨습니까?"
"아, 아닙니다. 우연히 시니카를 마주쳐 데려다줬을 뿐입니다. 그나저나 뒤의 용이 바로.."
"아, 맞습니다. 빙하고룡, 인사해."
"..안녕하십니까."
빙하고룡답게 얼음장같은 목소리에, 아키는 잠시 당황했다.
이 사람이 시니카에게 해가 될 짓을 했다 해도, 빙하고룡이 지금 뭘 해야할 지 구분 못하는 정도는 아닐텐데-
"오..역시 빙하고룡은 목소리도 아름답군요."
"...예?"
의외의 대답에, 빙하고룡은 작게 콧방귀를 뀌며 아키를 쳐다봤다.
"혹시, 우리 시니카를 데려다주신-"
"맞습니다, 의외로 시니카가 재능이 있어 보이더- 빙하고룡! 피해!"
"..악-"
쾅-
불더미가 쏟아져내려 빙하고룡은 한번의 공격을 제외하고 모든 푸른색의 불덩이를 그 자리에서 얼음 속성의 기본 기술 중 하나인 프리징으로 빙설룡과 함께 얼렸다.
"빙하고룡, 프로스트-"
"아..아니에요 아키님! 그분은 저희 아버지세요..!"
"..멈춰 빙하고룡, 빙설룡."
빙하고룡과 빙설룡이 공격을 멈추자, 그 자리에서는 불과 얼음이 만난 영향으로 물과 연기가 자욱하게 생겨났다.
"콜록, 으.."
"..빙하고룡, 연기 좀 걷어내봐."
아키의 말에 빙하고룡은 거대한 날개를 휘적였고, 연기들은 날개를 중심으로 점점 사라졌다.
그리고 연기가 완전히 걷히자 아키는 눈 앞의 존재를 보고, 눈이 커졌다.
예전에 있던 수많은 전쟁 중 가장 초기의 전쟁, 빛과 어둠의 전쟁. 그 당시 다크닉스를 추종했다고 알려져있던 드래곤 중 하나인 블랙코어.
고대의 드래곤이라고 알려진 용 답게 근처가 푸른색의 오라로 빛났고, 빙하고룡은 다시 공격태세를 취하다가 아키의 손짓에 멈춘다.
"당신이 시니카의 아버지시군요."
"당신은.. 랭킹 1위, 얼음의 수호자시군요."
"하하, 알아봐주시니 영광이네요."
"아닙니다. 그나저나 당신같은 분이 왜 여기에 계시고, 시니카를 알고 계신거죠?"
약간 가시가 돋친듯한 말투에, 아키는 화를 잠재우며 최대한 온화한 톤으로 말했다.
"오늘 시니카를 난파선에서 만났었습니다. 처음 키우게 된 용 치고는 좋은 용을 선택하셨더군요."
"하하, 제가 직접 구매해온 알입니다."
'...구매라고?'
"그렇습니까, 그,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시니카에게 엘피스 구경을 시켜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이죠!"
아키가 말을 끝내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는 시니카의 어머니를 보며, 아키는 속으로 혀를 차며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는 시니카를 일으켰다.
"가자 시니카."
"네..? 네..!"
"빙하고룡, 빙설룡. 한번만 더 수고해줘."
빙하고룡은 아키를, 빙설룡은 시니카를 태운 채 엘피스의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번에는 빙하고룡이 빙설룡의 속도에 맞춰, 아주 천천히.
"그..아키님.."
"응."
엘피스에 도착하기 직전, 시니카는 아키를 나즈막히 불렀다.
"...눈치, 채신거에요?"
"모르는척 하느라 힘들었다."
"아..."
"걱정 마. 밝히고 다니진 않을테니까."
"감사합니다.."
"...마스터!"
"응? 뭐야 빙하고룡."
"아니, 마스터, 의뢰 맡긴 알이.."
"...뭐?"
"아키, 아르하에서 온 알이 부화했어!"
캬-!
알에서 막 나온 얼음덩어리처럼 생긴 해치.
또 얼음타입인가-
한숨을 쉬던 아키는 조용히 해치를 안아들었고, 해치는 약간은 차가운 냉기를 풍기며 아키에게 안겼다.
"...시니카, 이거 조금 큰일인데, 드래곤 협회로 먼저 가도 괜찮을까."
"네! 괜찮아요. 협회는 처음 가봐요!"
"그래, 빙하고룡, 협회쪽으로 가자."
"응 마스터."
"..대체 어떻게 꺠우신겁니까?"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빙하고룡이랑 천천히 날다보니 깨졌습니다. 절 부모라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또 얼음타입이신데, 이정도면 아키님 전생에 얼음의 신이셨던건-"
"하하.... 그래서, 이 용의 이름은 뭔가요?"
"저희가 추측해봤을 땐 고대용인 블리자드로 추측됩니다. 이젠 살아있지 않은 멸종된 종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용일줄은 몰랐습니다."
"고대용... 지부장님, 혹시 블랙코어라는 용을 알고 계십니까?"
"블랙코어라면, 먼 옛날 다크닉스를 추종했던 학살병기를 말하는거죠?"
지부장의 고대용이라는 발언에, 방금 전 블랙코어의 테이머를 상기한 아키는 지부장에게 블랙코어에 대해 물어봤다.
물론 지부장이니만큼 자세히 알고 있었고, 블랙코어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자 지부장은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
"어딥니까! 제가 당장-"
"지부장님,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아이가 그 테이머의 딸이기도 합니다만, 지금은 잠시 엘피스를 구경하러 나와서요. 그나저나 이 블리자드는 어떡할까요?"
"...후, 알았어요. 아키님의 말씀이니 보류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리자드는 얼음타입을 가장 잘 알고있는 아키님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협회에는 블리자드를 맡을 자신도 없으니.."
"알겠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뵙도록 하고, 임무비는 임무비대로 받아야죠. 오늘 빙하고룡이랑 빙설룡을 둘 다 소환해서, 마력이 많이 남지 않았거든요."
마력. 마력은 소환사인 테이머의 고유 능력치로 소환을 할 때마다 일정량의 마나를 소모하게 된다. 소모량은 테이머의 재량과 드래곤의 능력치로 결정되는데, 상위클래스에 속하는 두마리를 소환하는 것은 천재라고 불리는 아키에게도 꽤 많은 마나를 소모하는 일이고, 마나를 채우기 위해선 마나를 응축한 약이나 회복마법이 필요하기에, 꽤 돈이 필요하다.
물론 자연치유도 되지만,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려서, 상위급 유저는 바로 채우는 편이다.
"..우선 임무를 성공하긴 했으니, 임무비는 지급해드리겠습니다. 테이머건...이 없으시니, 그냥 현찰로 드리죠."
탁-
돈이 탁자에 올려지자 아키는 그 돈을 챙겨 일정량은 시니카에게 주고선 자신의 하이퍼 캡슐에 넣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자 시니카."
"저, 돈 안주셔도 되는데..."
"어차피 가면 돈 쓸일 많아."
아키는 시니카의 손을 잡고 빙하고룡과 빙설룡을 라테아로 돌려보낸 뒤 엘피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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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결님, 분량 어디감?
죄송합니다 제가 먹어치웠습니다.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