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재회
밖으로 나온지 하루가 지나갈 무렵,나는 팔에서 느껴지는 이질감과는 별개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보안을 중시하는 검은 로브에서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나가는건 불가능하고 설령 특별한 일이 있다고해도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걸쳐야만 한다.
그렇게,최근 갑작스레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걷던중 나는 약 5m 높이의 거대한 벽을 발견했다.
"저 벽 너머가...엘피스인가? 뭐,지도에 딱히 벽이 있다고 기록되진 않았으니까...맞겠지."
정식 절차를 받아 들어가는게 최선책이겠지만,검은 로브 전원에겐 특별한 마법이 걸려있어 정식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들킬수밖에 없다.
변변찮은 마을이라도 식별하는 장치가 있으며 웬만하면 2개 이상 사용할 정도로 퍼져있다.
그 마법을 파괴할순 있지만,파괴하는 즉시 본부로 연결돼 배신자로 취급하고 잡아오거나 죽이는 방식으로,이건 확실한 증거가 남기에 카데스 본인이나 디콘이 허가하지 않는한 최소 죽음이다.
물론 기회가 보이면 배신할 작정이고 어제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지금 검은 로브를 배신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거기다,검은 로브라는 신분은 들키지 않는 한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있다.
그런고로 일단 저 성벽을 넘어야 하는데...
성벽 위에는 보초병들이 지키고 있어서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다.
기절시키거나 죽이는 방법은 금방 들킬테고 되도않는 소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거기다...이제 죽고 죽이는건 진절머리가 나니까,약간의 PTSD증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뭐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겠지만.
그래서,다시 어떻게 들어가냐인데,뭐 그냥 몬스터들을 유인해서 주의를 끌고 들어가면 된다.
물론,이 근처엔 몬스터가 적어서 모을 순 없지만 사실 아까부터 몬스터를 흥분시키는 향수를 들고서 교묘히 몬스터들을 피해가면서 움직였다.
아마 날 쫓아오고 있을텐데,내가 여기서 향수를 버리고 사라진다면? 거기다,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적대한다.
머리가 좋고 강한 몬스터라면 몰라도,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인간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성벽을 향해서 엄청나게 달려들터,그 소란을 틈타 몰래 들어가면 된다.
내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때까진 시간을 벌어주겠지,어차피 여기 사는 몬스터는 약해서 필요 이상의 소란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적당한 곳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 약 5분뒤 드디어 수리검(몬스터에게 철을 가공할 기술이 있을리 없으므로 목재)을 든 사슴을 시작으로 고릴라...슬라임 등등 다양한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몬스터를 발견한 보초병들은 달려가 상황을 알리려는건지 이동하기 시작했다.
뭐 아직은 10마리 정도 밖에 없으니까 직접 처리하려는걸지도 모르지,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약 1초간 다리에 신체강화를 건다.
아주 위험하긴 하지만 1분도 아니고 1초정도를 숙련자가 사용하는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리고 5m거리를 한번에 뛰어넘어 유유히 성벽위에 착지했다.
성벽 밑에 사람은...없는것 같다.
바람을 이용해 천천히 착지하고 중심을 향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성벽위에선 큰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뭐,참 좋은 타이밍이다.이제 여유롭게 들어가도 상관없겠지.
이목이 끌리는건 사절이기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마을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가장 먼저 들린곳은 식료품점,가장 중요하기도 하고 솔직히 살것도 별로 없긴하다.
나는 종업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육포 150개 정도만 살수 있을까요?"
뭐,바이델까지 가는데는 100개 정도면 충분하겠지만 만일의 사태가 있을수 있으니 말이다.
정 안되면 채소같은건 가는길에 뜯어 먹으면 되니 크게 상관은 없지만서도...
"어디 여행이라도 가시나요?"
육포를 꺼내오면서 종업원이 내게 말을 걸었다.
"뭐,그렇죠"
"아~"
종업원은 수긍하면서 육포를 나한테 내밀며 말했다.
"1골드 2실버입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쥐어주고는 말없이 가게에서 나왔다.
돈은 어디서 났냐고? 내가 전에 연구비를 반환하지 않아서 강등됐다고 설명한 적이 있었던것 같은데,어디까지나 한번 들킨것 뿐이다.
다시 말해서...연구자금에서 남은것 대부분은 가지고 있다.
솔직히,매일같이 굴리고 돈도 안주는데 그냥 월급 준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갈수도 있지.
...어쨌든 돈은 많다.
그건 그렇고,1골드 2실버라...꽤 비싸네
서민들의 한 달 월급 수준이잖아?
그 뒤로 마도구 상점에 가서 마법진의 유지에 도움을 주는 마법석을 구매하고 온 김에 바이델쪽의 지도도 구매했다.
"태양의 위치를 고려해보면...대략 1시 정도인가?...바로 출발해도 괜찮을것 같은데"
무의식적으로 꺼낸 육포를 뜯으며 걷고 있자니,갑자기 나를 향해 마법이 날아왔다.
'이건...파이어볼인가? 또? 파이어볼 트라우마까지 생길 지경인데,어쨌든 마법의 위력에 비해서 마법진을 구축,발동하는 속도는 상당히 빨라.
아마 전투에 특화된 마법사는 아니겠지,그렇다면 왜 나한테 마법을 발동했을까? 테러? 그건 아니야,인기척은 계속 느껴졌고 나같이 정체를 알수없는 사람을 공격할 이유는 없어,나같은 경우는 이정도는 쉽게 막을수 있기도 하고...신체능력을 파악할수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게 효과적이지.
그렇다면 높은 확률로,내 얼굴을 알면서 나를 갑작스럽게 공격할만한 사람,거기다...공격에 특화되지 않았다면...예상되는 사람은 단 한명'
나는 마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이,마력을 움직이는 것 만으로 공격을 막아내고 옆으로 돌아보며 말했다.
"잘 정착했을거라 예상은 했지만...설마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자리잡을줄이야...뭐 어차피 들키는건 시간문제라는건가?...안 그래? 유리아."
옆에는 수 년전에 검은 로브를 탈출했던 유리아라는 여인이 서 있었다.
유리아,내가 직접 가르친건 아니지만 같은 소속이었기에 알고있다.
검은 로브의 정식 커리큘럼을 이수한 자들중 제일의 천재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연소로 중급 검은 로브로 승급,거기다 곧 상급 검은 로브로 승급될거라는 소문도 돌았던 인재였지만...누군가가 실험을 망쳐 지부의 5분의 1정도가 날아간 사건도중 도망쳤다.
뭐,그 실험을 망쳤단 녀석도 검은 로브가 아니었고...사실 도망치는것도 보고 있었지만...하기 싫은걸 한다면 성과가 나올리도 없고,분명 하고싶은걸 한다면 무조건 재밌는 결과가 나올거라 예상했기에 그냥 보내주긴 했었다.
물론 하기 싫어도 검은 로브에 잔류하는 쪽이 더 많은 성과가 나올거라 판단했다면...가만히 놔두지는 않았을테지만.
"당신이...왜 여기에?"
유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약간의 트라우마도 있을테고 아직 검은 로브였다는걸 밝히지 않았다면...
"네놈! 유리아 씨에게 무슨 짓이냐!"
..!갑자기 작은 체구의 남자가 망치를 들고 달려온다.
"설마 드워프...인가?"
확실히,드워프가 있다고 했었지.
이름 모를 드워프는 작은 체구에 걸맞지 않은 높은 점프력으로 마치 내 머리를 단조라도 하려는 듯이 찍어내렸다.
...그냥 맞으면 죽겠는데? 뭐,위력이 어떻든 대비할 시간이 너무 많았다.
수직으로 내려오는 망치와 그에 맞춰 천천히 올려둔 내 손이 맞붙었다.
마치 금속이 부딪히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망치는 너무나도 간단히 막혀버리고 말았다.
"손으로 막았다고?! 아냐,이건...마법진!?"
"그래,정확히 말하자면 충격을 받았을때 불안정해져 폭발하는 마법이랑 쉴드를 2중으로 전개한거지."
"뭐야?!"
손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망치를 날려버렸다.
파편이 튀지 않아 비교적 위험하진 않지만,그래도 무기를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한 위력이다. 물론 대비하고 있었다면 겨우 붙잡는것도 가능했겠지만...대비했을리가 없지.
"...! 후드를 쓰고있어 몰랐는데...네놈...귀는 비교적 짧지만 귀쟁이 녀석이군?! 도대체 언제 들어온거지?"
귀쟁이...분명 엘프의 멸칭이었던가. 제법 관찰력이 좋은 녀석이군...
"뭐야?! 무슨 일이야?"
멀리서 금발의 소녀와...곰팡이(?)핀 계란?이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계란(?)은 날아오고 있나?
"드워프에 날아다니는 계란이라니...제법 개성넘치는 마을을 골랐구나?"
"이 사람들은 관계 없습니다. 검은 로브에서 무슨 일로 오신건진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은 살려주세요..."
유리아는 내가 망치를 날려버린걸 보고 경악하더니 이내 애원하기 시작했다.
가끔 봤을땐 이렇게 멘탈이 약한 녀석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검은 로브라고?!"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것 같은데,나는 누굴 죽이러 이곳에 온게 아니야. 그리고...나는 오늘 꽤 기분이 좋았단 말이지,누군가 '한 번'공격한 것 가지고 죽인다던가 할 생각은 없어."
"목적없이 왔을리는 없지. 네가 하는 말을 어떻게 믿지?"
어느새 다가온 날아다니는 계란이 말했다.
"계란이 날아다니는 것만이 아니라 말까지 한다고?"
"계란이 아니라 드래곤이라고!"
드래곤?...뭐,확실히 껍질의 모양이 에그 드래곤의 것과 비슷하긴 한데...종의 변화가 이렇게 빨리 일어날 리는 없고...이정도면 새로운 종이라고 보는게 타당하겠지.
그건 그렇고 인간의 언어가 가능하다는건 성대 구조도 인간과 닮았다는 건데...상당히 흥미롭네.
뭐,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어쨌든,내 말을 믿던 말건 자유지만... 안믿는다고 가능한게 있나?"
"우리에겐 최강의 드래곤 테이머가 있다고!"
계란과 같이 있던 금발의 소녀가 말했다.
"최강...? 혹시...폭주한 다크프로스티를 겨우 쓰러트렸다던 그녀석을 말하는거냐?...하긴 드래곤 테이머는 체계화된 교육 과정이 없으니 평균적인 수준이 낮은것도 이해는 한다만...그 폭주한 다크프로스티 10마리는 대려와야 나를 이길수 있을걸."
그 순간,내 뒤에서 거대한 기척이 나타났다. 아마 드래곤,느껴지는 마력을 보니 어둠속성인가....
"10마리라니,너무 과장이 심한거 아니냐!"
아마 테이머의 목소리,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공격이었으나...너무나도 간단히 반투명한 벽에 막혀버렸다.
쉐도우드래곤인가,쉐도우드래곤을 가졌다는건 상당한 실력의 테이머...아마 하급 검은 로브는 몇번 이겨 봤겠지만...이정도는 중급에게도 겨우 비비는 수준이겠군.
"너도...'한 번'이다."
그리고 그 말을 한 뒤엔 놀랍게도,내가 남은 육포를 뜹어먹는 소리를 빼면 정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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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은 많지만 10분만 지나면 일요일이니 오타가 있는건 양해부탁드립니다.
자 우선 첫번째! 5화는 다음주 토요일에 나올 예정이고 시간도 충분하나,온라인 개학이라는 변수때문에 1~2일 늦을수도 있습니다.
세계관속 화폐,간단하게 집고 넘어가겠습니다.
금화-약 한화 100만원 고대신룡 문양이 그려짐
은화-약 한화 10만원 빛의 사제중 최고의 권력자인 마이아 문양이 그려짐
대동화-(설정에 없음)한화 약 5000원 수호기사들중 가장 강한 디온의 문양이 그려짐
동화-약 한화 1000원 수호기사 문양이 그려짐
철화-(설정에 없음)약 한화 100원 빛의 사제 문양이 그려짐
마지막에 등장한 테이머는 당연히 (자칭)주인공의 라이벌인 라온입니다!
헉헉,12시까지 1분 남았다! 일주일 뒤에 5화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