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자취방 건물 앞/밤
실실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고신 그러면서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가 내뱉는다. 휴대폰을 꺼내 화면에 사진을 띄우는 고신. 다른 조에 있던 친구에게 부탁해서 받았던, 그 조 조원들끼리 찍은 사진. 사진을 띄운 휴대폰을 다닉에게 건네고 다닉은 휴대폰을 받아 든다. 다닉이 한 손에 담배, 한 손에 휴대폰 을 든 채로 눈을 껌벅이며 사진을 유심히 쳐다 본다.
고신 : "(다닉에게 붙으며)이거, 그 분 있던 조끼리 찍은 사진. (사진 오른편을 가리킨다)여기 이분 봐봐. 어때? 완전 예쁘지 않냐?
다닉 : (고신이 가리킨 용을 보며)아, 얘? 나 아는데."
고신 : "엉? 안다고?"
놀란 눈으로 다닉을 쳐다보는 고신. 다닉은 고신에게 태연하게 휴대폰을 돌려 준다.
다닉 : "응. 알아. 엔젤 아니야 걔?"
고신 : "(박수를 탁 치며)어! 맞아, 엔젤! 뭐야 친구야?"
다닉 : "학교 오자마자 만났어. 신입생 OT 때 봤거든. 근데 넌 어떻게 이름을 알어?"
고신 : "그 분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 슬쩍 들었지. (웃으면서)뭐야, 너랑 아는 사이였어? 야 잘 됐다 그럼. 내 오작교 함 돼주라."
다닉 : "(빵 터지면서)뭔 오작교야 미 친. 뭐 나보고 자리라도 만들어 달라고?"
고신 : "응. 나 진지하다, 다닉아."
다닉 : "(딴 데를 쳐다보며 웃는다)생각 좀 해보고."
고신 : "아, 제발."
그러면서 휴대폰에 사진을 잠시 들여다 보다 sns를 하는 고신. 두 용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로 다른 곳을 쳐다 보며 담배만 태운다. 어두운 길가에 지나다니는 용도 거의 없어 세상이 조용하다. 잠시 뒤 다닉이 담배꽁초를 버리며 중얼거린다.
다닉 : "아, 벌써 여름인가. 왜 이리 더워 씨."
고신 : "다 폈냐? 야, 나 엔젤 그 친구랑 자리 만들어 주는 거다. 응?"
다닉 : "(꽁초를 팍팍 밟아 불을 끈다)아 알겠어 미 친 놈아. 한 번 말해볼게 나중에."
고신 : "(환하게 웃으며)오케이. 땡큐. 너밖에 없다 진짜. 야, 근데 엔젤 걔 이름 엔젤 드래곤 맞지?"
다닉 : "그럼, 엔젤 드래곤이지. 그건 왜."
고신 : "아니 그냥. 어디서 들어본 거 같아가지고.."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돌리는 다닉. 고신도 뒤늦게 담배꽁초를 버린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 하는 다닉. 오후 11시 48분이다.
다닉 : "벌써 시간이 이리 됐네. 야, 나 간다."
고신 : "아 들어가게? 그래, 그만 가봐."
뒤돌아서 저 멀리 걸어가는 다닉. 고신 주머니에 손을 꽂고 멀어지는 다닉을 쳐다보며 서 있다. 그러다가 다닉이 좀 멀어지자 두 손을 입에다 대고 큰 소리로 외친다.
고신 : "자리 만들어 주는 거다!"
다닉 : (큰 소리로 대답한다. 거리가 멀어서 작게 들림)"몰라 미 친 놈아!"
다닉의 대답을 듣고 자리에서 배시시 웃는 고신. 그렇게 다닉이 가고 고신은 폰을 만지면서 출입문을 열고 건물로 들어 간다. 이후 고신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고신이 올라감에 따라 1층에서부터 차례로 계단에 불 이 켜지는 자취 방 건물을 보여주면서 카메라 점차 페이드 아웃된다.
S#2 통학로/낮
가방을 매고 수업을 들으러 가고 있는 고신. 지나가다 아는 용 몇몇과 마주치고 그때마다 가볍게 인사를 나 누며 계속 걸어간다. 그러다 건물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갑자기 울리는 전화. 고신 제자리에 멈춰 서서 폰을 꺼내 확인한다. 다닉한테서 걸려온 전화다.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다.
고신 : "어, 여보세요?"
다닉 : "야. 오늘 저녁 어때. 엔젤랑 나랑 같은 수업 듣거든? 수업 마치고 나 아는 친구랑 같이 저녁 먹을 거냐 니까 알겠다는데. 너 시간 되냐?"
고신 : "야, 와! 이씨..!(제자리에서 오두방정을 떨다가 감격에 겨워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야, 벌써 잡았어 약 속을? 야 무조건이지, 야 다닉아!"
다닉 : "(살짝 짜증난다는 말투로)왜."
고신 : "사랑한다. 너밖에 없다..정말."
다닉 : "미 친 놈. 그럼 이따 저녁 먹을때 연락할테니까, 그때 보자."
고신 : "(실실 웃으면서 건물로 걸어 들어간다)그래. 저녁에 보자이!"
전화를 끊고 살짝 업된 텐션으로 폴짝폴짝 뛰면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는 고신. 엘리베이터 앞에 이미 와 있 던 한 용이 그런 고신을 슬쩍 돌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허나 고신은 전혀 개의치 않고 싱글벙글 웃 으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띵-하는 소리와 함께 도착하는 엘리베이터. 고신 웃는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타 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S#3 강의실/저녁
교수 : "자,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둘씩 교실을 빠져나간다. 그 부산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모두 끝난 고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 짐을 챙긴다. 휘파람을 불며 책상 위에 어질러져 있던 책, 필통 등을 가방에 차곡차 곡 넣는 고신. 그때 고신에게 다가오는 그의 친구 레이디. 고신에게 말을 건다.
레이디 : "(어깨를 툭툭 치며)야, 고신아. 저녁 먹을 거지?"
고신 : "(돌아보며)어? 어, 레이디. 먹긴 할 건데 왜?"
레이디 : "응? 왜라니..너 나한테 주말에 월요일 수업 끝나고 저녁 같이 먹자 안했어?"
고신 : "아아, 그거..야, 까먹고 있었어. 진짜 미안. 다른 약속이 잡혀가지고..다음에 먹자. 응?(가방을 멘다)"
레이디 : "(황당한 목소리)아니..야. 니가 약속을 잡아놓고..난 그래서 일부러 다른 친구가 먹자 하는 것도 거절 했 단 말이야."
고신 : "(웃으면서)에이, 야 까먹을 수도 있지. 다음에 먹음 되잖아. 다음에 내가 밥 한번 살게! 다음에 먹 자. 오늘은 그 친구랑 먹어, 나 간다!(뛰어서 교실 을 빠져나간다)"
레이디 : "(뛰어가는 고신을 보며)아니...하."
S#4 기숙사 가는 길/저녁
고신은 교실에서 나와서 재빠르게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굉장히 빠르고 신나 보인 다. 건물을 나가서 뒤도 안 돌아보고 기숙사로 향한다. 가는 길에 휴대폰을 꺼내 다닉에게 전화한다. 다닉의 발라드 컬러링이 몇 초간 고신의 휴대폰에서 울리다가 다닉이 전화를 받는다.
다닉 : "어, 수업 끝났냐?"
고신 : "응! 나 지금 간다! 너희 어디야?"
다닉 : "우리 아까 전에 끝나서 지금 정문에서 담배 태우는 중. 천천히 와."
고신 : "오케이, 나 기숙사에 짐만 두고 갈게 그럼!"
S#5 정문/저녁
그렇게 끊기는 전화. 화면은 곧바로 다닉 쪽을 비춘다. 전화를 끊은 다닉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옆에 있 는 엔젤와 같이 담배를 핀다.
엔젤 : "오늘 저녁 같이 먹는다는 친구?"
다닉 : "어, 이제 수업 끝났다네. 이번에 MT 너랑 같이 갔었는데 혹시 몰라? 고대신룡이라고."
엔젤 : "모르겠는디..같은 조가 아니라서.(눈을 조금 크게 뜨며)근데, 이름이 뭐라고?"
다닉 : "고대신룡. 모르면 됐구."
엔젤 : "고대신룡..?"
엔젤,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표정이다. 다닉 그런 엔젤을 흘깃 쳐다봤다가 고신이 언제쯤 오나 싶어 학교 쪽을 쳐다본다. 두 용이 다 태운 담배를 버리고 잠시 뒤, 고신이 멀리서 뛰어 온다. 다닉 웃 으면 서 건들거리고 엔젤는 고신을 보며 멍하게 서 있다.
다닉 : "왔냐. 가자."
고신 : "어어.응.(어색하게 웃으면서 엔젤 쪽을 본다)아, 그..안녕하세요. 다닉이 친구에요. 동갑."
엔젤 : "...아아, 네. 진짜로 오랜만이네요."
고신 : "(순간 망설이다)오랜만?..아, 아 MT 가셨었구나 참. 네 오랜만이네요. 저 혹시, 말 편하게 해도 될까 요? 듣자니 나이도 같다던데."
엔젤 : "..편하게 하세요."
고신 : "(여전히 어색하게 웃는다)하하, 네! 말 놓읍시다, 아, 아니. 놓자 그럼."
다닉 : "(둘을 번갈아 보며)와, 존 나 어색하네. 그만 가자 이제. 뭐 먹을래?"
S#6 길거리/저녁
세 용 그렇게 걷는다. 다닉이 중앙에 서고 양쪽에 엔젤와 고신이 서서 걸어간다. 얘기를 나누다가 저녁은 도시락집에 가서 먹는 걸로 세 용 사이에 의견이 정해진다. 그밖에 평범한 일상 수다를 떤다. 다닉과 태 성이 주로 말을 나누고 엔젤는 고신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뭔가 미심쩍은 듯 계속해서 고신을 쳐다보는 지 혜. 고신은 다닉과 얘기를 하다가 문득 자기를 옆에서 쳐다보는 엔젤와 눈이 마주친다. 당황한 고신이 뭐라 도 말을 해야겠다 싶어 엔젤에게 말을 건다.
고신 : "(말을 더듬는다)아, 그, 엔젤아. 너 지금 가는 도시락집 가본 적 있어?"
엔젤 : "..저기, 니 이름이..고대신룡이랬나?"
고신 : "어어! 맞아, 고신."
엔젤 : "너 그 혹시,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
고신 : "나? 그 뭐냐, 성일초. 저기 강동구쪽에. 그건 왜 갑자기?"
엔젤 : "...아니야. 그냥."
궁금한 표정을 짓는 고신. 엔젤는 고신의 눈을 피하며 얘기를 끝내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닉은 폰을 만 지작거리며 걷는다.
S#7 도시락집/저녁
세 용 잠시 뒤 도시락집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4인석에 한 쪽에는 엔젤, 한 쪽에는 고신과 다닉이 앉는다. 각자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린다. 다닉은 일부러 고신에게 엔젤와 얘기하라는 듯이 폰을 만지고 태 성은 무슨 얘기를 할지 생각하며 어색하게 손가락으로 식탁 위를 탁,탁 두드린다. 엔젤는 뭔가 불편한 듯 자리에 앉아 있다. 고신을 힐긋 쳐다보고는 고개를 내려 바닥을 봤다가, 결심한 듯 입을 연다.
엔젤 : "(다닉을 보면서 웃으며, 약간 오버하듯이, 과한 느낌의 사투리.)야, 뭐하는데 다크닉스. 아까부터 왜 폰만 만지노. 니 폰 중독이가?"
다닉 : "뭐래. 나 들어와서 막 폰 꺼냈는데. 야, 근데 너 뭐냐? 왠 사투리야 갑자기?"
엔젤 : "(어색하게 웃으며)야, 나 부산 출신이다. 몰랐나 지금까지?"
다닉 : "(무표정, 무신경한 말투)와, 진짜? 전혀 몰랐네. 이렇게 사투리 쓰니까 알겠네."
고신, 옆에서 엔젤의 사투리에 끅끅대고 웃고 있다. 엔젤이 그런 고신을 슥 쳐다 본다. 말투가 다시 표준어 로 돌아 온다.
엔젤 : "(정색하며)그냥 사투리 좀 써봤어. 왜 고신아, 웃겨?"
고신 : "(당황해서 웃음을 참으며, 허나 약간씩 웃고 있음)크읍, 아, 아니 그런 거 절대 아니고..! 갑자기 사투리 쓰는 게 너무 재밌어가지고. 미안. (아부하는 말투)야 근데 엔젤 너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서울말을 잘 쓰지 부산 살다 왔다면서? 서울에 오래 살았어?"
엔젤 : "오래 살았지.(고신의 눈을 마주치며)초등학교 오면서 이사왔으니까."
고신 : "아 진짜? 어디 초등학교 다녔어?"
엔젤 : "나?"
엔젤, 무표정으로 고신을 쏘아보듯이 노려본다. 그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엔젤 : "너랑 같은 성일초."
고신 : "(놀란 표정. 웃는 입.)어? 진짜로? 너도?"
다닉 : "(폰으로 향하던 시선을 엔젤에게 향하며)엥? 진짜? 동창이야 너희?"
옆에서 무신경하게 폰을 만지던 다닉도 엔젤의 말에 반응하며 그녀를 쳐다 본다. 고신은 관심을 갖고 있는 그녀가 자신과 동창이란 사실에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엔젤을 쳐다보며 과거에 교류가 있었나 곰곰히 생 각한다. 엔젤는 그런 고신을 계속 차갑게 노려본다.
고신 : "저기 엔젤아, 너 그럼 혹시 몇반이었어?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반 좀 말해줘 봐. 와 어떻게 몰랐지 이걸? 반가워 진짜로.(웃는다)"
엔젤 : "(어이없다는 듯 살짝 웃으며)..너, 진짜로 기억을 아예 못하는구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고신 : "(살짝 당황한 눈치)응?"
엔젤 : "(웃던 표정이 굳음. 눈을 크게 뜨며)뭔 6학년이야. 5학년 때 너 때문에 전학 갔는데."
고신 : "(많이 당황)어, 어?"
엔젤 : "(눈을 부릅 치켜 뜨며)전학 갔다고. 5학년 2반이었다. 어쩔래, 이 나쁜 새끼야."
고신, 당황한 눈초리로 엔젤을 쳐다본다. 그러면서 문득 자신도 5학년 2반이었음을 떠올린다.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떠 올리 려 곰곰히 생각하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게 없다. 다닉은 분위기가 심각해졌음 을 깨닫고 이게 뭔 일이지 싶어 옆에 서 두 용의 눈치를 살피며 둘을 차례로 번갈아본다.
엔젤 : "너 맞잖아. 그때 5학년 2반 고대신룡. 너 그때 나 사투리 쓰는 거 가지고 왕따시켰잖아, 애들 데리 고. 니가 시초였잖아 그거. 너 때문에 다른 애들한테도 존 나 놀림당했어. 넌 진짜 그때 나 왕따 시킨 거 기억도 안 나지? 난 이렇게 다 기억하는데, 다 까먹었지 그냥?"
고신 : "아,아니. 내가 그랬었다고? 내가?"
엔젤 : "(욱해서 격양된 목소리로)그럼 너지 누군데 씨 발새끼야!"
순간 커진 엔젤의 목소리에 가게 안에 있던 손님 몇명이 그쪽 테이블을 쳐다본다. 주방에서 일하던 종업원 도 슬쩍 엔젤 쪽 테이블을 쳐다 본다. 고신은 너무 당황해서 엔젤을 쳐다보며 입만 어버버거리고 있다. 순 간 그제서야 고신의 기억 속에 잊고 있었던 초등학교 5학년 때의 교실 풍경이 화면에 비춰진다. 자신 에겐 당 연한 일상이라 잊고 있었던 그저 그런 기억. 점심 시간, 교실에서 고신이 책상 위에 앉아 떠들 고 있고 친구 두세명이 그 주변 의자에 앉아서 고신의 말에 낄낄거리며 웃고 있다. 그들 앞에는 엔젤 가 책상에 고개를 파묻고 흑흑거리며 흐느끼고 있다.
고신(12살) : "(사투리를 흉내내는 말투)야, 밥 먹었나 엔젤아, 밥 먹었나? 나는 묵었다. (웃으면서)너 아침 에 학교 올때도 부 모님이 경운기로 태워다 주시지? 맞아 아니야? 대답 안하면 인정하는 거다, 어?"
엔젤(12살) : "(말 없이 계속 흐느끼고 있음)흐윽, 흑."
고신(12살) : "(정색하며)아 왜 또 울어. 개짜증나게 진짜."
기억을 떠올린 고신.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다. 엔젤을 쳐다 보던 시선은 어느새 식탁을 향해 있다. 엔젤는 그런 고신을 노려 보며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 난다. 다닉은 그런 엔젤을 진정시키려고 자 리에서 같이 일어난다.
다닉 : "(다급하게 일어난다)야 엔젤아, 조금만 진정.."
엔젤 : "(다닉의 말을 무시, 고신을 노려본다)나, 아까 전부터 티 많이 냈다? 난 솔직히 이 정도 티 냈 으면 니가 눈치챌 줄 알았어. 근데 아니네. 넌 아예 기억을 못하는구나. (살짝 울컥한 목소리로)니가 잘못 했었다는 죄책감, 뭐 그런 것도 없지? 난 그때부터 어디 가서 또 놀림당할까봐 사투리 쓰는 거 억 지로 참고, 혹시라도 쓰면 딴 용들 눈치보고 그랬는데..아까 너 처음 봤을 때 당장이라도 집에 가 고 싶은 거 참고, 니가 혹시라도 기억하고 사과해주진 않을까 싶어서 여기까 지 왔는데..좀 전에 니가 나 사투리 쓰는거 보고 웃을 때, 진짜 죽여버리고 싶더라. 진짜 여전하구나 너는....평생 그렇게 살아. 진짜 씨 발, 나쁜 새끼.."
울먹이면서 가게를 나가버리는 엔젤. 다닉은 가게 밖으로 멀어지는 엔젤의 뒷모습을 당황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며 자리에 다시 앉고, 고신은 식탁만 계속 내려다 본다. 다닉과 고신, 그렇게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다. 종업원이 눈치를 살피며 그들의 자리에 메뉴를 가지고 온다.
종업원 : (둘의 눈치를 슬쩍 보며 도시락을 세 개 세팅한다.)여기, 시키신 메뉴들 나왔습니다..맛있게 드세요."
자리를 떠나는 종업원. 둘 다 엔젤의 몫까지 나온 도시락 세 개를 쳐다본다. 조금 있다 다닉이 그 정적을 깬다.
다닉 : "(머리를 움켜쥐며)..너는 시 발, 학창 시절때 얼마나 애를 놀렸길래 애가 너보고 저렇게 화를 내냐 ? 뭔 지 랄을 한 거야 대체."
고신 : "(도시락을 쳐다보며 멍 때리면서)몰라, 시 발. 아..기분 잡쳤네."
다닉 : "니 기분 잡친 게 중요하냐 지금?..(분위기를 애써 풀려는 듯 웃으면서 농담 식으로)아, 너 때문 에 친구 하나 잃었잖아. 어쩔 거야. 이거 나중에 내가 수습해야 하는거 아냐. 큰일 났네 진짜로."
고신 : "(정색하며 다닉을 돌아 본다)너는 시 발 지금 그게 할 소리냐?"
다닉 : "(황당해하며)아니, 야..니가 지금 나한테 화를 내는 게 맞냐? 농담한 거잖아 그냥. 뭐 이리 정색을 해?"
고신 :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진다)아니, 니가 지금 나 존 나 놀리잖아 안 그래도 기분 뭣같은데!"
다닉 : "(황당해서 혀를 차며)허..됐다. 미 친 놈아. 뭔 말을 하겠냐 너하고. 밥이나 걍 빨리 먹고 가자."
고신 : "(자리에서 일어나며)아, 안 먹어 시 발. 니가 계산해 나중에 돈 보내줄 테니까. 엔젤 걔꺼는 걍.. 뿜 빠이쳐. 하. 나 간다.(출입문을 향해 걸어간다)"
다닉 : "(화난 목소리로 고신을 향해)야, 그래도 그냥 가면 어떡해! 야! 야!"
고신, 다닉의 말을 무시하고 문을 신경질적으로 열고 나온다. 주머니에 양손을 꽂고 기숙사로 빠른 걸음 으로 걸어간다. 화면은 가게 안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다닉을 가게 바깥 시점에서 비춘다. 화난 표정으 로 가게 밖을 쳐다보고 있는 다닉. 수저를 든 그의 손은 갈 곳을 잃은 채 멈춰 있다. 그의 앞에는 세 개의 도시락 이 놓여 있다.
S#8 학교 안 정자/낮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수업을 듣기 전 건물 앞 정자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고신. 아직도 다닉에 게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일주일 전 일에 대한 미안함과 꺼림찍함으로 생각이 많은 표정이다. 슬슬 한 번 연락해봐야겠다 싶어 폰을 꺼내 다닉에게 전화를 거는 고신. 한참의 컬러링이 울리고, 전화가 연결되 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뜨려는 찰나에 다닉이 전화를 받는다.
다닉 : "(차가운 말투)어, 왜."
고신 : "돈 받았냐? 이틀 전에 너한테 보냈는데 지난 주 도시락집 그거. 엔젤 걔가 시켰던 거 옛날 도시 맞지 4천 원? 내 밥값이랑 2천 원 보냈다. 확인해 봐."
다닉 : "확인 이미 했는데. 돈 받았어. 끊는다."
고신 : "야, 설마 아직 삐져 있냐? 그 날 내가 좀 예민했어. 이해해주.."
뚝-하고 전화가 끊긴다. 당황한 표정의 고신. 한참을 휴대폰을 내려다본다. 당황한 표정은 이내 조금 화가 난 표정으로 바뀐다.
고신 : "허..뭐야."
폰을 주머니에 넣는 고신.
고신 : "그래, 뭐 너만 화났냐? 화해할려고 전화해줬더니 시 발."
담배를 버리고 신경질적으로 팍팍 밟는 고신. 가방을 고쳐 매고 건물로 들어간다.
S#9 강의실/저녁
교수 :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너도 나도 일어난다. 여러 명의 학생들이 서로 아는 용끼리 떠들면서 시끌벅 적하게 강의실을 일제히 빠져 나간다. 그 부산한 분위기 속에서 고신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레이디를 발 견한다. 짐을 다 싼 가방을 둘러 매고 현졍에게 다가가는 고신.
고신 : "(레이디의 어깨를 툭툭 치며)야, 레이디. 저녁 혹시 같이 먹을래?"
레이디 : "(돌아보며)응? 나 오늘 친구들이랑 먹기로 했어."
고신 : "아..그래? 아쉽네. 다음에 먹자."
레이디 : "..그래 뭐. 언젠가는."
응?하는 리액션을 취하는 고신. 레이디는 개의치 않고 고신을 무시한 채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레이디를 반기는 친구들. 다같이 모여 떠들면서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덩그러니 남은 고신. 한숨을 한번 푹 쉬더니 밥 먹을 용을 찾기 위해 폰을 만지작거리며 강의실을 걸어 나간다. 강의실을 빠져 나가 계단을 내려 가며 누군가와 통화한다.
고신 : "어, 빙고. 수업 끝났어? 저녁은 먹었고? 아,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고. 오케이, 그럼 이따 기숙 사에서 보자."
전화를 끊고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가는 고신. 카메라, 힘이 없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비춘다.
S#10 길거리/저녁
친구와 식사를 마치고 헤어진 뒤 잠시 편의점에 들른 고신. 입가심할 사과 주스를 사서 편의점에서 나 온다. 그렇게 기숙사로 향하다가, 불현듯 저기서 걸어오던 엔젤을 발견한다. 놀란 표정의 고신. 엔젤도 뒤늦게 걸어오는 고신을 발견하고 표정이 싸하게 굳는다. 고개를 돌리고 그를 무시한 채 지나쳐 가는 엔젤. 고신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엔젤의 팔을 덥썩 잡는다.
고신 : "(급하게 팔을 잡으며)잠깐만, 엔젤아. 내 말 좀 들어줘 봐!"
엔젤 : "(고신의 팔을 뿌리치며)아 뭐야 씨 발, 놔 이거!"
팔을 뿌리치고 씩씩거리며 고신을 노려 보는 엔젤. 고신도 그런 엔젤을 쳐다 보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망설이는 표정으로 서 있다. 엔젤을 쳐다보지 못하고 잠시 뒤 고개를 푹 숙이는 고신.
엔젤 : "..뭐. 할 말 있음 빨리 말해. 나 바쁘니까."
고신 : "그날 나도 생각났어. 그때 너 놀리고 괴롭혔던 거..사과할게, 미안. 내가 그때 어려서 진짜 철이 없어서 그랬어. 이제라도.."
엔젤 : "어려서 철이 없어서 그랬다고? (헛웃음을 지으며)하, 참..빡치는 소리 하지 마. 할 말 다 했으 면 간다.(뒤돌아 걸어가려 한다)"
고신 : "(다급하게)이제라도 용서 좀 해줘! 나 진짜 반성했어! (두 손을 모으며)두 번 다신 너 그렇게 안 괴롭힐게. 내가 이제부터라도 잘해줄게! 내가 진짜 너 해달란 거 다 할 테니까, 응?..한 번만..내가 이리 빌게, 진짜 한 번만.."
엔젤 : "(고신을 돌아보며)당연히 두 번 다시 안 괴롭혀야지. 그럼 뭐 대학생인 지금도 나 왕따시키려 고?
고신 :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제발 엔젤아.."
두 손을 모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고신. 그런 그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엔젤. 손으로 이마를 턱 짚으며 엔젤도 잠시 고개를 숙인다. 잠시 뒤 고개를 들며 한숨을 푹 쉬고는 엔젤이 입을 연다.
엔젤 : "휴, 그래..사과했으니 됐어. 가 이제."
고신 : (고개를 번쩍 들며)진짜? 고마워 엔젤아..내 사과 그러면, 받아주는 거지? 우리 이제 친하게.."
엔젤 : "아니."
말을 멈추고 눈을 껌벅이는 고신.
엔젤 : "내가 너 얼굴도 보기 싫은데 그래도 이렇게 마주쳤으니까, 앞으로 다신 너랑 얽히기 싫어서 이렇게 사과라도 그냥 받은 셈 치고 가는 거야. 제발 착각 좀 하지 마. 진짜 역겨우니까.."
고신 : "....."
엔젤 : "사과를 받아달라고? 니가 지금 사과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도대체? 내가 너한테 왕따당했던 그 시절이 없어지기 라도 해? 너 그리고 말만 그렇게 하지 사실 안 변했잖아 지금도. 그때 사투리 쓰 는 나보고 입이 찢 어져라 웃었잖아. (버럭 화를 내며)그거 비웃은 거잖아!"
고신 : "아니..그게 아니라.."
어느새 주변 용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두 용을 흘깃흘깃 쳐다보며 걸어간다. 엔젤, 그 런 시선에 개의치 않고 고신을 계속 쏘아 붙힌다.
엔젤 : "사과에는 타이밍이란 게 있는 거야. 고대신룡, 이 이기적인 새끼야.."
고신 : "....."
엔젤 : "넌 그 타이밍을 이미 놓쳐도 너무 놓쳤어. 가 이제. 아, 그리고.."
가던 길을 마저 가려고 뒤돌았다가 고개만 돌려서 고신을 쳐다 보는 엔젤.
엔젤 : "혹시나 나랑 잘 되보려고 기대했나 본데..그것도 늦었어. 이미 며칠 전부터 다닉이랑 사귀 고 있거든. 나한테 고백하면서 걔가 하는 말이 원래 너랑 밀어줄랬는데, 우리 오래 전 있었던 일이랑 니 그 짜증 나는 성격 때문에 포기한다더라. 너 나한테 관심 있는 거 처음 볼 때부터 티났어. 뻔뻔하 기도 하지."
엔젤, 그렇게 말하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고신, 멀어지는 엔젤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만 본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길 거리에는 주변에 용들이 걸어다니고 그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고신은 초점 없는 눈동자로 허공 을 쳐다보고 있다. 몇 초간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서 있다가, 조용히 뒤돌아서 기숙사로 걸어 간다. 엔젤 와 대면하는 동안 손에 들고 있던 사과 주스를 뚜껑을 열어 벌 컥벌컥 마신다. 그렇게 한모금을 마시고 아직 남아 있는 사과주스를 바닥에 내팽개친다. 힘 없는 태 성의 걸음걸이. 노을빛 진 하늘 아래 터덜터덜 걸어가는 고신의 등을 보여주다가 화면 점차 페이드 아웃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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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씬 넘버나 페이드 아웃이 들어간건 시나리오의 형식으로 쓴 글이라 그렇습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은 눈치챘겠지만 원래는 용들의 이름에 평범한 사람 이름이 들어가있었는데, 여기 올리기 위해 사람 이름과 사람 관련된 단어들을 드빌에 맞게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