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간아이는 비위도 좋았다' 문장 바로 다음 문단에만 약간의 유혈묘사, 훼손된 시체 묘사가 있습니다.
숲 속에 거이 처박혀 살 듯한 시온은 사랑이란 멍청한 감정이라 생각했었다. 수호자들은 신의 마력에 반응하여 특정한 장소에서 태어나는 것들이였으므로 그에게 사랑을 줄 부모는 존재하지 않았고, 수호자들은 태어난 장소에 머무르며 살아야 했으니, 더더욱 놈이 사랑을 받을 기회는 더욱, 적었다.
무책임하게 손짓 몇 번으로 세계를 창조하곤 그 큰 몸은 꿈 속으로 숨겨버린 창조신이며, 선과 악의 균형을 관리해야할 태초신들이 사랑에 눈 멀어 잠든 것이며. 전부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랑이란 그저 얄팍한 감정놀음이였고, 평생 제가 그 사랑을 받거나 줄 계획은 없었다. 인간들은 저와 다른 모습의 것들을 굉장히 두려워 했는데, 안타깝게도 시온은 인간과는 다른 모습의 종족이였다. 그러니 애초에 사랑받을 이유도 없었을뿐더러, 숲속에 사는 식인괴물. 그 두려운 호칭을 가진 시온에게 다가오는 인간은 한 명도 없었다. 당연하지. 어느 멍청한 놈이 식인괴물한테 저 좀 먹어주십쇼, 하고 제발로 숲속으로 들어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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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이유도 없는 놈이 지금 이렇게 머리를 정리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진짜로 숲으로 들어와 저 좀 먹어주세요! 하는 멍청한 인간아이 때문이였다. 어이없게도, 이 인간아이는 비위도 좋았다.
아이 앞에 있는 것은 누가보아도 식인괴물. 인간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지만, 신비한 눈의 색과 하얀 귀, 풍성한 흰 털의 꼬리가 그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보여주였다. 대충 입어 흘러내린 옷 사이의 살에도, 커다란 옷에도, 잔뜩 묻은 붉은 피는 그것이 괴물이라는 것을 알렸다. 형체 없이 으스러지고 안쪽의 내장이 배 밖으로 흘러내린 시체. 눈이 있던 곳은 휑하니 비어있고 몸에 붙어있었을 머리는 아슬아슬 떨어져 잔뜩 피에 적셔진 흉한 목뼈와 살점은 어린 아이의 눈에 전부 비쳐졌을 것이였고, 비린 피냄새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였다. 커다란 짐승에게 뜯긴 듯 단면이 매끄럽지 않게 열린 흉부의 갈비뼈는 짐승의 무게에 눌려 몇 개가 부러져 있었고, 시리게 하얀 빛을 내는 뼈에는 붉은 살점이 더럽게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붉은 달처럼 둥근 모양의 피웅덩이를 밟은 아이는 잠시 시체를 한 번 바라보곤 제 앞의 괴물을 한 번 바라보고는 반갑다는듯, 피에 물든 괴물의 손을 맞잡아 인사했다.
"아, 반가워요. 숲의 용님!"
...시온은 놀라 눈만 깜박였다. 보통 12살 쯤의 아이들은 이런 광경을 보면 놀라 소리를 지르지 않는가? 용은 꼬리만 뻣뻣하게 굳히며 생각했다. 아이의 눈을 가려야하는 것인지 여기서 크게 울부짖어 아이를 도망치게 해야하는 것인지. 사람의 손 모양을 따라하고 있는 시온이였지만, 그 손을 원래의 날카롭고 큰 짐승의 앞발로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였다. 차마 그 작은 아이에게 상처를 입힐까. 놀라 크게 쿵쿵거리는 심장소리는 제 손을 꽉 잡은 아이에게도 분명 들렸을 것이였다.
"...내가 두렵지는 않니."
한참 걸린 버퍼링을 해결하고 놈이 꺼낸 말이였다. 내가 두렵지 않니, 난 인간을 먹는 식인괴물이야. 네 앞에보인 끔직한 시체는 보이지 않아? 놀라 소리지르며 도망쳐야지. 왜 내게 말을 시켜주니.
"당연하죠, 제가 용님을 두려워 할 이유는 없잖아요! 오히려 만나뵈서 정말 영광이에요."
부드러운 웃음이였다. 아이는 웃음으로서 용에게 제 말은 진실이라는 것을 전했고,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용일지라도 그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와는 별개로 시온은 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미 인간 하나를 먹었으니, 당분간은 인간을 먹을 일은 없겠지만, 저와 함께 있어 저 아이에게 좋을 것은 없었다. 아직 붉게 물든 적안이 원래의 녹안이 되지 않았고. 일정한 주기로 찾아오는 저주에 피에 목말라하며 인간을 먹는 괴물과는 긴 관계를 맺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숲에서 나가렴."
부드러웠지만, 냉담하고 단정지은 듯한 말투. 싸늘한 눈으로 아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기분이 나빠진 듯해보이는 시온의 표정과 말투에, 아이는 피묻은 용의 손을 제 옷으로 쓱쓱 닦고는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물론 그런 행동에 당황하는 건 용의 몫이였다. 처음 받아보는 친절에, 무척이나 생각이 복잡해진 용은, 아이가 다시는 이 숲을 찾아오지 않기를 바랬다.
모든지 처음이 위험하다는 말처럼, 용은 저 부드러운 아이가 2번째로 찾아온다면 아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이것도 일종의 사랑이겠지.
"용님, 기억해주세요! 제 이름은 유 하루에요, 내일도 또 올게요!"
그리고 용은 쉽게 예측했다. 아이가 자기의 이름을 밝힌 다는건, 다음에도 올 의사가 있다는 것. 그 찬란한 웃음의 발걸음에 무의식적으로 시온은 조용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것이 얼마나 지독한 인연이 될 줄도 모르고.
맹목적인 믿음이였다. 첫 만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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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그림 섞여서 부끄러움; 4번째는 트레썼어요))
시온이 외관입니당.. 본모습은 기다란 털뿜 용이고 인간모습은 흰녹 장발남캐에요~
하루요? 하루 외관은 아직 안그렸습;;;;니다 ㅋㅎ..ㅎ...
오랜만에 자캐이야기 쓰고 싶어서 짧게 써봤어요~~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올려보려고 노력해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