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싸움
글쟁이°
칼싸움
철과 철이 맞부딪친다. 순간 서로를 긁고 지나가며 끼긱이는 섬뜩한 금속음이 인다. 찰나의 대치 상태에서 A는 검신을 거세게 움켜쥐고서 맞닿아있는 B의 검을 밀어낸다. B가 한 발짝을 물러나며 흐트러진 간격을 회복하려는 순간에 반원을 그리며 몸을 뒤튼다. 무리한 움직임에 발목 관절이 어긋나며 아릿한 고통이 퍼져나간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멈출 수는 없다. 발을 반 보 내딛어 벌어진 상대의 간격에 몸을 비집어 넣는다. 순식간에 좁혀진 간격. 그렇지만 고작 그것으로는 상대를 조금 당황케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검신을 움켜쥐었다. 하프소딩같은 제대로 된 기술이 아닌 그저 기합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굳은살을 뚫고 차가운 쇳덩이가 손을 파고든다. 한겨울의 서리와는 다른 섬뜩하고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한기가 몸을 헤집는다. 미련한 짓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것이 지나치게 과열된 그의 이성을 차갑게 가라앉았다.
검사, 창사, 혹은 마법사. 그 직업군이 어떻건 간에 일류라 불리는 이들은 전투에 앞서 누군가를 바라볼 때 그자의 무구나, 생김새가 아닌 가진바 간격을 본다. 표면적으로는 누구나 자신의 무구를 감추고, 바꿀 수 있음에 이를 함부로 속단하는 것은 눈을 가리고 어디에서 뻗어나 올지 모르는 검을 막아내야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자가 무의식적으로 벌리는 간격은 실력이 향상하면 할수록 더욱 진해진다. 그리고 그런 간격과 자신의 간격을 겹쳐보며 묻는다.
나의 검은 네게 닫을 수 있는가.
"당연히."
발을 뻗는다. 차갑게 식어버린 이성에 고통이 들어선다. 문득 기우뚱하며 상체가 지면으로 쏟아진다. 검신과 그립을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준다. 피와 땀이 손가락 틈새로 굴러떨어진다. 그럴수록 더욱이 강하게 쥔다. 절대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손을 내지른다. 문득 B와 A의 검이 허공에서 얽힌다. 시퍼런 예기를 띄는 날이 거칠게 울부짖는다. 흘려지듯 스쳐지나간 B의 검이 A의 어깻죽지를 짓이기고 지나간다. 천으로 이루어진 옷 따위는 검을 잠시도 멈추게 할 수 없다.
피가 튀고 비릿한 혈향이 감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이 온몸을 강타한다. 그런데도 검을 뻗는다. 한 손을 버려서라도 상대의 간격을 헤집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되려 당하는건 자신이다.
푹하고 살을 꿰뚫는 감촉이 손끝에서 일렁인다. A는 그 익숙하기 그지없는 감정에 긴장을 풀었다. 몸에 구멍이 생기면 그 어떤 영웅이라도 무릎을 꿇고야 만다. 그것이 평범한 인간이라면 더더욱이.
"좋은 밤 되시기를."
A는 생명이 빠져나가는 B의 상체를 감싸 안아 땅에 조심스럽게 눕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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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시험인데 이게 뭐하는 거지.... 원래 아포칼립스에 넣을 내용이였는데 스토리가 바뀌면서 패기처분해야될거 몇 십분동안 쓴 내용이 아까워서라도 여기에 올려봅니다.
그럼 전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