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타칸 | 몽환의 수정터 ]
.
.
.
"그러니까 왜 쉬는 날 아침부터 몽환의 수정터에 날 끌고 오는 데에... 흐아암..."
"만드라고낙 잡으러 왔다고 몇 번을 말해!"
"그래... 근데 왜 나를... 하암... 데리고 오는데..."
"혼자선 못 잡으니까 그렇지!"
"내가 널 어떻게 말리냐... 그래서 만드라고낙이 어디 있는데...?"
"찾는! 중! 이!잖아!"
"알았어, 알았어. 화 좀 그만 내..."
"됐어. 혼자 찾을 거니까 졸리면 그냥 가서 자."
내가 왜 휴일 아침부터 몽환의 수정터에서 이러고 있냐고? 이야기의 시작은 거의 새벽에 가까운 이른 아침에 시작된다...
.
.
.
수호자가 되고 나선 능력이 늘어난 만큼 임무도 같이 늘어났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는 휴일에 나는 동굴 속에서 누가 창으로 찔러도 모를 정도... 까진 아니고 어쨌든 곯아떨어져서 자고 있었다. 누가 창으로 찔러도 모를 정도면 기절 아니면 사망이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아주 달콤한 숙면을 즐기던 나를 마이아는 갑자기 무단 주택(동굴도 주택인진 모르겠지만... ) 침입으로 내 동굴에 들어와서 정확히 옆에 자고 있던 고신을 피한 후 내 귀에다 "다크닉스! 일어나아!"라고 소리쳐 나를 깨웠다... 그리고 비몽사몽인 나를 자신의 눈을 가린 채로 인간으로 폴리모프시키고 옷을 대충 입은 나를 몽환의 수정터까지 끌고 온 것이다. 갑자기 만드라고낙이 왜 필요하단 건지... 졸려 죽겠는 데에... 내가 졸려서 비틀비틀 따라오다가 내가 너무 귀찮아하는 게 느껴진 건지 마이아는 차갑게 화를 내고(나도 방법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얼음 같은 분노'였다) 혼자 달려가 버렸다. 자기가 깨우고서는...
"마이아! 혼자 가면 위험해... 하아암..."
"잠이나 실컷 자! 일찍 깨운 건 미안. 그냥 혼자 올 걸 그랬나 보네."
아니 저렇게 사과하면 내가 뭐가 돼...
.
.
.
"칫...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길래 같이 데이ㅌ... 가 아니고 재료 수집! 재료 수집 좀 도와달라고 부른 건데... 피곤할 텐데 괜히 깨웠나..."
난 다크닉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려 나오자 혼잣말을 했다. 만드라고낙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사실 만드라고낙보단...
"이런 핑계를 대더라도 만나고 싶었는데..."
그런데 슬슬 깊어지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없으니까 다시 돌아 가야겠...
"키릭! 키리릭!"
"만드라고낙! 거기 딱 가만히 있어!"
저 앞에서 키릭대는 만드라고낙을 발견한 나는 만드라고낙을 쫒아 달려갔다. 가만히 있으라는 내 부탁 아닌 부탁은 당연히 무시당했다. 나는 다시 만드라고낙을 쫒아 달려갔지만 내 달리기 속도로 빠르게 도망치는 만드라고낙을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헉... 헉... 왜 저렇게 빨라... 너어! 다시 내 눈에 띄면 그때는 재료행이다! 내가 봐준 거야!"
이렇게 되지도 않는 정신승리를 한 후 나는 무릎을 짚고있던 양손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수정 숲들 사이로 너무 깊숙이 들어왔는지 나는 다시 돌아가는 길을 잊고 말았다.
"여기가 어디지?"
"네가 죽을 곳."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
.
.
나는 덜덜 떨리는 어깨의 떨림을 억제한 채 천천히 몸을 돌려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목소리의 근원지에는 이곳, 몽환의 수정터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악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몽환의 파수꾼..."
내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몬스터 도감에서 본 보스 몬스터 중 하나인 저 녀석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베이면 몽환 속을 떠돌게 된다는 몽환의 낫을 지닌 몽환의 수정터의 보스 몬스터... 이제 어떡하지?
"나를 알아? 벌써 내 악명이 널리 퍼진 건가... 키힛! 그럼 이제 죽어줘야겠다."
몽환의 파수꾼은 이렇게 말하더니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달려들고 내 목을 붙잡았다. 쉬쉭! 콱! 흐려져 가는 시야에 마지막으로 보이는 건 몽환의 파수꾼의 흉측한 얼굴이었다. 도와달라 외치고 싶었지만 인정 없는 내 목은 켁켁거리는 소리밖에 허락하지 않았다. 제발 누가 나 좀 구해줘...
.
.
.
나는 드래곤으로 폴리모프한 후 달려 나간 마이아가 향한 방향으로 날아올랐다. 얘는 어디로 간 거야? 그리고 얼마나 날았을까. 높은 수정 봉오리에 오른 내 눈에는 몽환의 파수꾼과 그의 손에 잡혀있는 한 여자가 들어왔다. 저건... 마이아?
"호오... 이 계집은 마력이 충만한데? 바로 죽이긴 아깝고 적당히 쓰다 버려야겠군. 키히힛!"
"계집? 쓰다 버려?"
제련되지 않은 쇠같이 거칠고 날카로운, 하지만 온전히 분노라는 감정만을 담고 있는 내 목소리가 몽환의 파수꾼에게 닿자 그는 흠칫하며 내가 있는 쪽으로 올려보았다. 몽환의 파수꾼은 불타는 듯한 내 눈빛을 마주하자 다시 한번 흠칫하더니 내게 소리쳤다.
"키힛? 넌 누구냐! 이 계집을 아는 거냐?"
"나는 많은 이름과 칭호를 가지고 있지만 여기선 '저 여인을 사랑하는 자'라고 해두지.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그 여자 내려놔."
마지막 문장을 말하며 나는 응축된 어둠의 기운을 손에 모았다. 갑자기 엄청난 에너지가 한 곳에 모이자 내가 서있던 수정 봉오리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ㄴ... 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냐? 너야말로 이 계집이 여기서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당장 손 올리고 그... 그 에너지 다시 없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몽환의 파수꾼이 말했다. 저 X자식이! 후우... 일단 마이아가 먼저다. 나는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손에 모은 에너지를 다시 풀었다.
"이제 마이아를 나한테 보ㄴ... 크헉!"
"멍청한 놈... 크히힛! 약속을 지킬 거라 생각한 거냐? 감히 이 몽환의 파수꾼 님을 협박하다니, 기대하는 게 좋을 거다. 키히히힛!"
몽환의 파수꾼은 내가 자신이 말한 대로 따르자 빠르게 내 앞으로 달려들어 오른손에 들고 있던 거대한 낫으로 내 오른쪽 어깨에서 허리 왼쪽으로 나를 베었다. 스칵! 이유는 모르지만 계속 감길려 하는 내 눈에 들어온 건 차가운 바닥에 미동도 없이 쓰러져있는 마이아였다. 마이아를 지켜야 하는데... 자꾸... 눈이 감겨...
.
.
.
시끄러운 웃음소리, 이상한 액체가 부글부글 끓는 소리, 동굴 속인지 울려대는 괴상한 함성 소리가 기절한 나를 깨웠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쇠사슬로 수족이 묶이고 그걸로도 모자라 온몸이 칭칭 감긴 내 모습이었다. 제기랄 놈들! 나는 쇠사슬을 끊으려고 팔에 힘을 주었지만 인챈트가 돼있는지 끊어지지 않았다. 젠장! 나를 묶고 있는 쇠사슬에서 키깅! 까아앙! 하는 소리가 나자 몇 명의 몬스터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이, 저 녀석 깼나 본데? 키킥!"
"어떻게 벌써 깬 거지? 어차피 곧 죽을 놈인데 뭐 상관없겠지."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말이지... 키히힛!"
"... 날 어떻게 하려는 작정이지?"
몽환의 파수꾼이 괴상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심장은 뽑아서 재료로 쓰고 나머지 부위는 삶아서 먹을 거다. 크히히힛! 키히힛!"
큰일이다. 머리도 어지러운데 여길 어떻게 빠져나가지. 수는 대략 50. 몽환의 파수꾼의 부하 몬스터들로 보임. 이곳의 위치는... 몽환의 수정터에 있는 거대한 수정 동굴? 이런 곳이 있었나...?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여길 어떻게 빠져나갈지에만 집중하ㅈ... 잠깐.
"그 여자는 어떻게 됐지?"
"그 계집? 너라는 더 좋은 실험재료가 생겨서 그냥 먹어치웠지! 키하하!"
"살이 별로 없어서 먹을 것도 없더군! 키킷!"
눈앞은 하얘지고 시끌벅적한 웃음소리따윈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먹어... 치워...? 분명 뜻을 알고 이해를 했지만 내게 진심으로 와 닿지 않았다. 온몸에 칭칭 감긴 쇠사슬보다 왼쪽 팔목에 감겨있는 팔 보호대가 더 아픈 건 단지 내 감각의 착각일 뿐일까. 마이아... 마이아...!
"용서 못 해..."
내 조용한 중얼거림에 한 녀석이 나한테 가까이 다가와 그 역겨운 면상을 들이대며 조롱했다.
"뭐 니 애인이라도 되냐? 이젠 뒤졌으니 어떡할..."
강렬한 자극이 강렬한 감정과 함께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그 둘이 뒤섞인 감정인진 모르지만 나는 그 힘을 거부하지 않았고 그 힘은 나를 집어삼키는 듯하더니 내게 흡수되었다. 키키키키킹! 카캉! 푸확! 나를 묶던 쇠사슬은 갑자기 커진 내 몸에 격렬히 저항하다 부서져버렸다. 전과는 비교가 안 돼는 힘을 갖게 된 나는, 성체였다. 진화한 건가... 성체가 된 나는 바로 한 손으로 그 이름 모를 몬스터의 머리를 잡아 뜯었고 그 녀석은 자신의 말을 끝맺지 못했다.
"키... 키힛? 어떻게 그 쇠사슬을?!"
"닥치고 뒤질 준비나 해. 누가 먼저 묻힐지 정도는 결정할 수 있게 해 주마."
"크윽! 건방진 놈! 전부 공격해! 저놈을 절대 살려두지 마라!"
모든 몬스터가 내게 덤벼들었지만 나는 싸움 따위에 집중할 여유는 없었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짓던 한 인간 여자였다.
"감히 너희 따위에 몬스터들이... 어떻게 감히! 크아아아아!"
나는 분노하며 바닥을 향해 포효했고 몬스터들은 추춤하다 다시 달려들었다.
"크리스털 샤워!"
"환각 가루!"
"몽환의 환술!"
수많은 공격들이 나에게 날아들었고 나는 새롭게 생긴 이 힘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다크 매직 : 버전 웨이브 익스플로젼."
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며 나직하지만 힘 있게 외쳤고 그 말을 시작으로 폭발의 파동이 동굴을 부숴버릴 듯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광! 이제는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모든 걸 꿰뚫을 듯 붉게 빛나는 내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키에에!"
"카학!"
"히이이... 크어억!"
"쿠웨에엑!"
모든 몬스터들은 그 파동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터져 버렸다. 내가 의도한 대로 한 마리만 제외하고.
"몽환의 파수꾼... 네놈이 감히! 이 가죽을 벗기고 사지를 분해해도 시원찮을 놈! 네놈의 보잘것없는 목숨이나마 그녀의 고귀한 목숨을 위해 바쳐야 할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녀의 시체가 남았나? 만약 남았다면 어디에 있지?"
내가 당장이라도 사지를 분해해버릴 것처럼 쥐어짜는 듯한 말투로 묻자 몽환의 파수꾼은 바닥에서 벌벌 기고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그... 그 여자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하!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고? 닥쳐라! 내가 너에게 배운 단 한 가지가 뭔지 아느냐? 너같이 역겨운 몬스터 따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맨손으로 몽환의 파수꾼의 배를 가르고 머리를 뜯어버렸다. 스칵! 콰드득! 시체도 남지 않은 많은 몬스터들이 죽음을 맞이한 이곳에서 나는 의미 없는 괴성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흐아아아... 커흑... 마이아... 마이아아아아! 크롸롸롸롸!"
갓 성체가 된 이후로 한 번에 너무 많은 힘을 썼는지 나는 동굴의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아까는 괜찮던 머리도 다시 어지러웠다. 성체가 되어서 잠시 면역이었던 건가. 동굴 바닥에 쓰러진 마이아의 눈에 다가오는 몬스터들이 비칠 때 그녀의 얼굴은 어땠을까. 눈물로 얼룩져 있었을까, 공포로 물들어 덜덜 떨렸을까. 그것도,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을 지키지 못한 나를 원망했을까. 나는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 날려했지만 자꾸 말을 듣지 않는 나 자신을 저주했다.
"한 명. 내게 가장 소중한 단 한 명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그러면서 나 따위가 무슨 수호자라고... 아모르의 권능? 수호자의 힘?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야! 크흑... 미안해 마이아... 내가 너무 미안해..."
눈물로 흐려진 내 시야가 닫히기 전 내 눈에 마지막으로 비치는 것은 멀리서 날아오는 하얀 드래곤이었다. 나 따위를 구하러 오는 거야? 하. 웃기네. 여기서 죽는다면. 그래서 마이아를 만날 수 있다면 죽어버리는 게 좋겠다.
.
.
.
어두운 동굴 천장. 지저귀는 새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조용한 목소리와 내 얼굴에 떨어지는 미지근한 액체.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다크닉스가... 흐윽... 내가 거기 가면 안 됐던 거야..."
하아... 결국 죽지 못한 건가... 그런데 지금 들리는 이 목소리가 마이아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건 단지 그녀가 그리운 나의 착각일까.
"마... 이아...?"
"다크닉스! 일어난ㄱ..."
나는 감겨있던 눈을 떴고 내 앞에는 내 얼굴을 붙잡고 그 아름다운 얼굴을 눈물로 물들이는 마이아가 보였다. 거대한 드래곤의 얼굴엔 가녀린 그녀가 바닥에 앉아 몸 전체를 올리고 흐느낄 충분한 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꿈만 같이 느껴지는 이 순간과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순식간에 인간으로 폴리모프해 그녀를 껴안았다.
"마이아... 꿈이라면 너무 미안하고 현실이어도 너무 미안해... 나 따위가 너한테 이럴 자격 없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그래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 딱 한 번만 이렇게 너를 품에 안게 해 줘... 꿈이어도 좋으니 제발 떠나지 마... 제발..."
지금 그녀가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 순간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꿈이던 현실이던 나는 그녀를 놓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이렇게 품에 꼭 안고 가능하다면 놔주고 싶지 않았다. 어느새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그녀의 어깨를 적시고 있었다. 제발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길...
.
.
.
눈을 떠보니 나는 내가 쓰러져있던 차가운 수정 바닥이 아니라 빛의 사제단의 병동 침실에 누워있었다. 닫혀있는 창문과 반쯤 쳐진 불투명한 커튼 사이로 빛나는 달빛이 내 눈을 찔렀다. 내가 어떻게 여기에...?
"마이아 님! 정신이 드세요?"
"응... 그럭저럭... 근데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내가 눈을 뜨자마자 한 사제가 내게 물었고 나는 다시 되물었다.
"에휴, 말도 마세요. 어제 빛의 수호자 님이 먼저 마이아 님을 몽환의 수정터에서 발견하시고 그다음에 쓰러진 어둠의 수호자 님까지 업고 오시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뭐..? 다크닉스가 쓰러져...?"
"네... 몽환의 수정터에서 성체로 진화하신 상태에 기절한 채로 발견되셨대요. 아침에 마이아 님과 나가신 다음 연락두절에 행방불명이라 빛의 수호자 님이 어둠의 수호자 님의 마력을 감지해서 몽환의 수정터에 가셨는데 거기서 쓰러져 있는 마이아 님을 발견하신 거죠. 마이아 님을 먼저 여기로 옮기신 후, 그다음에 몽환의 수정터 한가운데에서 어둠의 수호자 님까지 발견하시고 동굴로 옮기셨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아니, 그전에 다크닉스한테 가야겠다."
"그게 벌써 이틀 전이에요! 빛의 수호자 님이 곁에 계시니 별 일 없을... 마이아 님!"
난 곧바로 떨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나 텔레포트했다. 다크닉스... 다크닉스! 안 돼... 제발 내가 너무 늦지 않았기를... 나는 비틀거리며 고대신룡과 다크닉스의 동굴로 텔레포트했다. 고대신룡은 어디 나가고 없는지 다크닉스는 동굴 가장 깊숙한 곳에 혼자 있었다.
"아아... 다크닉스..."
그를 보자마자 내 눈에선 눈물이 투두둑 떨어졌다. 나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나마 죽은 듯 웅크리고 누워있는 그에게 걸어갔다. 한 발짝. 눈물을 닦는다. 또 한 발짝. 다크닉스 주위에 쳐진 빛의 장막을 걷어낸다. 또다시 한 발짝. 다시 흐르는 눈물을 이제는 닦지 않는다. 마지막 한 발짝. 다크닉스의 얼굴 앞로 몸을 던지다시피 달려가 주저앉는다.
"미안해... 흐흡... 내가 미안해... 너를 거기 데려가는 게 아니었는데... 흐흑..."
내 눈물이 다크닉스의 얼굴 위로 쏟아진다. 미동도 없는 다크닉스의 눈 위로 떨어진 내 눈물은 마치 다크닉스가 우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서서히 밖이 밝아지는 게 동굴 속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나는 아직도 죽은 듯 누워있는 다크닉스를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이미 눈물은 말랐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얼굴을 보자 다시 눈물이 흐른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다크닉스가... 흐윽... 내가 거기 가면 안 됐던거야..."
그리고 내 눈물 몇방울이 다시 다크닉스의 얼굴 위로 떨어지자 그의 검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어..?
"마... 이아...?"
"다크닉스! 일어난ㄱ..."
나는 놀라서 다크닉스에게 말을 걸지만 내 목소리는 빠르게 인간으로 폴리모프해 나를 꼭 껴안은 다크닉스의 너무 애절하고 다급한 목소리에 가로막혀 버렸다.
"마이아... 꿈이라면 너무 미안하고 현실이어도 너무 미안해... 나 따위가 너한테 이럴 자격 없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그래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 딱 한 번만 이렇게 너를 품에 안게 해 줘... 꿈이어도 좋으니 제발 떠나지 마... 제발..."
다크닉스... 너... 왜 네가 사과하는 거야...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난데... 나를 꼭 껴안고 제발 떠나지 말아 달라며 눈물로 내 어깨를 적시는 다크닉스에게 난 아무 말도 건넬 수 없었다. 내 손은 잠시 멈칫하다 결국 그를 껴안았다. 그리고 우린 오랫동안 그렇게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크... 닉스...?"
"아니. 그냥 지금 이대로 있어줘. 널 놓으면 이대로 사라질까 두려워..."
두려움과 슬픔이 묻어나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침 햇빛이 동굴 안으로 들어올 때 다크닉스는 조금 진정이 됐는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내게 물었다.
"마이아...?"
"응...?"
"이거... 꿈은... 아니지...? 환상도... 아니지...?"
"아니지이..."
"으응..."
어린아이처럼 나를 놓고 싶지 않아 하는 그의 말과 행동이 눈물만 흐르던 내 얼굴에 웃음이 꽃피게 했다. 내 웃음이 의아했는지 다크닉스는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힌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왜 웃어..?"
"그냥, 너랑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해서..."
"나도..."
어느덧 영원같이 느껴지던 눈물로 보낸 밤은 우릴 떠나고 빛나는 아침햇살이 동굴 안을 비췄다.
.
.
.
"다크닉스, 내가 너한테 진짜 신기한 꿈 얘기 들려줄까?"
"으응... 듣고 싶어."
마이아와 나는 거의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면서 서로를 껴안고 있었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나는 그녀와 함께 동굴벽에 기대고 앉아 손을 깍지 낀 채로 조용히 얘기를 나눴다.
"꿈속에서 내가 어떤 괴물한테 딱! 잡혀서 구해달라고 소리쳤는데 갑자기 어엄청 멋진 용사가 나타났다? 그래서 괴물이 "넌 누구냐!" 이러니까 그 용사가 "나? 저 여인을 사랑하는 자다!" 이러고 그 괴물을 쾅쾅하면서 물리쳤어!"
나는 가만히 앉아서 얘기를 듣고 있었고 마이아는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그 '신기한 꿈'을 설명했다. 저거... 내 얘긴데...? 조금 변형되긴 했지만 얘가 이걸 어떻게 알지...?
"하하... 진짜 신기한 꿈이네..."
"그렇지? 진짜 멋있었어!"
빨리 주제를 돌리자. 무슨 얘기를 한담... 아. 내가 어제 하고팠던 말들 전부 다 해야겠다.
"마이아."
"으응?"
"어제 일은 내가 너무 미안해. 변명할 여지없이 내 잘못이야. 내가 마음속에만 담아놨던 그 말을 못 한 게 너무 후회됐어. 그래서 지금 말하려고. 마이아, 내가 너를..."
"저기... 진짜 미안한데 나 너무 배가 고파서... 어제저녁에 잠깐 다르스팜 찾으러 나갔다 오니까 마이아가 와서 울고 있더라? 그래서 동굴 앞에서 밤새도록 기다렸지. 그리고 새벽에 추워서 깼는데 둘이서 껴안고 있더라? 그래서 다시 자고 일어나니까 둘이서 얘기를 하고 있더라? 그래서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싶어서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너무 배고파서 더는 못 참겠다. 진짜 미안... 하핫"
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밖에서 기다린 거야..? 조금만 더 있다 들어오지... 타이밍이 참...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고신 자식, 눈치란 것도 있었구나...
"너 어제 저녁부터 밖에서 기다린 거야? 안으로 들어오지!"
마이아가 허겁지겁 파프노팜을 먹는 고대신룡에게 놀란 듯 말했다.
"너희가.. 켁켁! 쿨럭! 거기 안에서 그렇게 울면서 껴안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내가 거길... 으읍! 꿀꺽! 하아... 에.... 내가 거길 어떻게 들어가냐!"
아... 맞다... 어제 우리가 그랬지... 마이아를 보니 그녀도 똑같은 생각인가 보다. 그래도 마이아가 다치지 않았으니 그걸로 된 거야. 그럼...
.
.
.
.
.
.
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이번 7화는 글쟁이 님의 의견을 반영해서 다크닉스의 운을 너프 했다 다시 버프 했습니다! ^^7 중간중간 시점 전환도 있었는데 어색한 부분이 있었나요..? 만약에 그런 부분이 보인다면 댓글에 남겨주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