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타칸 | 빛의 사제단 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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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도 끝났고 이제 내게 남은 건 일 뿐이구나... 오늘도 상쾌하고 즐겁게 업무들을 처리해 볼까?
"마이아 님. 여기 이 서류들 검토 부탁드립니다."
"알았어. 오늘 오후까지 줄게."
"마이아 님! 원혼의 폭포에서 또 대량의 몬스터가 출몰했답니다! 신속히 판단을!"
"대량의 몬스터? 수와 보스 몬스터의 출몰 여부는?"
"보스 몬스터인 카디모프스 한 마리를 포함해서 전부 20마리 안팎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보스 하나에 20? 바알이랑 라파엘 보내면 딱 맞겠네."
"넵!"
머리가 지끈거린다... 후우... 일단 한숨 돌린 건가? 서류나 검토하자.
"ㅁ.. 마이아 님! 칼바람의 산맥에 파견 나갔던 사제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허겁지겁 달려와?"
"다들 부상이 심합니다! 몬스터에 습격을 받았다고... 마이아 님이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하아... 알았어."
나는 서둘러 병동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이런! 동상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빠르겠네! 거의 모든 사제들이 동상에 걸려있었고 약한 부상부터 생사의 경계까지 간 사제도 있었다. 몬스터에게 습격을 받아 치료를 할 겨를이 없던 건가? 나는 서둘러 빛의 치유와 플래시 힐, 자연재생 가속 등등을 사용하느라 정신이 없어졌고 옆에서 내 보조를 들던 사제들은 빠르게 무영창으로 열이 넘는 모든 환자들을 동시에 치료하는 내 움직임을 쫓느라 더 정신이 없어졌다. 나는 빠르게 가장 심각한 환자들을 치료하고 응급처치를 한 후 다시 업무실로 돌아갔다.
"마이아 님. 희망의 숲 정기 소탕 날입니다. 하지만 빛과 어둠의 수호자 님들 둘 다 안 계시니 누굴 보내죠?"
"희망의 숲이면 비교적 적은 몬스터가 출몰하니 스파이시를 보내면 되겠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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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몰려오는 업무를 처리한 후 나는 드디어 퇴근을 했다... 탈출 성공! 이제 아트마와 약속이 있었지? 나는 서둘러 만나기로 한 마을에 한 음식점으로 걸어갔다.
"마이아! 여기야!"
나는 음식점 안을 두리번거리다 나를 발견하고 내게 손을 흔드는 아트마를 발견했다. 이게 얼마만이야!
"아트마아! 오랜만이다아!"
아트마가 누구냐고? 어렸을 때부터 나와 친한 내 절친이다. 그녀도 나와 같은 빛의 사제단이지만 관련 부서가 아예 다르다 보니 나이가 많아진 후 만나는 일이 적어졌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기로 한 약속이 있었지만 어저께 다크닉스와의 약속 때문에 오늘로 미루어졌고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업무를 끝내고 퇴근했다. 나는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를 지나서 아트마가 앉아있는 탁자로 가서 앉으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어제는 미아안..."
"어머, 얘도! 내가 사정 뻔히 아는데 약속을 미루지 어쩌겠냐! 미안해하지 마. 그래서, 재미는 있었고?"
내가 먼저 사과를 하자 아트마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재미? 재미라... 하하... 얼굴이 붉어지겠는걸?
"응... 뭐 그건 그거고. 요즘 일은 어때? 검은 로브단의 활동은 좀 줄었고?"
"에휴, 그놈들 얼마나 철저한지 흔적을 찾는 것도 힘들어. 활동은... 딱히 많아지지도 않았고 적어지지도 않았어. 그럼 일 얘기는 그만하고 일단 밥부터 먹자!"
"좋아 좋아! 뭐 먹을까?"
"나는 드블랑 통구이!"
"나도! 오늘은 내가 쏜다!"
이렇게 같이 앉아서 배를 채우다 보니 어느새 우린 맥주를 마시게 되었고 나와 아트마는 취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문제라면 내가 술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어! 내가 몽환의 파수꾼한테 잡혀있을 때! 누가 왔는지 알아아?"
내가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누가 왔을까아!
"누가아~ 왔을까아~?"
"그건 비미일... 헤헤..."
"야아아아! 그런 게 어디 있냐!"
그리고 우리가 -어쩌면 나만- 이렇게 점점 더 취해갈 때 문이 쾅 열렸다.
"어어? 지금 내 누운이 이상한 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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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고신!! 나와 고신을 포함한 빛과 어둠의 전사들에겐 오늘따라 업무가 넘쳐났고 조금의 사기 회복이 필요하다 느낀 나는 회식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나와 바알을 제외한 나머지 셋이 엄청나게 취해버린 것이다.
"나 지인짜아 멀쩡해에! 혼자 갈 수 있어어... 아구!"
평소엔 온화하고 전투시엔 카리스마 넘치던 라파엘은 아기처럼 귀여워졌고,
"흠냐... 쩝..."
처음엔 활발하던 스파이시는 그냥 잠들어버렸다. 마지막으로...
"더 마시쟈아! 오늘 밤은 마시고 죽는 거다아!"
고신은 그냥 고삐가 풀려버렸다. 얘를 어떻게 컨트롤한담. 세명의 상태가 이러자 비교적 멀쩡한 나와 바알은 고민에 빠졌다. 아니 근데 바알 얘는 왜 안 취하지? 혼자서 안 마신 것도 아닌데...
"라파엘이랑 스파이시는 내가 바래다줄게. 어차피 둘 다 집 가는 길에 지나가야 하니까 뭐."
"그럴래? 고맙다 야... 집 잘 들어가고 내일 보자!"
"어. 먼저 간다."
무뚝뚝한 듯해도 속으로는 모두를 챙기는, 바알은 그런 녀석이다. 대형인 바알이 중형인 라파엘과 스파이시를 둘러업고 날아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모두를 챙긴다라... 하지만 그 균형이 깨진다면 어떨까?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히죽 웃었다.
"2차 가자아! 히헤헤..."
"아오 깜짝아! 그냥 조용히 좀 있어! 어디 가까운 음식점에 들려서 냉수 한잔 마셔야겠다."
나는 고신에게 조금 윽박질러서 고신을 폴리모프시키고 나도 폴리모프한 후 그를 둘러업고 마을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무겁다... 무거워... 어? 저기 아직 문 열은 음식점 있다! 난 문을 발로 차서 열고 들어갔고 거기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어어? 지금 내 누운이 이상한 가아~?"
"마이아? 이렇게 만나네? 옆에는 친구분이신가? 안녕하세요."
나는 고신을 업은 상태에서 최대한 몸을 숙여 인사를 했고 마이아가 앉아있는 탁자로 가서 앉았다.
"동석해도 괜찮죠? 주인장! 여기 술 깨는 냉수 한잔!"
"어머 당연하죠! 어둠의 수호자 님과 빛의 수호자 님이랑 동석을 하다니... 내일 자랑할 거리가 생겼는 걸요?"
마이아의 앞에 앉아있는 친구는 녹색 단발머리에 주근깨가 있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약간의 편안함을 주는 분위기였다. 누구지?
"전 다크닉스예요.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성함이..?"
"다크닉스 님은 소개하실 필요 없어요! 이미 빛의 사제단 안에서는 스타나 다름없는 걸요? 저는 마이아의 죽마고우이자 검은 로브단 담당인 아트마라고 해요!"
"아아! 아트마 님! 마이아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오늘 처음 뵙네요...! 어제 약속 취소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마이아는 어쩐 일로 이렇게 취한 거죠...? 얘가 자기 주량을 알아서 맥주 한잔이면 그만 마실 텐데..."
아트마는 입을 가리고 호호 웃더니 눈을 찡긋거렸다. 뭐 이렇게 붙임성이 좋아?
"어머,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제가 방해할 수야 없죠~ 오랜만에 옛 친구와 만나서 그런가 보네요...! 빛의 사제단 본부까진 먼데..."
"마이아는 제가 데려갈게요. 고신 얘 먼저 술좀 깨우고요... 야, 고신! 야!"
"으엠...? 여긴 어디야..?"
"이거나 마셔!"
나는 고신에게 냉수 한잔을 먹이고 엔젤에게 전음을 보냈다. 얘는 여친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
'엔젤. 엔젤! 니 남친 취했다. 여기가... 버닝 오븐이거든? 빨리 와서 얘좀 데려가라.'
'뭐? 그 자식 또 취했어? 하아... 알았어. 버닝 오븐? 곧 갈게. 걔 도망 못 가게 꼭 붙잡고 있어 줘.'
엔젤은 이를 가는 듯한 말투로 전음을 보냈다.
"고신! 이제 엔젤 온단다. 넌 이제 죽었어. 크큭!"
"머? 엔젤? 허억! 나 안 취했어! 절대 안 취했... 어어!"
고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정신상태가 매우 깔끔함을 증명할려 했지만 다리가 풀려 다시 쓰러짐으로써 자신이 취했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했다. 에휴우...
"곧 엔젤 올 테니 전 마이아 데리고 나가서 바람 좀 쐴게요. 혼자 들어갈 수 있으시죠?"
"네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길."
아트마는 생긋 눈웃음을 지으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와 마이아를 배웅했다. 먼저 술 좀 깨야겠는데? 나는 음식점인지 주점인지 모르겠는 버닝 오븐을 나와 마이아를 부축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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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 마이아. 눈 떠!"
"우움? 어어? 다크닉스다아! 다크닉스으! 보고 시펐어어!"
내가 마이아를 부르자 마이아는 내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내게 달려들어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크게 말했다. 아니 얘가 왜 이래!
"마... 마이아! 정신 차려!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마이아는 딱 맥주 세 잔밖에 안 마셨어요오..."
"이게 맥주 세 잔 마신 사람에 상태냐? 빨리 집 가서 자! 집 어디야?"
"지입? 나 집 없는 데에...?"
"집이 없긴 왜 없... 잠깐. 진짜로 지금까지 마이아네 집을 본 적이 없는데? 너 진짜 집이 없는 거야?"
"으응... 나 사실 고아거든... 작지만 행복했던 집과 부모님이 사라지니 고아가 돼있더라... 하하..."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는 길거리엔 가끔씩 모자를 푹 눌러쓰고 빠르게 걸어가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면 사람이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한 밤이었다. 조용히 우릴 스쳐 지나가는 밤바람은 마이아의 금빛 머리를 가볍게 흔들고 지나갔고 슬슬 가을이 시작되려는지 거리 가에 심어진 가로수에서 바람에 따라 떨어진 낙엽이 우리에게 떨어지는 듯하다 바람을 따라 마찬가지로 사라져 갔다. 무언가를 느끼는 건 쉽지만 그 무언가를 깨닫는 데는 항상 오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항상 느끼고 있었던 것을 나는 왜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일까. 마이아는 나에게 스며든 존재였다. 작은 집과 자신의 부모님, 그리고 마찬가지로 적고 작던 가구들. 그것들이 마이아의 공간 전부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공간을 찢고나와 이 세계에 스며들었다. 어쩌면 그 공간이 찢겨서 이 세계에 스며들어야 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 그 밑바닥까지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버린 그녀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하고 바라던, 그런 존재가 되어있었다. 나와 마이아는 서로에게 스며들고 서로를 지탱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를 마음 깊이,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이 사랑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있었다. 우리를 스쳐가는 바람처럼, 우리를 지나치는 낙엽처럼 사라질 이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순간 자신이 스며든 이 세계와 분리된 듯한 느낌으로 자신의 가장 큰 비밀 -어쩌면 상처- 을 말하는 그녀는 너무나도 외로워 보였다.
"ㄷ... 다크닉스?"
나는 그녀를 부드럽게 껴안았다. 외로워하고 아파하는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여기 너라는 존재를 필요로 하는 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그리고 내가 너를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생각은 여러 개고 입은 하나였기에 나는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했다. 그녀를 부드럽게 껴안아주자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울었다. 마이아는 쏟아지는 눈물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나는 그냥 그녀의 작은 등과 금처럼 빛나는 금빛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너는, 마이아 아오라는 혼자가 아니야."
어쩌면 지금까지 나를 위로하고 보듬어줬던 마이아는 그 누구보다도 위로와 보살핌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은 나를 원망했지만 원망보단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는 게 먼저였다. 짧은 내 말은 그녀에 마음 깊숙이 닿은 모양이다. 그녀는 그동안 속으로만 흘리던 눈물을 모두 쏟아냈다. 그 시간은 꽤 길었고 나는 그 시간 동안 그녀를 놓지 않았다.
"얼마나 오래 참았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혼자였어. 얼마나... 얼마나 아팠어..."
그녀와 똑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나였기에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무시, 아무리 피해도 피해지지 않는 외로움 그리고 막고 또 막아도 터져 나오는 슬픔. 얼마나 그녀를 껴안고 있었을까. 마이아는 내 가슴에 파묻은 얼굴을 들었다.
"미안해...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네... 하핫."
"괜찮아. 우리 어디 한적한 곳으로 갈까?"
"으응... 어디 탁 트인, 그런 곳으로 가자."
나는 잠시 고민하다 빛의 신전으로 갔다. 마이아와 처음 만난 그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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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빛의 신전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앉았다. 마이아는 조금 진정이 됐는지 더 이상 울지는 않았다.
"고마워... 내 눈물을 이해하고 받아줘서..."
"나도 고마워. 혼자였던 나를 그림자 속에서 끌어내 줘서."
마이아는 나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조금 놀란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헤헤 웃으며 하나둘 불이 꺼져가는 마을을 내려보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옆에 앉아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무슨 말을 하려나.
"우리 부모님은 내가 어렸을 때 몬스터한테 공격당해서 돌아가셨어."
마이아가 천천히 자신의 상처를 꺼냈다. 나는 묵묵히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빠르게 응급처치를 하면 살아날 수도 있던 상황이었는데 아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어쩌면 못 도와준 걸지도. 그래서 그때 난 결심했어. 다시는 이런 일로 소중한 사람을 잃는 사람을 생기게 하지 않겠다고. 그게 빛의 사제단에 들어간 이유야. 처음엔 고아라서, 어려서 무시당하고 구박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나한테 따뜻하게 대해줬어."
그녀는 나 따위와는 달랐다. 내가 비틀어진 욕망으로 복수를 결심할 때,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의 비극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마이아 답네...
"다행히 내게 '재능'이란 게 있었나 봐. 10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라나. 나는 빠르게 많은 것들을 익혔고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어.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항상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에 대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었어."
나와 비슷한 면도 있었다. 내가 친구와 부모님이 필요했다면 그녀는 그저 옆에 있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고신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지는데?
"그리고 어느 날, 너라는 존재가 내 일상에 스며들었어. 어쩌면 내가 너라는 존재가 필요로 했던지도 몰라. 너는 항상 혼자였고 나는 그래서 너에게 끌렸을 수도 있어. 그게 내가 너를 봤을 때 느낀 우리 둘의 유일한 접접이 었거든. 처음엔 너라는 존재가 궁금했어. 너는 항상 꿋꿋해 보였고 주변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서."
그래? 나는 네가 궁금했는데. 너는 항상 밝고 다른 사람까지 밝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너를 알아갈수록 너의 상처들이 하나씩 보이더라. 그 상처들이 마치 내 상처 같았어. 그래서 그 상처들을 보듬어주고 싶었어."
너는 이미 충분히 내 상처를 보듬어줬어. 너라는 존재는 마치 어둠 속 한줄기 빛처럼 그림자 속 나를 비췄거든. 아니, 그 이상일지도.
"나는 너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어.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혼자일 때 옆에 앉고 절망할 때 그 절망을 기쁨으로 바꿔주는."
그런 존재가 되고싶었다면 축하해. 마이아 넌 내게 그런 존재 이상이거든.
"우리 부모님은 나를 지키고 돌아가셨어. 그분들은 내게 빛나는 존재였어... 다크닉스 너는 내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지금 이 순간은,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고. 마이아의 눈에 맺힌 반짝이는 눈물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굳게 닫혀있던 내 입을 열었다.
"비가 올 때 날개로 너를 덮어주는,"
나는 인수화해서 오른쪽 날개로 우중충한 밤하늘에서 조금씩 쏟아지던 비를 막으며 말했다.
"네가 눈물 흘릴 때 눈물을 닦아주는,"
나는 조용히 마이아의 볼을 타고 흐르던 마이아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으며 말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너만 바라보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나는 아름다운 마이아의 보라색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마이아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크게 감명받았는지 눈을 크게 떴다가 눈물을 닦고 내게 말했다.
"그건 그냥 너 자체인걸?"
마이아는 다시 그 귀엽고 밝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다행이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서. 우리는 서로 자신 속에 있는 상처를 털어놓으며 그 비 내리던 밤을 보냈다.
"그래서 그 다르스팜을 가지고... 어?"
마이아는 어느새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 이렇게 추운 곳에서 자면 감기 걸릴 텐데... 하지만 깨우지는 못하겠고...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결국 내 재킷으로 그녀를 덮어줬다. 잠꼬대도 안 하고 잠은 잠 곱게 자는구ㄴ...
"다크닉스으..."
"으... 응?"
나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내 생각을 읽은 건가..?
"다크닉스... 여기 불을 꺼야지..."
잠꼬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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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시간 정도가 지나고 슬슬 나도 추워지자 나는 마이아를 양손으로 부드럽게 안아 들어 빛의 사제단 본부로 데려다줬다. 쾅쾅! 문을 두드리자 처음엔 반응이 없었다. 쾅쾅쾅! 다시 두드리자 천천히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가... 어머나! 다크닉스? 마이아는 왜 저렇대?"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났다나 봐요. 저랑 조금 얘기하다 들어왔어요."
"조금이라기엔 시간이 너무 늦은 거 아니니?"
아. 맞다. 뭐라고 말을 해야...
"괜찮아. 마이아 바래다줘서 고맙다."
장로님은 이해한다는 듯이 내게 윙크를 하며 마이아를 받아서 들어갔다. 으음... 뭔가 기분이 묘하군. 그래서 지금까지 집을 안, 아니 못 보여준 건가... 왜 그 상처를 이렇게 늦게 말해줬지. 하긴,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긴 하네. 빛의 사제단 본부(이자 마이아의 집) 앞에서 조금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고 동굴로 날아갔다. 그런데 저건...
"내가 술 마시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ㅎ... 했어..."
"그런데 오늘은 뭐했어?"
"또 술 마셨어..."
"그럼 다음부턴 어떻게 할거야. 다음에 또 술 마시면 어떻게 할 거야!"
"진짜로 안마실게! 미안해에..."
아직까지 혼나고 있나 보네... 저 무한 굴레를 벗어날 수 있도록 조금 도와줄까.
"그 정도면 됐어. 오늘 오랜만에 같이 회식한 건데 술 좀 마신 거야. 뭐 쟤가 신나서 막 마시긴 했지만."
"혀엉..."
고신은 구세주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고 나는 그 시선을 외면했다. 고신은 동굴 바닥에 무릎 꿇고 손을 들고 있었다... 불쌍한 놈.
"뭐 다닉까지 그렇게 말한다면야... 한번만 더 걸리면..."
그리고 엔젤을 목이 뎅강 떨어지는 시늉을 했다. 그 시늉에 벌벌 떠는 고신의 모습은 더 가관이었다... 잠이나 자자. 마이아는 잘 잘 수 있으려나... 왜 벌써 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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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요즘은 어쩐지 예전만큼 댓글과 추천이 안 달리더군요... 베댓이 없다니이... 어떻게 이럴 수 가아... 여러분이 잘 읽었습니다라고만 남기셔도 그 댓글이 제겐 큰 힘이 된다는 점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제 글 읽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