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서로 끝나지 않을 다카포의 결투를 하는 중인 반은 히지가타 시로를 보며 말했다.
“상당히 강하군. 무한한 목숨을 가지고 싸우니 감이 오는건가?”
“반 할아범이나 잘하셔... 어차피 이 싸움의 승자는 나다.”
“싸움의 승자는 그렇게 정해지는 게 아니야. 잘 들어. 싸움이란 상대가 기절할 때까지 끝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기절하지도 죽지도 않아. 그렇기에 우리의 싸움은 곧 결투, 계속해서 돌아가고 또 돌아가는 다카포의 결투지.”
“말만 잘하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반 씨는 여전히 쓰레기 같은 인성은 여전하군요.”
“그건 너인 것 같은데? 살인귀”
두 사람의 무기가 치면서 생기는 소리는 주변이 흔들릴 정도로 강렬하게 울려 퍼졌다. 반이 내지른 검이 헛디딜 때마다 광신이 흔들리고, 히지가타 시로의 검에서 나오는 풍압은 태풍과도 같았으며, 마치 지진과 태풍이 동시에 일어나는 듯 광산 전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전해졌다. 반은 시로를 향해 강하려 후려치려고 했지만 시로는 여유가 있다는 듯이 피했다. 직검이 동굴 벽에 맞았을 때, 지진 그 이상으로 흔들렸으며 시로는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로 울렸다. 그는 반을 향해 검을 휘둘렀으나 반은 그 공격을 단검으로 맞받아쳐버렸다. 그로 인한 충격파가 퍼져나갈 때, 풍압이 거세지고 광산 전체가 울렸다. 팔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은 받은 시로는 뒤로 뺏으나 아까 생긴 충격으로 인해 강하게 뒤로 날아갔다. 벽 쪽으로 정통으로 맞은 그는 지친 몸을 일으키려고 했을 때, 반은 그가 눈치 채기도 전에 강하게 한 방 날렸다. 그 일격으로 인해 광산 전체가 울릴 때, 돌덩이들이 떨어졌지만 반은 그것을 무시하고 시로를 던져버렸다. 시로는 그를 보며 말했다.
“하아... 하아... 얼마나 강한거야. 도대체 얼마나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진지하게 가지 않았던 거냐고...”
“아직 그 힘은... 절망에 가깝고 모두가 허무하게 당할 때, 내가 풀 수 있는 최강의 힘이다. 넌 이해하지 못해. 내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균형을 지키기 위해서 봉인한 이 힘의 진가는 너보다 더 강해.”
“하... 하하... 아직도 전력을 다해서가 아닌 아주 살짝 진지한 상태에서 싸웠다는 것이군. 결국 누가 다칠까봐 일부러 힘 조절을 한 건가?”
“... 네가 한 말이 맞아. 내가 힘을 풀어버리면 이 광산뿐만 아니라 하늘왕국 그 자체가 위험해져. 그래서 힘을 봉인하고 힘을 조절하며 싸우는 거야. 균형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는 거대한 힘이니까... 그래서 내가 진지하게 싸운 건 없었던 거야. 땅에서 싸우는 건 몰라도 위에서 싸우는 건 다른 동료들과 사람들에게 위험하니까.”
“그래서... 힘을 봉인하고 조절하며 싸우는 건 가... 여전히 웃긴 할아범이야. 균형이니 뭐니... 다 말하고 지키는 건 다 지키고... 결국 자신의 동료도 지키지 못한 노망난 일개 졸병 주제에 말이 너무 많아.”
“그 말... 내가 예전부터 하지마라고 했었지. 넌 아직도 원한에 사로잡혀서 남을 죽여야만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가장 어리석은 생각을 가진 주제에 말이야. 파우스트처럼 말이지.”
“그딴 X신과 똑같은 취급을 하지마라니까!”
시로는 자세를 잡아서 반의 몸을 베어버리려고 했으나 역으로 단검에 베여진 자신의 검을 보고 놀랐다. 반은 대검을 한손으로 잡으며 그의 몸을 반으로 베었지만 역으로 시로에게 뒤를 내주었다. 그는 반의 목을 잘라내는 것에 성공했지만 자신도 목이 베어졌다. 반과 시로가 서 있는 모습은 쌍권총을 쓰는 인간성을 가진 뱀파이어와 인간성을 버리고 총검으로 괴물을 죽이는 괴물이 되어버린 한 신부의 모습을 연상했다. 반은 시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와서 시로의 심장을 향해 찌르려고 했으나 몸이 다 풀린 시로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힘들었다. 역으로 머리가 베여진 그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로의 몸에 직검을 꽂아 넣었다. 언제 했을지 모를 신성한 구문과 함께 속박된 그는 탈출하려고 했으나 역으로 반에게 목이 베여졌다. 허나 그가 유령이었는지 알 수 없는 공포가 반을 옭아매었다. 그 틈을 노린 시로는 반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반에게 머리가 잘렸다. 끝날 것 같은 않은 혈투 속에서 멀쩡하게 있는 자신의 대검을 든 반은 시로를 보며 말했다.
“아직도 할 것인가?”
시로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째려보았다.
“당연하지... 난 아직도 죽지 않았으니까...”
“그럼, 지옥을 보여주지.”
반은 평소보다 강한 힘으로 시로를 향해 그 검을 휘둘렀다. 시로도 마냥 당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검을 휘둘러서 합을 맞추었다. 그러자 알 수 없는 충격파가 공간을 관통하며 광산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