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음, 설명을 어디서부터 하지... 일단 우리 아카데미에는 나이를 기준으로 나뉜 기초를 쌓는 하급반, 우리가 다니는 중급반, 그리고 졸업을 준비하는 상급반이 있어. 하급반은 14살부터 15살, 중급반은 16살부터 17살, 그리고 상급반은 18살부터 19살까지야. "
아카데미에서의 첫 수업이 끝난 후 자유시간에 우리는 대련장으로 나왔다. 내 옆에 나란히 앉아 드래곤 아카데미를 설명하기 시작한 본헤드의 말에 난 귀를 기울였다. 흠... 그래서 내가 중급반이구나. 이렇게 생각한 난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이어지는 본헤드의 얘기를 들었다.
" 그리고... 아! 우리 학교 안에는 작은 상점이 있어! 아까 내려오면서 봤던 거기. 뭐... 다들 매점이라고 부르지만... 하핫. 각자 이 학교에 들어올 때마다 100포인트를 받고 그 포인트는 수업의 참여도나 시험 성적에 따라서 받을 수 있어. 순위 쟁탈전에서는 엄청난 양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긴 한데... 그건 아직 우리한텐 좀 이르지... 곧 설명해줄게! "
포인트... 골드나 재화 같은 거구나... 근데 그걸 어떻게 내자? 난 아무것도 안 받았는데... 내가 이 사실을 본헤드에게 물어보자 본헤드는 잊었다는 듯이 내게 설명했다.
" 우리 학교에 정식으로 입학하면 자연스레 네 마력에 포인트가 스며들어. 그래서 매점에 있는 기계에 마력을 흘려 넣으면 원하는 걸 살 수 있는 거고... 음... 그리고 또... 아 맞다. 우리 학교에 유명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애들을 설명해줄게! "
유명 인물? 그 정도로 인기가 많거나 유명한 애들인가 보네... 난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본헤드가 말을 이어하기를 기다렸다.
" 일단 우리 학교의 최강자! 스스로는 자기가 최강자가 아니라 하지만... 모범생이자 우등생인 다크나이트 선배. 소문으론 그 선배는 능력치가 올 에이라는데... 물론 소문은 소문일 뿐이지만 그 선배는 그런 소문이 돌 정도로 강해. 그래서 순위 쟁탈전에서도 항상 부동의 1위여서 많은 애들이 꺾으려고 벼르고 있어. 뭐 다들 최강자 타이틀을 노리는 거지. 무뚝뚝한 성격이긴 한데 그래도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줘서 인기가 많은 편이야. "
와... 올 에이라고? 부동의 1위? 근데 거기에 성격까지 좋다고? 한번 어떤 선배인지 보고 싶긴 하네...
" 다음은 우리 반에 있는 블루 라이트닝! 다들 블루라고 불러. 성격이 까칠하긴 해도... 그 공격력은 무시할 수 없는 건 사실이지. 아! 그리고 블루한테 조심해야 할 점은, 꼬리를 만지면 안 된다는 거야. 꼬리를 만지면 전격에 감전되거든... 지난번에 닼나 선배한테 패배해서 이번 순위 쟁탈전에 단단히 벼르는 중인 것 같아... "
오... 아까 그 까칠해 보이는 애구나... 근데 걔도 강하긴 강한가 보네... 나를 관찰하는 것 같던데... 언젠간 부딪혀볼 기회가 오겠지.
" 그다음은 고주랑 엔주. 고주가 오빠야. 얘네는 일단 빛의 수호자님의 아들 딸이어서 집안도 엄청나고 부모한테 물려받은 마력이 엄청나. 물론... 고주는 그걸 잘 사용하진 못하지만... 아, 그리고 참고로 엔주는 상대방을 매혹한 후 항복을 받아내는 전투 스타일이 굉장히 특이해. 뭐... 외모 자체가 매혹이 필요 없긴 하지만... 하하... "
고주는 아까 블루 옆에 그 애고... 그러면 동생인 엔주는 하급반에 있겠네. 빛의 첫 번째 자식인 빛의 수호자님의 아이들이라니... 궁금하긴 하다.
" 또 다른 강자 중 한 명은 상급반의 이그나 선배야. 수줍음이 많고 낯가림이 심한 성격처럼 전투 스타일도 방어적이지. 멀리서 오는 공격은 막기 쉽고, 가까이 다가가면 당하기 쉬우니 공략이 어려운 선배지. 다른 애들 말로는 청순 가련미? 이런 게 있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 푸하핫... "
호오... 확실히 그런 전투 스타일이면 대부분은 접근도 어렵겠네. 근데 청순가련미... 이 선배도 조금 궁금해지네.
" 프로스티는 좀 특이하긴 한데... 작은 키에 강아지상, 귀여운 얼굴이면 외모는 말 다했고... 평균적인 성적이긴 한데 예전에 닼나 선배와 호각으로 싸웠다는 소문이 돈 적이 있어. 비공식 대련이었긴 하지만 그걸 본 몇 명은 닼나 선배가 그렇게 밀리던 건 처음 봤대. 결과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평화를 사랑하는 착한 애니까 친해지기는 쉬울 거야. "
우와... 닼나 선배랑 호각으로? 얘도 엄청 강한가 보네... 근데 성적이 평균적이라... 비밀스러운 타입인가? 평화를 사랑한다는 점도 그렇고...
" 강자 아닌 강자라 불리는 또 다른 드래곤은 하급반의 레이디 드래곤이야. 전투 시 애교를 부려서 항복해달라고 부탁하는데 당해본 애들이 매혹만큼 유혹적이라고 하더라... 예쁘고 성격이 좋아서 인기가 많아. 근데 전투 능력은 그다지... 하지만 걔는 외모가 무기야... "
뭐... 뭐야... 그냥 애교 부리면서 항복을 부탁한다고? 그런데 이긴다고? 아니 어떻게 생겼으면 그런 전투 스타일을... 허어...
" 이제 벌써 마지막이네. 상급반의 플라워 선배인데, 이 선배는 화려한 기술로 유명해. 기술 하나하나가 수준급으로 화려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 대부분이지. 말이 많으신 편은 아니지만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아서 많은 애들이 말 못 할 짝사랑 중이라는 소문이... "
아니 이 아카데미에는 어떤 애들이 모인 거야... 화려하고 완성도 높은 기술... 나도 그런 기술 있었으면 좋겠다... 아 근데 아까 순위 쟁탈전이라고 하지 않았나? 내가 그 점을 일깨워주자 본헤드는 머리를 탁 치고 조금 흥분한 얼굴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 거대한 두개골에 얼굴이 거의 가려져 있어서 보이는 건 입뿐이었지만...
" 순위 쟁탈전은 매년 우리 아카데미 내에서 진행되는 행사야. 그러고 보니 이제 쟁탈전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네? 우리 아카데미의 최강자를 가려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지. 시작은 각 반의 참가자들끼리 세명이 남을 때까지 서바이벌 배틀 로얄 방식으로 대련장에서 전투를 벌여. 각 반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세명이 순위 쟁탈전에 참가할 자격을 얻지. 하지만 순위 쟁탈전은 10명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인데, 여기서 또 다른 이벤트가 있어. 모든 학생들은 1 포인트로 랜덤 티켓을 구입할 수 있고 모든 랜덤 티켓 중 단 하나만 순위 쟁탈전 출전권인, 약간의 운 게임이지.
설명을 들은 나는 훨씬 편하게 아카데미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시작을 하니 나머지는 저절로 굴러가듯 아카데미에 입학을 하자 모든 일이 자연스레 흘러가며 내 아카데미 생활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순위 쟁탈전 시즌이 내 아카데미 생활을 얼마나 크게 바꿔놓을지, 그 당시의 나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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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거... 아무래도 망한 것 같네... 난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서 떡하니 책상 가운데에 자리 잡은 리스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한숨을 내쉴 때 옆자리의 레이디가 내 의자 뒤에 서서 마찬가지로 리스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와... 이걸 다 했는데 실패했어? 진짜 이런 건 나도 처음이다... "
" 그렇냐... 이 정도면 나한테 마음 없는 거 아닐까... 옆에서 걸어가다 신발끈 풀려서 넘어지듯 안기는 건 선배가 다른 길로 피해서 실패하고... 수업 끝나고 약속을 잡는 건 선배가 한 달 내내 계속 수련만 하니까 기회가 안 오고... "
" 그래! 아무리 그래도 수련하는데 시간 있냐고 물어보는 건... 좀 너무 티 나지? "
여기서... 끝이면 좋겠네... 난 리스트의 남은 항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기운 빠진 목소리로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 거기서 끝이 아니다... 다쳤을 때 양호실에서 간호해주는 건 선배가 다치지를 않아서 실패하고... 우연히 만난 듯 대화를 이어가려고 해도 선배가 단답만 하고 사라져 버리니... "
" 그러게... 근데 난 그 선배도 대단한데 이렇게 참는 너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 그건 그래... 평소 같았으면 그냥 바로 반 가서 문 박력 있게 드르륵 열고! 불러낸 후에 벽치기 쾅하고! 그리고... 그리고...! 하... 상상만으로도 설레서 미칠 것 같다... 나 진짜 조금만 더하면 터질 것 같거든? "
음... 내 성격이 이런 걸 최대한 참는데 데빌 선배는 넘어올 기미도 안 보이고 계속 피하기만 하고... 아니 진짜 그 입술 볼 때마다 미치겠어... 하아... 다시 한숨을 내뱉을 때 레이디는 자리에 앉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 그래, 네가 안 참았으면 벌써 진도 엄청 나갔겠지... 근데 왜 참는 거야? "
" 나도 모르겠다~ 그 선배는... 뭔가 너무 순수해서 범접하기 어려워... 손만 잡으면 얼굴 붉어질 것 같고, 가까이 다가가면 화들짝 놀랄 것 같은데 벽치기가 웬 말이냐, 웬 말... "
하아... 모르겠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매점이나 다녀와야지... 난 레이디한테 매점 간다 말하고 터벅터벅 처진 어깨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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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데빌아! 넌 엔주가 왜 너한테 그렇게 대시하는 것 같냐? "
음? 자유 시간이 반 이상 지났을 때 앞자리에 앉은 볼케이노가 의자에 거꾸로 앉아 나를 호기심 넘치는 눈빛으로 보며 물었다. 대시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 대쉬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
" 너 그것도 몰랐냐? 걔가 너한테 관심 있어서 계속 다가가는 것 같던데? 아니야? "
엔주가 나한테? 음... 그럴 리가 없는데... 모르겠다. 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얼버무렸다.
" 으응... 나 잠깐 매점 다녀올게...! "
후다닥 반을 나선 난 복도에 나와서야 등을 벽에 기댄 후 숨을 내쉬었다. 후우... 엔주가... 나를 좋아한다고? 난 계속 이 말만 머릿속에서 되뇌며 천천히 매점(이라 불리는 상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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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뭘 고를까나~ 행복한 고민에 빠진 나는 콧노래와 함께 매점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다 맛있지만 아무래도... 파프노스크림이 좋겠지? 파프노스크림은 파프노 조각이 원재료인 연두색 아이스크림이다. 새콤달콤한 맛은 진짜 끊을 수가 없다니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남은 파프노스크림으로 손을 뻗을 때 내 뒤에서 다른 손이 나보다 조금 빠르게 내 손에 스치며 파프노스크림을 집었다. 그 사람의 키가 나보다 커서 마치 품 안에 안겨있는 느낌이었다. 음... 상급이나 중급반 선배인가?
" 아... 마지막이었는데... "
내가 이렇게 생각하며 내 마지막 파프노스크림을 가져간 사람을 올려다보자 꿈에서 그리던 데빌 선배가 그 아름다운 연두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러면 방금 데빌 선배랑 손 스친 거...? 허억... 완전 좋아! 내가 이렇게 생각하며 발그레진 볼로 오른손을 만지작거릴 때 파프노스크림을 계산하고 온 데빌 선배는 내 앞에 서서 말했다.
" 자, 이거 너 먹어. 너 항상 이것만 먹던데... 수업 늦지 않게 들어가! "
이렇게 말한 데빌 선배는 멍하니 서있는 내 손을 잡아 선배가 계산한 파프노스크림을 쥐어주고 내게 싱긋 웃어주곤 나를 지나쳐 매점을 나섰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선배가 내 손을 잡아줬어? 내가 항상 파프노스크림만 먹는 걸 기억해줬어? 나한테 선배가 산 파프노스크림을 주고 갔어? 그리고 무엇보다... 싱긋 웃었어?! 진짜... 더는 못 참겠다. 난 파프노스크림을 입에 물고 멀어져 가는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선배가 준 거라 더 맛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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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미쳤어, 미쳤어! 왜 갑자기 그런 짓을 한 거지?! 그냥 사서 먹지 괜히 그걸 또... 흐으... 심장아, 가만히 있어... 난 복도 벽에 기대서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니... 나 지금 왜 이러지? 가슴이... 가슴이 막 뛰는데... 하아... 나도 모르겠다. 난 그냥 반으로 돌아와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더는... 더는 막기 어려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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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
" 왜? "
난 자리에 앉아서 멍한 눈빛으로 파프노스크림의 모든 것을 즐기며 레이디를 부르고 물었다.
" 넌 같은 음식도 누가 주느냐에 따라서 맛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냐? "
" 응? 뭐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싫어하는 사람이냐에 따라서 조금씩 바뀌겠지? 헤헷. "
" 뭔 삽 소리여... "
" 아니 이 파프노스크림 데빌 선배가 직접 줬는데 맛이 너무 달다... 이거 원래 이렇게 달았나... "
" 아니 얘들아...? "
" 원래 달았어 이년아! 근데 데빌 선배가? 자세히 설명해봐. 빨리! 나 궁금해서 죽는다! "
우리 둘은 맑은 웃음을 지으며 대화에 낀 프로스티를 가볍게 무시하고 얘기를 계속했다. 레이디는 내 어깨를 한대 툭 치면서 가까이 다가와 궁금해서 죽겠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음... 어디부터 설명하지? 그냥 다 하지 뭐. 잠시 후, 내 이야기를 다 들은 레이디는 입을 막고 나를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모며 속삭였다.
" 오오~ 뭐야 뭐야~ "
" ... 나 갈 거야... "
" 나 진짜 이제 안 참을 거야... 그냥 나대로 하려고. "
" 아니 나 간다니까...? "
" 그래, 잘 생각했다~ 그냥 스스로에게 충실하렴~ "
여전히 장난기 넘치는 우리 둘에게 무시당하는 프로스티였다. 선배, 잠시만 기다려요. 곧 내 것으로 만들어줄게... 아니, 내가 선배 것이 되는 거려나? 후후... 데빌 선배 생각을 하며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수업을 마친 나는 망설임 없이 중급반으로 향했다. 아니, 향했을 거다. 발목이 잡히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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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드 안녀엉~! "
" 어... 어? 어... 안녕...! "
에휴... 쟤는 왜 마주치는 사람한테 덥석 덥석 안기는 거냐... 나는 자리에 앉아서 전 수업 내용을 복습한 후 다음 수업 준비를 하다 상급반 교실에서 나가려다 마주친 윈드에게 안기며 인사하는 베네지를 보면서 생각했다. 흠... 어쩌면 저게 인사 방식일지도...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네. 난 이렇게 생각하며 방금 정리한 내용을 다시 읽어내리다 멈칫 시선을 노트에서 거두었다. 내일이 시험인데... 쟤는 시험에 뭐가 나오는지는 알련지... 모를 텐데... 이렇게 생각하며 긴 흑발 생머리와 오버핏의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은 베네지를 찾아 반을 두리번거릴 때 갑자기 뒤에서 부드러운 충격이 느껴졌다.
" 닼나~! 지금 뭐해에? 나랑 놀자! "
아니 얘는 왜 아무데서나 누구한테나 안기는 거야... 나는 갑자기 내 뒤로 다가와 나를 뒤에서 안은 베네지를 등과 뒷목으로 느끼며 생각했다. 으으... 조금만 더 하면 귀 붉어져버릴 것 같은데...
" 더우니까 내려와라... "
" 아니이... 뭐하냐니까~? "
읏... 연한 분홍색 입술을 내 귀 옆에 대고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더욱 찰싹 달라붙는 베네지 때문에 내 귀는 순식간에 붉어졌다. 아니 다 큰 여자애가 왜 이래?
" 아니 일단 좀 떨어져 봐! 내일 시험이니까 공부 중인... "
" 뭐어어!? 우리 내일 시험 보는 거야아?! "
시험이라는 말에 순식간에 나한테서 튕겨 나온 베네지는 인간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라는 인간의 절규라는 그림 한가운데에 서있는 남자 같은 표정을 지었다. 물론... 붕대에 눈이 감겨있어서 정확한 표정을 알긴 힘들지만.
" 이럴 줄 알았다... 근데 뭘 그렇게 놀라냐. 어차피 항상 0점이면서. "
" 이익! 원하면 언제든지 만점 받을 수 있거든? "
" 말로는 뭘 못하냐~ "
내가 심드렁하게 대꾸하고 공책으로 눈을 돌리자 베네지는 볼을 부풀리며 삐진 표정을 지었다. 저럴 때 보면 귀엽다니까...
" 그러면... 음... 내가 이번 시험에서 만점 받으면 나랑 데이트해주는 거다? "
" ㄷ... 데이트? 그건 커플들이 하는 거 아니야? "
" 에에? 왜, 내가 만점 받을까 봐 걱정되는 거야? 설마아~ 헤헤."
아니 그 포인트가 아니라고... 진짜 이상ㅎ... 아니 특이한 애야... 은근히 나를 도발하는 베네지를 본 난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흠... 하지만 쟤가 만점을 받을 리가 없으니...
" 좋아, 데이트 받고 소원. "
" 진짜아? 약속했다? "
놀란 베네지는 나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나서야 방방 뛰며 웃었다. 이번에도 눈웃음은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긴 했지만... 예쁘게 웃는 입만으로도 충분히 귀여워.
" 그런데 너... 공부는 안 할 거야? 만점 받으려면 할게 많을 텐데... 뭐, 내 노트라도 빌려줘? "
" 공부? 그런 걸 왜 해? "
...? 어이가 없어서... 만점 받겠다는 애가 공부를 왜 하냐니... 하지만 내 노트에는 흥미가 생겼는지 베네지는 내 노트를 빌려가 자리에 앉은 후 가끔씩 나를 흘끗흘끗 바라보며 열심히 무언갈 쓰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베네지의 모습을 책상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지켜보았다. 나는 맨 뒷자리 창가에 앉아있고, 베네지는 내 자리에서 한 줄 앞, 두 책상 옆에 앉아있어서 바라보기 딱 좋은 위치였다. 뭘 저렇게 열심히 하는지... 그러고 보니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렇게 데이트를 하고 싶은 건가... 뭐, 만점 받아도 나쁘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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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주야, 오늘 수업 끝나고 오빠랑 놀러 갈래? "
아... 이 선배는 여기 또 왜 왔지... 오늘 데빌 선배 덕분에 기분 엄청 좋았는데... 반 문을 막고 선 레드불 선배는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물었다. 밝은 붉은색 머리에 교복을 터질 듯이 채운 근육, 거기에 느끼한 눈빛. 하아... 지난번에 단호하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 선배. 전 선배랑 시간 보낼 생각 없다고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니까 문 막으시지 말고 비켜주세요. "
난 이렇게 싸늘하게 말하고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선배를 지나가려 했지만 레드불 선배는 문에서 비키지 않았다. 이게 무슨... 뭐, 나랑 같이 안 가면 못 지나간다는 소리인가.
" 하... 싫으시면 말고요. 아, 그리고 다음부터는 저 찾아오지 마세요. 다른 애들까지 피해 보니까. "
나는 문을 쾅 닫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문을 바라보자 레이디는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 야, 저 선배는 왜 저런대? 어이가 없어서... "
" 그러게 말이다... 눈치가 없는 건지, 인정하기 싫은 건지... "
" 내가 생각하기엔 둘 다인 것 같아! "
그리고 활기찬 웃음과 함께 다시 등장한 프로스티의 말은 결국 대답을 받지 못했다. 키가 작고 귀여워서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 히잉... 나 오늘 뭐 잘못했나... "
이렇게 말이지. 데빌 선배에 비하면 아직 덜 귀엽지만... 하아... 어디서부터 다가갈까... 일단 그러려면 선배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결국 고민만 깊어져 가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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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지난번 글에 제가 잊은 부분이 발견되어 수정본을 다시 업로드했습니다. 좋은 댓글 남겨주신 하늘보리님께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화에는 처음으로 앞으로의 조연과 주연을 맡을 아카데미의 최강자이자 인기인들이 처음으로 소개되었네요! 타칭 최강자인 닼나의 이야기는 벌써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어요! 우리 데빌이가 아카데미에 다닌지 벌써 한달이 다가오는데 다가오는 순위 쟁탈전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걱정되는 부분은 고삐가 풀려버린 엔주... 데빌아... 내가 벌써 미안하다... 어쨌든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