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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OO 과수원에서 일하던 한 44세 남성이 갑작스래 터진 폭발물에 큰 중상을 입고 입원하였습니다.
남자는 '사과를 수확 중이었는데 갑자기 사과가 폭발했다.' 라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남자에게 원한은 품은 누군가가 사과 모양의 폭탄을 숨겨놓았다 추측하고 현재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최근 챙겨보고 있는 sbc 뉴스에서 허무맹랑한 소식이 흘러나왔다.
거참, 저걸 믿나?
아마 남자가 폭탄이 터져서 머리가 돌아버렸거나 경찰의 상식이 이상한게 틀림없을거다.
힘들게 세금 내고 사는데 그 세금을 받아서 사는 경찰들이 제대로 일을 해줘야지 저러면 안 되지...
느낌을 머릿속으로 표출하고 있던 도중에 다음 뉴스가 들려왔다.
[다음 뉴스입니다. 어제 □□ 산에서 등산객이 온몸에 골절,타박상을 입은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자세한 부검 결과 체내에 독마저 발견...]
계속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흥미를 잃고 리모컨 전원 버튼을 눌러 tv 전원을 껐다.
화면은 검은색으로 가득차고 어떤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오래동안 누워있어 굳은 몸을 펴며 몸을 컴퓨터 쪽으로 돌렸다.
일어남과 동시에 몸에서 흘러내리며 흐트러진 이불을 치우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의자에 앉아 본체와 모니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본체 전원 버튼에 푸른 불이 들어오고 화면을 빨강,노랑,초록,파랑. 네가지 빛이 채우면서 로고를 띄우는 지루한 시간을 기다리면서 잠시 무엇을 할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고민해봤자 잠시 후 내가 취할 행동은 정해져있었다.
딸깍. 마우스가 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좋게 경쾌한 소리가 귀를 울렸다.
앱이 실행되고 수년간 지루하게 본 인트로 화면이, 지루하게 들은 오프닝 bgm이 재생되며 로그인 화면이 올라왔다.
수백수천번을 입력하며 눈을 감고 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접속하면 자동으로 보내지는 마을에서는 여전히 평화롭고 화목하며, 희망찬 분위기가 흘렀다.
평범한 사람들...우락부락한 수인들, 미모의 엘프들... 한때 하나하나 나뉘어져 있던 종족들이 게임의 메인 시나리오가 전부 끝나고 결말로 마침내 하나로 합쳐져 더는 전쟁을 벌이지 않는 거대하고 화려한 분수가 있는 메인 스트리트를 같이 지나가는 여러 npc들을 바라보며 마음 어딘가에서부터 기분 좋은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출시 이후 무려 10년간 전국, 아니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전설적인 게임이었던 '용인의 전쟁-디 라그나뢰크'.
줄여서 DR.
유저들을 기본적으로 사람과 드래곤의 형태를 섞어놓은 '용인' 이라는 종족으로 한편으로 뭉쳐 시작시킨 후 서로 협력하여 다른 종족, 또는 몬스터들과 접전을 벌이게 하고, 모든 종족들의 영역 한가운데에 있는 고개를 아무리 쳐들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탑에 꼭대기에 있는 '카렐' 이라는 붉은 루비 같이 생긴 뭔진 모르겠지만 죽여주게 끝내주는 끝판왕 효과가 있는 보석을 차지하고 용인들이 세계를 정복케 하는 것이 주요 스토리인 게임이였다.
오직 그것만 듣는다면 다른 게임들과 별 차이 없는거 아니냐라고도 말할 수 있를 것이다.
하지만 탑을 오르거나 영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진행할 수 있는 시나리오, 혹은 일반 퀘스트의 복잡하고도 장대한 스토리.
고풍스럽거나, 로맨틱하거나 또는 그로테스틱한, 그리고 등등...의 매력적인 맵의 분위기.
다른 게임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깔끔한 모션과 화려한 스킬 이팩트. 완벽하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운영과 끝없는 업데이트.
잊을만 하면 바로 열려주는 유저 중 최강자전 결정 등등의 이벤트.
pk는 물론이고 탑을 오르거나 전쟁을 하지 않고도 농사, 대장장이, 상인. 그 외에 온갖 것들을 할 수 있는 자유도.
심지어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스킬도 까다롭지만 조건 하에 유저가 새로 생성해낼 수 있다는 소문도 있었으며 놀랍게도 그 소문은 진실로 밝혀지며 이미 인기있던 게임에 다시 한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이 게임이 무려 10년간 흥행했던 이유를 데라면 위에 있는 이유들을 제외하고도 몇시간 동안 줄줄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0년이라는 길고 아득한 세월 동안 인류의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였고 그에 따라 새로운 게임들이 개발되었다.
올해는 심지어 DR 같은 컴퓨터 콘솔 조작 게임이 아닌 '풀다이브' 라는 것을 통해 진짜 현실 세계처럼 보고 느낄 수 있는 VR게임의 최종단계라고 불리는 게임까지도 나왔다.
유행이 바뀌며 유저들은 하나둘씩 떠나갔고 DR은 3년이라는 시간을 더 버티다가 결국에는 무너져내렸다.
서비스 종료.
아득한 세월 동안 게임계를 호령했던 DR의 마지막이 오늘이다.
전성기 때에는 2억이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하고 있어 서버가 터질 뻔한 적도 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용하다.
어느새 잡생각이 길어지고 있을 때쯤 잡지 못할 하늘을 향해 끝없이 물을 뿜어대는 분수 대략 15미터 위에 대량의 찬란하고도 아름답게 빛나는 폴리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면서 붉은 바탕에 금색 자수로 화려한 수를 놓아 장식한 이세계 판타지풍 마법사용 전용 로브 비스므래 하게 생긴 로브를 걸친 갈색 펌을 한 헤어그타일의 한 남성이 그 자리에 생겨났다.
GM 전용 로그인 캐릭터다. 일명 영자캐다.
지금 눈 앞에 있는 번쩍이는 선글라스를 쓴 캐릭터는 이벤트 때마다 친히 방문해주시어 주최와 운영도 도맡아 GM들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GM 용순의 캐릭터다.
DR이 몰락하며 다른 영자들이 다 떠났을 때에도 마지막까지 남았던 분이 바로 이분이다.
그리고 그와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이제 10만명 남짓 하는 유저들은 모두 메인 스트리트에 모여 GM이 마지막으로 건내는 감사인사를 경청하고 있다.
GM이 손에 든 전용 확성기 아이템이 효과를 발휘하며 그의 목소리를 곳곳에 전했다.
평소에는 눈앞에 메세지가 발송되었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GM의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13년간 DR과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있았기에 저희가 지금까지...]
GM의 말이 마이크를 통해 게임에서의 소리로 퍼져나와 고막을 울리며 진짜 마지막 순간을 전했다.
주위의 캐릭터들은 모두 아무런 조작도 취하지 않아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화면 너머의 주인들 중 몇몇은 눈물을 흘릴거라 생각한다. 확실할 것이다.
몇몇은 화를 내고, 몇몇은 체념했고, 몇몇은 눈 앞의 종말을 도피할 것이다.
버튼 하나를 눌러 정보창을 열었다.
닉네임 카르페디움.
스텟과 레벨은 모두 맥스.
아이템들은 모두 풀강화한 최소 유니크 급의 아이템.
한계치까지 보유하고 있는 골드와 다이아.
그리고...전체랭킹 7위.
이것이 바로 나. 36세 직장인 권지훈의 캐릭터다.
수많은 업적들을 달성했고 전설의 칭호를 가진 10명 중 1명.
이 '카르페디움' 도 떠나보내주어야 한다.
주위의 npc와 건물들이 차례차례 지워지면서 동시에 눈부시도록 찬란히 빛나는 황금의 갑주를 몸에 걸친 카르페디움의 기록이 조금씩 지워지기 시작했다.
[13년간의 DR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지만. 곧 저희는 다음 게임을 들고 유저분들께 찾아뵙겠습니다.
DR의 GM으로써 회사를 대표해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유저분들의 앞날에 행복만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아름다웠던 모든 것이 사라지며 어둠만이 남은 화면에 하얀 글자만이 나에게 현실을 알려주었다.
「서비스 종료된 게임입니다.」
이제, 내가 사랑했던 DR과 카르페디움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이제 다시 권지훈 으로 살아가야한다는 사실을.
매일 아침 피곤하게 출근해 계속해서 일하며 저녁에야 퇴근해 침대에 쓰러지듯 눕고 다음 날이 되어도 지루하게 일상만을 반복하는 직장인 권지훈 말이다.
지루한 현실을 도피했던 유일한 안식처도 사라진 나는...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DR을 보내주기 위해 회사도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연차를 썼다.
덕분에 내일까지는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할 일이 없다.
평소 같으면 DR을 실행시키고 밤을 세워가며 내일 새벽까지 했겠지만 이제 DR은 없다.
무엇은 해야 할지는 이제 모르겠다. '카르페디움'이 아니었던 시절의 권지훈은. 어떻게 살았더라?
내 반쪽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사라지자, 일상은 더이상 일상이라 부를 수 없었다.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었던 나는 일단 잠을 청하기로 하고 컴퓨터 앞 의자에 앉기 위해 일어나면서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이불을 덮고선 이젠 사라져버린 DR의 추억을 회상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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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이 사라진 지 이틀이 지나고 야속하게도 다음날 아침은 늦지 않고 찾아왔다.
3일 전 낸 연차는 어제 끝났음으로 ㅡ이제 다시 출근해야한다.
출근하기 전 빠르게 먹기 위해 항상 만들어 먹었던 달콤한 딸기 젬을 듬푹 퍼바른 방금 구워 바삭한 토스트를 입에 물고선 문을 열었다.
"......이게 뭐야."
눈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입을 벌리며 한 마디를 내뱉었지만 그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은 없었다.
입 밖으로 언어를 내뱉으며 입에 물고있던 토스트는 바닥으로 툭 떨어지며 제 몸에 먼지를 묻혔다.
문 밖의 상황은 처참했다.
인도와 도로를 구분하지 않고 혼란스럽게 한쪽으로 뛰어가는 사람들.
급히 운전하다 전봇대를 박은 트럭과 서둘러 가다 앞쪽 운전차를 박아버리고 그럼으로써 뒤쪽 운전자들마저 연쇄 충돌사고가 나버리는 제조사가 다양한 차들.
퍼엉. 하고 엔진부터 불타올라 마침내 자신을 터트려버린 자동차는 불길을 옆의 차에 옳겼고 얼마 안가 그 차는 방금 터진 자동차의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다시 한번 부서진 자신의 몸을 여러곳에 떨치며 타올랐다.
내가 입을 다물 수 없는 갑작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날아오는 자동차의 문이 왼발 바로 옆 바닥을 콱 하고 뚫어버리며 꽂혀서 놀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방금 전 폭발로 일어난 자욱한 연기가 흩어지며 보여진 광경은 겨우 붙잡았던 정신을 다시 놓치게 하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오른쪽 팔에 조그마한 하트 표시에 화살이 꿰뚫은 문신을 한 흉악한 고릴라들이 괴성을 지르며 입을 벌리고 달려오고, 그 앞에는 장난감스럽지만 곳곳에 피가 흠뿍 적시고있어 섬뜩함이 드는 칼과 방패를 착용한 어쩌면 피가 섞였을지도 모르는 분홍색 질척이고 끈적해보이는 젤리 같은 물체 ㅡ슬라임이 히스테릭하고 잔인한 웃음을 입안에 가득 채우며 제 몸을 통통 튕기며 다가왔다.
몸이 진동 버튼이라도 켜진 것 마냥 긴장에 부르르르 떨려왔다.
겨우 몸을 돌리며 바닥에 떨어진 벌써 식어버린 토스트를 밟아 넘어질 뻔 했지만 간신히 균형을 잡아 문의 키패드에 서둘러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잡아당겨 열어서 집 안에 들어가 다급하게 문을 닫고선 삐리링. 소리를 내며 잠귄 것을 확인하고서야 문에 몸을 기대고 미끌어지며 주저앉았다.
안경을 벗고 살짝 펌을 한 진한 갈색머리를 흠뿍 적시고 흘러내린 땀을 옷소매로 닦았다.
방금 그것들은 DR에서 나오던 몬스터였는데...이건 내가 DR에 아직도 미련이 있어 꾸는 꿈인가?
혹시나 싶어 뺨을 꼬집어 보았으나 꽤나 아픈 고통이 흘렀다.
아무래도 아닌가 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문제는 지금 이 끔찍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다.
밖에 있을 슬라임들을 사냥해? 아니다. 고릴라들마저 함께 있었고 내 실력으론 슬라임 한 마리 잡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
방법을 모르겠다. 도저히.
절망에 빠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띠링. 하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손을 치워보니 DR에서 지긋지긋하게 보아왔던 반투명한 푸른 알림창이 눈앞에 떠있었고, 몇 개의 메세지를 포함하고 있었다.
시간대로 보아 가장 처음 온 메세지를 보니 맨 처음에 한 문구가 적혀있었고 그 아래로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그렇다고 적당하다 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길이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계속해서 일어난 상황에 더 이상 놀랄 힘도 없어 채념하고선 메세지를 읽기 시작했다.
첫 문구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드래곤 빌리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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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에에에에엥장히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한 달? 두 달?
괴에에에에엥장히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기껏 쓰고 있던 dragon's village 는 어디가고 새로운 걸 들고 왔느냐...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게 인지상정!
움브라 등장 전까지는 은근히(?) 잘 써지고 있던 줄여서 dv (계속 쓰기엔 너무 길어서) 가 너무 개판이 되어버려서... 연재를 멈추기로 했습니다 ㅠ
전체적인 스토리부터 주요인물 죽는 거랄 결말까지 다 세워놨는데 스케일이 너무 큰지라...제가 감당할 수 없을거라 생각해서 나아아아아중에 필력이 조금이나마 늘어났을 때 다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언제가 될진 모르겠다만)...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핳
무틈 그래서 새로운 소설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있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