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드래곤 테이머들이 있지. 첫 번째는, 선의 편에 서서 카데스의 여섯 날개 중 하나까지 때려잡으신 영웅님들. 두 번째는, 중2병에 걸려서 어둠어둠만 외치는 드래곤 혐오자들. 심지어, 지들이 키우는 드래곤은 그냥 전투노예라고 생각해. 세 번째는, 바로 나! 같은 인간들이지. 우리는 말야, 몬스터가 어쩌구, 카데스가 아모르가 어쩌구... 고대신룡이 어쩌구에는 관심없어. 우리는, 그저 드래곤과 삶을 즐기는 욜로들이야!
내 직업은 드래곤 헌터. 알을 찾고, 거지같은 인간들한테 빼았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알 파는 곳에 넘기지. 알집에 있는 꼬마말야. 작아보여도 장사꾼 소질을 제대로 타고 난 놈이라서, 좋은 거 아니면 받아주지도 않더군...
아무튼! 우리는 무법자, 밀수꾼이랑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드래곤 헌터들끼리 싸우기도 하지. 전장에서 목숨을 내놓으면서도 계속 해피앤딩을 맞고... 영웅 대접을 받는 영웅님보다 못한 삶이라고? 천만에!
이 직업은 말야... 돈이 되는 직업이거든.
바이델 달력으로 2000년, 왕실 기록자 스테인이 기록한다.
-살두치노
이것은 발설해선 안되는 비밀의 기록서이니, 발설하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
바이델 마피아들의 수장. 살두치노. 일명 바이델의 그림자. 2명의 신룡과 한꺼번에 싸워 대등하게 호각을 겨루었던 드래곤의 주인. 그는 무법자들의 전설이자 살아있는 두려움이었다. 그의 손은 바이델의 왕권 계승에까지도 힘을 미쳤고, 바이델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는 그의 손 안에서 일어났다. 살두치노 앞에 모든 대륙의 범죄조직이 무릎을 꿇었으며, 검은 로브마저도 예외는 아니였다. 살두치노 앞에서, 검은 로브의 수장마저 패하고 무릎을 꿇었다. 신성 바이델 왕국의 경찰들과 경비병들은 살두치노 페밀리를 소탕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들였지만 번번히 헛수고로 돌아갔고, 경비병이나 경찰들이 어쩌다 한 번 살두치노와 그의 드래곤과 마추쳤을 때에는... 검은 양복과 중절모, 그리고 따뜻해 보이지만 뭔가 두려워지는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사진만이 남았다. 그를 잡기 위해 떠난 테이머, 경찰, 경비병들은 모두 살두치노의 웃음소리만큼이나 차가운 시체로 변해 발견되었다.
그러나, 살두치노 페밀리는 몰락했다. 고대신룡이 직접 나서서 그들을 토벌했기 때문이었다.
살두치노 페밀리의 그 누구도 고대신룡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겨우 생채기 한 두개 뿐이었다. 그러나 살두치노만큼은 달랐다. 그는 고대신룡을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와 그의 드래곤 역시도 드래곤의 왕이 내뿜는 빛에 무사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 싸움의 승자는 고대신룡이 아닌 그와 그의 드래곤이었다. 그 마지막 싸움 뒤로 살두치노와 그의 드래곤은 어디론가 사라져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살두치노는, 자신이 위대한 살두치노 페밀리를 설립했던 한 술집에서, 드래곤 없이 혼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수백명의 경찰과 테이머들이 그를 둘러쌌다. 살두치노는 순순히 자신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도록 허락했다.
바이델 왕국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그를 심문했다. 모든 질문에 살두치노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그의 드래곤에 대해서 묻는 질문에 살두치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내 드래곤... 내 드래곤이라. 알로 남겨두었지. 스스로 찾아봐라. 너희들, 찾는 거 잘하잖아?"
하루 뒤, 살두치노는 재판장으로 호송 중 갑자기 옆에 있는 경비병의 총을 빼았아들고, 자신의 머리에 겨눈 다음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전설로 남았던 살두치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나이, 향년 48세였다.
사람들은 그가 살아서 조직을 제건하고 있다고 속삭였고, 일부 사람들은 그가 치즈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살두치노는 분명히 죽은 사람이었다. 살두치노의 죽음에 관한 소문이 좀 잔잔해질 무렵, 바이델 정부는 그의 드래곤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드래곤의 모습은 본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는 드래곤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름만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드래곤이 자신을 본 사람을 심연으로 끌고 들어간다고 믿었다. 이 헛된 믿음에서 살두치노의 드래곤은 테네브리스라고 불렸다.
-왕실은 아모르에 대한 신뢰가 고대신룡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였던 테네브리스로 인해 깨질까 우려하며 이 기록서를 비빌의 기록서로 다루기로 정했다. 하지만 고대신룡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모르를 만나봐야겠다고 나에게 중얼거린 후, 돌아와서는 탐탁치 않은 얼굴로 우리들의 주장을 수락했다.
기록자:왕실 기록자, 스테인이 기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