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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허물어지고 망가진 강철의 껍데기 +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27 Zero.롤랑
  • 조회수411
  • 작성일2021.03.09

(오스카 리처드슨)


... ... ...


왜 이 마음이 떠오르는 걸까?


그 때의 날이 그리운 그 느낌은...


다온과 함께한 시간, 노을과 빈센트와 함께한 시간, 검은쐐기 사무소에서 함께한 시간, 내게 유일하게 빛이 되었기도 한 아직 견습 단원 시절의 카이사르 어르신과 함께한 시간...

너무나 그리워, 그 때에 이런 전쟁보단 평화로운 날에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겠지. 하지만 나는 바뀔 리가 없으니 나는 더 이상 정에 매달리고 싶지 않지만 왜 정에 매달리지? 사랑하는 이도 없고 내가 가장 친하게 지낸 이도 없고 그저 껍데기만 남을 뿐인데도 말이야.


... ... ...


그랬던 걸까. 나는 지금까지 함께한 동료가 나와 친숙했고 서로 이해하고 마음이 통한 친구였기에 그랬을까. 이젠 아무것도 없이 불타버리고 재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원하는 건 이런 우정이라는 걸 알았을까? 내 본래 인격이 동료들 앞에서 이미 보였다는 걸 알았을까?


... ... ...


상관없어. 그저 흘러가는 대로 갈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지.


그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나는 내가 할 일을 하고, 남은 남이 할 일을 할 뿐이지. 현실은 냉혹하고 더러울 뿐이야. 그렇기에 현실로 가는 것보다 안전하게 내가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에 갈 뿐이지. 누군가에게 배신 당하는 게 두려워서,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게 두려워서, 누군가와 직접 만나는 것이 두려워서, 누군가에게 내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친해지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내 실력을 자랑하기 위해서... 전부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현실을 부정할 뿐이겠지.


나는 아무것도 아닐 뿐이야. 이런 거대한 흐름을 끊을 힘이 없어. 겉보기에 그럴 힘도 없다고. 항상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하지만 사실은 남들보다 뒤쳐지는 마음가짐을 가진 한 명의 사람일 뿐이야. 그렇게 해서 남을 도와주거나 지키기는 것보다 나 자신이 우선시한 아주 이기적인 놈이라고...


... ... ...


이해해. 너무 절망적인 내 모습을 보여줘서 걱정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건 현실을 직면한 대가야. 너무 많이 알아버리고 당하고 고통 받고 살아왔어. 이딴 게 현실이라면 나는 차라리 죽을 거야. 그런데 왜... 나는 살아있을까?


... ... ...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결국 나에겐 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니까.


속 편한 소리를 하며 나에게 위로가 되는 거짓말을 자주 할 수밖에 없어. 항상 살아가야 하니까... 마음이 무뎌지고 망가지니까.


"괜찮아."


이런 거짓말... 의미없어. 괜찮다고 말해도 현실을 극복할 수 없어. 오히려 뒤로 물러날 뿐이지. 그리움도 없이, 내 존재에 대한 대가 없이, 마음 편하게 누울 곳도 없이, 살아갈 의미 없이, 아무런 기대 없이, 지키는 힘과 지혜 없이, 함께할 동료나 친구도 없이 굴레를 끊어내지 못하고 나 자신을 불신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지. 나는 결국 나 자신이 절망 그 자체인 존재겠지. 항상 그래왔었으니...


... ... ...


... ... ...


... ... ...


이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남은 건 나 자신에 대한 증오와 절망만 있겠지...


내 마음은 아무것도 없는 채로 천천히 가라앉아 사라지겠지. 그리고 내 인생에 의미도 없어.


아무런 이유 없이 살아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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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혼)


카인 아저씨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도 제인이 날 사랑하는 것도 나에게 살아갈 의미가 있는 것도 다 의미가 있겠지.

옛날의 나는 항상 현실을 두려워하고 부정하고 멀리했어. 하지만 현실을 더 이상 부정하지 않아. 앞으로 나아가겠어.


항상 뒤에서 물러나고 부정하고 나 자신을 비하했지만 이젠 부정하지 않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까. 아직 나 자신에 대한 용서와 킬리안에 대한 증오는 풀 수 없지만 언젠가 그게 사라지고 내가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누군가는 항상 자신에 대한 증오와 절망으로 가득찼지만 난 그 절망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겠어.


그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나도 제인도 변화하는 거야. 아무리 과거가 힘들고 삶이 고달프고 인생이 고해라도 앞으로 나아가며 더 나아질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야. 절망에 빠지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언젠가 빛을 바라볼 수 있어. 그렇기에 절망에 빠지지 않고 더 망설이지 않아. 절망할 기회가 있다면 그걸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현재의 나로서 살아가.


사랑하는 이를 잃어도 내가 폐인이 되어 아무것도 못한다고 해도 희망이 없고 살아갈 의미가 없는 게 아니야. 살아갈 이유도 의미가 나 자신에게서 나오기에 있었던 거야.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이 살아갈 의미를 스스로 찾아가며 살아가는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누군가에게 실수로 상처를 줘도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스스로 반성한다면 그만이야. 남이 하기 싫은 짓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관여할 땐 관여하고 그렇지 않고 그 일에 관여하지 않고 그 일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마음 속 깊이 생각하고 한다면 그걸로 된 거야. 사람이란 실수를 해도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는 존재야. 실수를 해도 자책하지 마. 자책은 자신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좋지 않은 행동이야.


살아갈 의미가 존재하지 않고 잃어버렸다고 해도 버렸다고 해도 살아갈 수 있기에 너와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도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던 거고, 살아갈 수 있기에 내가 몰랐던 것들을 이해할 수 있고, 살아갈 수 있기에 마음 어딘가에 있을 빛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만족할 수 있. 스스로 비하할 정도로 실패를 경험했다고 절대 무의미하지 않아. 그 실패를 발판 삼아 더 나아가는 거야. 실패로 인해 자신에 대한 복수와 증오로 사로잡혀도 언젠가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삶은 더 나아질 수 있기에 희망이 있는 거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에 행복할 수 있는 거고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는 거야. 내가 원하는 꿈으로 달려갈 수 있기에 기대할 수 있고, 스스로 반성하기에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더 정의로워질 수 있어.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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