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누구인가?
나는 뭘 위해서 싸웠는가?
나는 뭘 위해서 악행을 저질러도 악이 아닌 선으로 되어버리는 것인가?
...
모르겠다.
이해할 수 없으니
살아갈 의미도
내가 존재의 의미도
이해할 수 없었다.
...
나는 분명 악의 화신이 되어야 정상인 악룡이지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구원자였다. 정체조차 잘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구원자였던 건 내가 최초일지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악을 저지를 때마다 정의가 탄생하고, 그 정의는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천이 된 내 힘은 다른 악룡들 사이에서 욕을 먹기에 충분한 명분이었다.
"야! 이래서 너같은 ㄱㅅㄲ는 얻어터져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하아, 가둬."
분명 인간계에 있는 원형 물체를 가지고 내 몸을 집어넣은 후, 내 몸에 시멘트와 초강력 접착제를 뿌렸다. 움직이기 힘든 나는 그 자리에서 저항하려고 노력하지만 상황은 악화될 뿐이었다. 그들은 내 몸이 아예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시멘트가 굳어진 상태에서 바다에 던졌다. 바다 속으로 점점 가라앉는 나는 숨이 막혀지며 탈출하려는 본능으로 온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오히려 가라앉을 뿐이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묵념하고 포기하는 순간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 아직 정신을 차려라. 가려진 태양아."
"나는 태양이 아니라 시온이다. 그리고 태양이라고 말하기엔 나는... 악이다."
"너는 악이 무조건 나빠야만 악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렇지는 않아. 지속되는 선행이나 악행을 저질러서 알아. 악행 중 선을 띄는 악이 있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나는 악룡일 뿐이야. 그렇기에 나는 죽어야 마땅해."
"그렇게 말하지 말게나. 자네는 악이 아닌 선이라. 아무리 악이라고 해도 자네는 악에서 벗어나 선한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 자네에겐 그 증거로 빛이 네 몸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빛...? 그게 뭔데? 그게 뭐냐고!!"
"곧 알게 되리라. 자네가 죽어가는 순간에 그 빛은 자네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고, 세상을 구하게 될 새로운 포석이 될 낙인이 아닌 너의 선행의 증거이자 악이 아닌 선이라는 증명을 말이라."
그리고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의식이 옅어지자 이상하게 몸이 뜨거워졌다. 뜨거워진 몸에서 빛이 나오고 내 몸을 담고 있던 드럼통을 완전히 부서졌다. 허나 너무 깊이 들어간 나머지 정신을 잃은 나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백 년이 지났는지 천 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세월이 흐르고 의식이 다시 돌아올 때, 알 수 없는 파란 보석을 머리에 박혀진 눈을 감은 용과 경험 많은 킬러로 보이는 인간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당한 양의 서류와 파일, 흔한 만화에서 볼만한 탁상과 의자, 상당한 성능을 자랑하는 듯한 노트북... 무언가의 사무소인 듯 했다. 한 용은 나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예전에 있는 예언에 나온 구원자죠?"
"... 아니야. 사람 잘못 봤다."
킬러는 내 말을 부정하는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딱 몸에 있는 문신과 다리가 당신이 구원자라는 증표를 보이는데도 아니라뇨. 당신은 구원자가 맞아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뭐야?"
"망할 놈들에게 얻어온 정보라서 말입니다."
"... 그래서 알 수 있는 건?"
"당신이 구원자라는 소리입니다. '신의 대리인이라는 용이 이 세상을 유린하며 무질서하게 만들고 있으니 이 상황을 정리할 빛의 문양을 가진 악룡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는 예언의 구원자가 당신이다 이 소리죠."
"하아, 흔한 클리셰물인지 아니면 이세계물인지 모르겠다."
킬러는 내 뺨을 때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건 현실입니다."
"... 그래, 네 말대로 현실이겠지. 하지만 나는 모르겠어. 백 년, 아니 천 년 동안 바다 깊숙한 곳에 떨어지고 잠들어버린 나를 어떻게 여기까지 올려왔는지 궁금하고, 내가 살아갈 이유를 도와준 너희들이 의문이야. 구원자라면 널리고 널렸는데 왜 나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어."
"당신이 말한 구원자는 오만한 놈들 뿐입니다. 당신이 진정한 구원자입니다. 당신이 없다면 이 세상은 물론이고 더 많은 세상이 파괴되고 재가 되어버릴 수 있다고요!"
"... 하아, 그래서 내가 너희들을 포함해서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 이 소리지?"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용은 내 모습을 보며 말했다.
"남은 옷은... 정장과 코트뿐이니 제한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이 정도라면 충분하겠어. 아, 이름은?"
"앨리샤"
벽에 기대된 그 남자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에릭.J.녹스, 뭐... 이 세상에선 흔한 이름 중 하나 입니다."
"뭐, 일단 서로 알아봤으니 이제 옷 좀 갈아입고 나가자."
나는 여기에 있는 옷장에 있는 검은 정장과 하얀 코트를 입고 그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동안 세상이 뒤바뀌었는지 더러운 놈들이 구르고 다녔다. 악마도 아닌 존재가 악마보다 더한 행동을 하며 모든 생명체를 죽이고 다니고, 형체를 지속적으로 바뀌며 위협해왔다. 그 더러운 행동을 본 나는 속으로 역겨웠다. 생명체가 죽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패며 온갖 욕을 박아버리는 놈들을 보니 속으로 화났지만 그래도 참았다. 내 힘으론 세상을 바뀌는 건 힘들었으니 말이었다.
킬러는 그 상황 속에서 먼저 앞서며 말했다.
"일단 먼저 가겠습니다."
"이봐, 이런 세상을 너 혼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아무리 우리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고 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아. 항상 제자리로 되돌아올 뿐이야."
"아닙니다. 세상은 변합니다. 단지 커다란 벽에 막혀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뿐이겠지만 그런 벽은 얼마든지 허물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으니까 더 좋은 세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 가능한 것입니다!"
"... 뭐, 일단 내가 먼저 나설 거니까 가만히 있어. 실력 좀 발휘할게."
빠른 속도로 놈들의 머리를 발로 내리치며 그 자리에서 조금만 힘을 개방했다. 그러자 내 발에 깔린 놈은 몸에 알 수 없는 연기가 나오며 이상한 검은 껍데기가 벗겨졌다. 남은 놈들은 날 보며 말했다.
"이 ㅈ같은 ㄱㅅㄲ! 법으로 용서받지 못할 쓰레기같은 놈!"
"국가는 뭐하냐? 저런 놈 안 잡아가고."
"이래서 딴 나라에 비해 뒤쳐지고 자빠졌다니까."
"대단하다 우리나라! 뒤져라 우리나라!"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야, 너희들은 뭐냐? 남을 괴롭히고 현실을 바꿀 힘조차 없으면서 뒤에서 남을 비방 하며 욕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는 놈들 주제에 말이 너무 많아. 그렇다면 국가는? 너희들 같은 놈들에게 골치를 앓는 거야 이 멍청한 놈, 국가가 무능한 게 아니라 국가가 제 일을 못하게 방해하는 너희들이 너희들 말대로 더 쓰레기야. 오죽하면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건 너희들 탓이잖아. 그니까 멍청한 건 너희들이야."
"다... 닥쳐! 멍청한 악룡 주제에 뭘 안다고 맘대로 세상을 평가해!"
"야, 너희들이 이딴 짓거리를 하니 내가 사이다를 마시고도 속이 뚫리지도 않아서 이러는 거잖아 뭐만 하면 남 꼬투리 물고 자빠지는 놈들아. 너희는 익명성 뒤에서 남을 괴롭히거나 마음대로 평가하는 것밖에 없잖아. 그러니 너희들은... 멍청이들이야. 멍청한 나머지 남을 겉모습이나 행동, 말투로만 평가하는 짓거리만 반복하는 주제에 말이 너무 많아."
"이... ㄱㅅㄲ가!!"
그들은 한꺼번에 달려왔지만 내 앞에서는 그저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들을 한 명씩 제압하며 바닥에 눕혀뒀을 때, 이미 처리되었다. 잠시 기분을 식히며 힘을 푼 나는 그 자리에서 코트 안 주머니에 있던 라이터와 담배를 꺼내서 담배를 피며 주변 상황을 보았다. 앨리샤는 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 좋은 가르침이었네요."
"아니, 내 행동도 놈들과 다르지 않아. 결국 세상의 표면만 보는 거겠지."
"아닙니다. 그래도 좋은 말이었어요."
"그래, 일단은 앞으로 가자."
"네."
뒤따라오는 에릭과 함께 다른 장소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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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현재 저는 다양한 일에 밀치고 밀쳐져서 피곤한 상태입니다. 그림팀 주제긂에 다른 일에 시험공부에... 머리가 터지고도 남아요. 심지어 귀차니즘까지 있어서 더욱 지체된 것 같아요.
하아... 피곤하네요.
어쨌든 따른 소설로 여러분들을 뵙게 되었습니다. 뭐... 어쩌다 만들어진 소설이라는 건 비밀이고요.
이게 새로 짜려는 거라서 좀 시간이 걸려요. 그래도 보는 독자 여러분들이 있으니 기분은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봐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