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 behind story
Ⅵ
내가 아오라를 안아준 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그 얘기는 전혀 하지 않으며 나를 대할 때의 반응이 조금 어색해졌다. 연기도 서툴다니까.
" 다크닉스 님! 혹시 어떤 음악 좋아하...... "
" 슬슬 말 놓지? 계속 다크닉스 님, 다크닉스 님, 꼬박꼬박 님자 붙이는 거 안 피곤해? "
그러고 보니 이제 한달이 넘어가는데 지치지도 않고 매일 찾아오는군.
" 에이, 저희 둘 나이 차이가 몇인데...... "
" 내 동생한테는 고신이라 부르던데? "
" 윽. "
이제 못 빠져나가겠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었다. 왜 그 녀석하고는 말을 놓았지만, 나에게는 계속 존대를 하는지. 그 녀석의 친화력 때문인가...... 쯧. 난 그딴 거 없는데.
" 싫으면 말고. 상관 없어, "
상관없지 않았다. 나와 동생으 또 다른 차이가 하나 더 생겼으니. 이 인간도 어차피 다른 인간과 똑같을 텐데 뭘 또 기대한 건지. 고작 먼저 찾아왔다는 거로 또 희망을 품은 거야? 그렇게 상처받아 놓고서?
" 아직 덜 무뎌졌나...... "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인간은 결국 다 똑같았으니, 이 인간도 다를 것이 없었다. 그저 인간일 뿐인데. 그런데.....
" 그러면 놓을까요, 말? " 아오라가 미소지으며 물었다.
이 웃음. 네가 웃는 모습만 보면......
" 다크닉스라고 부를까요? 아니면 고신이처럼 줄여서 다닉이라고 불러야 하나? "
심장이 이렇게 두근거린단 말이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아.
" 아오라. "
" 네? 아니, 으응? "
" 아오라. "
처음이었다. 말을 놓을 정도로 가까워진 사람은. 동생인 고대신룡을 제외하면...... 내게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사람도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때 그녀의 이름을 계속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계속 부르고 싶었다. 그녀의 이름을.
" 다크닉스? " 날 부르는 그녀의 맑은 목소리.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조차 아팠다.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른다는, 그 단순한 것을 해줄 존재도 난 없었으니.
" 응...... "
" 왜 울어? "
" 어? "
난 그제야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느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도대체 왜? 감정은 지웠잖아. 상처만 받고 아프기만 할 뿐이니까 지워버렸잖아. 그런데 왜 눈물이 나는 거지?
이 인간과 가까워졌나. 난 흐릿해져가는 아오라를 여러 감정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난 그녀와의 관계를 끊어낼 때가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 울고 싶으면 울어도 괜찮아. 눈물이 그칠 때까지 내가 곁에 있어줄게. " 그칠 줄도 모르고 흐르는 내 눈물을 부드럽게 닦으며 건네주는 그녀의 한마디.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
울지 말라는 말이 아닌, 울어도 괜찮다는 말. 내게 이런 말을 해준 존재가 있었던가.
“ 네가 뭘 아는데.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내 곁에 있겠다고 말하는 거야? 다들 아파. 다들 내 곁에 있으면 아파하고 다쳐. 상처 주고 싶지 않아. 상처받고 싶지도 않아.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걸. 내가 얼마나 노력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아. “
난 빠르게 내뱉었다. 아픈 과거가 떠올라버렸네. 잊고 싶은 과거였는데……. 아직도 잊을 수가 없구나.
“ 난…… 나는…… 왜 존재하는 걸까? “
마음속 깊이 품어왔던 의문 한 가지. 아무도 날 원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이 없다면, 난 도대체 왜 존재할까?
“ 사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서. “ 아오라가 대답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
이해할 수 없었다. 감정처럼 쓸모없는 것이 존재 이유라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 음…… 난 이렇게 생각해. 우리는 모두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라고. “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
혼란스러운 내게 아오라는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 나를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까지 사랑하기 위해서. 난 모든 것이 그래서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언젠가는 사랑으로 가득한 평화로운 세상이 만들어질 테니까. “
헛소리로 들렸다. 존재하지 않는 낙원을 꿈꾸는 자의 잠꼬대라고 생각했다.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 그딴 게 존재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믿고 싶어졌다. 존재하지 않는 낙원일지라도, 그녀가 그런 낙원을 꿈꾼다면 그 꿈을 실현시키고 싶어졌다.
“ 사라져버릴 백일몽이라도 괜찮으니…… 나를 너의 꿈속으로 끌어당겨 줄래……? “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조심스레 묻는다. 꼭 잡은 그녀의 옷자락을 놓치기 싫다는 듯이 잡고서.
“ 안아줄까? “ 그녀는 미소지으며 물었다. 며칠 전과는 상황이 반대군.
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아오라는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내 등을 토닥이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를 품에 꼭 안은 채 그녀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 있잖아, 며칠 전에 다크닉스가 나를 안아……줬을 때, 어, 음, 사실 뭔가…… 위로받는 기분이었어. 다크닉스는 내 아픔을 이해해줬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
지금 그녀의 얼굴은 어떨까. 분명 붉어져 있겠지. 내 얼굴은 어떨까? 아마 눈물로 얼룩져있겠지.
“ 고마우면…… “ 난 작게 중얼거렸다.
“ 응? 뭐라고 했어? “
“ 아니야. “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나 스스로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오라, 이 여자 앞에서는 내가 써왔던 모든 가면이 소용없는 기분이다.
“ 너의 앞에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
“ 응. 언제든지 안아줄게. “
그녀의 그 말에 안심이 된 난 눈을 감아버렸다. 그녀의 꿈속으로 빠져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