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쌍둥이와 그 집사의 하루
신월Sinwol
" 당장 거기 서, 너!! "
" 너라면 설 것 같아? "
" 야, 오빠한테 반말하지 마! "
남자아이의 경옥색 눈이 크게 찌푸려지며 화를 내듯 씩씩거린다.
그에 반해, 여자아이의 홍옥색 눈이 가늘어지며 남자아이를 놀린다.
이들은 유타칸에 살고 있는 드래곤이라면 모두가 알 듯한 두 드래곤의 자식이다.
정의로운 마음으로 태초부터 생명을 수호하고 지켜 온 신의 대행자와, 많은 이들을 치유한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신의 조율자.
그들이 빛으로 사라지기 전에, 라테아로 돌아가기 전에 그들은 자신들의 뜻을 이을 두 마리의 쌍둥이 드래곤들을 남겼었다.
쌍둥이는 주니어라 불리며 많은 기대와 사랑을 안고 태어났다, 부모가 없는 동안 그들의 역할을 수행하길 바라며... 하지만 현실은 영 달랐다.
" 오늘 내 간식 돌려줘! 오늘 먹으려고 아꼈던 거란 말이야! "
" 와, 동생한테 양보도 못해, 완전 찌질이! "
" 찌질이?! 잡히면 죽었어, 너!! "
정의로운 마음을 가졌지만 성급하고 생각이 짧은 고대 주니어와, 상냥해보여도 능글맞고 엉큼한 속내를 숨길 생각이 없는 앤젤 주니어.
너무 오냐오냐 자란 탓인지, 말썽쟁이에 사고뭉치 남매가 태어난 것이다, 누구도 못 말리는 쌍둥이 남매가.
" 좋아, 그럼 이제 이건 내 거~ "
" 내 거라고!! 빨리 돌려.. 어... "
" 꺄악! 누가 감히 앞을... "
고대 주니어가 멈췄다, 앤젤 주니어도 무언가에 부딪혀 멈췄다, 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당연하게도, 이 둘이 큰 사고를 친 적이 없는 이유는 누군가가 말렸기 때문일 것이다.
" ...신 에메랄드, 위대하신 빛의 아버지와 빛의 어머니의 자손들을 뵙습니다. "
부드럽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그들 앞에 선 남성이 말했다.
남성은 하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얼룩은 커녕 먼지나 주름 하나 없이 깔끔했다.
희미하게 녹색 빛이 도는 풍성한 머리카락을 단정히 올백으로 넘겨 머리에 쓴 에메랄드 관으로 고정하고 있었지만, 워낙 풍성하다 보니 오히려 사자처럼 보일 정도의 머리가 되어 있었다.
" ...아, 안녕, 에밀... "
고대 주니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그가 매우 화가 난 생태라는 것을 직감했다.
" ...그래요, 주니어 님,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디 한 번 변명을 해보시겠습니까? "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표정은 무시무시했다.
은은하게 그림자가 드리워진 얼굴, 짜증이 난 듯이 일그러진 미소, 살짝 찡그려진 짙은 녹색의 눈이 둘을 내려다보자 둘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둘이 뒤를 돌아보자, 화초가 든 화분이 깨져 있었고 그 흙을 밟아 둘이 뛰어온 곳 마다 흙발자국이 나 있었다.
쌍둥이는 본능적으로 망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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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 주제에 건방져, 짜증나! "
" 맞아, 자기가 우리 아빠인 것도 아니면서. "
크게 혼이 난 후, 쌍둥이는 집사의 뒷담화를 했다.
둘은 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부모 대신 자신들을 키워준 존재인 만큼, 가족 만큼이나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집사는 너무 엄격하고 고지식했고, 쌍둥이는 그게 싫었다, 어쨌거나, 자신보다 낮은 사람이라는 인식도 있었으니까.
" 자기가 뭐라고.. 우리 아빠랑 엄마가 돌아오면, 다 일러버릴 거야! "
" 근데, 우리 부모님은 오긴 해? 우리가 이렇게나 자랐는데도 얼굴 한 번 안 비췄잖아. "
" 야, 조용히 해! 엄마랑 아빠는 언젠가 올 거야! "
앤젤 주니어가 말하자 고대 주니어가 크게 화를 냈다.
둘은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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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집사는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그 역할을 대신하지도, 빈자리를 채워주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씁쓸해했다.
무엇을 하든 간에, 무엇이 일어나든 간에, 그는 고대신룡과 앤젤 드래곤의 충직한 수하이자 집사였다, 그를 위해 태어나고 살아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주니어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아마 그들이 부모를 볼 수 있을 때는, 빛과 어둠의 전쟁이 다시금 일어났을 때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그것을 바라지 않으니까.
자신도 물론 그들이 보고 싶었다, 주니어들을 위해서라도 그들이 이 곳으로 돌아와줬으면 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안심하고 자랄 수 있는 행복을 바랬다,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어나더라도, 자신이 막을 것이다.
자신은 그들을 위해 살아가는 충직한 시종이니까.
집사는 한숨을 내쉬며 화분의 깨진 조각들을 쓸어담았다.
어째 오늘의 하늘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이 위태로운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