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 behind story
Ⅸ
“ 어, 어? 꺄아아아악! “ 상공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아오라가 지르는 비명.
순식간에 거대한 내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꼭 감은 그녀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보석처럼 공중에서 흩뿌려졌다.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려나. 유언이라도 남기려는 건 아니겠지? 난 히죽 웃으며 생각했다.
“ 다크닉스! 이 나쁜 자식아아아! “
나는 허공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마이아를 재밌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눈물 콧물 다 쏟네. 그런데 마이아는 이 상황을 아예 꿈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 너어! 너 이따가 깨면…- “
그다음으로 나오는 말에 대해선 딱히 말하고 싶지 않다. 사제치곤 입이 험하군. 저런 단어들은 어디서 들은 건지. 고작 17살이라고 하지 않았나?
“ 뭐를 뭐해서 어떻게 한다고? 잘 못 들었는데. “
난 다시 인간의 형상을 지닌 채로 떨어지는 마이아를 붙잡아 양팔로 들어 안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우리 둘의 모습은 중력이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이걸 뭐라고 부르더라. 무슨 안기였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군. 평범한 인간의 모습과 유일하게 다른 점은 드래곤의 거대한 날개가 여전히 내 날갯죽지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 어, 어? 우으으…… 다크닉스는 바보야! “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더니 투정 부리듯이 내 가슴을 주먹으로 강타하기 시작했다. 난 잠시 몸의 중심을 잃는다는 듯이 휘청거리곤 대답했다.
“ 윽. 구해줬더니 왜 이러나. 너, 나 때리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그냥 손만 놓으면 떨어지는 건데? “
그러자 아오라는 당연하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 훌쩍. 꿈이니까, 크응, 떨어져도 안 죽을 거야. “
“ 시험해볼까? “
난 이렇게 말하며 허리를 굽혀 아오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쪽. 하늘과 땅의 경계, 그리고 그 둘의 중심을 장식하는 붉은 노을이 우리 둘의 배경을 장식하고 있었다. 내 입술과 그녀의 이마가 닿는 순간, 아오라가 눈을 질끈 감는 것이 느껴졌다.
난 속으로 피식 웃으며 아오라에게 말했다.
“ 눈 떠. 다 왔으니까. “
마을의 외곽에 사뿐히 착지한 난 아오라를 살포시 땅에 내려놓았다.
“ 아까 한 말은 기억해두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댓가야. “
킥킥 거리며 앞서가는 내 뒤에서 아오라는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 이거…… 꿈이 아니야? 진짜로? 다크닉스가 예쁘다고 해줬는데? 허공에서 떨어졌는데? 다크닉스한테…… “
그리고는 자신이 한 말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얼굴이 화악 붉어진다.
“ 지, 진짜로…… 기억해……? “
“ 당연하지. 꼬맹이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런 말을……. 그러고 보니 사제가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
내가 힐난하듯 묻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에…… 엔젤이…… 가르쳐 줬는데에……. “
허. 이런 꼬맹이한테 못할 말이 없어서.
“ 가자, 엔젤한테 따지러. “
아오라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비명에 묻혀버렸기 때문에.
“ 방금 그 소리…… 나만 들은 거 아니지? “
확인하듯 묻는 아오라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 난 침묵으로 대답했다.
“ 빨리 가보자! “
귀찮게 굳이?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의 진지한 태도를 본 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젠장.
“ 후우…… 그래. 가만히 있어라. “
순식간에 아오라를 아까의 그…… 그…… 아! 공주 안기였다. 공주 안기로 들은 난 뛰어오르듯이 날았다. 칠흑의 날개가 내 어깻죽지에서 뻗어져 나왔으며 허공에 떠있는 난 빠르게 지상을 훑었다.
“ 저기네. “
울창한 숲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마을은 상당히 큰 편이었다. 하지만 마을 중심에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몬스터 무리는 쉽게 보였다. 이 정도 규모의 마을에 자경대도 없나? 자경대가 상대하기엔 양이 좀 많아 보이긴 해도……. 고대신룡 이 자식은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 꽉 잡…… 아, 그냥 움직이지 말고 있어. “
아오라에게 대충 이렇게 말해준 난 공중에서 보이지 않는 발판을 딛고 도약하듯이 마을의 중심으로 뛰었다. 주위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찰나의 순간이 지난 후, 우린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정확히 목적지에 착지했다. 쿵!
“ 야, 내려. 음? 뭐야, 너 왜 그렇게 굳었어? “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 가운데로 착지했지만 여유로운 날 보는 아오라의 모습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맞다, 얘 고소공포증이었지. 난 그녀를 옆에 앉혀주고 나를 어이없는 시선으로(몬스터의 표정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대충 어이없는 것 같다.) 바라보는 몬스터들에게 다가갔다.
“ 많네. “
난 무표정으로 위로 손짓했고, 그러자 주위의 모든 몬스터는 순식간에 거대한 검은 바늘에 꿰인 모습이 되었다. 퓨콰콰곽! 땅에서 갑자기 솟아난 얇고 날카로운 가시들은 몬스터들의 심장과 머리를 한 번에 관통해버렸다. 파괴라는 단어를 형상화한 존대들은 비명도 한번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 이게 단가? 기왕에 시작한 거…… 정리는 해야겠네. “
내가 손을 꽉 쥐자 다크 니들은 소용돌이로 바뀌어 몬스터들의 시체를 집어삼켰다. 남은 건 거리에 낭자한 몬스터들의 핏자국뿐.
“ 다 됐네. 왜 그렇게 봐? “
옷에 피가 묻었나 살피던 난 나를 바라보는 아오라의 눈빛을 보고 물었다. 왜 그러지?
“ 아…… 아니…….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려서. “
이게? 귀찮아서 천천히 했는데.
“ 부상자 있나 살펴봐야지. 그건 네가 해. 치유 마법 쪽엔 재능이 없어서. “
그러자 아오라는 화들짝 놀라며 달려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치유 마법을 영창 하는 소리가 들려…… 오진 않았다. 무영창인가? 이젠 놀랍지도 않군.
내가 이렇게 생각하며 멀뚱히 서서 아오라가 치료를 끝내기를 기다릴 때,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