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 behind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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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오랜만이네. 내가 고개를 돌리자 고대신룡이 보였다. 난 인간의 모습이고 고대신룡은 본모습이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앞발 뿐이었지만. 고개를 들어 올리자 당황, 반가움, 놀라움 그리고 기쁨이 담긴 고대신룡의 눈이 보였다.
“ 형!“
난 그저 침묵할 뿐이었지만 고대신룡은 나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나를 끌어안았다.
“ 오랜만이다.“
“ 왜 여기까지 왔어? 여긴 무슨 일로?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조금 진정이 된 듯한 고대신룡은 내게서 떨어지며 여러 가지를 질문했고 난 한숨을 내쉬며 아오라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입을 크게 벌리더니 아오라에게 총총히 달려갔다. 둘은 잠시 무어라 얘기를 하더니 내게 다가왔다.
“ 가자! 이게 몇 년 만이지? 형이 동굴 밖으로 나온 게?“
“ 모르겠네. 요즘 누구 때문에 매일매일 끌려다니는 처지긴 하다만.“
난 이 말을 하며 옆에서 흥미롭다는 얼굴로 듣고 있던 아오라를 바라보았다. 찔끔하기는.
그런데 고대신룡은 그 말엔 전혀 놀란 것 같지 않았다. 예상한 것처럼 보일 정도의 저 미소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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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불러놓고 계속 가만히 있기만 할 거냐. 몇백 년 만에 속세로 내려왔건만.“
“ ……형.“
“ 왜.“
내가 끼어있는 것 치고는 꽤나 화목하게 대화를 나누며 고대신룡의 레어까지 도착한 후, 고대신룡은 할 말이 있다며 날 따로 데리고 나왔다. 아오라는 엔젤한테 달려가 버렸고.
드넓은 바닷가가 보인다. 울창한 숲이 보인다. 높은 산이 보인다. 하지만 내 옆에 나란히 앉아 입을 떼지 못하는 고대신룡의 마음속은, 보이지가 않는다.
“ 무슨 일인데 말을 못 해? 못하는 말이 없는 놈이…….“
우린 산속 깊은 곳에 있는 고대신룡의 레어 위, 그러니까 산꼭대기에 올라와 있다. 난 먼 곳을 바라보고 있고, 고대신룡은 땅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고대신룡이 입을 열었다.
“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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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다크닉스네?“
날 본 엔젤이 처음으로 한 말이다.
“ 뭐. 가짜 다크닉스도 있냐?“
“ 아, 아니…… 진짜로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당황했나. 그럴 만도 하지. 지난 몇백년 동안 레어를 나선 적이 없으니. 난 그저 무표정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 별거 아니야. 그런데 너넨 무슨 얘기를 했길래 애가 이 모양이 됐냐.“
의자에 앉아서 이 모양이 된 아오라의 상태는 대충 이렇다. 눈 :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른다. 입 : 입술을 꼭 깨물고 있다. 손 : 꼼지락거리며 멈출 줄을 모른다. 뺨 : 붉어져 있다.
붉어진 아오라의 볼을 보자 난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의자 하나를 끌어 아오라의 옆에 앉으며 엔젤에게 말했다.
“ 너. 꼬맹이한테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거냐? “
“ 꼬맹이? 누구? “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모습이 예전과 바뀐 것이 하나 없다.
“ 지금 얼굴 빨개진 꼬맹이. 못하는 말이 없던데? 그것도 사제가? 뜻은 제대로 알려줬냐? “
“ 무슨 말을 했길래? “
절대 요점은 말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먼저 말을 꺼내게 만든다. 지금 옆에서 가만히 서 있는 고대신룡을 밀당 기술로 능가하는 건 얘밖에 없을 거야. 쯧.
“ 말해야 해? “
내가 이렇게 묻고 정말로 말해버릴 기세로 입을 열자 아오라는 서둘러 내 입을 막았다.
“ 어어어! ㄱ, 그…… 시, 시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아오라는 어색한 연기를 펼치며 창밖을 내다보는 시늉을 했다.
“ 거기 벽이야. “ 엔젤의 냉정한 대답.
“ 으읍! 아오, 좀 놔! 됐고, 너 말 가려서 해라. 할 얘기는 이미 다 한 것 같으니 이만 일어서야겠다.“
아오라는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 아, 그래? 빨리 ㄱ…… 아니 더 있다 가지. 그럼 내일도 평소에 가던 시간에 갈……“
“ 아니. 이제 올 필요 없는데.“
그 말에 아오라는 충격받은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게 그렇게 충격받을 일인가.
“ 어…… 어? 왜? 아까 낮에 한 말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응? 갑자기 왜 그래?“
“ 너네 집에서 같이 살래, 얘가.“
난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손으로 고대신룡을 가리켰다.
“ 뭐어어?“ 아오라와 엔젤의 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