ⅩⅢ
“아오라…….“
“우움…… 다크닉스으…….“
잠결에 무심코 아오라의 이름을 불러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난 눈을 번쩍 떴다. 왜 아오라의 이름을 부른 거지. 물론 아오라가 지금 내 품에 안겨있긴 하지만 그게 내가 아오라의 이름을 부를 이유가 되진 못한단 말이ㅈ……?
난 내 몸에 굉장히 밀착한 채로 내 품에 꼭 안겨있는 아오라를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에자녹의 도움으로 지금 왜 이런 상황에 부닥쳤는지를 깨달은 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금 일어남으로써 민망함을 유발할 수 있는 사태를 방지할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행복감에 젖을 것인지.
그리고 고민엔 또 고민이 꼬리를 물었다. 내가 왜 아오라를 껴안고 있는데, 행복감을 느끼는 거지? 난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렸다.
“흠냐아…… 쩝.“
입맛을 다시며 몸을 뒤척이는 아오라 위로 반짝이는 아침 햇살이 떨어졌다. 그의 금빛 머리가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났다. 헝클어진 머리카락마저 어여쁘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괜스레 감성에 젖어 말투가 조금 바뀌어버렸다. 난 눈을 깜빡이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천천히 아오라의 볼을 덮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반쯤 열려있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겨울바람이 그의 코를 간질이자 얼굴을 조금 찌푸리더니 코를 찡긋거리며 돌아눕는다.
간단하게 아침이나 만들어야지. 난 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방을 나서며 뒤를 흘끗 돌아보자 새우잠을 자는 아오라가 눈에 들어온다. 춥나……. 난 다시 뒤로 돌아가 창문을 닫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오라는 내 조심스러운 손길이 닿자 잠시 움찔하더니 다시 조용해졌다.
⨝
“후아암……. 이게 무슨 소리야…….“
썰고 다듬고 손질한다. 탁탁탁탁. 도마 위로는 빵 부스러기가, 그 옆에는 샐러드와 얇게 썰린 토마토. 나지막한 소리가 부엌을 가득 채울 때 아오라의 졸린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완성된 음식을 그릇에 담…… 담…… 담을 수가 없네. 그릇이 어디 있는 거지.
“일어났으면 그릇 어디 있는지나 알려줘. 음식을 담을 수가 없네.“
내가 뒤를 흘끗 돌아보며 말을 걸자 아오라는 입을 가리며 하품을 하다가 굳어버렸다.
“에…… 이거 상상을 너무 많이 하니까 현실이 되어버렸나?“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오라를 마주 보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닌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하긴, 어제 다크닉스랑 한 침대에서 잤으니까 이런 꿈을 꾸는 것도 무리가 아니ㅈ……“
드디어 깨달은 건가. 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분홍색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그러고 보니 얘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런 취향을 가진 건지. 귀엽게.
“눈치챘으면 빨리 그릇 좀 꺼내줘. 배 안 고파?“
“에, 에? 어…… 알았어.“
어딘가 멍해 보이는 눈빛으로 아오라가 그릇을 꺼내주자 난 먹음직스러운 샐러드와 일정한 크기로 썰린 호밀빵을 각각 접시에 담았다. 식탁 앞에 앉은 난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아오라를 불렀다.
“뭐해? 안 먹을 거야?“
“어? 어. 먹어야지.“
더듬거리며 마주 앉은 아오라는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현실이니까 계속 의심하지 말고 먹기나 해. 오늘 할 일 많아.“
뭐 그건 내게만 적용되는 거지만. 그래도 마이아면 할 일 많겠지. 난 이렇게 생각하며 빵을 씨ㅂ(작가의 말: 욕 아닌데 저 글자가 욕설이라서 바꿨는데 더 욕 같은 이 아이러니...)었다. 맛있네. 그냥 간단한 건데 왜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2000년도 넘게 반복해온 행동이 갑자기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체 뭘까.
“오! 맛있어!“
“너 때문이구나.“
빵과 샐러드를 먹어보고 웃으며 말하는 아오라를 보고 깨달았다. 내가 속마음을 실수로 말해버리자 아오라는 흠칫하며 물었다.
“에? 뭐가 나 때문이야? 혹시…… 나 코 골았어?“
“아니. 평범한 아침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아오라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깊고 선명한 보라색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마주 본다. 그 눈빛에 가슴 한구석이 찡하게 아려오는 건 왜일까.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보라색 눈동자에 그를 마주 보는 내 모습이 비친다. 공허함으로 가득 찬 붉은색 눈동자. 영원함에 가까운 방황을 견디지 못하는 용의 모습이.
오고 가는 눈빛으로 감정이 전해진 것 같은 건 착각이 아닌 것 같다.
“아, 해봐.“
아오라는 빵 한 조각을 들고 내게 손을 뻗고 있다. 나한테 먹여주려는 건가. 내가 그의 손을 무시하고 내 접시의 빵을 먹으려고 하자 아오라는 눈을 찡그리며 볼을 잔뜩 부풀렸다.
“……알았어. 먹으면 되잖아.“
나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며 아오라의 손을 꼭 붙잡고 잡고 빵을 먹었다. 어제부터 계속 이러니까 꼭 신혼부부 같잖아.
“고마워.“
난 빵을 삼켜 내릴 때까지 날 턱을 괴고 바라보던 아오라의 손등에 입술을 맞췄다.
나 원래 이런 용 아닌데. 이상하네. 지금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저 인간하고만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너와 함께 있는 것만 제외하면.“
“나, 나도!“
내 작은 중얼거림에 아오라는 크게 외쳤고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먼저 나간다.“
“가, 같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