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행인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쯤에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혼자 그네에 앉아서 그네를 조금씩 움직이고만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같이 놀자고 하며 손을 잡고 그네에서 나오게 하여 같이 놀았다.
한 반년 정도 같이 놀다가 그 아이는 더이상 놀이터에 나오지 않았다. 다른 애들 말을 들어보니 이사 간 모양이었다. 그때, 나는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졌다. 이젠 없는 그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리워졌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손을 잡아보고 싶었다.
나는 사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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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의 초등학교 생활은 평범하게 보냈다. 나는 아직 그 아이를 잊지 못한 채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도 역시 똑같이 보낸 후, 고등학교는 집에서 좀 멀리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갔다. 역시 난 아직 그 아이를 잊지 못했지만 서서히 그 아이를 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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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수행평가를 위하여 학교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 잠시 음료수 자판기에서 썬키스트를 뽑았을 때였다.
내 옆에서 한 여자아이가 자판기에 서서 동전을 넣고 있었다.
닮았었다. 분명 그 아이와 닮았다.
어릴 적의 그 아이와 닮은 소녀는 음료수를 뽑고 도서관을 나갔다.
나는 바로 그녀를 쫒아가려다가 누군가와 부딪혀서 넘어졌다. 사과하고 도서관을 나왔지만 더이상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숨을 고르며 방금 본 그 아이와 어릴 적의 여자아이의 얼굴을 비교해보았다.
확실하지 않지만 꽤 비슷한거 같았다. 다음에 만나면 말을 걸어보자.
나는 그 후부터 그 아이와 닮았다 싶으면 바로 말을 걸었고 확신이 서지 않아 조금 오래 같이 있어보았다.
하지만 결국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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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한 번이면 족하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너무 많은 기적은 인간을 나태하고 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그녀를 만났던 기적이 한 번 더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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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피고인의 진술서입니다."
"짜식. 아주 눈시울을 붉히는 사랑 소설을 쓰고 있구만.
롤리타야, 롤리타.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퉷!"
검사가 진술서를 던지고선 다른 종이를 보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총 9차례 만 13세 미만 여아 납치,감금,강간,살인,시체유기...
거기에 여자친구도 살인 후, 시체유기...
뭐 이딴 녀석이 다 있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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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방송이 흘러나온다.
"오늘 오후, OOO사건의 피고인 OOO씨가 모든 혐의를 인정하여 가석방 없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온 국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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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어린 적 만난 소녀를 잊지 못한 채 계속 찾아다니는 이야기. 이거 소설로도 내면 꽤 재미있지 않을까?
그 소녀의 얼굴을 떠올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충은 기억하니 상관없다.
분명히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고 같이 놀면 알 수 있을거다.
고등학생 때, 도서관 자판기 앞에서 본 10살쯤 되어 보였던 소녀가 아마 그 아이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날부터 나는 그 아이와 닮은 애들을 찾기 시작했고 우리 집으로 불러들여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놀았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그 아이가 아닌거 같아서 미안하다, 사람을 착각했다는 말을 해주며 헤어졌다.
다시 한 번 더 만나서 헷갈리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뒷산에 한명씩 표시해놨다.
언제쯤이면 그 아이를 만날 수 있는걸까?
만나면 경찰이 지켜주는 이 방에서 옛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다시 한 번 더 나에게 기적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