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이 작동했다
신월Sinwol
※ 드래곤의 인간화 기준으로 적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드래곤 상태로 진행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철컥, 짧지만 메아리를 남긴 작동음과 함께 해골 요새 전체에 비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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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온이 자신의 함정이 작동되는 소리를 듣고는 신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히 자신의 덫에 걸린 멍청한 몬스터일 것이다.
라키온은 자신이 열심히 만든 덫을 망가트리는 것이 싫었다. 헌데 해골 요새의 임프는 자신이 만든 덫을 망가트리는 키트를 팔고 있고, 이 곳을 탐험하는 모험가들은 그 키트를 하나씩은 들고 다녔다.
화가 난 라키온은 덫에 또 다른 덫을 설치했다, 덫이 망가지는 순간 또 다른 덫이 작동되어 그물에 꼼짝도 못하게 되는 이중함정이었다.
그물을 끊으려고 하면 그물을 만들 때 미리 매듭 안에 숨겨둔 장치로 짜릿한 맛을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장치가 내보내는 전기는 정전기보다 조금 덜 따끔한 정도의 전압이었다, 작은 장난이었다.
라키온이 들은 비명은 고통에 찬 비명이었고, 지금도 그 비명이 크게 울리고 있다.
이것은 그물 함정에 걸린 테이머가 아니다, 앵간히 멍청한 녀석이 아니라면 함정을 찾는 레이더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해골 요새 입구에서 임프가 그 레이더를 바가지로 파는 걸 봤으니까, 재수 없기는.
라키온이 정한 거처의 주변에는 몬스터가 별로 없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인가 잔머리는 잘 굴러가는 녀석들이 이런 곳에 드래곤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쳐들어온 적도 있었고, 그 탓에 모프된 가고일에게 거처가 무너진 적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라키온은 천장에도 함정을 설치하는 게 좋다는 걸 깨달았고, 나중에 가고일 무리의 식사에 신경독을 섞는 것으로 복수했다.
라키온의 발걸음에 속도가 붙었다, 어떤 멍청이일까? 스테파니? 심벌 몽키? 훔바라면 주의해야 한다, 덫을 부수고 나올 수도 있으니까, 멍청하니 또 걸릴 수도 있겠지만 또 부수면 그만이겠지, 덫이 아까웠다.
그렇지만 라키온이 자신의 거처가 있는 층에 도착하자 실망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실망보다는 당황한 표정에 가까웠다.
덫에 걸려있던 건 몬스터가 아니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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