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VILLAGE

  • 틱톡

  • 플러스친구

  • 유튜브

  • 인스타그램

소설 게시판

  • 드래곤빌리지
  • 뽐내기 > 소설 게시판

유저 프로필 사진

[DEVIL / H] 21화

3 [DEVIL]
  • 조회수71
  • 작성일2023.01.24

*심한 유혈 주의 (흐를 정도로 많이 나옵니다)*





데빌은 일터 주변을 빙글 돌았다.

가끔 마주친 악마들이 데빌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데빌은 고개를 까딱여 인사한 뒤, 멍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다.

데빌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물론 포기할 마음이 든 적은 있었다.


포기라는 말을 쓰는 대신, 해결 불가한 문제라 손을 놓겠다고 말 한 적이 있었다.

온갖 노력을 다 하고 관둔 문제였으므로 포기는 아니라 생각했었다.

그 뒤로 데빌은 정말 안 될 것 같은 일에 대해서는 '해결 불가한 문제' 라고 말했다.

해결할 수 없어서 포기할 것 같은 마음.

데빌은 자신의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노력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데빌은 정말로 이 마음을 포기하고 싶었다.

포기할 수 없다면 해결 불가한 문제라고 말하며 손 놓고 싶었다.

실제로 그 날 자신에게 나가라고 했던 하람의 얼굴은 떠올리기만 해도 막막했다.

해결 불가능이라 공표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손 놓고 싶었는데, 블랙은 자신의 손을 의도치 않게 붙잡았다.


자꾸 그랬다.

물론 그 아이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그 마음만 있으면 충분해.


충분할 리가 없다고 데빌은 생각했다.

애초에 충분함을 따질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데빌은 나쁜 맘먹고 '네가 충분하다 했으니 1년 뒤에 우린 남이 되는 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해도 블랙은 따뜻하게 웃어줄 것 같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겠지. '응, 나는 괜찮아. 언제나 데빌씨를 믿어'


데빌은 그 말만 들어도 미칠 것 같았다.

그냥 미치고 싶었다.

미쳐서 블랙한테 온갖 나쁜 말을 다 하고 싶었고, 포기하고 싶었고, 이 문제에서 손 놓고 싶었다.


'블랙아, 나를 믿지 마. 나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밖에 없는 놈이야'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데빌은 그런 말을 단 한 마디도 못했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함께 있어 행복했던 시간들만 떠올랐다.

언제까지나 나를 믿으라고 하고 싶었다.

돌아올 리 없는 나를 계속 믿고, 죽을 때까지 계속 버티라고 하고 싶었다.


블랙이 데빌을 믿어주는 마음.

데빌도 그것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데빌은 자신의 머리에 돋아난 뿔을 가만히 만졌다.

악마의 뿔은 다른 용의 불행을 먹고 자란다.

1년 뒤에는 또 얼마나 길어져 있을까.


데빌은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해결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였다.

포기인지는 모르겠다.

데빌 생각에 포기란 노력을 안 한 상태에서나 쓰는 말이었다.

데빌의 걸음이 멈췄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다시 내쉬었다.

손을 들어 거대한 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두르렸다.

결국 데빌은 포기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았다.



-






데빌 : "한 번만 더 부탁하겠습니다"


하람 : "너도 참 의외라고 해야 할지, 끈질긴 부분이 여전하다고 해야 할지"


데빌 : "어떤 방법이라도 좋으니까 블랙이 그만 불행하게 해주세요"


하람 : "왜? 평범한 용은 악마가 아무리 만나도 상관없으니까? 관여만 안 하면 만나도 되니까?"


데빌 : "아니요"



데빌이 주먹을 꽉 쥐었다.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가라앉혔다.

두 번이나 부탁하러 왔으니 하람이 언제 분노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데빌 : "저랑 평생 못 만나도 좋으니 불행하지 않게 만들어 주세요"



하람이 고개를 들었다.

그 말에는 조금 놀랐다고 중얼거렸지만 표정에는 놀람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정말 놀라기는 했는지 손가락으로 턱을 두드리며 잠시간 고민했다.



하람 : "그래도 안돼. 왜냐하면 예외는 없으니까"



하람은 턱을 두드리던 손을 폈다.

그 손으로 턱을 괸 채, 데빌을 가만히 쳐다봤다.



하람 : "한 번 예외를 허용해 주면 다들 와서 말할걸? 본인도 그렇게 해달라고. 데빌아, 너도 밑에 사람들 많이 둬봐서 알잖아. 그게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인지"


데빌 : "하지만..."


하람 : "물론 누가 감히 신의 결정에 토를 달겠어. 설령 예외를 허락한다고 해도 말이야. 하지만 그런 거 하나하나 허용해주면 자칫했다가는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어. 내 맘도 이해해줄래?"


데빌 : "그 예외를 허용해 달라고 이번 한 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데빌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직각으로 꺾인 데빌의 허리를 보며 하람은 살갑게 미소 지었다.

이 문제는 이제 데빌이 허리 숙이며 부탁할 정도의 일이 되어버렸다.

조금만 더 있으면 무릎 꿇고 절이라도 올릴 기세였다.

하람의 시선 끝에 움켜쥔 주먹이 있었다.



하람 : "데빌아. 이번에도 네 발로 나갈래 아니면 쫓겨날래"


데빌 : "블랙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세요"


하람 : "쫓겨날 거구나"



하람이 손을 들었다.

평소의 데빌이라면 지금이라도 제 발로 나가겠다 말했을 것이다.

평소 미연이 가장 싫어하는 건 했던 말을 또 하게 하는 것과 말을 여러 번 했는데도 들어 쳐먹지 않는 것이므로.

본인의 말을 무시한다고 느낄 때, 가장 화나기 때문에 데빌은 되도록이면 그 적정선을 지키려 노력했었다.

데빌은 항상 하람이 터지기 직전 발을 빼고 물러나고는 했는데, 그걸 기가 막히게 잘했기 때문에 여태 징계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한 번 더 허리를 숙이더니 고개를 들어 하람을 올려다봤다.

그 표정에는 두려움도 물론 있었다.

그렇지만 무표정이었다.



데빌 : "부탁합니다"



그 쯤 되니 하람도 조금 화가 났다.

하람이 주막을 꽉 쥐었다.

데빌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람이 주먹을 쥔 손을 위로 올리자 소연 뒤에 있던 문이 활짝 열렸다.

하람이 올린 손을 그대로 책상에 쾅 소리가 나도록 내리 박았다.


그러자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바람을 정통으로 맞은 데빌이 그대로 날라갔다.

문 밖까지 날아간 데빌은 벽에 등부터 부딪히더니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아픈 소리를 낼 새도 없이 문이 닫혔다.

갑작스런 충격에 몸을 떨던 데빌은 쓰러져있던 몸을 겨우 일으켜 바닥에 주저앉았다.


뼈가 울리는 걸 참기 위해 머리를 부여잡았다.

순간적으로 도망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당한 생각이었다.

이건 평범한 용들이 흔히 하는 사랑의 도피 수준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 눈 좀 속이고, 서로 말 맞추고, 돈 좀 들고 튀면 되는 그런 수준이 아니란 말이다.


신을 피해 도망친다니, 그건 진짜 개소리였다.

데빌은 고민하다 말고 이내 문까지 아득바득 기어갔다.

기어가며 예전에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나도 나중에 끔찍할 거 알아요. 저 바보 아니에요. 쟤네 다 저 떠날 수도 있다는 거 아는데, 난 그냥 지금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었다고요. 나중에 더 많이 비참하지 않게"



차마 떠나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해줄 자신은 없었다.

그렇지만 나중에도 비참하지 않게, 나중에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데빌은 여전히 블랙만 떠올리면 자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블랙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자신을 억지로라도 가져야 했다.

자신 있는 척 하고 싶었다.


만약 내가 없어도 네 옆에 그 마음만 있으면 돼, 맞지?

데빌은 자신의 뿔을 매만졌다.

주름지고 딱딱한 뿔이 손에 들어왔다.

이 안에 블랙의 불행도 함께 들어 있었다.

데빌은 있는 힘, 없는 힘을 쥐어짜내 문을 두드렸다.


작은 노크 소리가 났다.

데빌의 눈앞에서 문이 활짝 열렸다.









-






이쯤 했으면 알아먹겠지 싶었는데, 5분도 안 돼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온다는 말도 없었으니 데빌인 게 분명했다.

하람은 가라앉으려던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평소 자신의 심기를 거스른 적 없는 데빌이 이러니 더욱 화가 났다.

뭐 하자는 건가 싶어 문을 거세게 밀어젖혔다.


그리고 나서 하람은 조금 놀랐다.

처음이었다.

놀라서 토끼 눈이 된 하람 옆에서 업무를 보던 신의 대리자 또한 놀라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매끈한 흰색 대리석으로 도배된 방에 피가 흘렀다.

문이 있는 곳부터 시작해 몇 방울씩 떨어진 피는 이제 넘칠 듯이 흘러 데빌의 바지를 적시기 시작했다.


데빌은 방 중앙까지 기듯이 걸어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데빌의 뿔은 다른 악마들의 뿔보다 유달리 길고 두꺼웠다.

데빌이 몇 백년간 성실히 일 해왔다는 증거였다.

그동안 악마로서 충실히 살아온 증거였다.

그러니까, 이건 자신을 포기하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하람은 눈앞에 있는 데빌을 내려다봤다.

억지로 뜯어낸 한 쪽 뿔을 손에 든 데빌은 웃고 있었다.

제물을 바치듯 양 손으로 뿔을 들어 올려 보였다.

양 손에도 머리에도 피가 흥건했다ㅣ.

하람이 입을 떼기도 전에 데빌이 웃음소리 가득한 말을 뱉어냈다.


신이 난 용마냥 말하는 모습에 하람은 조금 오싹했다.



데빌 : "원하신다면 나머지 뿔도 드리겠습니다. 뜯는 데 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하람 : "데빌"



하람은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 하면서까지 부탁할 줄은.

오래 일하다 보니 가장 냉철하던 애가 돌아버리는 모습도 보는구나, 하람은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한 쪽 뿔만 떼어냈다면 그나마 상관없었다.

나머지 뿔이라도 남아있다면.


하람은 데빌의 얼굴을 살폈다.

눈꺼풀이 떨리고 있었다.

눈을 뜨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이 포기와 절망을 주기로 했다.

하람은 한숨을 한 번 내쉰 다음 데빌을 안쓰럽다는 듯 내려다봤다.



하람 :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미안"


데빌 : "그런가요"



데빌이 웃었다.

하하 소리를 내며 웃더니 이내 비실거리며 미소만 지어댔다.

그러더니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용해졌다.

제 발로 나가겠구나 싶어 하람이 신의 대리자를 향해 눈썹을 까닥였다.

나가려 하면 부축해주라는 뜻이었다.


대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데빌 쪽을 향해 걸어가려는데, 데빌이 말릴 새도 없이 다른 한 쪽 뿔에 손을 댔다.

데빌의 모든 경력이 통째로 산산조각 나려 했다.

이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된다고 하람이 소리를 질렀다.

데빌은 그 말을 무시하며 손에 힘을 줬다.


잠시 뒤, 그의 양 손바닥 위에 두 개의 뿔이 올려졌다.

높게 들어 올리려 애쓰던 데빌의 팔이 힘없이 내려갔다.

뿔이 텅 소리를 내며 흰 대리석 바닥을 굴렀다.

그러던 중, 데빌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데빌 : "제발 한번만요, 제발"



하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앞으로 빠르게 내밀었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여파로 하람의 눈앞에 있던 서류 위로 피가 튀겼다.

하람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앉아있는 데빌을 쳐다봤다.

데빌이 먼저 모든 것을 놓고 져줬으므로, 하람 또한 어드 정도 져줄 수밖에 없었다.



하람 : "역시 부탁은 못 들어주겠어. 하지만 고려는 해볼게"



하람의 말에 데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도감에 힘이 풀렸다.

잠들 것처럼 눈을 두어 번 깜박이는 데빌을 향해 하람이 한 번 더 고갯짓을 했다.

대리자가 뛰쳐나갔다.

데빌을 품 안에 들어 올리자, 대리자의 흰색 옷이 빨간 색으로 물들어갔다.



하람 : "데리고 나가"


대리자 : "알겠습니다"


하람 : "그리고 내일 내 스케줄 전부 비워놔"



대리자가 하람을 힐끔 올려다봤다.



하람 : "대체 뭐 하는 용이길래 애를 저 지경까지 만들어 놨는지 보러 가야겠어"


대리자 : "내려가시는군요"


하람 : "아, 진짜! 안 그래도 산더미인 일 아주 이자 쳐서 세배로 불려주는 거 봐"



하람이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냈다.

피가 말끔히 사라진 하얀 대리석 바닥과 문이 다시금 하람을 반겼다.

하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얀 방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봤다.

이따끔씩 하람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방 중앙에 남겨진 두 개의 뿔이었다.

그것만이 아무 일도 없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





신의 대리자 - 고대신룡 / 남




-






캬.. 하이라이트 편 재밌게 보셨나요..!!

위에서 설명이 나와있지만.. 한번 더 설명해 드리자면, 악마의 뿔은 자신의 생명과도 같다고 볼 수 있죠.

왜냐면 거기에 몇 백년, 혹은 몇 천년간 악마 일을 해온 것이 그대로 담겨있으니까요.

그것을 부러뜨린다면 완전 애기부터 또 다시 몇 천년간 일을 해오겠다는 것과 같은 겁니다.

그러니까 데빌이 그냥 본인을 포기했다고 봐도 되죠.


하람이 삭감시켜주겠다던 그 기간과, 여태 쌓아온 실적 1위를 포기하고 다시 말하지만 생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니까요.

블랙 하나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데빌. 

그래서 이번 편을 하이라이트로 지정했습니다 ㅎㅎ


이제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나왔으니... 완결은 한 3~5편? 정도 후에 나올 듯 해요.

어느덧 20화도 넘겼는데 벌써 완결이 머지 않았다니...

조금 놀랍기도 하고... 암튼 이거 다음은 콜로 봅시당~~ 바바요!!

댓글1

    • 상호 : (주)하이브로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432 준앤빌딩 4층 (135-280)
    • 대표 : 원세연
    • 사업자번호 : 120-87-89784
    • 통신판매업신고 : 강남-03212호
    • Email : support@highbrow.com

    Copyright © highbrow,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