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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떠나거나, 사랑하거나-마지막 화 / 마지막 글

4 [DEVIL]
  • 조회수179
  • 작성일2023.03.07

*욕설, 유혈 있습니다*





고신 : "하람아!!!"



미친 듯이 달려들었고 울부짖었다.

더러운 승냥이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하람의 목에 칼을 들이댔을 땐 멈춰야 했다.

겨울임에도 식은땀이 등을 타고 줄줄 흘렀다.



고신 : "하지 마. 하지 말란 말이야!!!"



소리칠수록 하람의 목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고신 : "제발. 제발 멈춰. 뭐든지 다 할게"



침착한 척 총을 내려놓고 두 손을 하늘로 올렸다.

그는 고신에게 말했다.



란토 :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너야. 그러게 왜 나한테서 하람을 뺏어가?"



이번엔 하람에게 말했다.



란토 : "왜 나에게서 도망쳤어?"



그가 미친 용처럼 웃었다.

섬뜩한 웃음소리가 창고 안을 가득 채웠고 고신은 천천히 다가갔다.



고신 : "하람 놔줘. 차라리 나를... 나를"



그는 고신이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듯 기다렸다.

마침내 고신이 그의 앞에 섰을 때, 고신의 손바닥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고신은 맨손으로 얼룩덜룩 붉어진 목을 향한 날을 붙잡았다.

힘을 줄수록 아래로 떨어지는 피는 무거워졌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땀으로 온몸이 젖어있었다.

또 그 꿈.

고신은 지겨운 꿈속에서 반복되는 시간이 저를 좀먹고 있다고 생각했다.

잠에서 깨도 그날의 하람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려보내는 얼굴은 고신에겐 평생 갚아야 할 죄였을 지도 몰랐다.

어쩌면 비겁하게 맞이한 이별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벌을 내리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헛구역질이 났다.

결국에 나는 그 애를 두고 도망친 거야. 그러면서 그 애를 위한 일이었다며 다독이고 살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살고 싶었니, 고신? 대답해봐. ...젠장.


모조리 맞는 말이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지이잉- 지이잉-



탁자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가 빛을 내며 부르르 떨었다.

고신은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



고신 : "여보세요"


하람 : [고신아]



몸을 일으키고 휴대전화 너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고신은 예고된 운명에 눈을 감아버렸다.

잔인한 비극은 끝나지 않았고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하람 : [하나만 약속해]



하람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신 : "응"



차분히 대답하는 고신의 목소리도 호들감스럽지 않았다.



하람 : [이번엔 혼자 있게 하지 마. 알았지"



고신은 허공에 대고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다시 맞닥트린 그 날의 하늘에선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미* 새*. 결혼이라도 하시겠다?"



강력 1팀 대원들은 그의 행보에 욕부터 날렸다.


식장 예약이라.

예상한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최악은 아니었다.

고신은 저를 보는 마카라를 향해 웃어주었지만 구태여 괜찮다는 말은 보태지 않았다.



삐빅-



[이태원 클럽입니다. 거래 현장은 못 잡았지만 확실해요]



무전이 들어왔다.


그럼 그렇지.

똥개가 똥을 끊을지언정 뒤가 구린 놈이 깨끗하게 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란토는 전과 동일한 수법으로 다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고신은 그가 움직이는 게 곧 기회라고 생각했다.

비겁하게 도망친 그 날을 만회할 기회임과 동시에 영원히 하람을 안전하게 만들 기회.

대신 스스로 저의 숨통을 끊어내야 할지도 모르는.

머릿속에 세워둔 계획을 차근차근 밟아갈수록 두려웠지만 확신했다.

이거면 영영 그를 보내버릴 수 있다고.

고신의 눈빛이 위태롭게 빛났다.



툭-



마카라 : "무슨 생각해?"



마카라가 상념을 끊어내며 물었다.



마카라 : "너 이상한 거 알아?"






대원 : "고신 형사, 전화 오는데요?"






고신 : "잠시만요"



이번엔 고신이 마카라의 말을 자르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제 시작이구나.


수화기 버튼을 밀어서 전화를 받았다.



란토 : "오랜만이야"



란토였다.

그가 목소리로 존재를 드러내자마자 소포가 도착했다.



란토 : "선물은 잘 받았어?"



그는 조롱하듯 말했다.



고신 : "어. 지금 온 것 같네"



고신이 동요하지 않고 덤덤히 소포를 뜯었다.

청첩장.

그가 보낸 선물은 신부란에 하람의 이름이 박힌 청첩장이었다.



큭.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란토 : "초대할게. 나와 하람이의 결혼식에"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흉포한 하늘이 겁을 주듯 무서운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음은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하기만 했다.


고신은 이제야 길을 찾은 느낌이었다.

지은 죄와 스스로 내린 벌은 마침내 방향을 잡고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쏴아아-



하늘이 슬피 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겁을 주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악독한 운명에 무너져내리는 거였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무너져내릴지언정 고신은 기다리는 용에게로 돌아가야했다.

청첩장 속에 적힌 하람의 이름을 애틋하게 쓸었다.



금방 만나러 갈게. 나의 하람아.


















-


















모처럼 맑은 날.

한쪽에 세워둔 우산은 지난 비를 기억하는 듯 젖어있다.

팀은 마치 폭풍전야처럼 조용하기만 했고 한 줄기의 빛은 감옥의 쇠창살을 통과하는 빛처럼 직선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존재하는 빛이라곤 그것만이 전부인 모양새로.



마카라 : "갑시다"



모두가 워낙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탓에 마카라의 작은 목소리조차 크게 울리는 듯 했다.


제발.


고신은 탄환이 들어간 총을 챙기며 침을 삼켰다.

방아쇠를 담기는 일이 없기를.


방탄조끼를 점검하고 길게 심호흡했다.



마카라 : "지원 많이 해주신대. 너무 걱정하지 마"



마카라가 고신의 어깨를 붇잡고 말했다.



고신 : "응. 선배도 몸조심해요"



대답하는 고신은 별로 걱정하는 낯빛이 아니었다.

마카라는 그게 그렇게 불안했다.

이외의 것들을 지워버리겠다는 그 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이 굳게 닫힌 입이 의심스러웠다.


마카라는 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았다.

이번엔 손을 뻗어 잡으려 했으나 너무 멀어 잡히지 않아 자신의 한 발을 점검했다.


부디 이걸로 저 아이를 지킬 수 있기를.





고신 : "선배"


마카라 : "..."


고신 :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래요?"


마카라 : "...부탁이 뭔데"


고신 : "나중에요"





미소 짓는 게 꼭 슬퍼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신 : "꼭 들어주셔야 해요"


마카라 : "알았어"



마카라는 거절해선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그저 끌려가야만 했다.

고신은 말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 창밖으로 얼마 남지 않은 벚꽃잎이 흩날렸다.


잎이 모두 떨어지면 정말 봄이 오겠지. 하람이의 봄이.


내일이 오기 전에 길었던 겨울을 끝내고 봄을 되찾아주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나쁘지 않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만 목이 메는 느낌이었다.


설마 이제 와서 무서운 거야?


고신은 맞은 편에 앉은 마카라의 눈을 보면 눈물이 터질까 봐, 살려달라고 대신 방아쇠를 당겨달라고 애원할까봐 그저 창밖만 보아야 했다.


고신, 하람, 란토.

세 용의 칠흑 같은 어둠을 끝내는 일은 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이었다.

고신은 그것이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꺼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다.

시작이 본인이었듯 끝맺음 또한 그렇기를 바라는 마음은 끝을 향해 곤두박질칠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런데도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마카라 : "고신아"


고신 : "네"


마카라 : "다치지 마"





마카라가 차에서 내리기 전 다치지 말라고 부탁했다.



마카라 : "이건 직장 선배가 아닌 너를 아끼는 형으로써 하는 말"



고신은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는 손길에 총이 장전되었는지 다시 확인했다.

대답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신 언제든 쏠 수 있게 준비를 했다.


신속하게 웨딩홀 안으로 들어가는 경찰들.

긴장감이 곳곳을 채웠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웨딩 도우미 옷을 입은 고신도 주위를 살피며 안으로 들어갔다.

란토의 눈은 못 속일지라도 그의 졸병들 정도는 속일 수 있을 듯 했다.


신랑, 란토. 신부, 하람.

청접장에는 이름만 적혀있었지 장소와 시간은 적혀있지 않아서 아니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이곳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하지.


고신은 둘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 있는 걸 보다가 왠지 모를 찜찜한 기분에 입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의 맛이 나고 나서야 제법 세게 물었다는 걸 알았다.

고신은 입에 손을 대고 피를 찍어냈다.

미세하게 피 냄새가 났다.


이제 4시간.

예정대로라면 앞으로 약 4시간 후면 란토와 하람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을 것 같아 불안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꾸만 더 불안해졌다.

무언가 놓친 건 아닐까 다시 생각해보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거울 속에 비친 고신이 고신에게 말했다.



'네가 틀렸어'






고신 : "선배, 마카라 선배"


마카라 : "어"


고신 : "이상해요. 이거 아닌 것 같아"


마카라 : "안 그래도,"


고신 : "씨*...! 이거 아니야"






머리를 수차례 만지작 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던 고신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마카라는 질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여기가 아니구나.


어쩐지 이상했다.

아무리 시간과 장소가 적히지 않은 청첩장이 왔다고 한들 그는 이리 쉽게 잡힐 용이 아니었다.

그의 수를 얕잡아 본 게 실수였다.


젠장.


마카라가 무전기를 꺼내 듦과 동시에 고신이 전화를 받았다.



고신 : "여보세요? 하람아"





하람 : [고신아]


고신 : "하람아..."


하람 : [내가 찾아갈게. 할머니가 되더라도 꼭 돌아올게]


고신 : "어디야"


하람 : [...너무 늦었어. 고신아]


고신 : "아니야. 늦지 않았어"


하람 : [혼자 두지 말라고 해놓고... 혼자 둬서 미안해]


고신 : "어딘지만 말해. 내가 갈게. 응?"


하람 : [고신아]


고신 : "...제발.."


하람 :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을 끝으로 강제적으로 뺏긴 것처럼 전화가 끊겼다.

고신은 곧장 웨딩홀을 빠져나와 차에 시동을 켰다.



마카라 : "고신!!"



마카라가 고신의 차 앞을 막았다.

단호한 얼굴로 하람을 찾고 있으니 단독 행동 하지 말고 기다리라 명령했다.

고신은 본능적으로 지체할 시간이 없음을 알았다.



고신 : "저 가야 해요"



이성을 잃은 눈빛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차분하고 단단한 눈에 마카라가 길을 비켜야 했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신의 차가 출발했고 마카라의 걸음은 급해졌다.

고신은 하람을 놓칠까 겁이났고 마카라는 고신을 잃을까 두려웠다.


분명 뱃소리였지.


예상가는 곳이 한군데 있었다.

예식까지 시간은 애매했지만, 얼추 가능할 것도 같았다.


부디 늦지 않길. 잡을 수 있길.


기도하며 급하게 차를 몰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전화 벨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마카라였다.





고신 : "선배.."


마카라 : [너 대체 어디야!]


고신 : "하람... 하람이 좀 부탁할게요"


마카라 : [미쳤어..?!]


고신 :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거든요. 저 그 약속 꼭 지켜야 돼요. 그러니까... 선배가 옆에 있어줘요. 너무 슬프지 않게"


마카라 : [헛소리..]


고신 : "부탁, 들어주신다고 했잖아요"





악셀을 밟을수록 초조함이 목 끝까지 차올라 숨을 쉬기가 버거웠다.

잔뜩 비를 머금은 구름처럼 한계치가 임박한 듯 했다.



부아앙-



속도를 더 높였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에 뚝뚝 흐르는 굵은 눈물방울을 소매로 대충 닦았다.

날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하루에 고신만이 눈물 섬에 갇힌 듯 했다.



끼익-



차가 시끄러운 마찰음을 내며 급하게 멈췄다.

고신은 계속 울리는 전화와 무전을 무시하고 차에서 내렸다.


여기가 맞을 거야. 맞아야 해.


하람을 찾아 두리번거리면서 뛰어다니던 고신이 총을 들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고신 : "하람...!!!!!"





항구가 떠내려갈 것처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하람도 놀라 뒤를 보았다.



하,



란토가 헛웃음을 치며 하람에게 말했다.



란토 : "너도 지긋지긋하지 않냐? 나는 지긋지긋해. 이제 확실히 알겠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겠구나"



하람은 총을 꺼내려는 그의 손을 저지하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래서 악에 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하람 : "고신은 건들지 않기로 했잖아"


란토 : "그래, 그랬었지. 그런데 저 짭새 새*가 죽겠다고 지 발로 기어들어 왔잖아? 나는 피하지 않아"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비쳤다.

절대 고신에게 지지 않겠다는 오만함.


하람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괜찮다는 고신의 말을 나 좋자고 믿어버린 거? 고신의 손을 잡은 거?


어쩌면 고신을 만난 것부터가, 제 존재를 잊고 고신에게 접근했던 그 날의 모든 것이 잘못되었을지도 몰랐다.



고신 : "하람아"



고신이 다가왔다.

이제 하람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고신을 마주 보았다.





하람 : "왜 왔어... 오지 말았어야지. 내가 간다고 했잖아..."


고신 : "늦어서 미안"


하람 : "고신..."


고신 : "혼자 둬서 미안해. 도망쳐서 미안해"


하람 : "..."





제 것이 아닌 것을 탐했다는 게 죄라면 죄였다.

하람에겐 단단한 땅에 피는 삶이 그런 것이었고 고신에겐 장미 한 송이에 비를 뿌려 자라게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된 이유? 죄를 지었으니까.


하람은 고신이 끝까지 저를 찾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집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고 체인을 걸어 잠그지 않았으면서도 끝에 가서는 저에게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람 : "고신아, 사랑은 타이밍이래. 우리의 타이밍은 아직 아니었던 거야. 도망치듯 떠난 너를 붙잡지 않아서 미안해.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었잖아.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도 그렇게 살자. 어디 있는지 알면서 찾지 말고 그렇게 살자. 사랑하니까"



하람이 소리 없이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고신이 고갤 저었다.



고신 : "할 수 없어"





고신 : "하람아. 내가 약속했잖아. 혼자 두지 않겠다고"


하람 : "..."


고신 : "지킬게"


하람 : "..."


고신 : "사랑해"





사랑하는 두 용을 시기한 란토는 두 번 뺏기는 일은 없을 거라며 여린 팔목을 제 쪽으로 세게 당겼다.

자신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하람의 강한 움직임에 잔뜩 열이 받은 얼굴이었다.



란토 : "너는 원래 내 용이었어!"



이성을 잃은 그가 소리쳤다.



란토 : "너희 사랑이 그렇게 대단해?"



그는 총을 겨누면서 그렇게 말했다.

멀찍이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란토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누군가는 피를 흘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람은 그 확률에 고신을 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를 등지고 뛰쳐나갔다.

그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달렸다.



고신 : "하람..!"



고신의 눈이 돌아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탕-!



찰나의 순간 총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눈 앞에 사랑하는 용을 안아주지도 못하고 아래로 주저앉았다.

하람의 하얀 원피스가 붉은 장미처럼 물들어갔다.

또다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울부짖음이 슬프게 퍼졌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검붉은 피를 막아보지만, 자꾸 손 틈새로 빠져나갔다.

잡히지 않던 빗방울처럼 흘러내렸다.



하람 : "고신아"



비를 간절히 바랐던 하람은 비를 빼앗아간 맑은 하늘을 원망했다.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몸을 끌어안고 어찌할 바를 몰라 미친 용처럼 울기만 했다.

흘러가던 구름이 해를 가려 하늘이 어둑해졌다.

얼굴에 그늘이 졌다.

하람은 그게 죽음의 그늘같아 무서워 울었다.


고신의 숨소리가 희미해지는 게 스스로 존재를 지우던 손길이 지나간 것처럼 아득히 멀어지는 듯 했다.


















-


















눈을 떴을 때 모든 건 이미 지나가고 난 후였다.

하람은 창밖으로 잎이 모두 떨어진 벚나무를 보았다.

모든 게 꿈 같았다.

절대 지워지지 않을 꿈.


이제 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나.


하늘은 여전히 맑기만 했다.

다시 비를 그리워했다.

말라버린 땅을 살려낼 비가 간절했다.

겨우 한줄기일지라도 장미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람 : "고신아, 나 좀 살려줘"



하람이 소리 내 말했다.

듣는 고신은 말이 없었다.

그저 눈을 감고 듣기만 했다.


며칠이 지나 하람은 비가 온다는 소식에 창가에 바짝 붙어 섰다.

그러기를 몇 시간 째, 얇은 빗줄기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처음으로 하람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치 비처럼.


고신아, 비가 와.


분명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비가 돌아왔다.

하람이 비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이제 더는 비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Fin


















---------



작중 하람은 장미, 고신은 비로 비춰집니다.





여러분 짱 오랜만이죠...!! 보고 싶었어요 ㅜㅜ


근데... 제가 이제 앞으로는 현생에 집중해야 될 것 같아서 소설게를 접으려구 합니다 ㅜㅜ

전에 올려뒀던 티스토리 계정도 탈퇴한 상태고 여기에 시간 쏟을 게 아니라 제 꿈을 향해서 좀 더 뭔가를 해야겠다 싶어서요.

나중에라도 생각이 난다면 언젠가 한 번 들려볼테니 그 떼 봬요~ :)


지금까지 제 글들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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