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었다.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 달의 모습이 보일 듯 말듯 하다.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먹구름이라니 뭔가 불길한 기운이 든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오늘은 유독 잠이 오지 않는다.
무언가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계속 맴돌고 있는데
과거의 트라우마? 아니면 무시무시한 적수?
어디서 본 것 같은 무언가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생각할 수록 그게 뭐였는지 미스테리로 빠져든다.
아침이 되었다. 잠을 설쳐서 그런가 비몽사몽하다.
깨어난 이유는 갑자기 들린 비명소리...
"꺄악!!!!"
"대체 무슨 일이지? 마물이 여기까지 습격해 온 건가?"
"아니다! 저기 위험한 자들이!!!"
커다란 익룡이 말했다. 아마 익룡 무리의 리더인 듯 하다.
"크크크크크.... 크하하하하하하하하!!!"
네 쌍의 검붉은 색을 띤 날개를 가졌고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온몸을 붕대로 감고 있는 녀석이 울부짖었다. 정체가 뭔지 도저히 모를 괴이한 녀석이다.
한 쪽 팔은 찢겨나가고 없었으며, 매섭게 타오르는 홍염이 팔을 대체하고 있었다.
나를 뚫어보듯 쳐다보고는 내 등 위로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한 번 본 적 있는 얼굴이네. 여기서 만나니 반갑군."
"둘이 서로 아는 사이인가?"
"맞아. 내 한 쪽 팔이 없는 이유도 바로 저 잡종 때문이지. 우린 오랜 세월 동안 앙숙이었거든."
"내 비밀스러운 음모에 사사건건 쫓아와서 집요하게 방해했지. 그 중에서 결정타를 날렸던 공격 때문에 이 모양이 되어버린 거고."
녀석은 말이 끝나고는 무섭게 발을 세게 짓밟았다.
"크아아악!"
"원래 목표는 이 녀석이 아니었긴 한데, 상태를 보면 단 한 번에 제압할 수 있겠어. 이 참에 없애버릴까?"
"아닙니다. 여기 와서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임무를 최대한 빠르게 끝내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쓸데없는 일이 아니야! 저 놈이 얼마나 골칫덩어리인지 네가 몰라서 그래?"
"시끄러워!!! 너 때문에 벌써 2분이 지나갔어! 어서 일이나 시작해!"
같이 온 회중시계를 들고 다니는 녀석도 있었다. 가늘고 얇으면서 뾰족한 두 다리는 뭔가 생체 병기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차고를 마구 뒤지고, 문서 여러 장과 석판을 빼갔다.
"안 돼!! 어서 막아야 해!"
"크하하! 냉큼 쫓아와 보시지! 패러독스, 부탁해!"
"에휴...(왜 쟤랑 같이 다녀야 되는지 원.)"
순간 녀석이 손에 든 회중시계가 거대해지면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의 움직임을 멈췄다.
패러독스 혼자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금방 시야를 벗어났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자,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럴 수가... 코 앞에서 놓쳤다니..."
거대한 익룡은 굉장히 좌절한 듯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