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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water_walk-1화

47 MMY•YMQ
  • 조회수169
  • 작성일2023.03.08






어느 날, 출근하기 위해 거실로 나온 노바에게 한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지구가 곧 멸망할 거라는 얘기.

빠르면 1년, 늦으면 3년 안에 온 도시가 물에 잠길 거라는 이야기.


노바는 처음에 채널을 잘못 튼 게 아닌가 의심했다.

그렇지만 휴대폰을 켜봐도 채널 곳곳을 돌려봐도 전부 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노바로서는 생각해본 적 없는 멸망의 방식이었다.

노바는 핵전쟁이나 행성 충돌로 지구가 멸망하는 게 더 쉬울 거라 믿는 용이었다.

그게 아니면 용들이 저들끼리 싸우는 바람에 멸망하던지.


최근 홍수 피해나 해안 저지대 침수 사례가 많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었지만, 기자들과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번 멸망이라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처럼 들려왔다.

30층이 넘는 아파트도 시간이 흐르면 물에 잠길 거라고, 세상의 대부분이 댐 안에 갇히는 것 처럼 될 거라고, 그런 말들을 해댔다.

전문가들은 제법 차분했다.



"환경오염 때문도 있나요"


"그렇죠"



그런 대담을 나누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바가 보기에 그건 그냥, 남들보다 며칠 빨리 멸망을 준비한 용의 모습이었다.



1, 2개월 정도는 회사에 다닐만했다.

비가 오지않는 날에도 지구는 낮은 곳부터 꾸준히 차올랐다.

노바가 사는 도시도, 이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멸망 발표 후, 2개월 즈음 지나자 용들은 그제야 멸망을 실감했다.

이제 웬만한 사무실은 출근할 수 없었다.


낮은 1층짜리 주택들은 물에 잠겨갔고, 고층 건물도 2~3층의 창문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 무렵 많은 건물의 창문이 떼어져 있었다.

복도 쪽 창문이 곧 출입구가 되었다.

노바는 그 때부터 회사에 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갈 수 없게 되었다.


용들은 필요한 때가 아니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노바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훤히 보였다.

대형 마트에 들러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잔뜩 구매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마트가 아직까지 제 기능을 한다는 게 놀라웠다.

약탈을 방지하기 위해 창문과 문틀에 이것저것 덧댄 뒤, 노바는 준비했다.

생존의 준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 곳에서 평생을 살아갈 준비이기도 했다.

물이 차오를 때까지, 꼭대기 층인 30층 아파트에 사는 노바의 집에 차오를 때까지, 버텨나갈 준비였다.


그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죽어야지.


노바는 죽기 위해 살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재난상황이 점점 심해져가는 그 1년 내내 노바와 다크는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다크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 일이 노바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

애초에 차인 쪽이 노바였으니까.

어쩌면 그 사이에 새로운 용을 사귀거나 자신 같은 건 전부 잊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는 노바는 어떻냐고.


노바는 방 안 테이블에 올려놓은 사진을 바라봤다.

다크와 2주년 기념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노바, 결혼하자"



다크는 그런 말을 하며 반지를 건넸고 노바는 빨개진 눈을 하고서 사진을 찍었다.

그 대는 결혼하자는 말이 덥석덥석 나오는 시기였다.

뭘 몰라서 그랬다기보다는 세상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던 시기였다.

그래서 노바도 다크의 프러포즈에 대고 "우리 꼭 결혼하자, 사랑해" 같은 말을 했다.

그것도 진심을 담아서.



아무튼 노바는 다크를 잊지 못했다.

연락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연락을 한다고 해서 할 대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크가 연락을 반길지도 의문이었다.

애초에 예전만큼 사랑하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노바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 방에 2주년 기념 사진을 올려놓고 매일 아침마다 쳐다보는데도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다크가 없는 1년간 노바는 정말 평범한 생활을 했으니까.

헤어진 첫 주만 울고, 그 뒤로는 재난 상황을 견디며 꿋꿋이 출근했으니까.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음식을 먹고, 책을 읽고, 끊기기 직전까지 티비를 보며 지냈으니까.

그 정도로 평온하고 멀쩡한 삶을 1년간 보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아직도 다크를 사랑하는 거 맞아?


다크가 만약 그렇게 묻는다면 바로 대답할 자신이 없어서 노바는 연락하지 못했다.

자신도 없으면서 먼저 연락하는 건 이상했다.

그래도 몇 달 전까지는 이런 상황인 만큼 안부라도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높은 라디오 타워는 여전히 불이 깜박였다.


인터넷이 끊기자 마자 튼 라디오에서는 다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노바는 안심했다.


안부 물어볼 것도 없네.


씩씩하고 활기찬 목소리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다.

근 1년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노바가 들은 다크의 첫마디는 "이제 인터넷마저 끊겨버렸네요" 였다.

노바는 창밖으로 푸른 빛과 빨간 빛을 번갈아 내는 타워를 올려다봤다.



"그러네, 모든 게 끊겼어"



그렇게 중얼거리자 불이 다시 한 번 깜박였다.

아직 끊기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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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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