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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2)

10 글쟁이°
  • 조회수315
  • 작성일2023.05.26



파리대왕(2)



  남자는 자신의 죄를 알았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이 이런 곳에서, 고작 저 따위 초짜에게 죽을 운명이 아니라는 걸 역시 알았다. 다만 그가 내다본 건 딱 거기까지였다. 이 곳에서 발시아에게 죽지 않는다는 것. 


  "아, 제기랄."


  그는 자신의 왼 팔을 바라봤다. 겨드랑이 부분의 살점이 반 쯤 뜯겨나가 뼈가 드러나 있었다. 고통은 없었다. 아니, 아마 없진 않을 테지만... 


  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하복부를 더듬었다. 그리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배가 푹 꺼지고, 대장인지 소장인지 모를 길쭉한 장기가 줄줄 흘렀다. 현실감을 없에는 장면이지만 매 순간 들이닥치는 끔찍한 통증이 그의 정신을 땅 위에 붙들어 놓았다. 다른 모든 부상의 의미가 이 상처 앞에서 한없이 희미해졌다. 


 교단이 이렇게 까지 작정했을 줄은 미쳐 몰랐다. 성물의 레플리카라고 생각했는데, 발시아가 들고 있던 건 교단에도 네 점 밖에 없는 진짜 성물이었다. 그는 목을 긁어  반으로 쪼개진 활 대 위에 피 섞인 가래침을 뱉었다. 한참 앞에 떨어졌다. 


  남자는 쓰러진 발시아의 머리를 짓이기려다가 엄습한 고통에 무릎을 꿇었다. 잇새에서 걸쭉한 피가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말을 타고 도망친다면 이 저주 받은 잿빛 사막을 건널 수 있을 테지만, 그건 제 묫자리 고르는 일에 불과했다. 한 평생 자신의 세계에 반 쯤 걸쳐 있던 남자는 처음으로, 또 마지막으로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섰다. 위태롭고 어지러웠다. 모든 것들이 텁텁하며 역했다. 그는 낮게 킬킬댔다. 


 남자는 무릎 꿇은 그대로, 아니 거의 기어가듯이 발시아에게 다가갔다. 주인 옆을 맴돌던 말이 그를 막아섰다. 그는 손을 뻗어 말의 목을 끌어안으려 했다. 말이 거세게 거부하자 다리 한쪽을 붇잡고 늘어졌다.


"이봐 친구, 비켜." 그는 낮고 작게 속살거렸다.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응?"


 그는 말의 다리 너머로 발시아의 가슴이 들썩거리는 걸 봤다. 죽여야 했다. 말은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가 울렸다. 일렁거리는 세상을 견딜 자신이 없어 남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죽여야.. 하나? 그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발시아의 검으로 손을 뻗었다가... 그만두었다. 다만 그는 엄지와 검지를 입에 넣고 휘파람을 불었다.



  잿먼지 사이에서 말 하나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말이 그의 앞에 엎드렸다. 남자는 낄낄 웃으며 말에 올랐다. 오르는 중에 피를 두 번이나 토해 갈기가 붉게 물들었다.  



 "너 때문이야." 남자는 소매로 입가를 훔치곤 말을 이었다. "너 때문에 살려두는 거라고, 흰 친구. 그러니까 주인 관리 잘 해. 알겠어? 내 말 알겠느냐고."


 발시아의 말은 답하지 않았다. 남자의 말이 마치 비웃는 것처럼 바람 새는 소리를 냈다. 그는 안장주머니를 뒤져 당근을 꺼내고 말 입에 가져다 댔다가, 자신이 먹어 치웠다. 주인의 상태를 아는지 말은 그를 떨어트리지 않았다. 


 발시아의 말은 그 둘의 뒷 모습을 바라봤다. 한 시간이 지나고, 또 한 시간이 더 지날 때 까지 그랬다. 말은 고개를 돌려 의식을 잃은 제 주인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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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싱글벙글해서 사이트에 들어오니 근래 올라온 글이 하나도 없어서 허겁지겁 써서 올립니다.  몇 년 전부터 망한다 망한다 했었는데 진짜 망하니까 마음이 아프네요. 언제가 될 진 잘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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