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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물

8 NEKO#(ΦωΦ)
  • 조회수542
  • 작성일2024.02.20

"오래간만입니다 선생님."

예전에 내가 치료해주었던 남자가 나에게 찾아왔다.

누가봐도 보답을 하려고 찾아온 듯 보였다. 허나 별로 반갑진 않았다.

이렇게 보답을 하려고 찾아오는 것은 나에게 민폐이기 때문에.

"왜 찾아오셨습니까."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나의 일들을

마저 하면서 묻는다. "혹시나 보답을 하려고 찾아오셨다면ᆢ"

"저는 보답을 하려고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

그렇다면 왜 찾아온걸까. 그렇다면 나는 그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를 보면서 조금 경계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온겁니까."

"어이고,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러다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어요."

그 남자는 경계심을 낮추려는 듯 조금 능글스런 말투로 말했다.

"저는 한가지 의뢰를 좀 하려고 찾아온 겁니다."

나는 해결사가 아니다. 다친 사람이 있다면 데려오거나 알아서 오면 될 것을 굳이 내가 찾아가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말을 한 것은 뭘까.

 "저는 해결사가 아닙니다만."

"용 한마리가 다쳤습니다. 작은 용이지만 무거워서 데려올 수 없기 때문에 말씁드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길 찾아온 것입니다."

"용은 따로 저에게 말고 치료할 수단이 많을 텐데요."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자면, 제가 주인도 아니고 그 주변 사람들도 주인이 아닌 용입니다."

솔직히 움직이기 싫다. 난 사람을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인간을 거의 혐오한다. 

인간에게 당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은 당해보았기에. 나는 인간이 싫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사람을 믿기가 싫으며, 전혀 신빙성이 안가는겉모습이기에 거절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남자를 마지막으로 치료해주고 나의 병원은 그대로 문을 닫고 다신 열리지 않았다.

"...믿기 힘드시다면 제 모든걸 걸고 말해드립니다. 지금 이대로 두면 그 용은 위험합니다. 움직일 여력도 거의 없어보여서 누가 데려가버리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상금은 언제든지 드리겠습니다. 그 용을 살려주십시오."

"...보상금은 필요 없습니다. 갔다오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만하시고 나가주시지요. 더이상 소란피우시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간절하지 않은 말투. 무언가 속셈이 있는 듯 보였지만, 관심 없었다. 나는 그저 이 사람을 되돌려 보내기만 하면 되니까.

"이 말이 거짓이라면, 정말로 모든 것을 내 놓으셔야 할겁니다."

그러고선 나는 그 자를 내보내면서 그가 알려준 곳으로 갔다.


 뒷산에는 정말로 용이 있었다. 작은 용은 아니다. 이건 성체정도의 용이다.

그 용은 나를 경계하는 듯 보였지만 움직일 힘이 없어 그저 가만히 나를 보고만 있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치명상을 입은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위급하니 최대한 바르게 치료를 강행했다. 하나하나 치료를 하다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돌아가기에도 늦었으니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기로 했다. 불을 피우고 용 옆에 앉았다. 할 것도 없었으니까.

조금 나아졌다 생각한 용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고맙구나." 그러고서는 용은 다시 잠을 잤다.

나는 용이 다치지 않은 부위 옆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어느덧 아침이다. 용이 깨지 않은걸 확인하고 나는 집으로 내려가 의료용 장비들을 다시 챙기고 올라왔다.

올라와보니 용은 깨어있었다. 지금쯤은 움직여볼 수는 있겠지만 아파서 안움직이는 듯 하다.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아."

"너는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구나."

"전혀. 나는 똑같은 인간이야. 그저 동족들을 싫어해서 틀어박힌 인간이긴 하지만."

"나는 그런 점을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란다."

나는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뭐가 다르지? 나는 몸도 비슷하고 한없이 약할 뿐인 그런 여성인 인간이야. 나한텐 성격이 다른 것 말고는 다를게 없어. 근데 뭐가 다르단거지?

"너는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게 내면부터 바라본 다음 겉모습을 바라보잖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근데 이걸 장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난 이것을 단점으로 생각한다. 너무나도 내면부터 판단하면 결국엔 나같은 의심병 환자나 사람을 혐오할 뿐인 그런 인간들이 생겨날 뿐이니까.

"...상처나 보자."

조금은 괜찮아진 듯 보였다. 덩치가 너무 커서 잘 낫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금씩은 낫는 것 처럼 보이니까.

"그 점을 단점으로 생각하고 있니?"

"그래. 이런 점이 있기 때문에 인간을 싫어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을 항상 단점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단다. 나는 그 점을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단다. 옳고 그른 일인지, 아니면 그것이 나쁜 일인지 재빠르게 판별 할 수 있잖니? 너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 직업인 듯하니 판단하기도 쉽잖니."

"첫 말은 분명 좋았지만 뒷부분이 틀렸어. 의사가 생명을 구할 때에는  그게 착한 사람이고 나쁜사람이고 판단 안해. 일단 살리고 보는거야. 그 사람이 어떠한 죄를 저질렀을 지라도."

"너는 너 자신을 잘 알고 있구나. 너의 생각을 존중하며 인정하마."

오늘의 치료는 끝났다. 역시나 밤중이기에 밤동안 이야기를 했다.

조금 많은 것을 알아냈다. 용의 이름이 칼리온이라는 것. 별 의미는 없어보였다.

어떤 용이 이름붙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용은 인간에게 공격당하고 도망쳐서 여기 왔다고 한다. 강해보였지만 약한걸까. 그러고선 잠을 청했다.


 용. 아니 칼리온은 아침부터 깨어있었다. 날개는 다 나아 졌으나 아직 치명상을 입은 부분은 하루 더 있어야 치료가 끝나는 듯 싶었다. 마침 의료용품들을 충분히 들고왔시에 오늘은 산에 틀어박히기로 마음먹었다.

"너는 인간을 뭐라고 생각하니."

"쓰레기."

"바로 답이 나오는구나."

"맞잖아. 속물로만 가득차있고, 점점 순수함을 잃어가서는 결국 교활한 사람이 되어가는거야. 그런 교활한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만 점점 늘어나. 당한 사람도 피해를 입히는 사람도 모두 그저 쓰레기야.  그래서 싫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죄를 용서 해본 적은 있니."

"전혀.  내가 용서해야 할 이유가 없지. 죽어 마땅할 사람한테 용서를 구할 이유가 없는데."

"나는 나를 상처입힌 그들을 이미 용서 했단다."

"갑자기 뭐야? 나는 그런 답을 바란게 아닌데."

"나는 용서하기 싫었기에 그들을 용서한 것이란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 용서 하기 싫으면 그들을 죽였으면 편한 것 아닌가.

"...인간만 죄를 짓고 사는건 아니지. 나도 쓸데 없는 과오를 너무나도 많이 저질렀단다. 나는 어떤 숲에 남겨진 인간 아이를 보고 지나쳐 왔었단다.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하단다. 그저 자신의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다음날도 지나쳐야할 곳을 지나쳤는데 그곳에는 핏자국만 있었단다. 어떤 괴수의 털만 있었던 채로."

"그래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데."

"생각해보려무나. 너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긴 적이 없을지."

있다. 의사생활을 했었던 그때, 점점 배신만 당해서 마지막 치료를 하고 난 뒤에. 문을 닫으려는데 밖에는 아픈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도망쳤다. 더이상 인간이 싫어서가 아닌. 무서워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그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

"있었겠지. 이것은 낙인이란다. 씻어내도 씻어낼 수가 없는 낙인. 이 낙인을 보면서 다짐을 해야할 것은 남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마주하고 더이상 상처받는 그런 생물들이 없게 지켜내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치료는 끝났어. 오늘만 쉬고 내일 붕대 풀거야. 오늘은 집에 돌아갈 정도의 시간은 되니까 돌아갈게. 그냥 가만히 있어. 아직 움직이지 말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생각했다.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저 철학적인 여러개의 생각들. 대충 요약하자면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여러 생각 끝에 나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다음날 낮에 올라와서 칼리온의 붕대를 풀었다. 흉터는 남아있었지만,

다 나아졌다.

칼리온은 나에게 물었다. "결정은 내렸니? 작은 아이야."

"...그래. 그리고 부탁할게 있어."

"나는 나의 은인에게 무엇이든지 도와줄 수 있단다. 말해보려무나."

"아직 나는 인간이 무서워. 이렇게 마음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건 너 뿐이었던 것 같아. 그러니까 부탁할게. 나의 용이 되어줄 수 있겠어?"

칼리온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는 걸까. 그리고 말을 한다.

"작은 아이야. 나는 너의 용은 되어줄 수는 있단다. 허나 너가 사람과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후에 나는 1년동안 할 일이 있어 너를 벗어날 수도 있단다. 그래도 괜찮겠니."

"상관 없어. 그냥 도와주기만 하면 돼. 돌아오는건 언제든지 늦게 돌아와도 돼. 그러니까  나의 용이 되어줘."

"나의 주인이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르구나. 좋다. 나는 너의 용이 되어주겠다. 너를 지켜주겠다. 너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벗이 되어줄 것이며, 고대 요새의 수호자였던 나 칼리온은 앞으로 너의 용이 되어주겠다."


 칼리온이 떠나간지 1년이다.

일과를 끝내고 병원에서 조금 쉬었다. 누군가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오세...어서와. 오랜만이네."

인사말을 건네려는데 사람이 아닌 내가 아는 용의 발톱이 있었다.

"제법 사람들을 대하기 편해졌나 보구나."

"그래. 누구 덕분에. 할 일은 다 끝냈나봐?"

"모든걸 끝내고 왔단다. 많이 다쳤는데 병원 문은 아직 열려있을지 모르겠구나"

"문은 닫혔지만, 열려있어. 누구에게든지. 전처럼 치료는 해주겠지만 치료 다 끝나면 나좀 도와줘, 얻어야 하는게 있는데 좀 멀리 있어서 가기가 힘드네."

"얼마든지 도와주도록 하지."

칼리온과 나는 서로에게 선물이 되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물. 그리고 나와 그는 이 선물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도 병원 문은 열릴 것이다. 내일 되면 또 말해야 할게 있다.

"어서오세요, 손님. 필요하신 것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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